2018.11.18. 부산 금정구.
가을 우체국 앞에서.
윤도현의 노래 제목이다. 이즈음에 참 잘 어울리는 제목과 노랫말을 담고 있어서 한번씩 마이크를 잡아보지만, 가수의 음정을 따라가기가 버거워서 그저 좋은 노래로 마음에 담아두는 게 나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가을엔 누구나 예술가의 마음이 되는 것 같다. 어제까지 일상이었던 풍경이 내일이면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니 귀한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진다. 좋은 걸 혼자만 즐기고 싶은 마음은 이기심이고, 나누고 싶다는 마음은 사랑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그대가 바라는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소심한 마음으로 펼쳐 보여주는 것에 조금은 행복한가 묻고 싶어진다.
우체국은 아니지만 빨간 우체국 자동차와 노오란 은행잎이 어울린 모습을 보면 감동이 딱 한 마디 감탄사로 튀어나온다.
'아!'
가을 우체국 앞에서 그대를 기다리다
노오란 은행잎들이 바람에 날려가고
지나는 사람들 같이 저멀리 가는 걸 보네.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이 얼마나 오래 남을까
한여름 소나기 쏟아져도 굳세게 버틴 꽃들과
지난 겨울 눈보라에도 우뚝 서있는 나무들같이
하늘 아래 모든 것이 저 홀로 설 수 있을까
가을 우체국 앞에서 그대를 기다리다
우연한 생각에 빠져 날 저물도록 몰랐네
참으로 아름다운 노랫말이다. 문득문득 바닥에 떨어져 바람에 날리는 은행잎들이 상념을 불러온다.
어지러운 도심의 거리에서도 단번에 모든 걸 잊게 만드는 마력을 지닌 은행나무다. 열매 냄새 때문에 가까이 가기조차 꺼려하는 사람도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