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속 과학원리 황사와 방사능이 연일 뉴스에 등장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가 숨 쉬는 공기는 오염되기 쉬울 뿐만 아니라 실제 많은 먼지와 매연, 세균 등의 오염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일상생활을 하다보면 항상 이런 오염물질에 노출되지만 실제 우리 몸이 이 때문에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렇다면 공기 중의 그 많은 미세 먼지와 매연, 오염물질 등은 과연 우리 몸에서 어떻게 처리되는 것일까? 우리 몸을 보호하는 가장 넓은 방어벽, 폐에 대해 알아보자.
몸 안에 테니스장이 있다? 우리 몸의 폐는 수많은 작은 폐포로 구성되어 있다. 이 폐포는 폐의 표면적을 증가시켜서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교환 능력 면적을 넓혀준다. 폐포는 직경이 0.1~0.2mm의 반구상의 주머니로 3억 개 정도 존재한다.
폐포의 총 면적은 피부 표면적의 약 30배에 달하는데 이는 테니스장 넓이에 해당한다. 이렇게 넓은 면적이 공기와 마주하기 때문에 폐는 공지 중의 먼지 입자와 꽃가루, 곰팡이, 세균, 바이러스 등 많은 이물질에 노출된다. 이런 노출에도 불구하고 우리 몸을 감염으로부터 보호하고 이물질 흡입에 의한 손상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것은 바로 폐의 가장 넓은 방어벽 때문. 신체적 방어 기전과 면역학적 방어 기전이 바로 그것이다.
이물질이 폐에 도달하기까지의 관문들
공기를 통해 들어온 이물질들이 폐에 도달하기까지는 우리 몸의 3가지 관문을 거쳐야 한다. 우선 비인두를 통해 걸러진다. 코 속의 털들은 흡입된 이물질에 대한 최초의 필터역할을 한다.
코 속의 끈적거리는 점액이 이물질을 잡게 되고 이렇게 뭉쳐진 이물질은 인두의 잔털 즉 섬모의 움직임에 의해 비인두로 운반되고, 이어 위장관으로 삼켜지면서 제거된다. 또 하나의 관문은 삼킴 작용에서 일어난다. 기도와 식도는 모두 같은 곳에 입구를 가지고 있다. 이는 삼킬때 적절하게 기도를 막아주지 못하면 입을 통해 들어온 입자들이 기도로도 들어갈 수 있음을 뜻한다.
하지만 우리 몸은 그리 만만치 않다. 삼킴 작용시 후두개가 접혀 지면서 이물질이 기도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다. 세 번째 관문은 혹여 이 두 가지 방법에도 불구하고 기도로 침범한 이물질이 있을 경우 기도점막에 존재하는 자극성 C섬유(irritant C fiber)를 자극하면서 시작된다. 이 자극이 기관지 근육인 평활근의 수축 반사를 일으켜 기도의 직경을 줄이고 이와 함께 기내에서도 점액 분비를 증가시켜 이물질이 기도를 통과하는 것을 막는다.
겨우 폐에 도달해도 쫓겨나는 이물질
앞서 언급한 인체의 3가지 방어막에도 불구하고 공기 중의 많은 이물질 중 일부는 폐에 도달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렇게 일차 방어벽이 뚫렸다고 해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어서 바로 이차 방어벽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물질을 제거하는 기전 중 하나는 우리가 먼지가 많은 곳에 가면 자주 일어나는 기침이다. 이 기침 반사(cough reflex)는 심부 흡입 반사에 의해 일어난다. 후두가 닫히는 동안에 복강 내압을 증가시켜 후두를 갑자기 여는 것. 이때 우리 몸은 빠른 속도로 원하지 않는 물질을 입으로 배출한다.
뿐만 아니라 기관지와 세기관지에 있는 점액섬모들이 동시에 분당 1,000~1,500회의 왕복운동을 통해 이물질을 배출한다. 분당 1~3cm의 속도로 이물질을 입 쪽으로 계속 이송시켜 후두에 도달되면 그곳에서 기침에 의해 제거되거나 위장관으로 삼켜진다.
이물질 제거를 위해 폐포 거대식세포(alveolar macrophage)도 발 빠르게 움직인다. 폐포를 덮고 있는 세포에는 섬모가 없어 폐포까지 도달한 이물질은 폐포 거대식세포의 식장용에 의해 먹힌 뒤, 이 세포의 유동성에 의해 세기관지까지 운반돼 점액 섬모 운동으로 최후를 맞는다.
세균과 바이러스, 면역계로 최종 방어
폐는 혈액과 공기가 접촉해서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교환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테니스장 크기의 면적에 공기가 동시에 접촉하기 때문에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오염된 공기라면 순식간에 혈액을 통해 퍼져 나갈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몸은 이런 넓은 면적을 방어하기 위한 또 다른 방어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바로 면역계이다. 세균을 공격해 무력화 시킬 수 있는 림프구를 이용하여 넓은 면적의 폐가 세균에 의해 동시에 공격 받는 것을 막는다.
이 림프구는 점막에 집중적으로 위치하고 있어 MALT(mucosa-associated lymphoid tissue)라고 부르며 폐의 기관지 점막에 위치하고 있는 림프 조직을 BALT(bronchus-acssociated lymphoid tissue)라고 부른다. 이 조직에서 생성된 림프구들은 전신 면역체계를 활성화시키고 폐에 국한된 림프구를 활성시켜 폐에 침투한 세균이 전신으로 퍼지는 것을 방어한다.
흡연, 방어기전과 폐 모두를 망가뜨려
흡연은 기관지에 분포하고 있는 점액 섬모를 망가뜨린다. 때문에 기침 반사나 이물질 제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점액 섬모가 망가져 이물질의 침입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또한 흡연을 통해 폐 속으로 독성 물질이 침입하기 때문에 폐포 거대식세포의 수가 증가하게 된다. 여기서 많은 거대식세포에 의해 독성 물질이 분해되면서 나오는 물질이 폐의 탄성 조직을 공격한다. 이런 공격이 반복되면 시간이 지날수록 폐의 탄성이 떨어지고 폐기종과 같은 질환이 야기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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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기종은 호흡능력을 떨어뜨리는 병이다. 단순히 숨만 못 쉬는 것이 아니라 기관지와 폐의 저항력이 떨어져서 감기에 걸려도 잘 낫지 않고, 인플루엔자에 걸리면 합병증으로 폐렴에 걸려 사망할 수도 있다. 흡연은 만성기관지염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이는 만성 폐쇄성 폐질환을 유발시켜 매년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금연 통해 몸 속 최대 방어벽 폐 지켜야
2005년 미국 질병 관리 및 예방 센터(US Center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에 의하면, 1997년에서 2001년 동안 연간 흡연에 의한 생산적 손실이 남자는 619억 달러, 여자는 305억 달러에 이른다고 보고했다.
2006년 WHO 보고서에 의하면, 연간 흡연과 관련된 의료비용은 미국이 810억 달러, 독일이 70억 달러, 호주가 10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연세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동으로 수행하고 있는 코호트 연구결과에 의하면, 2007년 기준 흡연으로 인한 질병발생, 조기사망을 포함한 전체 경제적 손실은 약 7조 4,431억원에 달했다.
흡연으로 인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은 둘째 치더라도 앞서 언급한 우리 몸의 최대 방어벽인 폐를 지켜내고 공기 속 수많은 세균과 이물질로부터 내 몸을 건강히 지키려면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만약 음식을 통해 금연에 도움을 받고자 한다면 브로콜리, 양배추와 같은 십자화과 채소를 먹어보자. 지나 데이 스티븐스 박사는 미국 암연구협회 연례회의에서 발표한 보고서에서 브로콜리와 콜리플라워(꽃양배추), 싹 양배추, 순무, 양배추 같은 채소가 흡연가의 체내 담배연기 신진대사 과정을 변화시킨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식사법만으로도 담배와 관련된 독소의 수준을 줄일 수 있으니 금연으로 인한 체내 노폐물 농도 변화에 따른 신체 변화를 최소화시켜 금연 성공률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