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는 인재를 얻으려고 세 번씩이나 발걸음을 해 간신히 제갈량을 만나 정중하게 청했다.
“이미 한나라 왕실은 기운 지 오래이고 간신들이 천하를 차지하려고 합니다. 나는 천하를 구하고자 하는 큰 뜻을 품었으면서도 지혜롭지 못해 세월만 허비하며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아무쪼록 저를 도와 세상을 구할 계책을 알려 주십시오.”
“초야에 묻혀 살아온 보잘것없는 저를 이렇게 세 번씩이나 찾아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주군으로 모시면서 함께 천하를 꾀하겠습니다.”
제갈량은 유비를 따라 세상에 나오면서 천하삼분지계를 내놓았다.
“북쪽에는 조조가 튼튼한 터전을 갖고 있어 지금 그와 싸우기는 어렵습니다. 동쪽 오나라와 손잡고 조조를 견제하면서 서쪽으로 들어가 촉나라를 세워 때를 기다린다면 천하를 얻을 수 있습니다.”
“과연 탁월한 계책입니다. 선생 이야기를 들으니 속이 후련하고 장님이 눈을 떠 밝은 세상을 보는 듯합니다.”
유비는 제갈량을 굳게 믿으며 먹고 자는 일을 같이할 정도로 가깝게 지냈지만 관우와 장비는 이를 몹시 못마땅하게 여겼다.
“제갈량은 아직 젊은 애송이에 불과합니다. 형님께서 고개를 숙이는 일은 옳지 않습니다. 너무 그러지 마십시오.”
그러자 유비가 아우들을 나무라며 대답했다.
“그런 말 말게나. 내가 공명 선생을 얻음은 마치 물고기가 물을 얻음이나 마찬가지라네.”
‘수어지교(水魚之交)’는 여기에서 비롯했다. 말 그대로 해석하면 ‘물과 물고기의 사귐’이지만 ‘물 만난 물고기’라는 뜻이 더 알맞다. 임금과 신하 사이 두터운 사귐, 혹은 부부 사이 친밀함을 표현하는 말이다. 아주 가까워 떨어질 수 없는 친구 사이도 수어지교라는 말을 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