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수필)
홍문희
아침 다섯시에 어김없이 일어나
나를 바라보시며 침묵하고 오랫동안 기다리시는 그분에게 일방적인 넋두리를 한다.
"‘기다려, 주님을. 주 뜻 이루어지리라 기다려.’라는 가스펠송이 떠오른다."
세월이라는 것이 참 이상하다.
당장 숨넘어가는 일들도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 힘이 있다.
나의 아침은 늘 앞마당 나무들과 그 위에 거주하는 새들의 조잘거림 과 순둥이의 격렬한 애정을 받으며 시작 한다.
텅 빈 사무실에 들어서면, 어디선가 스며 나오는 묘한 냄새가 나를 반긴다. 오늘도 해결하고 정리해야 할 일들이 머릿속 회로에 저장되어 몸과 마음이 빠르게 움직인다.
"힘들다 힘들어" 하면서도 일을 벌이고 그 힘든 일을 즐기는 것 같다" 라고 말한 직원의 얼굴이 갑자기 떠오 른다.
일을 마친 후의 성취감 그것을 맛본 자만이 알 수 있는 희열이 있다. 늘 바쁘게 살면서도,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정말 일을 즐기는 걸까, 아니면 멈출 줄 몰라서 계속 달리는 걸까?
오늘 하루도 치열하게 시간과의 싸움을 하며 보냈다. 무엇인가에 끌리듯이 난 다람쥐가 되어버린 것 같다. 벗어날 수 없이 계속 돌 수밖에 없는 바퀴임에도 그것을 의식하지 못한 채 걸어온 세월이다.
절인 배추처럼 축 처진 몸과 마음을 이끌고 대문에 들어서면 순둥이의 한없고 끝없는 사랑의 몸부림이 나를 웃게 한다.
순둥이가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는 작은 솜뭉치 같았는데, 이제는 늠름한 노견이 되었다. 그래도 내 앞에서는 여전히 아기 강아지처럼 뒹굴며 애교를 부린다.
그 큰 덩치가 팽이처럼 꼬리를 돌리며 앞장서서 달려간다. 마당 이곳저곳을 살펴본다.
마당에는 봄이 오면 어린 새싹이 돋아나고, 여름이면 바람에 춤을 추는 나뭇잎이 무성하다. 가을이 오면 붉게 물든 잎들이 땅을 덮고, 겨울이면 앙상한 가지마저도 운치 있다. 마당의 가장자리에는 주인을 잘못 만나 고생하는 우리 집 뜰 안 나무가 나를 바라보고 웃고있다.
나무들은 여주인의 자유분방함을 닮아서인지 제멋대로 자라고 있다
대추나무는 초라한 기둥만 남겨두
고 싹둑 가지치기 했다 풀과 함께 자라는 강한 생명력 굳센 의지의 아로니아, 제멋대로 뻗어 영역을 넓히는 각종 포도나무들 한 아름 되는 보리수나무, 몸살 앓이 하는
살구와 자두나무, 비싼 화분 속에 공주 대접받는 블루 베리 등이 풀,그리고 벌레들과 공존하며 나의 뜰을 풍요롭게 한다.
벌레와 잡초들로 인하여 과실수의 열매가 좀 없으면 어떠하리 각자의 존재감을 내뿜고 뽐내며 살아가면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순둥이도 15년 차인대 그 존재만으로 기쁨이 되듯이 말이다.
유난스레 큰 기쁨이 없을지라도
요즘 소위 말하는 "소확행"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나의 집안 곳곳에 흘러넘치고 있다.
그러므로 나는 하루하루가 선물처럼 기쁘고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