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JM 노조 승리와 남은 과제
"노조탄압 관행, 직장폐쇄와 용역폭력 끊는 사례 될 것"
용역폭력과 직장폐쇄로 물의를 빚었던 자동차 부품업체 SJM이 27일부터 정상조업을 재개했다. 사측의 직장폐쇄 조치와 함께 공장 밖으로 쫓겨나야 했던 노동자들은 59일동안 공장 앞 농성장과 국회, 노동부, 경찰청을 오가며 사태해결을 위해 노력했다. 용역투입과 직장폐쇄 뒤 공장복귀한 사례는 흔치 않아 노동계에서는 반가움을 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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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아침 공장 앞마당에 모인 조합원들 |
승리의 요인과 남은 과제
이번 투쟁의 승리 요인으로 정준위 금속노조 SJM지회 수석부지회장은 '△조합원의 단결력 △언론과 정치권의 발빠른 대응 △수많은 이들의 관심과 도움'의 세 가지를 꼽았다.
“직장폐쇄 기간동안 조업에 복귀한 인원이 10%도 채 안 된다. 적은 인원이지만 끝까지 서로를 믿고 함께 했기에 다같이 현장에 돌아올 수 있었다. 또한 끝까지 힘을 낼 수 있었던 건 금속노조 경기지부 사업장과 전국에서 달려온 수많은 이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지난 9월 1일 밤엔 문화제 도중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 물이 발목까지 차올랐지만 참가자들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정말 모두에게 너무나 고마울 뿐이다”
“쌍용차, 시그네틱스, 파카, 포레시아 등 지금도 싸우고 있는 분들이 많이 도와주셨다. 절대 잊을 수 없는 분들이다. 이젠 그들의 싸움에 우리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때다. 쌍용차 사태가 벌어진지 3년이 지나서야 겨우 청문회가 열렸지만 SJM은 두 달만에 청문회가 열렸다. 기적같은 일이지만 SJM이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SJM 사태로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8월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경기도 안성의 두원정공에선 사측이 직장폐쇄와 경비용역업체 투입을 단행하려던 직전에 노동부와 경찰의 적극적인 중재로 계획이 중단된 바 있다. 노동계에서는 SJM의 이번 승리에 대해 “유성기업과 만도 등 자동차부품업체에 대한 잇따른 ‘노조깨기’ 공작의 흐름을 막아냈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노조와 사측은 조업 재개에 앞서 지난 25일 △경영진 공개사과 △계약직사원 정규직화 △위로금 지급 △창조컨설팅 같은 노조파괴전문 외부 컨설팅업체와의 단절 등 11개 항목이 담긴 ‘직장폐쇄관련 노사합의서’에 잠정 합의를 이뤘다.
하지만 노사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과 부상자에 대한 대책 등은 앞으로 실무협상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직장폐쇄 뒤 중단됐던 임단협 교섭역시 다시 논의를 시작해야 하고, 현장에 생겨난 새노조와의 관계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직장폐쇄 뒤 제2노조 설립, 노조깨기 수순 논란
직장폐쇄 기간이던 지난 8월 13일 SJM 공장에는 일반기업노조가 설립됐다. 유성기업과 만도처럼 직장폐쇄 뒤 새노조를 세워 기존 노조를 무력화시키려는 사측의 의도로 해석되기도 했다.
지난 24일 열린 국회 청문회에서 김휘중 SJM경영지원본부장은 창조컨설팅과 2억원짜리 노무 컨설팅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창조컨설팅은 기업과 계약을 맺고 노무관리를 기획하는 업체로 창조컨설팅이 노무관리를 맡은 사업장 중 14곳에서 노조가 붕괴됐으며 그 방법은 대부분 일치했다.
기업노조 설립 뒤 새노조는 기존 노조인 금속노조 SJM지회 조합원들에게 새노조 가입을 권유했다. 회사 역시 직원들에게 금속노조를 탈퇴하고 새노조에 가입하더라도 아무런 불이익이 없음을 암시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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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폐쇄 기간 사측이 직원들에 보낸 문자메시지 |
SJM지회에 따르면 현재 새노조 조합원은 관리직 직원을 포함해 약 50여 명이다. 정상조업을 재개함에 따라 금속노조 소속 조합원과 새노조 조합원은 서로 얼굴을 마주쳐야 하는 상황이다. 공장 밖에 쫓겨나있던 이들과 그들을 앞에 두고 조업에 참가해야 했던 이들 사이는 이미 서먹해졌다.
새노조 설립에 대해 정준위 수석부지회장은 “교섭자리에서 사측에게 새노조 설립에 관여하지 않았냐고 물으며 설립을 취소하라고 따졌지만 사측은 자발적으로 생겨난 것이라며 관여를 부인했다. 하지만 회사 도움없이 새노조가 어떻게 직원들 전화번호를 알아내서 연락을 돌리겠는가”라며 회사의 개입을 주장했다.
또한 “사측은 앞으로도 새노조를 이용해 금속노조 탈퇴를 종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현장 내 노동자들 사이를 갈라놓는 결과를 낳는다. 7월 27일 이전으로 관계를 회복하고 싶다면 사측은 예전 상태로 모든 것을 돌려놔야 한다. 예전에 없던 새노조를 사측이 만들었으니 책임을 져야한다”며 새노조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금속노조 SJM지회는 새노조측에 공문을 보내 ‘새노조 가입 권유 중단’을 요구할 계획이다.
무너진 신뢰, 쉽게 회복될 수 있을까
직장폐쇄 철회에 앞서 진행된 교섭에서 사측은 노조에게 “7월 27일 이전으로 노사관계를 되돌리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7월 27일 새벽 용역폭력으로 인해 수십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던 날을 노동자들은 잊을 수 있을까?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사측은 노동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불법행위를 주도한 지회집행부에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며 협박을 해왔다.
26일 아침 강춘기 SJM대표이사 등 사측 대표는 공장에 모인 노동자들 앞에서 사과문을 낭독했다. 이번 사측의 사과에 대해 정준위 수석부지회장은 “사측이 진정성을 담고 있는지는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어서 그는 “아무리 사과를 진심 어리게 한다 해도 조합원들은 맺힌 게 많다. 그렇게 심한 폭력을 사용하고 나중에 미안하다고 하면 그게 없던 일이 되겠나. 이번 사과도 지회는 김용호 회장이 지접 나와서 하라고 했는데 회장의 답변이 7월 27일 사태를 몰랐다고 했다”며 앙금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고도 했다.
지난 7월 폭력사태로 인해 사측은 노동계와 정치권을 비롯한 여론의 질타를 받아왔다. 하지만 사측은 단 한마디의 사과나 잘못인정도 없었으며 오히려 지난 8월 조합원들을 업무방해와 폭력,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기까지 했다.
이번 SJM의 조업재개를 두고 안산시는 27일 회의에서 “지역중재단이 SJM사태 해결에 기여했다”며 ‘모범사례’가 될 것이라 평가했다.
하지만 생명의 위협을 느꼈을 정도의 폭력에 직면했던 노동자들이 단지 업무에 복귀했다고 해서 사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피해자들에 대한 올바른 보상과 사과가 이뤄지고, 이후 관행처럼 이어오던 노동현장 내 직장폐쇄와 용역폭력이 근절돼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 때 비로소 올바른 사태해결이라 불릴 수 있을 것이다. (기사제휴=뉴스셀) 참세상, 서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