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공연예술제 참가작 극단 떼아뜨르 노리의 김애란 작 이항나 극본 연출의 노크하지 않는 집
공연명 노크하지 않는 집
공연단체 떼아뜨르 노리
작가 김애란
극본·연출 이항나
공연기간 2014년 10월 2일~4일
공연장소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관람일시 10월 3일 오후 3시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SPAF 참가작, 극단 떼아뜨르 노리의 김애란 작, 이항나 극본·연출의 <노크하지 않는 집>을 관람했다.
김애란(金愛爛, 1980년~ )은 소설가로 인천에서 태어나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를 졸업하고, 단편 〈노크하지 않는 집〉으로 2003년 제1회 대산대학문학상(소설부문)을 수상하여 《창작과비평》을 통해 등단했다.
계간 '창작과비평' 2003년 봄호에 단편 〈노크하지 않는 집〉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2005년 대산창작기금을 받았다.
단편집〈달려라 아비〉를 2005년에 발표하고, 25세 되던 해 2005년 제38회 한국일보 문학상을 받아 역대 최연소 수상자가 되었다.
2007년 소설집 〈침이 고인다〉를 발표하고, 이 작품에 수록된 〈칼자국〉으로 2008년 제9회 이효석 문학상과 신동엽 창작상을 받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문학부문)’을 받았다.
여성신문의 창간 20주년 기념 미래 비전적인 여성 역할모델을 보여준 ‘2030 여성 희망리더 20인’에 2008년 선정되고, 단편 〈너의 여름은 어떠니〉로 2010년 김유정기념사업회가 주최하는 ‘제4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또 이상문학상 우수작으로 <그곳의 밤 이곳의 노래〉가 선정되었다. 제37회 이상문학상 대상수상으로 2013년 <침묵의 미래>가 선정되기도 한 앞길이 밝고 장래가 창창한 작가다.
김애란의 소설 중 「노크하지 않는 집」은 하숙집에 사는 여자의 이야기를 나타낸 소설이다. 이 집에는 다섯 명의 여자가 살고 있지만 이들은 서로 이름도, 얼굴도 알지 못한다. 같은 공간 속에 살고 있으면서도 단절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이 소설에서의 공간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무대는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의 동서남북 4면 벽 가까이에 의자를 둘러놓아 객석으로 만들고, 북쪽 끝에 등받이가 있는 긴 나무의자가 있어, 거기에 기타 연주자가 앉아 열정적인 남미음악과 함께 미국의 가수이자 영화배우였던 해리 벨라폰테(Harry Belafonte)가 노래해, 전 세계에 잘 알려진 “비둘기가 되어버린 연인” <쿠쿠루쿠루 팔로마(Cucurrucucu Paloma)>를 연주하고, 그 노래가 흘러나오기도 한다.
극장바닥은 하숙방으로 설정된다. 남북으로 방의 통로가 있고, 서쪽에 방 세 개, 동 쪽에 방 두 개, 그리고 입구 동쪽에 화장실 겸 샤워 실이 있다. 하숙집 외곽은 집 밖의 통로로 사용된다. 방마다 놓인 텔레비전 수상기, 트렁크, 작은 탁자, 그 외 생활용품그릇이 놓이고, 화장실 앞에는 빨래널이도 있다. 집 입구에는 낮은 신발장이 있고, 슬리퍼가 놓여있다.
같은 집에 사는 다섯 여자는 서로 같은 화장실을 쓰고, 같은 세탁기를 쓴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다. 심지어 이야기조차 하지 않으며 필요한 말을 해야 할 때에는 대화가 아닌 종이쪽지에 쓴 메모로 대신한다. 그리고 서로의 공간을 침범하지 않으려고 하며, 각자의 나이는 물론 직업조차 알지 못하고 서로에게 일부러 얼굴을 비치지 않는다. 하나의 빨래건조대를 공평하게 잘 사용하고 있지만, 빨래를 걷지 않아 대신 잘 개어서 문 앞에 놔두고, 감사의 말 대신 ‘-내 옷에 손대지 마시오.- 라고 써 붙인다.
연극의 도입에 진행자의 요청에 따라 열 명 가량의 관람객이 각 하숙방에 들어가 깔고 앉을만한 소품 위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연극이 시작되면, 다섯 명의 여성출연자들이 나름대로의 직업에 알맞은 의상을 걸치고 차례로 등장해, 하숙으로 들어가 자기 방안에 주저앉거나, 곧바로 쓰러진다. 커다란 보폭으로 골목이 좁은 듯 휘젓고 등장하는 인물도 있고, 몹시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고 등장하는 인물도 있다. 하숙을 들어서면서 신을 벗고 슬리퍼로 바꿔 신고는 방안으로 들어가서는 대부분의 출연자들이 방문을 여는 시늉을 한다. 물론 창문을 열고 흡연을 하는 여성도 눈에 띈다.
각자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고, 하나 뿐인 화장실을 사용하고, 개중에는 빚 독촉을 받고 있음이 객석에 감지된다. 독촉을 받는 출연자는 비교적 통통한 체격으로 불만을 음식섭취로 풀고, 심한 변비증세로 자주 화장실 출입을 한다. 그런데 화장실도 방처럼 벽이 전혀 없으니, 관객은 그녀의 팬티 뿐 아니라, 모든 출연자들의 팬티 색까지 알아보게 된다. 샤워를 하면 당연히 옷을 벗으니, 샤워할 때에만 휘장으로 가릴 수 있도록 해 놓았다.
하숙방과 객석의 거리가 1m밖에 아니 되니, 출연자들이 방에서 외출복을 벗으면, 브라자와 팬티바람으로 있는 모습을 대하게 되니, 필자 옆 좌석의 젊은 남성출연자는 점잖은 인물인지, 짐짓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도 한다.
하숙인들 개개인의 생활모습이 적나라하게 차례로 그려지고, 개개인의 직업이 분명하게 객석에 전달되도록 연출된다.
복도 입구 방에 어느 날 아버지가 찾아온다. 젊은 시절 여자편력으로 본부인과 이혼하고 다른 여자와 살다가, 그 여자와의 사이가 원만치 않은지, 딸을 찾아와 비좁은 방에서 함께 기거를 한다. 그저 매일 텔레비전만 들여다보고, 담배를 피우고, 딸에게 술까지 함께 마시자고 한다. 견디다 못한 딸은 아버지에게 돌아가라고 정색을 하고 이른다. 아버지는 머뭇거리다가 어쩔 수 없이 떠난다.
복도 대각선 끝 방의 여인에게 후배가 찾아온다. 여인은 불면증이 있어 수면제를 복용한다. 함께 지내던 후배가 수면제를 발견하고 캐묻는다. 여인은 변명한다. 수면제 뿐 아니라, 다른 일까지 참견하며 캐묻는 후배에게 견디다 못해 여인은 후배에게 나가달라고 명령하듯 낮은 소리로 외친다. 결국 후배도 이 집을 떠난다.
통통하지만 예쁘장한 여인이 빚 독촉에 시달리며 계속 전화를 하는 장면과 화장실로 드나드는 장면이 반복되면서, 어느 날 한 하숙녀의 신발이 없어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며칠 후 도난당한 구두가 다른 방 입구에 놓여있는 걸 발견한, 구두 임자여인이 놓여있는 방을 뒤지게 된다. 그리고 방으로 들어가 자기 방과 같은 모습에 깜짝 놀란다. 나머지 방들은 어떤가 하고 자기 방 열쇠로-열쇠까지 똑같은- 문을 따고 하나하나 들어가 확인해 본다. 나머지 여자들의 방도 자기 방의 모습, 가구배치, 소지품의 종류 등 모든 게 똑같아 충격에 휩싸인다.
대단원에까지 어려운 처지에서 생활을 영위해 가는 젊은 여성들의 삶에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관객의 가슴을 적신다. 마치 자신의 누이나 자녀가 실제로 겪는 모습을 대하는 것 같기에 더욱 애처롭게 느껴지는 연극으로, 관객 모두의 기억에 깊이 자리를 잡는다.
강선희, 전고은, 양혜경, 안경희, 박수진, 정수영 그리고 강윤석이 출연해 성격창출과 연기 면에서 탁월함을 보인다.
안무 윤푸름, 미디어아트 MAB613, 무대 이진석, 영상 민병훈, 기타·작곡 박세환, 조명 김건영, 음향 김경남, 무대감독 전원옥, 홍보물 황하면, 사진 송인혁·김재룡, 조연출 박성현·노현열·서석규, 제작피디 김제훈, 기획·홍보 김연정 등 제작진의 열정도 드러나, 극단 떼아뜨르 노리의 김애란 작, 이항나 극본·연출의 <노크하지 않는 집>을 연출력이 감지되고,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 걸 맞는 우수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10월 3일 박정기(朴精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