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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좋아야 될낀데...!!!
시시각각 변하는 일기예보에 신경이 많이쓰여 관심있게 지켜봤지만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가 되었다.
그러나 어쩌랴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 하늘을 째려보며 약간의 불만스런 표정을 지어본다.
토요일 12시20분 새마을호를 타고 출발했지만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물 위에 구름을 잔뜩이고
나즈막히 내려앉은 하늘엥선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듯이 불안해 보인다.
동대구역에 내려 지하철을 묻고 하지만 나는 서울 지리보다 대구지리에 더 어둡다.
대구 지하철 표는 부산과 달리 무슨 코인이나 뺏지같이 생겼으며 계속 재활용하게 만들어
내릴때 동전처럼 도로 넣어면 다시 재 사용할 수 있게 잘 만든것 같았다.
그런데 대구 사람들 대부분이 말씨는 투박하지만 사람들이 소박하고 친절하게 잘 아르켜 줘
처음 가보는 가톨릭신학대학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교문을 들어서자 가톨릭 자원봉사자들의 일사분란한 움직임에 서약서 작성하고 기념품과
배번이 들어있는 봉투를 받으니 강의실에 탈의실과 식사가 준비되어 있다고 안내한다.
대회 게시판에 당일 출발전 식사 주문을 받길래 신청했더니 강의실에 뷔페식으로 보온통에
밥을 그리고 찬 네댓가지에 시락국을 자유 배식으로 맛있게 먹었다. (자가부담 4,000원)
기념품은 참가비 4만원에 비해 푸짐하게 가톨릭 마크와 대회명칭이 새겨진 멋진 윈드자켓과
마라톤 모자까지 들어있다.
식사하고 탈의실에서 배번도 달고 준비하는데 진행요원이 코스의 난이도를 대충 설명하길래
경산 무지원 코스와는 어떠냐니까? 경산코스는 아무것도 아니란다. 허걱...! 설마?
그러면서 자기도 보통 100km를 11시간이면 되는데 이 코스는 연습주때 15시간 걸렸다나...!
그래도 지난번 경산 대회도 내 딴에는 많이 힘들었었는데 그게 아무것도 아니라니 속으로
뻥이 좀 센 사람이구나 하며 그냥 넘기고 밖으로 나와 운동장에서 짐 맡기고 오랜만에 만난
사람과 자주 만나는 사람 모두가 손을 잡고 반갑게 인사하며 기념사진도 찍고 시끌벅적한데
그래도 언제나 이 시간이 가장 반갑고 즐겁다.
행사가 시작되 대구 가톨릭신학대학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내빈인사 준비운동 후 모두 함께
화이팅을 외치며 카운트다운을 시작 열부터 ...셋...둘...하나...출발 고풍스러운 건물 벽면의
시계가 정각 4시를 가르키며 배웅을 한다.
대구시민에게 미안한 확실한 교통통제
성지순례이다 보니 제일 먼저 계산성당앞을 지나 침산네거리에서 좌회전 원대오거리(4.3km)
만평네거리 직진 팔달교(7km)를 건너면서 시내 중심가는 벗어나는것 같았다.
무엇보다 대회 주최측과 대구 경찰의 협조가 잘 이루어져 전국의 어느 대회보다 교통 통제는
사이카가 선도하며 확실히했다.
시내 중심가를 벗어날 즈음 얼굴에 가는 빗방울이 가끔씩 느껴지기 시작했다.
태전 고가차도 밑 왜관방향(11.4km) 4번국도로 좌회전 국도라곤 하지만 차들의 속도는 고속
도로 못지않게 살벌하게 달린다.
좌측에서 KTX가 달리고 우측의 고속도로엔 차들이 쉴새없이 달리니 기름값이 비싼 이유를
좀은 알것만 같았다. ㅎㅎ
18km 정도에서 다들 우의를 꺼내 입는데 나는 혹시나 싶어 1km 정도 더 버티다 배낭이 다
젖을것 같아서 파시코에서 주는 소매없는 비닐을 둘러 썼다.
길 바닥에 20km라고 인쇄된 용지가 붙어 있길래 시간을 보니 2시간7분이라 너무 빠르다는
느낌이며 풀코스 4시간30분 페이스이니 후반이 걱정 스럽다.
신동교차로(22.5km) 지나 신 나무골(24.5km) 제1CP에 천막을 치고 인절미와 급수를 한다.
다음 CP까지는 15km 정도이나 시골 국도라 가게는 없고 식당과 주유소는 많은것 같다.
인절미 2개를 먹고 3개째는 들고 출발하는데 비는 계속 내리지만 아직 신발에는 아무 이상이
없어 다행이다 하지만 언제쯤 신발에 물이 들어올까 항상 조마심이다.
베네딕도 수도원앞(31.2km) 가톨릭 신자들은 기념 사진을 찍기도 하는데 비 신자인 나는 그냥
힐것 보고 지나친다.
칠곡군청앞 삼거리 미군부대의 긴 담벽을 따라가다 우회전하니 상가거리인데 꼬부랑 글씨로
카네기. 롤링스톤. 클럽 등 이국적인 거리가 펼쳐지고 끝 부근에 부대의 후문이 있다.
내 발로 걸어서 국토의 이름 모를 구석 구석을 다 볼 수 있으니 이래서 난 울트라가 좋다.
화려한 불빛도 잠시 이제부턴 캄캄한 시골길로 들어서며 유학산을 오르게 되는데 시골길치곤
차들이 자주 다니는 편이라 신경이 쓰인다.
표고차가 높아질수록 바람이 불고 기온이 내려가 추위가 느껴진다.
어떻게 하던지 작은 무리에서 쳐지지 않을려고 뛰면 같이 뛰고 걸어면 같이 걸어 꾸역 꾸역
올라가니 유학산 고갯마루(44.3km) 비오는 밤이라 아무것도 볼 수가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이 부근이 6.25때 그 유명한 다부동 전투가 있었던 곳이며 전쟁기념관이 있는것 같았다.
추워서 겉옷을 꺼내입는 사이 같이 올라온 무리가 다 내려가 버리고 보이지 않는다.
따라 잡을려고 열씨미 달려 먼 발치에 반짝이 불빛을 확인하며 계속 따라 붙어니 어느듯
제2CP(47km)에 천막을 치고 초코파이.바나나.콜라.생수를 차려 놓고 손수 바나나를 까서건네
주는게 너무 고맙게 느껴지며 우리야 저 좋아서 하는짓이지만 정말 고생이 많다.
비상용으로 초코파이 2개를 주머니에 넣고 뒤쳐지지 않을려고 기를쓰며 젊은 무리뒤에 바짝
따라 붙어 뛰고 또 뛴다.
동명네거리(56km) 길 모퉁이에 셔터내린 가게앞에서 물을 끓이며 따끈한 커피를 건네주며
얼런 마시고 땀 식어면 추우니 어서 가란다. 속에 따끈한 커피가 들어가니 훈기가 있어 좋다.
커피를 마시고 좌회전하니 완만한 오르막이 시작되는데 다들 뛰니 같이 뛸수 밖에없다.
설마가 사람잡는 다고 포기를 생각했던 한티재
기성삼거리(60.3km) 좌회전해서 그 유명한 한티재로 오르는 길이지만 초입이라 주위에 불을
환하게 밝히고 영업하는 식당들이 많이 있어 심심찮게 오르지만 갈수록 힘들고 불빛들도 뜸
해지는게 지루하게 느껴질 즈음 빨간 네온의 십자가가 보이길래 다 왔구나 했는데 아니란다.
이 즈음 선두주자가 내려오는데 정말 대단하다는 말 밖에 안나온다.
아니나 다를까 어째 생각보단 가까운것 같더라니까! 조금옆에 자동차극장(64.2km)이 있는데
알고 보니 이제 겨우 절반 정도 올라왔다니 맥이 빠지고 기가찬다.
캄캄한 산길에서 빗방울이 굵어져 불꺼진 식당의 처마밑에서 우의를 꺼네 후드를 모자위에
쓰고 하는 사이 무리는 어둠속으로 사라지고 혼자가 되었다.
간간이 차들은 다니지만 사방이 어두워 길만 따라 올라가지만 너무 힘들고 지친다.
2등 주자가 내려오는데 선두와 차이가 많이 나지만 역시 대단하게 느껴진다.
끝은 보이지 않고 비는 내리는데 이젠 허기가 지기 시작한다.
CP에 가면 국밥을 준다는데 가기전에 지쳐 쓰러질것도 같아 가지고온 초코파이를 먹을려니
입안에서 좀처럼 넘어가질 않아 반은 길가에 버렸다.
세번째 주자가 내려오는데 앗! 여자선수가 아닌가 대단하다를 넘어 독한X(죄송)이다 싶었다.
그래 끝이 있으니 갔다 내려오겠지 하며 또 없는 힘을 내어 올라가지만 얼마 못가 또 멈춰
서서 생각해 본다.
이건 아니야 내가 너무 무모했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억지로 우겨 보기도 했지만
역시 세월앞엔 장사가 없어 처음으로 포기라는 단어가 머리를 스친다.
네번째 주자가 오는데 이런 이번에도 여자다 뭘 먹고 연습은 얼마나 지독하게 했을까...?
아니 내가 지금 남의 생각하고 있을때가 아니지하며 올라 보지만 내 뒤론 아무도 오지않고
앞은 끝날 기미도 안보이니 사람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많이 힘들땐 잠시 앉아서 쉬어가면 좀 나을것 같은데 비가 내려 사방이 추적하게 젖어있어
그럴수도 없고 어쩌면 그게 도리어 포기를 면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마른곳이 있었다면 앉아서 포기하고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비를 맞으며 고개를 숙이고 올라가는 내 모양이 울밑에선 봉선화 같이 보였는지 내려가는
사람마다 화이팅을 외쳐주는데 나는 건성으로 모기소리만하게 답했다.
진행요원의 차가 지나가며 100m 남았다며 힘내라는데 뭔 넘의 100m가 이렇게 가도 가도
끝이 없단 말이냐 투덜거리며 한 모퉁이를 도니 불빛이 보여 드디어 다 왔구나 했은데
팔공산 청소년 수련원(67km)이란다. 그렇다면 아직도 1km 이건 정말 너무하다 싶다.
사람의 인내심을 시험하는것도 어느 정도지 정말 포기하고 이것으로 울트라고 마라톤이고
다 때려치우고 싶었다.
하지만 포기도 아무데서나 하는게 아니지 않은가 비오는 밤길 앞뒤에 아무도 없는 곳에서
포기를 한들 어쩐단 말인가 싶어 그래 죽을 힘으로 제3CP까지는 가서 포기를 해도 하자며
마음을 다잡아 오르지만 힘들긴 마찬가진데 저 앞에 자봉의 경광등이 보이고 불빛도 보인다.
드디어 제3CP(68km)다 68km 주자들의 골인 지점이라 풍선으로 아치도 만들어 놓고 나에게
기념사진을 찍어라는데 사진이고 뭐고 다 귀찮아 나중에 나올때 찍겠다며 실내로 들어갔다.
오르막길이 8km 횡단.종단의 경험이 없는 나로선 울트라 십여회중에 포기를 생각할 만큼
이렇게 힘들어 보기는 처음이었으며 결과는 오르막 연습의 부족이 아닐까 생각은 해보지만
평지 한번없이 계속되는 오르막길 20리는 정말 대단히 힘들었다.
불밝은 실내로 들어서니 먼저온 주자들이 식사중이거나 다시 준비해 출발하는 사람등으로
분주하고 자원봉사자들은 계속 음식을 날라다 주는데 그렇게 먹고 싶던 시락국밥이었지만
잘 먹히질 않아 밥은 조금이고 국물을 한번 더 먹었다.
힘들게 올라올때는 내가 마지막인것 같아 포기도 많이 생각했었는데 식사중에 들어오는
사람이 수없이 많음을 알고 그래도 내가 많이 앞섯다는 생각에 몸과 마음을 다시 추스려
그래 가는데까지는 가보자하며 고어텍스 바지를 꺼내 입고 젖은 신발이지만 툭툭털고 일어서
따스함을 밀치고 나와 또 다시 혼자가 되어 이번엔 내려가는 길이니 그냥 발만 들어주면
갈수가 있으니 내려가는데 아직도 올라오는 사람이 있다.
내가 그랬듯이 얼마나 힘이들까 싶어 "다왔습니다." 하며 위로의 인사를 건네고 내려가지만
이후엔 한 사람도 못 만났으니 마지막 주자였다.
캄캄한 내리막길 이리 저리 몇 구비를 돌아 내려가니 갑짜기 눈앞에 대형화면이 나타난다.
올라올때 본 자동차극장에서 영화상영중이 었는데 비오는 날 따스한 차안에서 영화나 보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부질없는 생각을 하며 지나친다.
내려가는길이지만 8km는 결코 장난이 아니게 멀다 오를때와는 달리 밤이 깊으니 업소들
모두가 불을 꺼고 조용하게 추적히 비만 내린다.
현대오일뱅크 주유소 삼거리(74.8km)에서 좌측 팔공산 동화사쪽으로 대구은행연수원(76km)
팔공 심천랜드(77.7km) 좌회전 또다시 오르막이 시작되어 파계사 입구(79km)를 지나 부인사
팔공산 시설지구(86.1km) 오르내림의 연속이 끝날줄 모른다.
백안삼거리(91.3km) 24시편의점이 삼거리 양쪽에서 불을 밝히고 있어 들어가 따끈한 베지밀을
한병 마시며 밖을 보니 환한 불빛에 빗방울은 쉴새없이 떨어진다.
다들 우의를 입었지만 속옷이 땀으로 젖어 잠시만 머뭇거려도 춥기에 서둘러 비오는 길을
나서니 또 다시 오르내림의 연속이고 사방은 새벽 안개가 자욱하다.
92.5km 정도에서 지긋 지긋한 오르내림은 끝나고 팔공산을 완전히 벗어나며 내리막끝에서
좌회전하여 진인삼거리(93.5km)에서 우회전하니 천막을 치고 큰 플라스틱 물통에다 미싯
가루를 풀어 바가지로 떠 주는데 찬것이 싫어서 끓인 물을 섞어서 두컵을 마시고 완만한
오르막길 노란 플라스틱 차단펜스로 임시로 차선을 만들어 놨지만 빤히 보이는듯 하면서
지겹게 멀다 고갯마루가 보일즈음 폰에서 모닝콜이 울린다.
"일어나세요. 3월30일 오전 5시 45분입니다." 비가와서 그렇지 벌써 날이 새었다,
공사가 마무리 되면 내년 대회때는 직선 고갯길이 더욱 지겨울것 같이 느껴진다.
오늘의 마지막 고갯마루인 능성재 정상(96.7km) 이제부턴 내리막과 평지로만 이어지는 길이
14km 정도이니 지금부터는 마지막 페이스 관리를 잘 해야 한다.
내 바로 뒤에 여러명이 함께 오는데 지금부터 어떻게 할까 잠시 망서려 지는게 한 5km
쉬엄 쉬엄 더 가다 마지막에 뛸까 생각하며 뛰기 시작한게 한 사람 두 사람 치고 나가니
까마득이 멀리 보이는 사람마져 모두 다 치고 오늘도 역시 마지막 14km 이상을 단 한번도
걷지 않고 끝까지 뒷심을 발휘하여 111km를 15시간 37분에 대단원의 막을 내리며 나름대로
또 하나의 큰 획을 그어며 웃을 수 있는 멋진 대회였다.
성지 순례울트라마라톤을 주최하시고 자원봉사하신 가톨릭 관계자님들께 무엇하나 부족함
없는 지원과 진행 그리고 마지막 승합차로 먼 거리의 지하철역까지 태워다주시는 배려에
다시 한번 깊은 고마움을 느끼며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