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플로그(Splog, 스팸과 블로그의 합성어로 광고성 블로그를 뜻함)가 기승을 부리고 있고 이중 대다수가 음란물 홍보라는 기사를 접하며 수년 전 읽었던 이명헌 님이 쓴 '공유지의 비극'이란 글을 떠올리게 되었다. 검색사이트의 실시간 인기검색어 상위에 놓인 검색어가 무조건 많이 들어가도록 글을 작성해 검색 결과에 우선 노출되는 방법을 씀으로써 인터넷 사용자를 유인한다는 점에서 스플로그는 막대한 사회적 손실(사용자의 시간손실과 IT자원의 운영효율성 저하)을 초래하는 암적인 존재이다.
또한 스플로그에 접속한 사용자는 부지불식간에 자신의 컴퓨터(PC)에 끊임없이 광고창을 띄우는 악성 프로그램을 만나 고통받아야 하고, 자동 프로그램을 이용해 다른 블로그 개설자의 글이나 신문기사를 저작권을 무시한 채 마구잡이로 복사하거나 아무 내용 없이 검색어만 계속 나열해 놓는 바람에 지적자산을 침해받기도 한다. 또한 이런 스플로그를 돈을 벌기위해 죄의식없이 활용하는 행태가 만연함으로써 정상적인 인터넷 사용자의 정보검색을 교란하는 '정보 바이러스(Information virus)'가 양산되는 사회적 경향으로 고착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광고를 게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구글의 애드센스, 다음의 애드클릭 등을 자신의 블로그에 설치한 몇몇 인터넷 사용자들은 수익증대를 위한 타 이용자 유인을 목적으로 스플로그를 활용하기도 한다. 블로그 방문자들이 애드센스나 애드클릭을 누르면 개설자에게 현금이 지급되기 때문이다.)
스플로그의 예방을 위해 구글은 외부에 퍼온 글이 포스팅 된 경우 해당 블로그를 상위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국내 포털들도 스플로그를 발견하면 차단하는 사후 모니터링을 전개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간의 이기심이 낳은 공유지의 비극을 완전히 사라지게 할 수 있을런지는 의문이다. 다음은 이명헌 님이 쓴 '공유지의 비극' 전문이다.
재화의 종류
세상에는 크게 4가지 종류의 재화가 있습니다. 4가지로 나누는 기준은
○ 배제성(excludability): 소유자에게만 사용이 제한될 수 있는가, 네 것 내 것이 구분이 되는가.
○ 경합성(rivalness): 내가 사용하면 다른 사람에게 돌아가는 양이 줄어드는가.
아이스크림이 하나 있다고 합시다. 이것이 내 아이스크림이면 다른 사람은 손을 댈 수 없습니다. 배재성(excludability)이 있습니다. 내가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다른 사람이 먹을 양은 줄게 됩니다. 경합성(rivalness)도 있습니다. 이처럼 배재성과 경합성 모두 있는 재화를 사유재(private goods)라 합니다. 사적으로 소유하는 재화입니다.
반면, 공기를 한 번 생각해 봅시다. 철수 공기, 영희 공기 따로 구분이 안됩니다. 배제성이 없습니다. 또, 내가 공기를 마신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마실 공기의 양이 줄어들지 않습니다. 경합성도 없습니다. 이렇게 배재성과 경합성 모두 없는 재화를 공공재(public goods)라 합니다. (한편, 공기가 더 이상 공공재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시장은 인류를 구원할 수 있을까'를 참고하세요.)
이와 달리 배제성은 있는데, 경합성은 없는 것을 자연독점(natural monopoly)이라 합니다. 자연적으로 독점이 되는 경우입니다.
몇 가지 예를 통해 위 내용을 이해해 봅시다. 지식은 어디에 속할까요?
내가 어떤 지식을 습득했다고 해서 그것이 내 지식이 되어서 다른 사람은 그 지식에 접근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배제성이 없습니다. 내가 어떤 지식을 먼저 알게 되었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배울 양이 줄어들지 않습니다. 경합성도 없습니다. 지식은 공공재입니다.
물론 여기서의 지식이 특수한 지식(특허, 고급 과학 기술)을 지칭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허의 경우 배제성이 있습니다. 뉴스라든지 일반적인 정보 같은 지식은 공공재입니다. 뉴스의 경우, 이 뉴스를 내가 읽었기 때문에 '내 뉴스'가 되지 않습니다. 내가 그 뉴스를 먼저 알게 되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같은 뉴스를 아는 것이 더 힘들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면 소프트웨어는 어디에 속할까요? 빌 게이츠 이전에는 어떤 소프트웨어가 특정인 소유인 경우가 드물었습니다. 소프트웨어에 라이센스가 없었습니다. 배제성이 없었습니다. 또한, 내가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사용할 부분이 줄지도 않았습니다. 소프트웨어는 사실상 무한히 카피되어 퍼져 나갔습니다. 경합성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빌 게이츠 이후, 내가 구입한 소프트웨어는 내 것이 되어 법적으로 다른 사람은 사용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소프트웨어의 숫자 역시 한정되어 내가 쓰면 다른 사람이 쓸 수 있는 양이 줄어듭니다. (이론적으로, 불법복제는 없다는 전제하에서의 말입니다만)
빌 게이츠 이후 소프트웨어는 공공재에서 사유재로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소프트웨어를 다시 한 번 공공재로 되돌려 놓으려는 운동이 일어납니다. 빌 게이츠식의 저작권을 정면에서 부정한 것이 바로 '오픈소스(Open Source)'입니다. 오픈소스는 소프트웨어의 소스코드를 반드시 공개하도록 강제함으로써 배제성을 차단합니다. 또한 소스코드를 공개하는 한 원하는 대로 복제하고 재가공해서 배포, 판매할 수 있으므로 경합성도 없습니다.
공유자원: 비극의 기원
그런데 어떤 재화는 배제성은 없는데, 즉, 내 것 남의 것이 구분 되지는 않는데 전체적인 양은 한정되어 있어서 경쟁적인 성격을 갖는, 경합성이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다 속의 물고기들은 내가 잡는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못 잡는 것은 아닙니다. 특별히 임자가 없습니다. 그런데 양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먼저 잡는 사람이 임자입니다. 이렇게 배제성은 없는데 경합성이 있는 재화를 공유자원(common resource)이라 합니다.
공유자원은 공공재나 사유재와 달리 독특하면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합니다. 사적 소유라면 자기 것이므로 그 물건을 최대한 잘 활용하려고 노력합니다. 태양, 공기처럼 무한하게 제공되고 소유권이 없는 것이라면 특별히 더 욕심을 내려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공유자원은, 내 것이 아니기 때문에 특별히 아끼려 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경합성이 있어서 다른 사람이 먼저 가져가면 내게 손해가 되므로 마구 쓰입니다.
바다에 사는 고래를 생각해 봅시다. 내가 고래를 잡아서 판다고 다른 사람이 고래를 못 잡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고래의 숫자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한 마리라도 먼저 잡아서 팔고자 합니다. 사회 전체적으로 봐서 합리적 수준을 넘어선 고래 포획이 이뤄집니다. 고래가 멸종 위기에 몰린 것을 이렇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게시판 : 웹 상의 공유자원?
웹에 있는 게시판을 생각해 봅시다. 내가 어떤 게시판에 광고를 올린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자기 광고를 못 올리는 것은 아닙니다. 게시판은 특정인의 소유가 아니니까요.(포탈 싸이트 같은 것을 생각해 보세요.) 배제성이 없습니다. 그런데 광고가 지나치게 많이 올라오면 그 게시판은 사람들의 외면을 받습니다. 사람들의 외면을 받고 버려지기까지 견딜 수 있는 광고 글의 양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경합성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할 수만 있다면 10개, 20개 도배를 합니다. 자기 소유라면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배재성이 있다면 그렇게 못합니다. 배제성은 없으면서 사용 가능한 양은 한정되어 경합성은 있다는 특징 때문에 상식 수준을 넘는 광고 폭주가 나타납니다. 결국 공용 게시판은 당초 수명보다 훨씬 더 빨리 버림받습니다.
이와 같이 공유자원이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바람직한 정도보다 훨씬 더 탕진되고 남용되는 경향이 있는 것을,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이라 합니다.
출처: 이명헌 경영스쿨 http://www.emh.co.kr/xhtml/tragedy_of_the_commons.html / 2000. 1. 3
공유지의 비극을 이해하고 공부하는데 도움이 될까 싶어서 글을 올립니다.
첫댓글 공유자원의 비극이나 문제점은 소유권의 결여와 관계가 있는듯해요..ㅋㅋ
지식이 공공재라는 것에 한방 맞은것 같네요.ㅋㅋ웹상에서의 '공유지의비극'은 어쩌면 G.Hardin이 예로든 목초지의 피해보다 영향력이 크고 점점 더 커지는 문제인것 같아 아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저도 이글을 처음접했을때는 제가 생각하고 있는것들과 내용이 틀려서 당황했었어요..ㅋ 지식을 공공재로 하였을때를 생각해보면 참 무한한상상력을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