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사적저널 21,22,23- Home, 추석, Joke
성서사적저널 21 - Home
제목: Home
날짜: Mon, 24 Sep 2001 18:27:23 -0400
첫 사진은 이스라엘의 수도인 텔 아비브의 야경입니다. 그리고 둘 째는 돌아오는길에 잠깐 들른 엔게디에 있는 높이 7~8 미터의 폭포입니다.
오늘 자정부터 섬머타임이 해제되었습니다. 미국사람들은 본토에서 기억하기 쉽게 -Spring Fall Back - 스프링 폴, 폴 백이라고 합니다. 봄에는 앞으로 한시간, 가을에는 뒤로 한시간.
오늘은 예루살렘에 있는 우리의 본거지 베타니아로 돌아가는 날입니다. 돌아오는 길에 Timna 라는 구리광산에 들렸지요. 이짚트가 기원전 4000년 부터 이용하던 광산이라고 합니다. 그후에도 여러번 간헐적으로 채광을 하다가 이스라엘이 장악한뒤로는 공원으로 개발했습니다. 구리의 국제시세가 낮을때는 타산이 안맞으므로 그냥 문을 닫곤했는데, 이스라엘은 이 지역을 공원으로 만들어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지요. 솔로몬의 기둥이라고 Sand Stone 이 풍화되어 생긴 기둥이 멋있었지요. 그런데 솔로몬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합니다.
갈 때와는 달리 사해 바로 옆의 90번 도로를 따라 올라왔습니다. 엔-게디를 거쳐 예리코, 베타니아로 돌아왔지요. 삼박사일의 여정이었는데, 집 아닌 집이 좋기는 합니다. 무엇보다 독방의 고독과 스페이스가 좋습니다.
곧 추석이 다가오겠네요. 한 해가 이렇듯 아쉽게 흘러갑니다.
성서사적저널 22 - 추석
제목: 추석
날짜: Tue, 25 Sep 2001 19:30:59 -0400
네겝 여행을 마치고 오늘은 하루 쉬는 날입니다. 내일부터 수, 목, 금, 토요일 수업을 하고 일요일에 요르단으로 출발합니다.
오늘은 일찍 집을 나서서 우체국을 들렸다가 쟈파 게이트부터 순례를 시작했지요.
Ecce Homo 를 중점적으로 본 하루였습니다. 요한복음에 나오는 예수가 재판을 받던 "돌깐 자리", "리토스트로트스" 서 부터 Via Dorolosa(십자가의 길-고통의 길) 이 시작됩니다. Ecce Homo 는 라틴어로 "이 사람을 보라" 라는 뜻 이구요. 로마시절의 길이었던 자리가 지금은 현재의 지표면에서 한 2층 정도 지하에 있습니다. 지하에 내려가 보니 "루오" 의 판화가 있더군요. 안토니아 요새의 해자로 쓰이던 물탱크도 지하에 있구요.
문득 세월 가는 것을 보니 추석이 가까워진 모양입니다. 작년 추석날 아버님이 떠나셨지요.
벌써 한 해가 다 갔군요. 그 한 해 동안 저는 외국만 돌아다니고 있고.
출국하기 전에 아버님 묘소를 다녀오려고 날을 잡았었는데, 올 1월이지요, 유난히 눈이 많이 내려 못 다녀오고 떠나고 말았네요. 외지에 나와서는 환경이 낯설어서인지 돌아보려 해도 깊이 있는 반성이 되지못하고 마는군요.
아버님을 장지에 묻고 돌아와 지쳐 잠시 쓰러졌다 깨어 쓴 글을 다시 읽어 봅니다.
"아버님을 묻고 돌아온 밤입니다. 돌아선 애인을 잡는듯이
추하게 추적추적 내린다는 가을비 한 가운데서.
40여년도 더된 이전에 어머님이 묻힐 때도 비가 왔다더군요
무슨 견우, 직녀가 만나는 것인지...
미사 때마다 아버님의 평화로운 선종을 바랬는데 그대로
이루어져서 고맙고요.
자식들이 임종을 못 지켰지만, 주무시다가 가셨으니 됐지요.
평생을 외롭게 사신분이라, 떠날 때도 그리하셨나 봅니다.
워낙 단촐한 집안이라 빈소가 몹시 한산할까
걱정되었는데, 형님 덕에 500명이 넘는 분들이 문상을 왔었네요. 아마 아버님이 평생에 받았던 절보다 더 많은 절을 이틀간 받으셨을 것 같아요.
하늘과 땅 사이에 홀로 선 듯 무척이나 허허롭군요.
노수사가 귀국 하는대로 어디로 떠나고 싶어요. 어머니를 땅에 묻고 잠들었다 한밤에 깨어난 유리 지바고의 막막함 이로군요".
10월 1일이 추석이라는군요.
그때 저는 또 이곳 임시숙소도 떠나서 요르단에 가있을 겁니다. 마음이 스산해지네요.
성서사적저널 23 - Joke
제목: Joke
날짜: Thu, 27 Sep 2001 17:32:25 -0400
매 수업 때마다 참가자들은 하나의 Theses를 준비해야 하는데, 저는 이런 질문을 던져봤지요.
"6000년이란 세월동안 다양한 종교와 문화, 정치체제를 체험했는데도 불구하고, 왜 아직도 예루살렘을 둘러싼 인간들은 함께 사는 것을 배우지 못했을까?"
우리가 종교라고 부르는 하나의 Belief System 이 걸림돌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자신의 체험이 이 믿음체제와 모순이 될 때, 보통 사람들은 자신의 체험에 대한 해석이 틀렸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다른 해석을 찾게 되지요. 계속 이렇게 하는 한 다른 믿음체계를 지닌 사람을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는 것은 요원한 일일 것 같군요. 그것이 심화되면 근본주의자가(Fundamentalist) 될 것이고. 아마 예수도 어떤 고정된 믿음체계보다 더 우선하는 것이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일" 이라고 하다가 죽임을 당한 것은 아닐런지.
황석영의 “손님” 도 어떤 이데올로기보다 더 먼저의 가치를 주위의 사람과 함께 사는 일이라 주장하지요. 그 순서가 제대로 되지 않을 때 객(외국에서 들어온 이데올로기, 그것이 서구 기독교이든 맑시즘이든) 이 주인노릇하고, 주인이 쫒겨나게 된다구요.
지금의 교황 요한바오로 2세에 대한 Joke 가 있어요. 유럽에는 폴랜드 사람들에 대한 조크가 아주 많아요. 예를 들어 천장의 전구가 나가서 등을 갈려면 몇 사람이 필요한가? 라는 조크도 있답니다. 보통은 한 사람이 사다리나 의자를 놓고 올라가 갈면 되지만 폴랜드 에서는 꼭 세 사람이 필요하다는군요. 두 사람이 한 사람을 무등 태워 올린다음, 윗 사람이 전구를 잡으면 밑의 두 사람이 돌면서 전구를 교환한다네요^^ 이건 폴랜드 사람들의 복잡한 사고방식을 놀리는 조크구요.
교황님이 하느님을 대면하고 세 가지 질문을 할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았다는군요. 교황님이 세 가지 질문을 차례로 하십니다.
"여성의 사제서품은 가능하겠습니까?" 하느님 왈, "Never in your life"
"사제의 결혼은 어떻습니까?" 하느님 왈, "Never in your life"
"또 다른 폴랜드인 교황이 선출될까요?" 하느님은 좀 격앙된 어조로 "Never in my life!"
오늘은 정말 거의 처음으로 하늘에 구름이 끼었습니다. 흐린날이지요.
지중해성 기후라 겨울이 가까워져서인지 구름낀 날도 있구나 싶군요. 아직도 낮에는 무척 햇빛이 따갑습니다. 아침, 저녁으로는 많이 선선해졌지만.
한국은 많이 선선해졌지요? 추석도 가까워지고. 좀 부산한 분위기겠네요! 올해는 추석이 좀 이른데요.
첫댓글 신부님 담담하게 써내려가신 기행기록이 참 마음에 와 덯는 부분이 많습니다. 저의 치장된 글에 부끄러움을 느낄만큼요. 특히 아버님의 장례식 후 쓰신 글에서는 깊은 마음의 슬픔과 남자로서의 부성을 느낄 수 있어 숙연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