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여름이 시작되는 7월!
한낮에 구름과 안개가 자욱한 날.
그래서 햇살이 별로 뜨겁지는 않은 날.
모처럼 서해의 한 작은 바닷가 신두리를 찾았다.
수년전만 해도 찾는 사람이 거의 없고 혹간 아는 사람만이 간간이 찾아오는 그런곳이었는데
지금은 제법 콘도도 많고 음식점도 여러곳이 있으며 주변이 많이 다듬어져 있어서
오히려 순수 자연의 모습이 손상되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나라 유일의 사구가 있는곳.
드넓은 모래사장과 잔잔한 바닷물, 그리고 낮은 수심은 아이들도 놀기에 안성마춤인 것이
해수욕장으로서는 구비조건을 다 갖춘 곳이다.
지면과 방송을 타면서 천연적인 모습을 간직한 곳으로 이름이 나면서 유명해진 곳.
그래서 지금은 찾는 사람들도 많은데,
마침 아직은 이른 철과 방학도 하지 않은 때이고 평일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사구를 찾은 젊은 내외와 아이. 세 사람 외에는 아무도 없다.
사구는 인공적으로 모래를 파서 모래언덕을 조성하는 모습이 보여 오히려 좋지 않다.
잠시 사구를 걷다가 바닷가로 내려가니 그 넓은 모래밭이 텅 비어 있다.
우리 내외 단 두사람만이 마침 썰물때라 드넓은 바닷가를 마음껏 거닐며 물을 따라 한참을 걸어들어가 보았다.
그런데 맛조개가 미쳐 집을 짓지 못하고 모래밭에 드러누어 혀를 길게 내놓고 꼼지락거리는 놈들이 있어서 주워봤더니 혀를 쏙 빨아드린다.
옳거니 살았구나 하고 한 마리 두 마리 줍다 보니 제밥 여러마리가되었다.
그리고 한 어부 내외가 그동안 쳐놓았던 어망을 걷는데 어망에 파래가 엄청나게 많이 붙어서 길게 자라있는데 어부가 뜯어가서 새콤달콤하게 무쳐 먹으면 맛이 좋다며 마음대로 뜯어가라고 하여
담을 것이 전혀 준비도 안되고 하여 두 손으로 움켜 한 덩어리만 뜯어서 신문지에 뭉쳐서 트렁크에 싣고 새로난 해안길을 따라 학암포로 갔다.
역시 물이 다 빠진 바닷가에는 어느 유치원생들 10여 명이 야외 학습을 하느라고 뛰어가는 사람 외에는 아무도 없다.
작은 동산과 마을을 사이에 두고 양쪽이 바다인 조금은 특이한 곳이다.
한 쪽은 포구이고 또 다른 한 쪽은 해수욕장인데 전에 느끼지 못했던 아름다운 정경이 눈과 마음에 들어온다.
돌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살펴보니 고동도 있고 굴이 많이 있다.
맨손으로 주워서 모으려고 하니 어려운데 마침 아내가 손수건을 꺼내어서 줍는대로 담으니 제법 많이 담을 수가 있다.
그리고 돌을 뒤집으니 작은 게들이 수없이 살겠다고 도망을 가는데 잡으니 업지 다리 집게로 제법 공격을 하여 아내는 수없이 물리면서 게 잡는 재미에 빠져서 한 참을 보냈다.
그러다 보니 점심 시간이 지났다.
맛조개와 파래, 굴과 고동, 그리고 게까지 제법 수확을 하여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서 차를 돌려 원북으로 가서 수년전에 들렸던 원풍식당으로 갔다.
그 때 계시던 아주머니가 그대로 계시는데 종업원 5명 정도가 모두 5 ~60대 노인들이다.
느리고 손님이 가도 반갑게 맞아주지도 않고 써빙하는 것으로 봐서는 낙제다.
그런데 그 식당의 별미가 있다.
박속낙지탕!
옛날 어른들은 다 알겠지만 박속을 파고 삐져서 무쳐먹고 국끓여 먹었던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그 박속을 얇게 삐져서 넣고 낙지 몇마리 넣어서 살짝 익혀서 먼져 낙지를 건져 먹고 그 물에 칼국수와 수제비를 넣어서 먹는데 그 국물맛이 정말 일품이다.
순박하고 정감이 느껴지는 아주머니들의 인정도 고맙다.
이열치열이라고 더운 여름에 뜨거운 국물을 마시니 속까지 시원하며 국수와 수제비의 맛이 입맛을 도둔다.
늦은 점심을 먹고 한적한 시골길을 따라 돌아오는 길도 평일의 덕을 보는 것인지 한가하고 막힘없이 씽씽 달리니 기분도 좋다.
이제 여름이 되고 휴가철이 돌아오면 발 디딜 틈이 없을 그런 곳인데 아직은 너무나 조용하고 서정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는 그런 곳이다.
내가 젊다면 달콤한 사랑을 하고픈 곳.
고즈넉한 신두리와 학암포를 마음에 담으며 이 여름을 견뎌 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