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금 휴가입니다. 어제는 상암 CGV에가서 "킹아더"를 보고 오는 길에 연희동 청송에 들려서 비빔 냉면으로 점심식사를 하였지요. 어제 아침 계획에는 목요일엔 등산을 하자고 하였었는데 영화 보고 냉면먹으로 가는 길에 느껴지는 뜨거운 태양빛은 등산을 포기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맞추어졌어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저녁 식사후에 수색역까지 불광천을 걷고 집에 돌아왔지요. 북한산 갔다 온것 보다 더 힘들어요.
등산을 포기했겠다 특별한 계획도 없겠다. 아침에 게으름을 피우다 보니 많이 따분한지 10시 30분쯤 조대장왈 "안되겠다 산에나 가자"
그래서 시작된게 오늘의 여성봉, 오봉 능선 등산,
인터넷에서 우선 그늘이 제일 많고 물이 많은 등산로를 검색
오봉매표소를 통해서 여성봉, 오봉 능선 거쳐서 송추폭포, 송추분소 거쳐서 오봉매표소로 다시 하산 하는 코스 선정, 냉커피, 복숭아 두개, 차를 가지고 새절역에서 김밥사고, 소세지, 연양갱 사고 출발, 10시 55분,
구파발지나고, 백화사 앞 지나고, 상장능선 진입했던 훈련교장들 다 지나고 송추 가마골 입구 지나서 송추유원지 및 북한산 국립공원 입구에서 우회전, 한참을 꼬불 꼬불 들어가다 보니 송추 유원지 "나는 처음인데 언제 와 본적 있습니까?" "나도 처음인데" 대답하고 생각 하니 저의가 의심스럽다 . 20살에 처음만나 주말을 항상 같이 보냈으면서 언제 내가 송추 유원지에 왔다 갔을 거라 생각하는지???
꼬불꼬불 가다보니 오봉매표소라는 아주 조그만 표지판 옆에 아주 좁은 다리 있어 우회전, 산길 조심 조심 가다 보니300미터 쯤 앞에 그림처럼 예쁜 매표소 나오고, 관리인은 친절하고 싹싹한 여성, 주차공간에 주차하고 등산 시작 시간은 11시 50분.
한참 뜨거운 날씨에 가장 더운 시간대에 등산을 시작하다 보니 산엔 오로지 우리 두사람. 인터넷에 올려져 있던 자료대로 그늘이 많아 걷긴 좋은데 몸이 말을 잘 안듣네. 힘들게 걷다가 기도하고 한차례 더 쉬고 줄매어 놓은 바위에 올라가니 그곳이 전망대 바위. 오른쪽으로 아담하고 예쁜 소도시가 눈에 들어온다. 아마도 송추쯤 되는거 아닌가? 시원한 바람 맞으며 시간을 보니 정확히 30분 소요.
전망대 바위 두개를 거쳐서 여성봉 오르는 길에서 산님 한 분 만나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가는데, 2년 등산 역사상 유래 없이 힘든 산행길, 한걸음 한걸음이 너무나 무겁사옵니다. 24분만 오르면 여성봉에 오른다는데 너무 다리가 무겁다. 가면서 눈에 들어오는 상장능선, 설악으로 치면 내설악, 내 북한산의 경치는 주능선에서 바라보는 바위산에 비해 훨씬더 푸근하고 완만해보이며 첩첩이 능선들이 눈앞에 펼쳐져 아름답기만 한데. 중간 중간 나리꽃, (주능선 꽃보다 더 통통하고 예쁘다). 군데군데 바위위에 철손잡이는 이코스에도 여전히 존재, 특별이 이 능선에선는 "등산로 아님"이라는 푯말이 군데 군데 세워져있다.
"이곳 여성봉 능선은 매우 위험하여 등산을 금함"이라는 표지판 나타나고 왼쪽엔 오봉, 오른쪽에 여성봉이라는 표지판을 보고 우측길로 들어서자 커다란 바위가 앞을 가로막는데
"아하 이래서 여성봉!!!"
절묘하다. 정말 여성봉이다.
여성봉 올라 우측 그늘에서 점심식사, 더워서 땀을 뚝뚝 떨어뜨리며 걸었던 힘겨운 산행에서 이런 바람을 만나다니. 젖은 옷을 식사중에 모두 말려 주었다. 정말 눕고싶은 욕심이 생기는 시원한 바람에 행복했는데, 신사동 아줌마 (현우 친구 엄마) 전화와서 받아보니 신사동에 소나기가 내리고 있다하네. 이곳은 쨍쨍 햇빛에 바위는 빛을 발하고 있는데 말이다.
통화 후 하늘 보니 아니나 다를까 비 잔뜩 머금은 구름이 이리 저리 움직이고 있어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것도 같다. 여성봉 내려와서 앞쪽에 보이는 오봉 향해 출발 시간은 1시 20분쯤
100미터도 가지 않고 하늘은 꾸물 꾸물 비가 오기 시작했다. 우산 쓰고 오봉 향해 산행, 처음엔 내리막길이라 힘들지 않게 진행, 잠시후 다시 오르막., 인터넷 자료가 정말 정확하다. 25분쯤 진행하다 보니 앞에 오봉 손에 잡힐듯 나타났다. 오봉은 남성봉이라고 오봉 중 가운데 두개는 완전하지는 않지만 남성의 상징이다. 50미터쯤 떨어져 보이는데 역시 위험하니 올라가지 말라는 푯말 보고 송추 폭포를 목표로 하산 시작. 시작시간 1시 55분.
비는 오락가락 하는데도 산행이 길어지면서 오르고 내리는 산님들 제법 만났다. 평일에 산행을 하는 사람들도 제법 많구나. 금방 나타날줄 알았던 송추 폭포는 가도 가도 나오지 않고 비만 오락 가락, 우산을 접었다 폈다, 신기한건 하행길 내내 그늘이다. 햇빛에 노출될 일이없다. 계곡길을 계속 내려오는대도 계곡엔 물이 없다. 물이 없어 폭포도 말랐나봐. 포기하고 내려오는 길은 고사리 닮은 양치식물이 지천에 널려 있다. 비를 맞아 싱그러워 보여 여름 산행으로는 적격이란 생각하며 한 시간쯤 내려오니 드디어 송추폭포. 계곡 위쪽엔 완전히 말라있었는데 2단 폭포가 제법 멋스럽다. 시원스런 소나기와 제법 장대한 폭포가 눈을 즐겁게 하고.
비는 제법 많이 쏟아지는데 그늘이 좋아 별로 비는 맞지 않고. 그렇게 1시간 20분쯤 하행. 송추 매표소 지나서 오봉매표소까지 가야 차가 있으니 내려가는 길이 옥에티.
양쪽길에 늘어서 있는 식당들 지나며, 계속해서 내려오고 올라가는 차를 피해 20여분 내려와 오봉 매표소. 벌써 다녀왔냐는 관리인의 반가운 인사 받고 돌아오는 길엔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소나기가 쏟아붇는다. 그런데 그 타이밍 참 절묘하다. 차에 오르자 마자 쏟아졌으니 말이다. 역시 오늘 산행도 하나님이 동행해주셨다. 집에 도착해 씻고나서 경복궁역 삼계탕집 "토속촌"에서 맛있는 삼계탕으로 저녁식사 마무리. 만보기로 산행길 13000보, 송추분소에서 오봉매표소까지 3000보.
첫댓글 휴가를 서울에서 너무 알차게 보내고 계시군요. 말로만 듣던 여성봉을 드디어 보고오셨네요. 다음기회에 대장님이 우리도 안내해주시겠죠. 남은 휴가 잘 보내시고 토요일날 뵈요. 20살에 만났다니 일찍도 만나셨네요.두분다 첫사랑인가?
무더위에 조아님 엄청 힘드셨나봐요. 하지만 하산후의 그 느낌은 정말 좋았겠어요. 건강 조심하시고 내일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