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국무총리가 대기업슈퍼(SSM) 관련 법안 통과를 막았던 외교통상부를 질책하는 발언을 했다. 관련 단체들은 총리의 발언에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내각의 수장이 집안단속도 제대로 못하고 국회에 호소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정운찬 총리는 14일 국회대정부질문 답변을 통해 “유럽연합(EU)과 (협상 중인) 자유무역협정(FTA)이 걱정돼 정부 일각에서 SSM 관련법 처리를 연기해 달라고 부탁한 모양인데 잘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성식 한나라당 의원이 ‘진정성 없는 소통’ 사례로 SSM 관련 법안을 들며 “당정협의까지 마치고 해당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을 정부가 법사위에서 막았다”고 비판하자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다.
SSM 관련법은 대기업의 전통시장 진출을 규제한 유통산업발전법과 사업조정 대상에 대기업슈퍼 체인점을 포함하는 대중소기업상생협력법(상생법) 개정안이다. 애초 두 개 법안이 함께 지식경제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상생법은 외교통상부가 통상마찰을 이유로 의결 유예를 요구하면서 법사위에 계류돼 있다.
정 총리는 “FTA가 마치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생각하지만 FTA는 복리증진을 위한 수단이지, 목표는 아니다”며 “SSM 법안이 지경위를 통과하고 나서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한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김성식 의원이 “법사위 통과를 막아 달라고 한 주체가 행정부 공무원 아니냐”고 재차 묻자 정 총리는 “정부 일각에서 그렇게 한다고 해도 법사위에서 통과시켜 줬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중소상인살리기 전국네트워크 관계자는 “국무총리의 발언을 계기로 6월 임시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SSM 문제는 정부가 단일안을 내지 못해 지난 2년을 끌어 왔다”며 “내각의 수장이 맞는지 의문”이라며 씁쓸해했다.
한편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중소상인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한 대형유통회사를 규탄하고, 6월 국회에서 SSM 법안을 조속하게 처리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