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중에서..

월트 디즈니의 <사막은 살아 있다> 라고 하는 영화 본 일 있지 ? 그것과 마찬가지야. 이 세계는 그 영화와 마찬가지라구. 비가 내리면 꽃이 피고, 비가 오지 않으면 꽃은 말라 시들어 버린다. 벌레는 도마뱀에게 먹히고, 도마뱀은 새들에게 먹힌다. 그러나 언젠가는 모두 죽어간다. 죽어서 바싹 말라 버리고 만다. 한 세대가 죽으면, 그 다음 세대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그게 정해진 이치인걸세. 모두들 제각기 다른 삶의 방식을 취한다. 제각기 죽는 모습도 다르다. 그러나 그것은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닌거야. 마지막에는 사막만이 남는다. 정말로 살아 있는 것은 사막뿐이라구. 냇 킹 콜은<국경의 남쪽>을 부르고 있었다. 그 곡을 듣는 것은 정말 오래간만이다. "사실은, 어린 시절에 이 레코드를 들으면서, 나는 국경의 남쪽에는 도대체 무엇이 있을까 하고 늘 불가사의하게 생각하고 있었소." 라고 나는 말했다. "나도 그래요." 라고 시마모토는 말했다. "좀 커서 영어로 가사를 읽어 보고는, 상당히 실망했었어요. 그저 단순한 멕시코 노래인 걸요. 국경의 남쪽에는 좀더 굉장한 것이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었는데." "예를 들면 어떤 것이?" "모르겠어요. 뭔가 아주 예쁘고, 크고, 부드러운 것." "그건 먹을 수 있는 것인가." "아마도 먹을 수는 없을 거예요." "만질 수는 있다고 생각하오?" "아마도 만질 수는 있을거예요." "아마도가 너무 많은 것 같은 기분이 드는군." "거기는 아마도가 많은 나라예요." 라고 그녀가 말했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하고 그녀는 말했다. "뭐지? 그 태양의 서쪽이라는 것은?" "그런 장소가 있어요." 하고 그녀는 말했다. "히스테리아 시베리아나라고 하는 병에 대해서 들어 본 적 있어요?" "잘 모르겠는데." "옛날 어느 책에선가 그런 얘기를 읽은 일이 있어요. 중학생 시절이었든가, 무슨 책이었는지도 도무지 기억이 안 나지만..... 아무튼 그것은 시베리아에 사는 농부들이걸리는 병이에요. 있잖아요. 상상해 봐요. 당신이 농부고, 시베리아의 벌판에서 홀로 외로이 살고 있는 거예요. 그리고 매일매일 밭을 갈아요. 사방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죠. 북쪽에는 북쪽의 지평선이 있고, 동쪽에는 동쪽 지평선이 있고, 남쪽에는 남쪽 지평선이 있고, 서쪽에는 서쪽 지평선이 있어요. 그저 그것뿐. 당신은 매일 동쪽 지평선에서 태양이 떠오르면 밭으로 나가일을 하고, 그 태양이 머리 위로 올라와 있으면 일하던 손을 멈추고 점심을 먹고, 그리고 서쪽 지평선으로 해가 기울면 집으로 돌아가 자는 거예요." "그런 생활은 아오야마 부근에서 바를 경영하고 있는 것과 몹시 다른 종류의 인생일 듯이 들리는데." "그렇겠죠." 하고 그녀는 말하고 웃었다. "몹시 다르겠죠. 그런 생활이 몇 년이고 몇 년이고, 매일 계속돼요." "하지만 시베리아에서는 겨울에는 밭을 갈 수 없을 텐데." "겨울에는 쉬어요. 물론. 겨울에는 집안에 있으면서, 집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지내죠. 그리고서 봄이 오면, 바깥으로 나가 밭일을 해요. 당신은 그런 농부인거예요. 상상해 봐요." "그리고 어느 날, 당신의 내면에서 무엇인가가 죽어 버리고 말아요." "죽다니, 어떤 것이?" "몰라요. 무언가요. 동쪽 지평선에서 떠올라, 높은 하늘을 질러서, 서쪽 지평선으로 기울어 가는 태양을 매일매일 거듭해 보고 있는 사이에, 당신 속에서 무언가가 뚝하고 끊어져서는 죽어 버리는 거예요. 그리고 당신은 지면에다 괭이를 내던지고는, 그대로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하염없이 서쪽을 향하여 걸어가는 거예요. 태양의 서쪽을 향해서. 그리고는 무엇에 홀린 듯이 며칠이고 며칠이고 아무 것도 마시지도 먹지도 않고 줄곧 걷다가, 그대로 지면에 쓰러져 죽고 말아요. 그게 히스테리아 시베리아나." 나는 대지에 엎드려 죽어가는 시베리아 농부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태양의 서쪽에는 대체 무엇이 있는데?" 하고 나는 물었다. "난 모르죠. 거기에는 아무 것도 없는지도 몰라요. 아니면 무엇인가가 있는지도 모르고, 하지만 아무튼, 그것은 국경의 남쪽과 좀 다른 곳이에요." 중간적인 것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는, 중간이란 것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국경의 남쪽에는 아마도는 존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태양의 서쪽엔느 아마도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