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지금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 비가 그치고 나면, 좀더 추워지겠죠? 겨울이 조용히 다가오고 있는 듯합니다.
이런 비내리는 밤에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싶고, 지나간 추억에 사로 잡히게 됩니다.
그리고, 그리운 사람도 떠오르고요.
의사를 표현하기 시작하면서 부터 아니, 어쩌면 본능적으로 우리는 사람에 대한 사랑을 그리워합니다.
며칠전 개봉한 '영어완전정복'에서도 사랑이야기가 나옵니다.
영주(이나영 분)는 동사무소직원대표로 영어를 배우기 위해 학원에 갑니다. 그리고 거기서 자신의 이상형 문수(장혁 분)를 만나게 되죠.
이제 영주에게는 영어를 배우러가는 것이 즐거움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문수를 볼 수 있기 때문이죠.
더나아가 문수가 좋아하는 여인이 영어잘하는 여인이라는 사실에 영어공부에 목숨을 걸고 뛰어듭니다.
영어사전을 외우며 씹어먹기도 하고, 외국방송을 틀어놓기도 하고, 가족들과 영어로 대화하자고 제안도 합니다.
그런데, 영주가 문수를 좋아하게 되는 이유는 분명치 않습니다.
"착해서? 잘생겨서? 똑똑해서? 자상해서?"
전혀 아니거든요. 바람둥이에 똑똑하지도, 착하지도 않습니다.
영화에서 처럼 현실에서도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는데는 그렇듯한 이유가 꼭 존재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무리 많은 사람들에 섞여 있어도 그 사람만 눈에 들어오고,
다른 어떤 사람의 시선도 느낄 수 없으며,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는데, 자꾸만 다른 말이 나오고,
자신은 서서히 보이지 않고,
그 사람의 스케줄에 맞춰 자신의 생활을 바꾸며,
지금까지 살아왔던 방식과 다른 무언가를 처음으로 하게 되며,
좋은 일이 있거나, 멋진 장소를 가거나, 맛있는 것을 먹을 때 그 사람을 생각하게 됩니다.
▲ 만화조선에 연재되는 이순구작가님의 빨래줄 카툰입니다.
사랑은 머리에서 생각하기 전에 먼저 가슴에서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서서히 가슴에서 느끼는 것이 적어지고, 머리로 생각하게 되는 순간부터 사랑이 힘들어 지는 것 같습니다.
이유도 없이 사랑했기에 머리로 생각하기 시작하게 되면,
'나는 이만큼 해줬는데, 그 사람은 이것 밖에 안해주는 구나..' 실망하고, '저 사람보다 더 괜찮은 사람도 많을 텐데.. '라는 생각과 함께 자신에게 해줬던 것들을 따지기 시작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사랑에 유효기간이 있다고들 하나봅니다.
그리고, 사랑에도 요령이 있다고 하고요.
그렇다면, 오래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이라....
잘 모르겠지만, 그냥...
사랑에도 어떤 단계가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에는 그냥 좋아하는 열정적인 단계에서
서서히 서로를 알아가며 이해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그 다음에는 서로의 모든 것을 수용하고, 믿어주고, 배려하는 단계로 가야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서로에게 실망하고 상처만 주고 헤어지게 될 것 같습니다.
계속 상대에게 바라기만 한다면...
가을님이 신청하신 지금 들으시는 곡처럼 기다리기만 하는 사랑에 머물러 계신 분들은 긴밤이 지나고 아침이 오듯 찾아오는 사랑을 만나시기 바랍니다.
누군가 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집에 가는 버스가 안와서 다른 버스를 타고 가다가 중간에 다른 버스로 갈아타고 집에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마다 항상 후회합니다. 그냥 계속 기다릴 것을...'(저도 항상 느끼는 겁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몰라준다고 기다리는 동안 다른 사람을 만나는 후회를 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오히려 영화 속 영주처럼 적극적으로 사랑 정복에 힘쓰는 노력을 하시고...
마지막으로 마음 아프게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신 분들은, 추억이 서려있는 곳에 자신을 닫아두시지 마시고, 이제 마음을 열고, 새로운 사랑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추억만큼 아름다운 건 없습니다. '스팸 수거족' 모든 분들은 없는 사람에 대한 아픔의 추억이 아니라, 함께 하는 사람과 행복의 추억을 만드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