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감사하는 날
94.10.25. 서신교당
어렸을 때 우리는 부모님으로부터 “애야! ‘고맙습니다’라고 말해야지.” 하는 말을 자주 들으며 자랐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아들 딸 그리고 손주들에게 사람들을 대하면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도록 가르치고 있습니다.
특히 원불교에서는 감사생활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명문 학교를 졸업하고 좋은 직장에 취직한 사람들은 돈과 명예를 좇아 달리고, 또 그들은 실적과 관계없이 ‘난 잘났으니까 남보다 먼저 승진해야 된다.’고 믿습니다.
성형외과 피부과병원에는 여성들이 예쁜 얼굴과 몸매를 만들어 달라고 줄을 서서기다립니다. 그게 운동하는 것보다 빠르고 쉽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은 공부는 게을리 하면서 시험성적은 잘 나오길 바랍니다.
사람들은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것을 이룰 수 있다고 믿고 있으며, 그렇게 되면 틀림없이 자신은 행복해질 것이라 굳게 믿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말이 뻔한 이야기고 구태의연한 말일까요?
가혹한 상황에서도 항상 밝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한결같이 “세상에는 고마워할 일이 너무도 많거든요”라고 말합니다.
언어와 피부의 색깔은 다를 지라도 세상의 모든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에게 가르치는 말의 순서가 똑같다는 사실이 조사되었습니다. ‘엄마, 아빠’ 그 다음으로 가르치는 말이 ‘고맙습니다.’였습니다. 그 어떤 위대한 성공도 ‘감사합니다.’라는 사소한 습관에서 시작되었음이 발견되었습니다.
영어, 독일어, 스페인어, 불어 등 많은 외국어가 있지만 ‘고맙습니다.’라는 말은 발음하기 쉽고 금방 배울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음을 발견하였습니다.
“애야! 고맙습니다.”라고 말해야지, 이 말은 마법의 주문입니다.
옛날에 뭐든지 잘 잊어버리는 선비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이 사람이 길을 가고 있는데 갑자기 큰일을 보고 싶었습니다. 이리 저리 궁리 끝에 숲 속에 들어가 큰일을 보는데 문제는 갓을 어디에 두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일어나면 머리가 닿을 적당한 나무 가지에다 갓을 걸어 두고 그 아래에서 큰일을 보기로 했습니다. 일을 다 마치고 일어설 때 머리가 갓에 닿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일을 다 마치고 일어서는데 그 사이 잊어 버렸습니다. 모든 것 마치고 일어서는데 나무 가지에 걸어 놓은 갓이 머리에 닿았습니다. 그러자 그는 '허허! 어떤 사람이 여기다 갓을 걸어 놓고 갔네! 그 사람 참 정신 나간 놈 아니면 미친놈일 거야!'라고 말하며 갓을 멀리 던져버렸습니다.
이런 것을 무엇이라고 합니까? 건망증이라고 합니다.
건망증도 종류가 있습니다. 이 이야기처럼 잊어버리는 정도가 심한 병적 상태, 잠깐인데도 기억 못하고 잊어버리는 것을 전진성건망증(前進性健忘症)이라고 하고, 처음에는 일단 기억해내기는 하지만 얼마간 지나면 한참 동안 이것저것 따져야만 생각해내는 것을 역행건망증(逆行健忘症)이라고 합니다. 특히 일정한 것, 특정한 시기에만 나타나는 것 즉 외국어 단어를 여러 번 사전에서 찾았는데도 찾을 때뿐이고 다음에 필요해서 생각하면 알 것 같으면서 잘 생각이 나지 않는 경우 국한성 건망증이라고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잊고 사는 일이 많습니다. 잘 잊는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람이 모든 걸 기억하고 산다면 아마 머리가 아파 고통이 클것입니다.
에빙하우스(Ebbinhaus)는 무의미한 철자 1,200개를 통하여 사람들이 얼마나 오래 동안 기억하는 가를 시험해 보았습니다. 한 시간이 지나자 55.8%를 잊었고 하루가 지나자 66.3% 한 달이 지나자 78.9%를 잊더라는 것입니다. 설교를 듣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이 이런 속성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기념일을 만들어 그날을 기억하고 지킵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결혼기념일, 생일, 열반기념일 등입니다.
원불교 기념일에는 4축2재(신정절, 대각개교절, 석존성탄절, 법인절, 육일대재, 명절대재)가 있습니다.
우리가 기념일을 기억하고 지키는데는 몇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Ⅰ. 법신불 사은의 은혜 속에 살고 있음을 생각하며 살라는 것입니다.
은(恩)자와 사(思)자의 뜻은 근본(因)을 심는 마음과 밭(田)을 일구는 마음이며 심신간 가장 큰 일이 은(恩)이고, 심신간 가장 성실해야 할 일이니 사(思)라는 뜻입니다.
영어로도 thank와 think는 한 글자 차이고 생각하는 말에서 고맙습니다는 말이 나왔다고 합니다.
생각하면 모두가 ‘고마운 일이다.’는 것을 먼 옛날부터 알았던 것입니다.
1. 대부분 사람들이 생일과 결혼기념일 그리고 열반기념일 등을 지키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말 그대로 기념하기 위해서입니다. 기념이라는 말은 우리말 큰 사전에서는 "뜻깊은 일을 잊지 않고 생각함"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은혜 속에 살고 있습음을 잘 잊고 살기 때문에 기념일을 정해 이날만은 정말 온전히 감사하며 불공하고 살자는 것입니다.
우리 교도들이 신정절 대각개교절 석존성탄절 법인절 육일대재 명절대재 등의 기념일을 지키는 뜻은 무엇일까요?
1) 경축에 대하여
경축에는 정례 경축과 수시 경축이 있나니, 정례경축은, 신정절 . 대각 개교절 . 석존성탄절 . 법인절의 사대 경절이요, 수시 경축은 교당의 낙성, 사업 기관의 창설 확장, 교단적 특별 사업의 완성, 유공인의 합동 회갑, 법훈장 . 연화장 등의 수여, 교단적 특별 공로자의 표창, 교단적 특별 여행의 송영 등을 전 교단적 혹은 지방적으로 경축하는 것이니, 이는 모두 제도 사업을 위하여 그 근원이 되고 발전이 되는 것을 경하하며, 전도의 양양함을 헌축하는 동시에 그 공덕을 찬양하자는 것이니라.
⑴신정절은 1월 1일에 법신불과 사장(師長)에게 세배를 올리고, 동지간에 서로 인사를 교환하며, 과거 일년을 결산하고 새 해의 계획을 세우는 동시에 양양한 전도를 헌축하는 경절이니,
⑵대각 개교절은 4월 28일에 대종사의 대각 성도와 탄생일을 기념하며, 본교의 개교와 교도의 공동 생일을 겸하여 우리 회상의 근원이 되는 날로 이를 헌축하는 경절이니
⑶석존 성탄절은 4월 8일에 본교의 연원불이신 서가모니불의 탄생을 헌축 하례하는 경절이니
⑷법인절은, 8월 21일에, 우리 회상의 구인 선진(先進)이 백지 혈인(白指血印)의 법인 성사(法認聖事)로써 본교 창립 정신의 표준을 보여 주신 것을 기념 경축하는 경절이니
2) 대재는
대재는 대종사 이하 본교의 모든 조상을 길이 추모하여 정례로 합동 향례를 올리는 것이니, 이는 곧 추원 보본(追遠報本)의 예를 실행하는 바로서 해마다 두번 행례하되, 6월 1일 「육일 대재」와 12월 1일 「명절 대제」에 대종사를 위시한 역대 선령 열위를 영모전에 공동 향례하여, 모든 교도로 하여금 마음을 이에 합하며, 정성을 이에 바치며, 위의를 이에 갖추어서 법계 향화(法系香火)가 한 없는 세월에 길이 유전 하게 하자는 것이니라.
Ⅱ. 은혜 입었음에 감사하며 불공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우리는 법신불 사은의 은혜를 기억하며 감사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자기 잘난 줄만 알고 사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러니 감사가 많이 부족합니다. 아이에게 아버지가 어려웠을 때 먹을 것이 없어 굶은 이야기를 하면 왜 라면 먹지 그랬냐고 반문하듯이 물질의 풍족함을 당연한 내 것으로 아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어느 대학교 화장실에 이런 낙서가 적혀 있었다고 합니다.
"신은 죽었다(니첼). 너는 죽었다(신). 걸리면 니네 둘 다 죽는다.(청소부 아줌마)"
부자는 배가 불러 감사함을 잊고, 가난한 사람은 배가 고파 고마움을 잊고, 배운 사람은 조금 배운 지식에 자만하고, 무식한 사람은 몰라서 자기 맘대로고, 그래서 파란고해에 들어가 헤매며 살게 됩니다.
권력과 돈과 힘이 있는 자에게는 머리를 숙이지만 법신불전에 들이는 감사 불공에는 인색합니다. 이유가 늘어납니다.
괴테는 "이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인간은 감사할 줄 모르는 인간이다."이라고 했습니다.
(1)평안하다고 법신불 사은의 은혜를 잊지 마십시오.
우리 중생은 조금 평안해 지면 은혜를 잊습니다.
‘개구리 올챙이적 시절 잊는다, 일 보러 들어갈 때와 일 보고 나올 때가 다르다.’는 말이 있습니다.
요즈음 정치인들 중에는 선거할 때 두 손으로 붙잡고 감사하고 고맙다 인사하고 조아리다가 당선되면 당선사례 붙여 놓고 그걸로 그만인 사람들이 많습니다.
감사한 삶이라는 것은 결국 은혜 받은 때를 생각하며 은혜에 보답하는 삶입니다.
(2)아무리 어렵더라도 불평하지 말고, 법신불 사은의 은혜를 생각하며 불공하는 삶을 사십시오.
작은 일에서 고마움을 찾고 일상에서 감사생활을 하십시오.
그러면 구체적으로 우리가 어떻게 감사하며 살아야 할까요?
정신, 육신, 물질로 보시를 하며 살아야 합니다.
정신으로 보은불공하는 길은 무엇입니까?
육신으로 보은불공하는 길은 무엇입니까?
물질로 보은불공하는 길은 무엇입니까?
①빚을 내어서가 아닙니다. 복 받은 대로 입니다.
②무작정이 아닙니다. 네 힘을 헤아려서입니다.
③억지로가 아닙니다. 무상보시입니다.
"촛불을 보고 감사하면 전등불을 주시고, 전등불을 보고 감사하면 달빛을 주시고, 달빛을 보고 감사하면 햇빛을 주시고, 햇빛을 보고 감사하면 낙원에 이르게 됩니다." 불전에 공양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이고 감사한 일입니까?
Ⅲ. 이웃과 함께 즐거움을 나누는 감사의 날이 되어야 합니다.
⑴ 모두가 함께 감사드리는 날이어야 합니다.
①나와 온 가족이 함께 감사하는 날이어야 합니다.
②주인과 직원들이 함께 즐거워하고 감사하는 날이 되어야 합니다.
③가난한 사람과 외로운 사람들과 함께 즐거움을 나누는 날 입니다.
⑵ 이웃과 함께 감사하며 살아야 합니다.
앞으로 인류에게 다가올 심각한 문제 중의 하나는 무엇이겠습니까? 부의 불균형입니다.
사상 최대 호황이라는 미국민 2천5백만명이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다고 합니다. 주식시장 활황에 따른 소득 증가분의 90%는 최상위 10%에 돌아간다고 합니다.
독일의 경제사회학자 마르틴과 하랄트 슈만은 "세계화"가 결국은 "20대 80"의 사회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울한 경고를 하고 있습니다. 자본가를 포함한 20%만이 국경을 넘나들며 진보와 자기실현을 할 수 있을 뿐 나머지 80%는 실업이나 불안정한 고용상태에서 20%가 생산하는 부에 종속되어 살 수밖에 없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것입니다.
유엔 개발 계획의 최근 발표에 의하며 '세계갑부 3인(빌 게이츠. 워렌 버핏. 폴 앨런)의 재산이 개도국 43개국의 GNP보다 많고' 세계 최부국 5개국의 평균소득이 최빈국 5개국 소득의 74배나 된다고 합니다. 선진국 부유층 20%가 전세계 소득의 8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점점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함께 즐거워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한계가 있겠지만 최선을 다하여 어려운 사람과 함께 하여야 합니다. 모두 다 생활이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하는 것입니다.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함께 살아야 합니다.
오래전 한 집에 욕심 많은 노인과 마음씨 착한 머슴이 살고 있었습니다 동이 트자 땔감을 구하기 위해 산으로 향하는 머슴의 모습을 지켜보던 주인이 "저 녀석이 산에 가서 빈둥거리며 놀기만 할지도 모르니 오늘은 뒤를 한번 밟아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산중턱쯤 머슴을 좇던 주인이 숨이 차고 다리가 아파 걸을 수가 없었습니다. 도저히 더 이상은 안되겠다고 생각하고 발길을 뒤로 돌리려는데 갑자기 곰 한마리가 나타나 기겁을 하고 달아나려했지만 몇 발자국 가지 못해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눈앞에서 하얀 이를 드러내며 바라보는 곰을 보는 순간 빌고 또 빌었습니다. "목숨만 건질 수 있게 해 주신다면 어떤 욕심도 부리지 않겠다고∼"
그 순간 "퍽"하는 소리와 함께 곰이 기우뚱하며 쓰러졌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언제 달려왔는지 하인이 곰을 도끼로 내려친 것입니다. 곰을 잡은 머슴과 주인은 다리를 절며 마을로 내려왔습니다. 얼마 후 다친 몸이 나은 주인은 기분이 좋아 그 곰의 가죽을 벗겨서 장터로 나갔습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그의 얼굴은 어두웠습니다. 주인은 집에 들어서자마자 머슴을 불렀놓고 소리쳤습니다. "이놈아! 도끼자국 때문에 채 반값도 못 받았지 않았느냐?"
욕심을 놓고 감사하며 은혜를 나누며 사는 지혜와 자비심을 가진 불자가 됩시다.
대불공은 감사생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