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식 한자 읽기

[김인환]

- 091207 (월)

-  불교식 한자 읽기 - 불교이야기 (4)

사람들은 보통 교회나 성당을 일부러 찾는 일은 별로 없는데 불교사찰은 요즘이야

도시 속에도 많이 자리 잡고 있긴 하지만 통상 경치가 좋은 곳에 위치해 있고

또 볼만한 문화재들이 많이 있으며 항상 개방되어 있어서 꼭 불교신자가 아니라도

찾아가게 되고 저도 불교신자는 아닌데도 어릴 때부터 절에만 가면 마음이 편안해

지고 무언지 모를 신비한 기운에 싸이는 분위기가 좋아서 갔었는데 요즘에는

문화재를 찾는 목적으로 자주 갑니다.

학교 다닐 때에는 소풍 장소로도 많이 이용되었었지요.

옛날 깊고 높은 산속으로 어떻게 건축 재료들을 운반했는지 생각할수록 참으로

굉장하다고 느껴지는데 통상 절들은 바라보는 경치가 좋은 곳에 있지만 최근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 “남양주시 운길산 수종사” 같은 경우는 절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또한 너무 멋있어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 “서거정(徐居正)”의 “수종사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는 해동제일(海東第一)이다”.

앞으로도 불교이야기를 몇 차례 더 하면서 혹시 절에 가셨을 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올릴 터인데 오늘은 그중 “한자읽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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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늘 올리는 글은 그저 한번 읽으시기도 힘드실 텐데 그냥 넘어 가시는

것이 나을 정도로 좀 재미없어서 민망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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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불교용어나 불교 경전에서의 한자 읽기

불교는 인도에서 중국으로 전래되어 인도의 산스크리트어를 중국의 한자로 옮기는

과정에서 될 수 있는 대로 당초의 발음을 살리려다 보니 평소 잘 쓰지 않던 글자가

많이 들어가게 되고 또한 원래의 한자가 가지고 있던 뜻도 달라져서 보통 사람들이

알고 있던 발음과 뜻이 많이 달라서 헷갈리는 경우가 많은데요.

불교에서는 될 수 있는 대로 “경음(硬音)”과 “격음(激音)”을 피하고 또 음이

분절되지 않고 부드럽게 물 흐르듯이 읽고 독송(讀訟) 하기 위하여 자음(子音)을

탈락시키거나 받침을 읽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 경음(硬音) : 된 소리 = ㄲ, ㄸ, ㅃ, ㅆ, ㅉ

* 격음(激音) : 거센 소리 = ㅋ, ㅌ, ㅍ, ㅊ

[ 다음은 비교적 자주 듣는 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 나무 서가모니불(南無 釋迦牟尼佛 - 남무 석가모니불)

 - 나무(南無 - 남무) : 전에 한번 말씀드렸었는데 원래 “나모” 또는 “나마스”를

          음역한 것으로 염불(念佛)할 때 쓰며 ”공경한다, 순종한다, 귀의한다“의  

          뜻으로 ”거룩한 ~~~님 께 귀의하여 믿고 따르겠습니다.“의 의미입니다.

 - 서가모니불 : “석가모니” 부처님을 염불할 때에는 “서가모니불”이라고

         부드럽게 읽어서 다음 말을 잇는 데에 거침이 없게 하는데 “서가~”는

         원래의 “샤카족-석가족”의 발음과 비슷해서 의미 있지요.

* 초파일(初八日 - 초팔일) : “4월 초파일”, 부처님 태어나신 날

* 시방(十方 - 십방) : 온 세계, 온 누리

* 보시(布施 - 포시) : 자비로운 마음으로 조건 없이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것.

* 보리(菩提 - 보제) : 불교에서 최상의 이상(理想)인 깨달음을 얻는 지혜

                           또는 그곳에 도달하는 길

* 반야(般若 - 반약) : 참다운 지혜

* 바라밀(波羅密 - 파라밀) : “최고”라는 뜻으로 부처(깨달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꼭 알아야 할 덕목.             

* 다라니(陀羅尼 - 타라니) : 불교수행자들이 정신집중의 상태에 이르기 위해 외우는

        신성한 글귀, 주문(呪文), 진언(眞言) 등을 말하는데 경전이란 뜻도 있지요.

* 도량(道場 - 도장) : 불교를 수행하는 장소. 건물의 유무와는 관계없습니다.

          ➜ 도량(度量) : “너그러운 마음과 깊은 생각”이라는 말과는 다릅니다.

* 사바세계(裟婆世界 - 사파세계) : 현세(現世), 우리가 살고 있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지금의 세상

* 염화시중(拈華示衆 - 념화시중) : 어느 날 부처님이 대중에게 연꽃을 들어 보이자

           아무도 무슨 의미인지 모르고 말하지 못 했는데 “가섭”만이 짧은

           미소를 보여서 그 뜻을 알아챘는데 ”염화미소(拈華微笑)“라고도 하며

           즉, ”이심전심(以心傳心)“ 이지요.

        # “拈”은 “집을 념”의 뜻인데 “점”이라고 읽기도 합니다.

        # “염화”는 “拈華”와 “拈花”를 둘 다 씁니다.

* 마하가섭(摩詞迦葉 - 마사가엽)

 - 마하(摩詞 - 마사) : “위대한, 뛰어난, 많은”이라는 뜻인데 말이나 경전이나 사람

        이름 앞에 붙여서 공경하는 의미입니다.(반야심경 =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 가섭(迦葉 - 가엽) : 부처님의 제3제자이며 선불교(禪佛敎)에서는 제1대

                      조사(祖師)로 모시는데 유명한 “염화시중의 미소”가 있지요.

        # “葉”은 “잎 엽” 또는 “고을이름 섭”이라는 뜻과 읽기입니다.

* “반야심경”이 나왔으니 유명한 그 경전의 마지막 “진언(眞言)” 부분을 봅니다.

 -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

   (揭諦揭諦波羅揭諦 波羅僧揭諦 菩提裟婆詞 - 갈체갈체파라갈체 파라승갈체 보제사파사)

   = 가세 가세 피안(彼岸)으로 가세 우리함께 피안으로 가세

     피안에 도달 하였네 아~ 깨달음이여 영원하여라

   ➜ 불교에서 진언을 외울 때에는 항상 세 번 반복합니다.

   ⇒ 여기서 “아제(갈체-揭諦)”에서의 “갈”은 “게(높이들 게 : 게시-揭示,

     게양-揭揚)” 또는 “걸”이라고도 읽는데 한자찾기에서는 “게”에서 찾습니다.  

   ⇒ 또한 “반야심경”에는 저도 그 뜻을 잘은 모르겠는데 사람들이 즐겨

      인용하는 다음의 말이 들어있지요.

       “ 색불이공(色不異空), 공불이색(空不異色),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 “

   ⇒ 1989년 상영되었던 임권택 감독 / 국민여배우 강수연 주연의

      “아제아제 바라아제” 라는 영화가 있었지요.

2. 우리 일상생활에 녹아들어 있는 불교용어

우리나라에서는 불교가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들에게 가까워서 당초 불교 용어가

우리의 일상용어로 그대로 쓰이기도 하고 또는 변형되어 쓰이기도 하며

또한 마을 이름이나 산 이름 등에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 그 말들을 대강 살펴보면 ]

(1) 본뜻과는 전혀 다르게 쓰이는 것

  예(1) : 이판사판(理判事判) -- 이 말의 뜻은 아마 모두들 아실 듯 한데요.

           불교에서 스님은 “이판(理判)”과 “사판(事判)”으로 나뉘는데요.

           “이판”은 참선, 경전공부, 포교 등 불교의 교리를 연구하는 스님인데

           “공부승(工夫僧)”이라고도 합니다. “사판”은 절의 “산림(山林)”을 맡는

           스님으로 절의 생산에 종사하고 절의 업무를 꾸려 나가고 사무행정을

           맡는 스님으로 “산림승(山林僧)”이라고도 합니다. 여기서 “산림”이란 절의

           “재산관리”를 뜻하는데 다른 말로는 “산림(産林)”이라고 쓰기도 합니다.

           우리말에 “살림을 잘 한다”라는 말은 여기에서 유래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요즘에 와서는 “수계산림(受戒山林)”, “법화산림(法華山林)”,

           “화엄산림(華嚴山林)”과 같이 일정한 기간 동안 어느 한 분야를

           집중공부해서 지혜와 공덕을 쌓는 “불사(佛事)“를 뜻합니다.

           절에서 “이판”과 “사판”은 어느 한 쪽이라도 없어서는 안 되는 상호관계

           이며 “이판승”이 없으면 부처님의 지혜광명이 전해질 수 없고

           “사판승”이 없으면 절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양쪽을 모두 겸하는 스님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조선시대 “억불숭유(抑佛崇儒)”의 상황에서는 “이판”이 되었건

           “사판”이 되었건 마지막이다 그런 뜻으로 쓰여 진 것이지요.  

  예(2) : 야단법석(野壇法席) -- 지금은 “惹端法席”의 의미로 쓰이지요. 

            법당 안에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모이면 야외에 단을

            만들어 법석을 차리고 대중들에게 설법을 하는데 이럴 경우 떠들썩하고

            우왕좌왕하고 시비하는 모습이 보이는 것을 말합니다.

            원래 부처님 살아계실 때부터 있었고 요즘도 가끔 “야단법석”을 차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요즘의 “공개강연”이나 마찬가지이겠지요.

       - 그런데 어느 분이 “불교는 이판사판 야단법석이다”라고 하시던데.....

  예(3) : 투기(投機) -- 당초에는 “기(機)가 투합(投合) 했다”의 뜻이었는데

                              왜 “부동산투기”로 바뀌었는지 모르겠군요.

(2) 본래의뜻은 남아 있으나 좀 애매하게 쓰이는 것

  예(1) : 아비규환(阿鼻叫喚) -- 요즘 우리는 차마 눈뜨고 보지 못할 참상을

            “아비규환”이라고 말하는데 이는 원래 불교에서 말하는

            “아비지옥(阿鼻地獄”과 “규환지옥(叫喚地獄)”을 뜻합니다.

            이들 지옥에서는 “지장보살”을 믿고 따르면 ”지장보살“의

            자비에 의하여 벗어날 수 있다고 합니다.

  예(2) : 무진장(無盡藏) -- 요즘 우리가 말하는 “무진장”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엄청나게 많음”을 말하고 있는데 원래 불교에서 온

            말로서 “세상에 나서 먹고, 자고, 떠들고, 가고, 오는 모든 행위들의

            생성원리가 실로 헤아릴 수 없음”을 뜻하는데 또 한편으로는 “이러한

            중생을 돕고 이롭게 하는 것"을 말하니 곧 “자비사상”과 연관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3) 불교를 업신여기거나 비방하려는 것, 이것은 주로 속담에 많습니다.

  예(1) : “십년공부 도로 아미타불” -- 그런데 이 말에서 “도로”를 “거꾸로”나

                   “또다시”라는 우리말이 아니고 한자말 “도로(徒勞)”를 쓰면

                   그 뜻이 훨씬 실감이 납니다. 

 예(2) : “수리수리 마수리~~~ 얍!!!”

       -- 원래는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입니다.

      즉,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修理修理 摩詞修理 洙修里 娑婆詞)”는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이라고 해서 일반인들도 ”반야심경“, ”금강경“과

      함께 많이 읽는 ”천수경(千手經)“의 맨 앞에 나오는데

      “거짓말과 아첨하는 말과 이간질하는 말과 욕설을 하는 입을 깨끗이 하고

      성스러운 경전 읽기에 들어가겠다“라는 ”진언“으로 굳이 뜻을 알아보면

      ”길상(吉祥)하신 존자(尊者)시여, 길상(吉祥)하신 존자(尊者)시여, 지극히

       길상(吉祥)하신 존자(尊者)시여, 원만하게 성취 하소서“의 뜻이랍니다.

    * 불교경전에 나오는 “진언”에 대한 “한자표기”나 뜻을 알아보려는 것은

      그다지 큰 의미가 없는 듯 보이고 그냥 외고 부르는 편이 낫습니다.     

  예(3) : “아사리(阿闍梨)” -- 원래는 중들에게 몸소 덕행을 가르치는

                                     “훌륭한 스승님“이라는 뜻이었는데 지금은

                                     ”아사리판“이라고 해서 ”난장판“을 말하지요.

          * 여기 한자의 “闍”는 “사” 또는 “도”로 읽는데 “도”에서 찾습니다.

[ 다음은 그냥 순서 없이 일상에서 쓰이는 불교용어를 늘어놓는데

  뜻풀이는 생략합니다. ]

감로(甘露), 건달(乾達), 걸망, 고생문(苦生門), 곡차(穀茶), 공부(工夫),

극락세계(極樂世界), 대장부(大丈夫), 대중(大衆), 도구(道具), 인연(因緣), 돌부처님,

동냥(동령-動鈴 : 스님이 시주를 얻으러 다닐 때 요령을 흔드는 모습에서 나온 말),

면목(面目), 말세(末世), 망상(妄想), 바라지(뒷바라지, 음식바라지, 옥바라지 등으로

쓰이지요), 방편(方便), 백팔번뇌(百八煩惱), 부정(不淨) 탄다, 부처님 손바닥

(이 말은 손오공 얘기가 나오는 “서유기-西遊記”에서 나옵니다), 불가피(不可避),

불공(佛供), 비명횡사(非命橫死), 사자후(獅子吼), 산림(山林-“살림”으로 바뀝니다),

삼매(三昧 - “독서 삼매경”으로 쓰이지요), 삼재(三災), 시달림(“시달림”을 받다 -

원래는 불교의 “시타림-尸陀林”에서 나온 말), 시주(施主), 신통(神通),

신통력(神通力), 심란(心亂), 아귀(餓鬼)다툼, 아비규환(阿鼻叫喚), 아사리(阿闍梨),

아수라장(阿修羅場), 업보(業報), 이심전심(以心傳心), 이판사판(理判事判),

안심(安心), 언어도단(言語道斷), 장엄(莊嚴), 점안(點眼), 진면목(眞面目),

찰나(刹那), 참회(懺悔), 출세(出世), 토굴(土窟), 투기(投機), 허공(虛空),

호사다마(好事多魔), 활인불(活人佛) 등 등

[ 지명이나 산 이름 ]

혹시 오해가 있을 수 있어서 별도로 소개하지는 않는데 다음 하나만 말씀드립니다.

- 조계종 “삼보사찰(三寶寺刹)” 중의 하나이며 “5대총림(五大叢林)”의 하나인

  경남 양산에 있는 “불보사찰”이며 “영축총림 통도사”의 경우 통도사를 끼고 있는

  산을 한자로는 “영취산(靈鷲山)”이라고 쓰고 읽기는 “영축산”으로 읽습니다.

  그런데 전남 여수에 있으며 봄에 진달래로 유명한 같은 이름의 산은 한자의 발음

  그대로 “영취산”이라고 읽습니다.

  * 취(鷲) : 독수리 “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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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만대장경도 모르면 빨래판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팔만대장경이나 불교경전을 읽자는 얘기가 아니라 우리문화재를 보시려면

그 뜻과 내용을 잘 알고 보자는 얘기지요.

말이 나온 참에 언젠가 “팔만대장경”에 얽힌 이야기를 한번 다뤄 보겠습니다.

요즘이야 말도 안 되는 것이지만 저는 고등학교 때 여행하면서 해인사에 들러

팔만대장경판을 밖으로 들고 나와서 사진 찍은 것이 있는데 어디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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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주중관]

언제나 선배님의 관심 범위와 박학다식에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오나라 시절에 고구려/백제에 불경이 전해지면서, 오나라 시절의 한자 발음이 우리에게 정형화 되었다고 하더군요.

[김인환]

고맙습니다. 대부분의 불교용어는 한자표기가 통일되어 있는데 아무래도 산스크리트어를 번역하다 보니 같은 단어라도 여러가지로 표기하는 것을 볼 수 있더군요. 뭐 그 표기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책을 읽다 보면 좀 헷갈리지요. 그래서 요즘 불경이나 용어를 우리말로 고쳐 부르는 운동이 일어나던데 좋은 현상입니다. 앞으로도 당분간 불교이야기는 계속 하겠습니다.

[염만승]

역시 대단하시군요. 오랫만에 공부 잘 하였읍니다.

[김인환]

염사장님, 오랜만입니다. 여전하시리라 믿습니다. 뭐 대단한 것은 아니고 평소 불교 관련 이야기나 책을 즐겨 읽어서 올렸는데 우리나라는 불교 관련 이야기나 문화재가 많이 있는데 잘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앞으로도 계속할 예정인데 예를들면 불교측면에서 본 "선덕여왕" 등입니다. 내용이 좀 길어서 고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