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식용개와 애완개의 법적 구분은 우리 전통문화에 역행하는 것이다. 우리 전통문화 안에서 개는 하나의 개로서 존재했던 것이지 식용개나 애완개로 존재한 것이 아니었다. 동양적 생명관, 그리고 우리의 전통적 생명관에서는 동물의 가치가 동물의 용도적 가치를 의미하지 않았다. 인간에게 특별한 가치가 주어지고, 필요에 의해 특정한 용도로 쓰여지는 동물들이 있었지만, 용도는 용도일 뿐 그 용도가 동물에 대한 정의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음식으로 쓰이지 않았던 경우는 물론, 결국 음식으로 쓰였던 경우라 할지라도, 과거 우리 민족의 삶 안에서 개란 같은 음식을 나누는 한 마당 식구(食口), 바로 집개였기에 매일 매일의 일상 속에서 인간과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인간 사회 안에서 다양한 의미를 형성해 왔다. 그것이 바로 우리 민족의 삶 안에서 개의 특수성이며, 이러한 개와 인간의 다양한 상호작용들이 개와 관련한 우리 민족의 문화를 형성한다.
이와 같은 모습은 오늘날 우리 서민들의 삶 안에도 존재한다. 푸근한 정이 살아있는 서울의 옛동네 곳곳에서 개들은 한 동네 식구로 존재하며 그 곳 서민들의 삶 안에서 다양한 관계와 의미를 형성한다. 그 안에는 소위 혈통있는 개들과 혈통없는 개들이 섞여 있으나 그 곳 사람들에게 그런 구별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오히려 그 곳에는 혈통없는 개들이 더 많으며 바로 그들이 서민들의 삶 구석구석을 메우는 존재들이다. 탐욕과 이기심이 아닌 인정과 나눔이 살아있는 뒷골목 삶을 통해 식용개와 애완개를 구분하는 것이 얼마나 빈곤하고 천박한 사고방식인가를 재차 확인할 수 있다.
우리 민족의 생활사 속에서 개와 인간의 관계와 유사한 형태를 띄었던 것이 바로 소와 인간의 관계였다. 우리 조상들은 소를 조력동물로 이용했으나 그런 속에서도 그들과 교감을 이 루었으며, 한 식구로 대했다. 이것이 바로 펄벅여사가 소의 짐을 대신 져주는 시골농부를 보면서 감탄해마지 않았던 한국적인 인간과 동물의 관계였다. 펄벅여사는 이에 큰 감명을 받아서 미국으로 돌아가서도, “한국은 산하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고, 사람들의 마음씨도 너무 곱습니다. 저는 그때 본 가슴 찡한 광경 하나만으로도 이미 한국에서 보고 싶은 것, 봐야 할 것을 다 본 셈입니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그러나 현대의 우리는 소와 관련된 조상들의 전통문화를 이어받지 못하고 있다. 오늘날 소는 오로지 식용으로 사육될 뿐이다. 이와 같은 소의 사육이 소와 관련된 우리 민족의 전통문화를 이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힘들다. 오늘날 소의 사육은 전통문화적 요소를 아무것도 담고 있지 못하다. 더 이상 쌍방의 관계는 없고 일방적 용도만이 존재하는 그것은 전통과는 단절된 하나의 새로운 현상일 뿐이다.
이미 오늘날의 개사육에서도 과거 조상들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교감과 배려의 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개식용이 합법화될 경우 우리의 전통은 결정적으로 재생불능의 상태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그 이유는 합법화를 통해 산업축산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산업축산 하에서는 동물과 관련하여 오로지 식용이라는 단일목적만이 존재할 뿐, 전통적으로 존재해 왔던 인간과 동물 간의 다양한 관계 내지 의미들은 더 이상 중요하지도 않으며 존재할 필요도 없게 된다. 이와 같은 전통문화의 몰락은 이미 산업화된 축산영역은 물론 새롭게 산업축산의 대열에 들어서고 있는 신종 축산영역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2. 산업축산
200여년 전 울타리가 쳐진 지역에서 동물들이 길러지면서 교배와 번식에 대한 인위적 개입이 증가한 이래, 20세기의 초반부터 시작된 농업의 강조점에 따라 사료전환효율, 사육밀도, 유전적 선택과 교배를 통한 성장률의 증가를 통한 투자자본의 효율 극대화 속에서, 50여년 전에는 노동비용을 줄이기 위해 기술의 사용을 크게 증대시킨 현대 공장식 축산방식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다양한 동물복지상의 문제가 발생하였다.
Hodges는 공장식 축산방식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집약적 동물 생산이란 동물을 대규모 사육단위에 넣는 방식으로, 여기서는 대량생산방식이 사용되며, 동물과 자연환경의 접촉이 미미하거나 없으며, 도살까지의 시간이 단축되도록 설계된 방식에 동물을 수용하고 생산비를 절감한다. 이는 동물을 처분가능한 자원으로 다룰 고유한 위험성을 지니고 있는 농업경영방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또한, 70년대 이후 경제의 성장과 더불어 급속히 성장해온 축산업은 초기의 소규모 부업형에서 점차적으로 전, 기업규모형으로 변천해 왔다.
다음은 전체 사육마리수 및 사육농가수, 돼지와 산란계, 육계의 사육규모별 가구수 및 마리수 등 우리나라의 농장동물 사육현황이다 (출처: 농림부):
(2003년 12월 현재)
소 돼지 닭
한, 육우 젖소 산란계 육계
사육마리수 148만 51만9000 923만1000 4835만 1000 4480만3000
사육농가수 18만9000 1만1000 1만5000 15만
가구당 사육마리수: 한육우 7.9 마리, 젖소 49.3 마리, 돼지 605.6 마리, 닭 686.2 마리
사육규모별 가구수 (돼지)
사육규모 1-999 마리 1000-4999 5000-9999 10000 이상
가구수 12,314 2,746 130 52
사육규모별 마리수 (돼지)
사육규모 1-999 마리 1000-4999 5000-9999 10000 이상
마리수 2,525,144 5,057,413 870,827 777,293
사육규모별 가구수 (산란계)
사육규모 1만 마리 미만 1만 - 3만 3만 – 5만 5만 이상
가구수 896 780 264 189
사육규모별 마리수 (산란계)
사육규모 1만 마리 미만 1만 – 3만 3만 – 5만 5만 이상
마리수 5,058,495 13,409,102 9,628,843 20,254,260
사육규모별 가구수 (육계)
사육규모 1만 마리 미만 1만 - 3만 3만 – 5만 5만 이상
가구수 373 495 473 270
사육규모별 마리수 (육계)
사육규모 1만 마리 미만 1만 – 3만 3만 – 5만 5만 이상
마리수 470,875 9,167,780 17,142,430 18,022,080
이와 같은 전통적인 농장동물들은 합법화 이후 시대의 변화에 따라 산업화가 추진된 경우이나, 오늘날에는 본격적인 산업화 추진을 목적으로 새로운 동물들에 대한 합법화가 주장된다. 타조, 오소리, 뉴트리아와 같은 동물들의 경우도 사육을 통한 부의 극대화를 위해 합법화가 도모된 경우이다. 2001년 6월 20일 타조, 오소리, 뉴트리아와 같은 동물들의 산업화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가 축산신문 주최, 한국타조협회, 한국오소리협회, 한국뉴트리아협회 주관으로 농협서울지역본부 대강당에서 개최되었다. 그 자리에서는 이들 동물들에 대한 축산법규상의 가축화와 축산물가공처리법으로의 포함이 최대 현안으로 부각되는데, 이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오늘날 축산 영역에서의 합법화는 곧 산업화를 의미한다. 타조의 경우, 사육농가들은 시장성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 97년부터 사육을 본격화했으며, 수입업체들은 타조가 다이어트 식품으로 수익성이 높다며 농가들에 대량 분양했다.
많은 이들이 오늘날 산업문명과 소비문화의 비인간성, 반생명성에 대해 강한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반성 속에서 공장식 축산방식에 의한 동물사육은 그 방식의 비인도성, 반생명성으로 인해 지속가능한 문명의 한 부분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공장식 축산방식은 인간의 문화가 될 수 없다. 인간의 문화가 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그것이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치 말아야 한다는 것인데, 공장식 사육방식은 동물과 환경에 대한 반생명성, 그리고 그로 인한 인간성의 황폐화로 인해 인간의 존엄성마저 훼손한다는 것이 많은 이들이 공장식 축산방식에 대해 내리는 기본적인 진단이다.
광우병 사태는 가축사육을 산업화·공장화한 현대축산의 문제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영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게 된 원인은 단기적으로 쇠고기의 생산성을 높이려는 의도에서 양과 소의 사체를 사료로 사용했기 때문인데, 반추 초식 동물인 소가 동물성 단백질을 직접 섭취하는 것은 자연계에서는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이렇게 발생한 새로운 위험요인이 산업화, 세계화, 개방화한 식품 시스템을 타고 각종 경로(쇠고기, 부산물 가공품, 동물성 사료 등)를 통해 전 세계로 확산된 것이다.
광우병 사태를 산업화된 축산의 필연적인 결과가 아닌 우연적인 결과로 보는 입장이 있을 수도 있다. 동물의 사체를 사료로 먹이지만 않았던들 산업화된 축산 환경이라 하더라도 광우병은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쇠고기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동물의 사체를 사료로 사용한다는 것은 산업화된 축산 환경에서만 나올 수 있는 발상이다. 전통적 사육방식 하에서는 어느 누구도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따라서 그것은 산업화된 축산의 필연적 결과에 다름 아니다.
공장식 축산방식이 인간의 기본적인 소비 수준과 환경의 지탱 수준, 동물의 신체적·정신적 조건과 능력을 넘어서면서, 인간과 환경과 동물 모두의 건강과 생명에 위협을 가하는 절멸적인 축산방식이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개식용 산업화의 문제점들을 이해하기 위해 이와 같은 문제들을 전반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3. 인간과 산업축산
공장식 축산에서 꼭 필요한 것은 백신과 항생제와 같은 수의약품의 광범위한 투여이다. 그것이 없이는 실내에서 그러한 대규모의 동물군을 사육할 수가 없다. 동물농장에서 항생제 과용의 결과, 항생제 저항 박테리아의 출현이 심각히 우려된다. 이 항생제 저항 박테리아는 동물은 물론, 농장 근로자를 비롯하여 인간의 건강에 위협이 된다.
공장식 축산 환경은 박테리아와 동물질병의 전이에 이상적인 토양을 제공한다. 최근 몇 년 간 공장식 축산업 내에서 구제역, 가금류 살모넬라, 광우병 등 인류의 건강에 위협을 가하는 광범위한 동물질병들이 발생해 왔다. 예전에는 질병이 발병해도 피해가 적었지만, 집단사육은 수많은 농장동물들을 죽이며 축산농가에 막대한 피해를 가져온다.
육류 소비의 증가는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연구에 의하면 일정 정도 이상의 적색육 섭취는 대장암 및 기타 암 질환 위험을 증가시키며, 육류소비와 심장병 사이에도 관련이 있다. 세계암연구기금은 채식 위주의 식생활과 함께 각국 정부가 채소, 과일, 곡류, 줄기, 뿌리, 콩류 등의 식물성 식품의 생산에 주력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다시 말해, 공장식 축산과는 전혀 다른 방향의 식품 정책을 뜻한다.
산업축산은 지역 공동체를 붕괴시킨다. 굳게 결속되어 있던 공동체 농촌을, 개인주의가 만연하는 이기주의 사회로 바꾸어 놓는다. 또한 사육자에게서 농장동물을 복지친화적인 방식으로 사육할 자유를 빼앗아 감으로써 사육자와 농장동물 간의 유대관계와 최소한의 공동체성마저 실종시킨다.
대규모 사육환경에서는 전염병이나 안전사고 발생시 동물들이 때죽음을 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육자의 심리적, 경제적 타격이 어느 축산방식보다도 크다. 게다가 한국은 전염병 대처 상황에서 극단적인 생매장 방식까지 횡횡하는 현실이기 때문에 사육자의 심리적 쇼크가 더욱 심하다.
산업축산은 고기생산을 넘어 수많은 생활용품의 재료 공급으로 이어진다. 이는 광우병과 같은 질병 재앙이 발생할 경우 우리 사회가 완전한 무방비 상태로 위험에 노출됨을 의미한다. 인터네셔널 헤럴드 트리뷴 지는 광우병 공포와 관련하여, 아무리 섬세한 채식주의자라도 담배 필터에서 비누에까지 이르는 광범위한 소고기 관련 제품을 피할 수는 없다고 보도한 적이 있다. 얼마전 우리나라에서는 개를 원료로 한 각종 제품 개발이 시도된 적이 있다.
개의 경우는 기존 농장동물들에 비해서도 그 위험도가 더욱 높다. 대한수의사협회의 한 임원에 의하면, 외국에서는 식용으로 개가 사육된 역사가 없어 개의 식용과 관련한 역학조사가 이루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런 문제에 대한 사전 연구가 없는 상태에서의 식용 법제화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개고기가 건강에 좋다고 할 때 그 말이 내포하는 의미는 매우 협소하다. 오늘날 이 말의 진위 여부는 별도로 하고, 일단 건강은 몸에 국한된 개념이 아니다. 일반인은 건강이란 용어를 사용할 때, 건강이 아니라 질병과 관련된 이미지와 접근방식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으나, 가장 많이 알려진 세계보건기구의 정의도 “건강이란 단순히 질병이 없거나 허약하지 않은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히 안녕한 상태를 의미한다”라고 건강의 본질에 대해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정의에 따르면,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안녕이 무엇을 뜻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건강에 대해 제대로 알기 어렵다. 오늘날 우리는 사회적 안녕과 건강에 대한 이해를 환경과 다른 생명에 대한 논의로까지 확장한다.
4. 환경과 산업축산
토양오염: 제2차 세계대전과 녹색혁명을 거치면서 살충제와 제초제의 사용은 극적으로 증가하였다. 이미 10대 기업에 의해 전세계 농화학시장의 85%가 장악되었으며, 이제 이들은 종자회사와 연계되고 있다. 앞으로 세계는 점점 증가하는 살충제 제초제 저항성 유전자 조작 곡물의 생산을 목격할 것이다. 유전자조작 콩이 문제가 되고 있는 지금, 대부분의 콩은 동물 사료로 쓰인다. 그리고 이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
수질오염: 농장 밖으로 나오는 살충제, 니트로겐과 인 같은 성분들, 오물, 농장 폐기물과 미생물이 땅과 지표수를 오염시키며 수질의 부영향화를 일으키고 독성 폐기물로 인해 수중 생명체가 죽게 된다.
대기오염: 농장동물의 메탄, 화학비료의 이산화질소, 가축 폐기물과 몇몇 화학비료의 암모니아, 에너지/화석연료 소비로 인한 탄산가스 등으로 인해 대기가 오염된다. 이러한 가스들은 대기 온난화, 성증권의 오존 상실, 토양과 수질의 산성화, 부영양화의 원인이 된다.
물 낭비: 육류를 생산하는 데는 비육류와 비교할 때 엄청난 양의 물이 소비된다. 이는 동물에게 먹일 곡물의 생산 및 동물이 소비하는 물의 양으로, 이로 인해 관개용 수자원이 고갈되고 지하의 수자원이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
에너지 낭비: 동물사료용 곡물 생산과 대량도살을 위해 동물들을 실어 나르는 데 다량의 화석연료가 사용되며, 냉동육류의 전세계적 유통과 보관을 위해 막대한 에너지가 소비된다. 공장식 축산은 전기에 의한 자동급이, 난방, 통풍, 분뇨처리시스템에 의존하는데, 이는 특히 전기공급이 불안정한 지역에서 주민들과 분쟁을 일으키는 등 지속가능한 방식이 못 된다.
산림벌채와 토양침식: 동물사료를 위한 곡물의 단작과 목초지 조성을 위해 땅의 사용이 급증하며 토양의 침식이 가속화되었다. 1960년대 이래 중앙 아메리카 숲의 25% 이상이 목초지 조성을 위해 벌채되었다.
식량문제: 농장동물들은 지구상에서 생산되는 곡물의 1/3을 소비하고 있다. 미국에서 농장동물이 소비하는 곡물은 4억의 인구를 먹여살릴 수 있는 양이다. 제3세계 국가들의 토지 수백만 에이커는 유럽의 농장동물 사료를 생산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 브라질은 세계 최대 식량 수출국 중의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전체 인구의 1/5인 3200만명 가량이 기아에 시달리고 있다.
생물다양성 손상: 동식물 야생생태계와 서식지에 중대한 손실을 가한다. 농장동물의 경우에는 공장식 축산에 적합하도록 유전적으로 선택된 품종으로 집중된다. 현재 600-4000 품종이 사라지기 직전이다. 이는 동물복지 측면에서도 문제가 된다. 거의 모든 동물이 똑 같은 질병에 걸릴 위험에 처하는 것이다. 불과 몇 가지 품종이 사육된다는 것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농민이 사육하는 동물들이 지역적 조건에 맞게 진화되고 적응되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농장동물 가운데 개량이 많이 이루어진 품종들은 병에도 더 잘 걸리고 수명도 짧다.
개의 경우 특히 문제가 되는 점은 바로 소음공해이다. 대부분의 동물보호소는 소음의 문제로 인해 주변 민가들로부터 끊임없는 진정을 받고 있다. 충남 청양군 정산면 대박리에 위치한 청양보호소의 경우 가장 가까운 30m 거리의 민가는 물론, 700-800m 떨어진 인근 마을까지 소음이 미쳐 주민들의 진정이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동물보호소는 국가에서 책임지지 못하고 있는 사회 문제를 민간에서 떠맡고 있는 형국이기에 소음공해를 이유로 보호소 설치를 무작정 반대할 수 없는 문제이나, 대량사육방식으로 인한 소음공해는 사회문제의 해결 차원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사육방식으로 인해 발생하는 또 다른 사회문제이기에 대량사육방식으로 인한 소음공해는 동물보호소의 소음공해 문제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 청양보호소의 경우 개가 200마리 정도 되는데, 100마리가 있다 하더라도 소음은 여전히 심하다는 것이 관계자의 말이다. 개사육의 경우 비육을 전문으로 할 경우 100마리 이상을 키워야 경제성이 있다는 것이 개사육업자의 말이다. 따라서 만일에 개식용이 합법화된다면 가구당 사육규모는 원리상 최소 100마리는 될 것이고, 실제로는 부의 창출의 위해 사육마리수가 100마리를 훨씬 상회할 것이기에 소음공해의 수준은 상당히 높을 것이다.
5. 동물과 산업축산
5.1. 동물복지
1960년대 중반 영국에서 공장식 축산방식의 실상이 알려지면서 그에 대한 윤리적 반성이 일어난 후, 1980년대에는 동물의 고통에 대한 과학적 접근을 시작으로 농장동물의 복지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본격화되었다. 그동안 과학자들에 의해 행해진 동물복지연구는 크게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관점을 바탕으로 한다:
- 감정: 동물의 복지를 평가하는 데는 고통, 기쁨과 같은 동물의 주관적인 경험이 중요하다.
- 건강: 동물의 생리적 기능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 자유: 동물이 종(種)의 본성 및 자신의 모든 행동유형을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
동물 학대 및 복지에 대한 윤리, 과학적 반성과 함께, 영국 농장동물복지위원회(Farm Animal Welfare Council)에서는 농장동물의 복지 평가를 위해「동물의 다섯 가지 자유」라는 평가틀을 제시했다. 위원회는 사육, 이동, 시장, 도살의 전 영역에서 다음과 같은 동물의 다섯 가지 자유가 고려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현재 동물의 복지를 평가하는 데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기준이다:
1. 배고픔과 목마름으로부터의 자유
- 충분한 건강과 활력의 유지를 위한 신선한 물과 음식 접근 용이성
2. 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
- 우리 및 편한 휴식장소를 포함한 적절한 환경의 제공
3. 통증, 상해, 질병으로부터의 자유
- 예방 및 신속한 진단과 치료
4. 정상적인 행동을 표현할 자유
- 충분한 공간, 적절한 시설, 같은 종(種)과의 어울림
5. 두려움과 불안감으로부터의 자유
- 정신적인 고통을 가하지 않는 환경과 취급에 대한 보장
영국농장동물복지위원회는 이와 함께 훈련, 관리감독을 비롯한 작업자의 관리자적 정신(stockmanship)이 동물복지의 핵심 사항임을 강조한다.
아울러, 영국 농장동물복지 권고안에서는 농장동물복지의 향상을 위해 필요한 다음과 같은 10가지 기본적인 사항들이 제시된다:
1. 편한 사육 시설
2. 언제건 접근 가능한 신선한 물과 동물들의 건강과 활력 유지를 위한 음식
3. 움직임의 자유
4. 다른 동물들, 특히 같은 종(種)과의 어울림
5. 대부분의 정상적인 행동 유형을 표현할 기회
6. 낮 시간 동안의 일조, 그리고 언제건 동물들이 관찰될 수 있도록 조명 구비
7. 동물의 신체에 상해를 가하거나 과도한 압력을 가하지 않는 바닥 설비
8. 상해, 기생충 감염과 질병의 방지 또는 신속한 진단과 치료
9. 불필요한 신체 절단의 금지
10. 화재 발생, 기본적 기계 설비의 고장에 대비한 응급 장치
또한, 오늘날 동물복지와 관련해 새롭게 대두되는 사항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유대 관계의 단절>
축산 환경, 특히 현대의 축산 환경 내에서는 유대관계의 단절이 빈번히 발생한다. 물론, 어미와 자식의 유대관계 단절은 자연 환경 내에서도 발생한다. 그러나 이는 일반적으로 점진적인 과정이다. 반면에, 농장동물들은 주로 갑작스럽게 분리되며, 분리되는 시기를 스스로 선택하지도 못한다. 사람의 경우 이별 또는 사랑하는 이의 죽음은 건강과 복지에 중대한 결과를 미치는 심각한 스트레스 요인으로 간주된다.
<개체 차이와 성격>
각각의 종이 다른 것은 물론, 종(種) 내에서도 각각의 개체가 다르다. 이는 곧 각각의 종을 다루는 방식이 달라야 함은 물론, 각각의 개체를 다루는 방식 또한 달라야 함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평균적인 동물에 맞추어 동물의 집을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동물들이 환경에 대응하는 방식이 다른 점을 감안하여 그에 맞는 설계를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현대와 같은 수천 수만 마리 단위의 사육장 규모에서는 실현 불가능한 일이다.
5.2. 산업축산과 동물복지
공장식 축산방식에는 다른 축산방식에서는 발생하지 않는 고유한 문제점들이 존재하며, 이는 모든 종류의 농장동물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종(種)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문제점들이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축산방식 자체의 결함 때문이다. 물론 대부분의 동물들은 주변 환경에 자기 자신을 맞추어 나갈 수 있는 생명체로서의 기본적인 능력을 지니고 있다. 농장동물들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공장식 축산방식은 농장동물들의 적응능력을 이미 초과한다는 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따라서 공장식 축산방식은 동물들에게 극심한 고통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영국의 농장동물복지단체 Compassion in World Farming의 Joyce D’Silva는 공장식 축산방식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집약적 공장식 축산방식에서는 동물들을 홀로 고립시키거나 인위적인 과밀도 환경 안에서 사육함으로써 동물이 자연적 행동을 할 수 없도록 만든다. 동물들을 사육방식에 맞추기 위한 신체절단이 행해지며 (예: 꼬리절단, 부리절단), 고성장 또는 특별한 육류 생산을 위해 부자연스런 음식이 주어진다 (예: 송아지고기). 대부분의 동물들이 고성장, 고생산을 위해 유전적으로 선택된 동물들이다. 이로 인해 심장질환과 절름발이 같은 심각한 건강, 복지상의 문제가 빈번히 발생한다. 이러한 공장식 축산방식에서 동물복지 수준은 상당히 낮다. 따라서 동물복지 측면에서의 비용이 매우 높다.
공장식 축산방식으로 바뀌면서 발생한 가장 극적인 결과 중의 하나는 동물들의 사회행동과 관련된다. 오늘날 농장동물의 집단규모는 1950년대 이전 집단규모의 수 천 배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농장동물의 복지 측면에서 밀집사육과 대규모 집단의 결과, 집단 내 동물들 사이에 쪼기, 물기, 받기, 쫓아가 공격하기를 포함한 투쟁 행위들이 벌어지면서 동물들 사이에 사망률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를 포함해 농장규모의 증가로 인한 동물을 돌보는 시간의 단축, 과밀도 축사로 인한 호흡성 질환, 동물의 감금과 그에 따른 이상행동, 부자연스런 축사 설비로 인한 동물의 생리적 기능 이상 등과 같은 동물복지상의 문제들이 발생한다.
Bernard Rollin은 공장식 축산방식에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유형의 동물복지상의 책임이 있음을 지적한다:
- 동물들이 생산되는 새로운 고밀도 사육방식에 의한 질병
- 전통적 축산을 특징지었던 동물에 대한 개별적 보살핌의 어려움
- 공간 부족과 단조로운 환경, 사회적 동물의 어울림 결핍에 따른 신체적, 심리적 고통
<안전사고>
공장식 축산방식은 그 사육의 규모가 대규모이기에 대형사고로 이어질 위험성이 높으며 실제로 대형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축산방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육계사육 형태는 계절적인 특성상 겨울철에는 무창계사 형태로 사육을 하게 된다. 연료비 증가 요인과 관리의 용이점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그만큼 안전사고에 쉽게 노출되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항상 겨울철이 되면 각종 안전사고로 인해 농장동물들이 때죽음을 당한다. 안전사고의 유형은 누전차단기에 의한 휀작동정지로 인한 질식사, 병아리 육추시 산소부족으로 인한 질식사, 화재발생에 의한 사고, 계사붕괴로 인한 사고, 열풍기 고장으로 인한 동사, 병아리 수송도중 기온 급강하로 인한 동사, 차량 전복사고로 인한 폐사, 농장 도착 후 하차인원 부족 등 하차 지연으로 인한 동사, 특히 질병하계군이나 계군이 약한 닭들의 수송 도중 추위로 인한 폐사 등 다양하다.
물론 이와 같은 각종 안전사고에 대한 대책이 제시된다. 보조장비를 포함해 기본설비를 더욱 철저히 하고, 시설 점검을 더욱 충실히 하며, 화재발생시 대형화재를 막기 위한 초동진화 소화장비를 사전 구비해 놓고, 풍부한 사육경험을 쌓아 나가는 것 등이다. 기본적으로 산업화를 더욱 철저히 실행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접근방식이다. 그러나 산업화된 사육방식이 대형사고를 불러 일으키는 근본적인 이유는 자동화의 미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동화 자체에 있다. 과거에는 수동으로 모든 것이 가능했으나 현재는 자동화가 되면서 모든 기구들이 전기의 힘에 의해 자동화가 되었고 이에 따른 위험도도 증가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량사육방식 하에서 마련되는 안전사고에 대한 대책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해결책이 아닌 피해의 최소화를 위한 조치일 뿐이다. 결국 대량사육방식 하에서 대형사고로 인한 농장동물들의 때죽음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이란 없다.
<집단질병>
공장식 축산방식이 시작된 이후로 발생하기 시작한 대규모 질병들은 문제의 해결을 위한 계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해결에 이르지 못한 채 반복을 거듭하며 고질적인 농장동물 질병 목록에 오른 지 오래이다. 전통적인 축산방식에서는 발생하지 않았던 현상들이 발생하는데 대해 많은 이들은 그 원인이 바로 공장식 축산방식에 있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집단사육방식은 질병의 발생을 허용하는 정도가 아니라 발생을 촉진시키며 병이 더 빨리, 더 넓게 퍼지게 한다. 공장식 축산방식은 현대화된 시설을 통해 동물들이 다양한 질병들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사육방식이라고 주장되어 왔으나, 결과는 비정상적인 환경에서의 대규모 사육으로 인한 갖가지 질병과 그에 따른 고통은 물론, 사육장에 전염병이 돌 경우 야생 삶의 수천 배를 넘어서는 대규모 죽음이다.
또한, 발병 이전이라 할지라도 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반경 수십 km 이내의 동물군 전체를 죽인다. 물론 질병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대처방식으로 인해 동물의 복지는 극단적으로 손상된다. 발병 이전의 동물들까지 모두 죽이는 것은 필요에 의해 행해지는 일이라 할지라도 (물론 그 필요성이라 하는 것도 질병의 당사자인 동물들 때문이 아닌 산업축산을 지탱하기 위함이며, 심지어 단지 특정 업체의 이익을 위한 극단적 처방일 수도 있지만), 사육규모가 대규모이기에 그 동물들을 모두 다 죽이는 것이니만큼, 때죽음의 근본적인 원인은 병원체(病原體)가 아니라 바로 대규모 사육의 산업축산체제에 있다.
동물의 복지에 대한 고려는 해당 개체의 죽음과 동시에 끝나는 것이 아니다. 죽음을 끝으로 해당 개체의 고통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지만, 죽음의 원인이 축산방식이라면 대규모의 고통을 수반하는 대규모의 죽음은 언제고 다시금 발생할 현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복지 상태에는 다양한 수준이 있을 수 있다. 복지 수준이 매우 높을 수 있는가 하면, 복지 수준이 매우 낮을 수도 있다. 그리고 복지 수준이 극도로 낮을 경우 그것은 낮은 복지 상태가 아니라 사실상 학대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복지에 국한해서 말한다면 산업축산은 극히 낮은 복지 수준의 축산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정직히 말해 그것은 학대 상황인 것이다. 물론 학대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산업축산체제이다.
5.3. 식용개산업과 동물복지
개의 사육 및 소비 현황에 대해서는 조사기관별로 수치의 차이가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전국의 보신탕 업소를 6400곳 정도로 잡는다. 하루 평균 250t의 개고기가 이들 업소에서 판매되며, 개소주용 소비량까지 포함하면 연 10만여t이 소비된다. 규모로 치면 돼지고기(70만t), 쇠고기(36만t), 닭고기(28만t)에 이어 네번째이다. 한편, 보건복지부와 건강원(개소주집)들의 조합인 한국추출가공식품중앙회가 국회 보건복지위 정의화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개는 국내 육류 소비량 순위로 돼지·소·닭·오리에 이어 다섯번째다. 판매처별로는 6천4백84개인 보신탕 판매업소에서 70만2천여마리, 1만6백89개에 이르는 건강원에서는 25만6천여마리가 소비됐다. 국내에서 사육되고 있는 개는 지난해말 현재 2백25만여마리(농림부 추산)로 10마리당 4.3마리가 식용으로 처리됐다.
그동안 일반 음식점에서 밀도살로 팔려온 개고기가 최근 현대적인 체인망에서 판매되는 식품으로 등장한 적이 있다. 최근 외식전문 체인업체인 차이나통상은 지난 97년 경기 분당 신도시 효자촌 먹자골목에 개고기 체인점인「영양육 체인점」1호점을 열었으며, 경기 용인점과 서울 송파점 등 2, 3호점을 시작으로 당 해 안에 경북 구미점 등 전국 20여곳을 잇따라 개점할 계획이라는 말과 함께, 현대인의 입맛에 맞는 개고기 음식을 개발, 한국형 외식산업으로 본격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타조 등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개식용 합법화를 통해 본격화될 현상은 개고기 산업화이다. 그리고 개고기 산업화를 통해 등장하게 될 축산 형태는 바로 대규모 사육이며, 대규모 사육을 지탱하기 위한 공장식 축산방식이다.
개식용이 합법화될 경우, 개고기에 대한 수요가 개고기에 대한 공급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개고기에 대한 공급이 개고기에 대한 수요를 지배하기 시작할 것이다. 시장경제체제에서 개식용이 합법화됨으로써 식용을 위한 개의 사육은 본격적으로 부의 축적을 위한 수단이 될 것이다. 개고기를 통한 부의 축적을 위해서 개는 필요 이상으로 과잉사육될 것이며, 이는 개고기에 대한 수요의 규모를 훨씬 초과할 것이다. 그러나 소비의 증대를 위해 식용개 사육업자들은 다양한 소비대책을 마련할 것이며 이를 통해 소비의 규모 또한 증대될 것이다. 이에 따라 수요와 공급 쌍방의 요청에 의해 개의 사육방식은 결국 공장식 축산방식을 채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쌍방의 증대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규모의 생산을 하기 위해서는 공장식 축산방식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영국 농장동물복지위윈회의 동물의 다섯 가지 자유 기준에 따라, 관련자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현재 식용개 생산 실태가 동물복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배고픔과 목마름으로부터의 자유
현재 식용개 사육장에서는 개에게 물이 잘 안 주어지며 심지어 개에게 물을 전혀 안 주는 곳도 있다. 물을 안 먹으면 사료 먹는 양이 줄어들고 기운이 없어지면서 운동량이 줄기 때문이다. 음식은 비용이 싸게 드는 짬밥과 사료를 주는데, 짬밥은 온갖 양념과 마늘이 섞인 것을 끓인 일명 빨간밥으로 소화기관에 부담을 주며 영양가는 없다.
2. 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
밀폐된 공간의 케이지(일명 뻥개장) 사육 형태가 많다. 케이지는 활동성이 강한 개의 본성에 위배된다. 자연축산방식 같이 별도의 휴식공간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며, 실내/실외 공간 이동과 선택의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다. 케이지 안의 개들 사이에 존재하는 권력관계로 인해 따돌림당하는 개가 발생하며, 아프고 약한 개는 구석에서 소외당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육장의 대부분은 낮에도 빛이 잘 안 든다. 혐오시설이므로 케이지 사방을 가리고 있으며, 하우스 등 실내인 경우가 많은데 조명시설 또한 제대로 구비되어 있지 않다.
3. 통증, 상해, 질병으로부터의 자유
주로 다리나 얼굴에 상처가 많다. 이는 케이지 안에 같이 엉켜 있으면서 자신의 이빨이나 발, 옆에 있는 개들과의 접촉, 그리고 케이지와의 마찰 때문이다. 또한 많은 경우 케이지 바닥이 철망이므로 그로 인한 발바닥 기형이 많으며, 피부질환과 설사, 배설물을 지리는 경우가 흔하다. 도살을 위한 이동시 케이지를 취급하는 방식이 매우 열악하여 개의 다리가 부러지기도 한다.
4. 정상적인 행동을 표현할 자유
케이지 공간은 1평방미터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케이지 안의 개체수는 일정하지 않고, 도살주기가 빨라 개체의 유동 또한 빈번하다. 케이지에 수반한 적절한 시설은 따로 없다. 케이지 사육 내지 개별적으로 목줄을 한 사육 상태에서 같은 종(種)과의 자연스런 어울림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도살을 위한 이동시에는 케이지 내 개의 수가 더욱 증가된다.
5. 두려움과 불안감으로부터의 자유
식용개 사육장의 개들은 공포, 쇼크, 탈진 상태가 일반적이며, 개를 취급하는 태도는 도살업자들이나 사육업자들의 개인적 특성에 따라 다른데, 일부러 개에게 겁을 주고 욕을 하며 폭력적으로 대하는 경우, 무심한 경우, 친근하게 대하는 경우 등 그 행태가 실로 다양하며, 다른 개들이 보는 앞에서 도살이 행해지기도 한다. 다양한 유대관계의 단절로 인한 고통 역시 일반적인 상황이다.
<훈련, 관리감독을 비롯한 작업자의 관리자적 정신(stockmanship)>
현재의 식용개 사육 및 수송, 도살 현실은 한마디로 심각한 동물학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개고기 합법화를 통해 이런 문제가 개선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들 문제는 합법화 여부와는 관계가 없다. 이들 중에는 지금과 같은 비합법화 상황에서도 얼마든지 개선될 수 있는 문제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선이 안 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업자와 당국의 양심과 의지, 즉, 관리자적 정신의 부재 때문이다.
동물의 복지에서 관리자적 정신이 중요하다 함은 다른 말로 관리행위를 뒷바침할 수 있는 기본적인 의식, 즉 윤리의식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윤리의식은 법적 토양과 생산방식이 바뀐다고 해서 변화되는 것이 아니다. 현 상황에서 보이는 무분별한 행태는 합법화가 된다고 해서 변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사육업자들 사이에 개의 체중을 불리려고 다리를 묶어 키우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짖는 것을 방지하고 감각을 둔하게 해서 살이 찌도록 자전거 타이어 펌프로 고막을 찢는 학대행위가 벌어질 정도로 기본적인 윤리의식이 전무한 것이 오늘의 한국의 상황이다.
따라서 이의 방지를 위한 교육이 중요한데, 한국은 기존의 축산 영역에서도 동물복지 차원에서의 관리자적 정신을 위한 교육이 전무한 국가이다. 바로 관계 당국에 관리자적 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교육과 교육적 성과는 단시일내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교육은 동물윤리와 축산복지 분야의 학문적, 경험적 축적과 그를 바탕으로 한 교육적 노하우를 필요로 하며,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그 성과가 나타나기까지는 또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평균수명>
동물복지에 대한 과학적 접근 중 동물이 종(種)의 본성 및 자신의 모든 행동유형을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는 입장은 특히 동물의 본래적 가치와 기본적 권리에 대한 윤리적 고려와 밀접히 연관된다. 따라서 여기에는 동물이 자연수명을 누릴 권리의 문제도 포함이 된다. 식용개는 대체로 6개월-1년령에 도살된다. 사료효율이 떨어지니 성견에 이르기 전에 도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는 개의 평균수명(15년)의 1/20 에 해당될 뿐이다. 물론 이는 모든 농장동물들의 기본권 문제이기도 하다.
<종견사육>
애견산업의 경우 종견농장에서 대량공급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른 시기부터 어미와 떨어지기 때문에 모유로부터 공급받아야 할 면역체가 없어 평생을 부실한 상태로 지내게 되며, 어미와 새끼의 강제적 분리로 인한 고통 또한 존재한다. 개식용이 합법화된다면 비육견의 대량 공급을 위해 종견농장이 따로 분리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어미-새끼의 분리를 체제화시킴으로써 심각한 복지침해 요인이 될 것이다.
<개체차이>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개의 경우 역시 개체들 사이의 차이가 존재한다. 개의 경우는 특히 반려동물 내지 조력동물로서의 오랜 역사를 통해 이러한 개체들 사이의 차이가 경험적으로 입증이 된 경우이다. 그러나 공장식 축산 상황에서는 개체들 사이의 차이가 무시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복지침해 상황이 만연하게 될 것이다.
동물복지 측면에서 공장식 축산방식이 특히 비난받는 이유는 동물의 행동을 제한하는 비좁은 사육환경 때문이다. 개는 활동성이 강한 동물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욕구 또한 강하므로, 행동의 제한으로 인한 고통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현재 대부분의 식용개 사육방식은 한 공간 안에서 여러 마리를 함께 사육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러 마리의 개를 한 공간에서 함께 사육할 경우, 서열다툼과 먹이경쟁으로 인한 싸움이 심하다. 서열이 정해질 때까지 반복적으로 심하게 싸우며, 서열이 정해진 집단에 다른 개가 들어오면 다시 서열다툼을 한다. 싸움은 배가 고플 경우 더욱 심해지며, 먹이경쟁에 밀려서 죽는 경우도 발행한다. 따라서 1견 1실이 필요하다는 것이 관계자의 말이다.
애견협회의 주장에 의하면, 개는 한 마리당 10평 정도의 공간이 필요한데, 사방1미터 공간의 케이지에서 고통 속에 기르면서 건강한 개로 사육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한편, 미국 동물복지법에서 규정하는 개의 사육공간과 이에 근거한 미국 콜로라도 주의 보호소 설치규정에 의하면 개의 주 거주 공간 계산법은 다음과 같다:
(개의 체장 + 6 inch) ´ (개의 체장 + 6 inch) ¸ 144 ´ 2 = feet 단위의 요구 바닥 공간. 여기서 개의 체장이란 코끝에서부터 꼬리시작부분까지의 길이를 말한다.
1견 1실의 경우, 필요한 주 거주 공간은 다음과 같다:
최소 요구 바닥공간: 6 square feet
최대 요구 바닥공간: 24 square feet
체장 60cm, 체고 40cm인 개의 경우, 6 square feet의 공간이 필요하다. 이는 가로, 세로 각각 3m 66cm 길이의 공간이다.
개가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주 거주공간의 최소 공간 요구량을 체형별로 분류해 보면 다음과 같다:
초소형견: 체고 10 inch 이하 - 4.5 square feet
소 형 견: 체고 16 inch 이하 - 6.0 square feet
중 형 견: 체고 22 inch 이하 - 9.0 square feet
대 형 견: 체고 26 inch 이하 – 12 square feet
초대형견: 체고 30 inch 이하 – 16 square feet
최대형견: 체고 30 inch 이상 – 18 square feet
또한, 필요한 주 거주공간의 높이는 다음과 같다:
최저 요구 높이: 18 inch (= 48cm)
최고 요구 높이: 48 inch (= 1m 21cm)
주 거주 공간 안에 한 마리 이상이 있을 경우, 개가 한 마리씩 늘어날 때마다 최소공간요구량의 1.5배가 늘어야 한다. 그러나, 6개월령 이상의 개의 경우, 한 공간 안에 5마리 이상을 함께 사육해서는 안 된다. 또한, 품종, 성, 연령, 건강 상태 등에 따라 개들을 분리해야 한다.
또한, 별도의 공간에서 운동을 하루 한 번 20분 이상 시켜주어야 한다. 운동 역시 품종, 성, 연령, 건강 상태 등에 따라 그 시간 및 구체적인 운동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그러나 공장식 축산 환경하에서 이러한 조건들의 실현은 불가능하다. 공장식 축산이 기본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최대개체를 최소공간에 수용함으로써 최소비용을 들여 최대이익을 얻는 것이기에, 동물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조차 마련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개식용이 합법화될 경우 결국 개의 사육형태는 공장식 축산방식을 채택하되, 개의 특성상 육계산업과 같은 평사 집단사육방식은 불가능하므로 난계산업과 같은 케이지 사육방식을 채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합법화 이후 전개될 본격적인 산업축산 상황에서 개에게 필요한 만큼의 공간이 보장되는 케이지 사육이란 그 가능성이 희박하며, 케이지 사육 동물에게 필요한 별도의 운동 공간과 시간이 마련된다는 것은 더욱 더 그 가능성이 희박한 것이기에, 케이지 사육방식은 개에게 가장 큰 고통을 주는 사육방식이 될 수 밖에 없다.
합법화를 통해 개의 사육 및 수송, 도살 환경이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은 근거가 없는 주장이다.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합법화를 통해 본격화될 공장식 축산방식은 현존하는 축산방식 중 가장 동물학대적인 축산방식이다. 개식용 합법화는 기존 공장식 축산의 문제점이 종(種)을 바꾸어 재현된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며, 어떤 문제들은 개에게서 더욱 심한 양상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둘째, 합법화를 통해 다소간 개선될 여지가 있는 문제들 역시 축산업자의 관리자적 정신 부재로 인해 그 실현 가능성이 지극히 불투명하다. 한국의 경우 문제의 본질은 생명에 대한 기본적인 윤리의식의 부재이다.
셋째, 상황을 더욱 절망적으로 만드는 것은 정부 당국의 윤리의식 부재이다. 현존하는 동물보호법만으로도 다양한 동물학대행위에 대한 법집행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당국에는 법의 집행 의지 자체가 없다. 이는 업자의 윤리의식 부재보다 더 중대한 문제이다.
넷째, 축산당국의 전문지식 부재이다. 현재 축산당국에는 사육에서 도축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동물의 복지수준을 향상시킬 전문지식도 경험도 없다. 한국의 농장동물복지 관련 전문지식은 서구의 민간 농장동물복지단체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다섯째, 합법화를 통해 본격화될 공장식 축산 환경을 통해 새로운 학대적 생산 방식이 출현하는 것은 물론, 기존의 개별적 학대 행태들이 더욱 확장된 모습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구조적(간접적) 폭력은 개인적(직접적) 폭력을 정당화할 수 있다. 공장식 축산이라는 구조적 악과 폭력 속에서 집단 생매장이라는 잔학상이 어떻게 정당화되는지 우리는 지난 여름 돼지 생매장에 이어 올 겨울 조류 생매장을 통해서도 목격했다.
6. 축산윤리
미국 조지타운대학교 케네디 윤리연구소의 생리학자인 Barbara Orlans는 몇몇 동물실험기관에서 이미 적용 중인 고통 분류체계(Pain Classification System)를 제시한다. 이 간단한 시스템은 윤리적 비용을 0또는 최소치의 A등급에서 최대치의 E등급까지 5등급으로 분류한다. 여기서 고통이라는 말은 통증(pain)과 고통(suffering), 여타의 위해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캐나다에서는 이 분류체계를 침해분류(Categories of Invasiveness)라고 부른다.
비인간종에 대한 점증하는 윤리적 고려에 기초한 생의학 실험의 범주
범주A 범주B 범주C 범주D 범주E
비생명체, 식물, 박테리아, 원생동물, 무척추동물종 척 추 동 물
적은 고통 또는 고통의 부재 다소간의 고통(단기간의 통증) 중대하나 불가피한 고통 의식있는 동물이 참을 수 없는 극도의 통증, 심대한 박탈, 외상, 신체 절단
Barbara Orlans에 따르면 한계 상황에 이르기까지 동물에게 극단의 고통을 가져오기 때문에 실험의 과학적 장점에 상관없이 금지되어야 하는 절차들이 있어야 한다. E등급의 실험은 예상되는 결과의 중대성에 상관없이 상당히 회의적이거나 허용될 수 없는 것으로 간주된다. 이러한 절차들 중 상당수가 국가 정책상 특별히 금지되며, 연방기금 및 미국 농무부의 실험기관자격이 박탈될 수 있다.
이는 동물실험에 해당되는 범주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동물의 고통에 기초한 것이기에 농장동물의 경우에도 적용할 수 있으며, 오늘날의 축산은 사실상 동물에 대한 실험 상황이기에 적용에 문제가 없다. 공장식 축산에 대한 동물복지 측면에서의 평가들에 기초하면 동물의 고통은 범주C를 넘어서서 범주 D와 E 수준에 해당되는데, 범주 D의 ‘불가피한 고통’이 축산의 경우에도 해당될 수 있는 개념인가 하는 점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육식이 반드시 필요한 것인가 하는 육/채식 논쟁은 일단 논외로 치고 육식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공장식 축산방식은 꼭 필요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공장식 축산방식은 범주D를 넘어서는 경우이다. 동물실험의 경우, 범주 D부터는 동물실험의 실행 자체를 재고해야 하는 경우에 해당된다. 공장식 축산방식도 마찬가지이다.
Denis Goulet은 동물 생산과 관련된 윤리적 선택을 위해 다음과 같은 다양한 사항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 동물의 다루는 방식, 번식, 사양, 수용방식, 급이체계, 수송, 도살, 마케팅
- 동물과 인간의 건강, 복지
- 환경, 축산분뇨로 인한 오염, 악취, 야생종과 그들의 서식지 파괴
- 지역 삶의 질과 가난: 대규모 축산방식이 인간 문화의 다양함을 나타내는 지역 삶의 방식을 위협하는가? 대규모 축산방식이 가난한 이들의 기본적 필요에 더 적합하게 땅과 물을 사용하는 대체방식을 밀쳐내는가?
또한,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국제연대의 Terry Gips는 인도적이고 지속가능한 농업의 개념과 그 네 가지 구성요소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 생태적으로 건전해야 한다. 대기와 수질에 대한 주의, 항생제와 살충제의 사용, 폐기물, 야생 생태계에 대한 주의, 물의 사용을 포함한다.
- 경제적으로 실행가능해야 한다. 근대적, 실제로 집약적인 축산은 인도적, 지속가능한 농업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든다. 이러한 감추어진 비용은 국가보조금, 인간의 건강 비용, 동물의 복지 비용, 지역 공동체의 소규모 단위 가족농장의 상실을 포함한다.
- 공정해야 한다. 이것은 모든 개인과 집단이 농업에 완전히 참여할 기회, 농장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관심, 소수의 대기업에 생산이 집중되는 것에 대한 지양을 포함한다.
- 인도적이어야 한다. 동물들을 인도적으로 다루고 돌보아야 한다.
공장식 축산방식을 포함한 근대적 농업방식 전반은 총체적인 측면에서 이미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따라서 전통적인 전(前)근대적 사육방식에 기초한 새로운 후(後)근대적 사육방식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상황이다. 따라서 산업화를 목적으로 한 개식용 합법화 주장은 오늘날 축산의 흐름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개식용이 합법화, 산업화될 경우, 국내적으로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단순히 요식(料食)의 문제가 아닌, 그 차원을 달리하는 근본적이고 광범위한 저항을 받게 될 것이다. 산업축산은 동물운동은 물론 이미 전세계 전지역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는 환경, 생태, 대안운동 흐름의 표적이 된지 오래이다.
7. 대안축산과 식용개산업
기존 축산 영역의 경우, 전통적 축산에 바탕한 대안적 축산을 통해 문제의 해결을 모색하지만, 개의 경우는 대안축산에 대한 고려조차 불가능하다.
첫째, 개의 본성상 불가능하다. 앞서 말했듯이, 개는 투쟁성이 강하기 때문에 한 집단 내에서 여러 마리를 함께 사육할 수 없는 동물이다. 앞서 살펴본 보호소 규정에 준해 개체 수를 극소규모로 유지한다 하더라도, 언제든 죽음에까지 이르는 투쟁 행위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 또한 개의 집단이다.
개의 본성상 대안축산도 불가능하다 함은 사육 뿐만 아니라 이동, 도살 과정을 모두 포함하는 말이다. 대안축산에서는 산업축산의 인도적 도살보다 동물을 위한 배려의 수준이 높다. 대안축산 농민들 중 동물의 공포와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역에 있는 작은 도살장을 이용하거나 농장에서 도살을 실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감성 및 인지능력이 높은 동물에게 있어 엄밀한 의미에서 인도적 도살이란 불가능하다. 사육과정에서 동물의 복지가 보장된다 하더라도 인도적 도살은 불가능하다면 그것은 온전한 의미에서의 대안축산은 아니다.
둘째, 개의 경우 식용으로 본격적으로 사육된 역사가 없기에 대안축산을 시행하기 위해 참고할 만한 데이터가 없다. 기존 축산 영역의 경우, 대안축산을 위해서는 전통적인 자연친화적 사육방식에 대한 풍부한 데이터는 필수적이다. 이러한 전통적 방식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할 때 현대의 개량된 대안축산에 대한 시도도 가능하다. 더구나, 미국의 과학 단체인 국립 연구 자문회의 산하 농업위원회에 따르면, 대안적인 농업은 일반적으로 기존의 농업보다 더 많은 정보, 훈련받은 노동, 시간·생산 단위당 관리 기술을 필요로 한다. 이들은 대안농업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를 시행한 끝에, 대안농업의 발전에는 농업과 환경의 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연구가 필수적이며, 농사 현장에서의 상호작용을 지향하는 현장 연구가 매우 긴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셋째, 대안축산은 사육자들이 수용할 수 없는 방식이다. 개고기 산업화를 도모하는 이들은 그를 통한 부의 극대화를 목표로 한다. 그러나 대안축산은 부의 극대화로 이어질 수 없는 축산방식이다. 대안축산은 적정 규모의 사육과 그를 통한 적정 규모의 소득이 순환적으로 이루어지는 작은 규모의 경제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대안농업에서는 부의 개념이 재검토된다. 인간 삶의 풍요로움에 대한 폭넓은 관심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부를 단지 돈과 관련해서만 측정하는 산업의 관점과는 완전한 대조를 이룬다. 대안농업에서 말하는 삶의 풍요로움이란 땅과 이웃과의 상호의존에 대한 살아있는 경험을 통해 가능한 것이다. 산업축산은 농촌 공동체 해체를 불러일으킨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이다.
넷째, 오늘날 대안축산을 표방하는 이들이 가장 중시하는 것이 바로 산업논리를 넘어선 생명윤리이다. 대안축산이 발생한 토양이 바로 생명윤리이며, 대안축산을 지탱하는 가장 근원적인 원동력 또한 생명윤리이다. 그런데 개식용 합법화 및 산업화는 이미 동물단체와 환경단체 등으로부터 생명윤리 차원에서 비난을 받은 지 오래이다.
정부당국을 비롯해 많은 이들이 이러한 국내외의 생명윤리 메시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왔다. 생명단체들이 전하는 윤리적 메시지는 단순히 개를 목매달아 때려 죽이는 것을 금지하는 정도의 차원도 아니며, 애완개/식용개로 나누어 해결을 보자는 인간중심적 차원은 더군다나 아니다. 기본적인 생명윤리 메시지 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더욱 복합적이고 광범위한 양상으로 나타나는 산업축산의 문제점에 대한 이해가 제대로 될 수 없고, 산업축산의 문제점에 대한 이해 없이 산업축산에 대한 반성이 제대로 될 수 없으며, 산업축산에 대한 반성 없이 산업축산에 대항한 대안축산이 시행될 수 없다.
대안농업은 산업농업의 토대를 이루는 기계론적, 환원론적 세계관과는 다른 세계관에 바탕한다.『모든 것은 땅으로부터』의 저자들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농업이 지속 가능하려면, 농업의 요구는 산업적 모델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일군의 원칙과 구조들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전문가 대신에 전인(全人), 즉 큰 그림의 작은 부분을 따로 떼어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환경과 상호작용을 할 때 반드시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결과들 – 생태학, 경제·사회적 결과들 – 전체를 이해하는 데 관심을 가지는 사람을 키워야 한다.
대안축산이란 단순히 기술력의 차원이 아니기 때문에, 개식용의 산업화를 도모하는 이들이 대안축산을 받아들이려면 산업화의 의지 자체를 포기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현실성이 없는 희망이다. 따라서 이들이 대안축산을 실행하는 것 또한 현실성 없는 불가능한 일이다. 산업화를 추구하는 이들의 끝없는 욕망이야말로 대안축산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8. 생명공학
산업축산 상황 하에서의 갖가지 부작용들은 지금까지의 근대화와 산업화, 진보관에 대하여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함을 일깨워 주고 있으며, 최근 급진행되면서 가축을 유용한 물질을 뽑아 내는 생체 공장으로 간주하고 있는 생명공학과 유전자 조작 문제에 대해서도 많은 시사점을 제공해주고 있다.
공장식 축산방식에 더해 축산생명공학, 즉 농장동물에 대한 유전자 조작은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또 하나의 쟁점이다. 농업생명공학분야에서 축산생명공학을 통해 전통적인 가축개량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것 뿐만 아니라, 특정형질의 개량을 통해 개량효율을 높이며, 기능성 혹은 건강성 축산물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체세포복제기술은 동물생명공학분야에서 새롭게 전개되는 기술이다. 우수한 가축의 체세포를 이용하여 복제가축을 생산함으로서 농장동물의 개량효과와 기간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켜 농업에 적용하고자 한다.
축산생명공학은 바로 농장동물의 산업화가 극대화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생명공학은 상업적 이익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는데, 공장식 축산방식은 생명공학이 상업적 이익으로 연결될 수 있는 가장 좋은 토양이다. 이러한 기술 개발이 설사 인간의 미래를 위해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 할지라도, 경제적 지원을 통해 이런 연구, 기술 분야를 움직이는 사람들의 목적은 바로 이런 이익 산출에 있다.
전통적 방식에 기초해 동물을 사육하는 이들은 농장동물에 대한 유전자 조작에 반대한다. 생명의 질서를 임의로 조작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과학자들은 농장동물에 대한 유전자 조작을 전통적 품종개량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설명하면서 자신들이 생명의 질서를 유린하지 않고 있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유전자 조작은 품종개량이 아니다.
인간이 몸담고 있는 전체 생명계에 대한 숙고 없이 인간의 이익을 논하는 윤리적 단견과 단순히 기계론적, 환원론적 사고방식에 기초한 과학적 호기심, 그리고 부의 극대화를 위한 상업적 이익이 결부되어 오늘날 생명공학을 형성한다.
영국국가윤리위원회보고서에 의하면, 동물실험법 제5조 제4항 “연구 면허의 발급 여부를 결정하는데 있어 국무장관은 면허에 명시되는 연구의 결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해당 동물의 고통과 실험의 이익을 비교해야 한다.”와 관련하여, 벨츠빌(Beltsville) 돼지 의 예를 들면서, 때로는 중대한 이익조차 정당화될 수 없는 경우가 있음을 분명히 밝혔다.
우리는 실험이 해당 동물에게 중대하고 심각한 위해를 입힐 경우, 인간에 대한 실험의 경우가 그러하듯이, 그 실험의 금지를 정당화할 충분한 이유가 성립된다는 점에 동의한다. 심지어 그러한 강한 원칙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예를 들어, 만일 Beltsville 돼지에게 행해진 위해가 이미 예상되는 결과였다면, 그러한 실험은 실제적으로 어떠한 이익이 예상된다 할지라도 금지되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할 것이다.
실제로 Beltsville돼지 실험의 경우는 중대한 이익을 위한 실험도 아니었다. 영국국가윤리위원회의 입장은 그것이 설령 중대한 이익을 위한 실험이었다 할지라도 그와 같은 실험은 용납될 수 없다는 의미이다. 한편, Beltsville돼지의 경우와 같은 고통은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다. 생명공학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미지의 실험분야이기 때문에 대상 동물의 고통에 대해 전적으로 무지한 상태이다. 따라서 동물은 아무도 책임지지 못할 고통의 상태에 노출될 뿐이며, 대상 동물의 수명 또한 폐기물 수준으로 전락하는 바, 이는 생명권에 대한 명백한 유린이다. 영국윤리위원회의 입장은 예측이 불가능한 고통과 때이른 죽음을 기반으로 하는 생명공학 자체에 대한 반성을 함축한다.
유전자 조작은 농장동물과 밀접히 관련되어 시행되기에 축산의 문제임과 동시에 기본적으로 과학적 절차이기에 동물실험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데 한국은 생명윤리법은 물론 동물실험법조차 없는 무분별한 동물실험국가이며, 법을 만든다 해도 관계자들의 타생명에 대한 기본적인 윤리의식이 부족하여 제대로 된 법이 제정되기 어려우며 법이 지켜지기 또한 어렵다. 따라서 특히 한국적 상황에서 생명공학은 농장동물의 고통으로 직결될 수 밖에 없다. 개식용이 합법화될 경우, Beltsville 돼지의 경우와 같이 생산성 증가를 목적으로 개에 대해서도 유사한 성격의 실험들이 무분별하게 시행됨으로써 복지가 더욱 심각하게 침해당할 것임이 분명하다. 이미 국내 모대학 교수가 누렁이와 그레이트덴을 혼합해 보신탕용 초대형 개를 만들려는 시도를 한 바 있다.
9. 위험사회
따라서 한 동물종이 새롭게 산업화된다는 것, 그것도 식용으로 본격적으로 사육된 역사가 없기에 의지할만한 아무런 데이터조차 없는 개라는 동물이 산업화의 대열에 곧바로 들어서게 된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더욱 더 큰 위험 속으로 빠져 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래전부터 농장에서 살아왔던 동물들조차 적응에 실패하고 축산전문가들도 해결에 이르지 못하는 축산방식이 바로 공장식 축산방식이다. 기존의 산업축산 영역에서의 문제점이 다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제까지 산업축산 환경에서 발생한 동물, 인간, 환경 영역에서의 공통적인 문제들만 가정을 한다 하더라도 개고기 산업화는 반드시 막아야 할 상황인데, 개고기가 산업화될 경우 어떤 문제가 추가로 발생하게 될 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으며, 문제가 발생할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역시 아무도 모르고 있다. 산업축산 환경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특징은 그 규모가 대규모라는 점인데, 개를 산업축산의 형태로 사육해 온 사례는 어디에도 없기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참고할만한 선진적 대처방안 또한 없으므로, 문제의 발생은 결국 우리 사회를 파국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 사육규모 200만에 이른다는 오늘의 상황에서도 문제의 발생으로 인한 파장이 클진대, 합법화로 인해 사육 및 소비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상태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우리 사회가 지불해야 할 비용은 예측이 불가능하다.
위험사회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사전 예방 원칙이다. 위험의 평가와 관리에 있어 핵심적 원칙인 사전 예방 원칙은, 미래에 상당한 위험이나 위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그것을 실행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입장이다. 이 원칙은 또한 의사 결정자는 위험으로부터 미래를 보호하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는 단순한 생각이다. 이는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위험의 회피가 의사 결정에 있어 기준이 되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과학적 증거보다 우선하여 행위하는 데에는 사전 예방을 위해 특정한 개발 방식을 철회하고자 하는 의지가 포함된다. 이는 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신념을 다시금 평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전 예방 원칙은 상식적인 신중함과 주의를 의미하며, 이는 복잡하고 불확실한 현대 세계에서 더욱 중요한 덕목이다.
MEGADEATH(극대사망)라는 말은 백만 단위의 사망자를 뜻한다. 이는 원래 전면적 핵전쟁을 염두에 둔 말이지만, 오늘날 이러한 극대규모의 사망은 전세계적 불평등 구조를 통한 영양불량 등으로 인해 전쟁에 의하지 않고도 발생한다. 동물의 경우에는 산업축산 상황에서 극대고통과 극대죽음이 발생한다. 광우병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1995년에만 영국에서 400만 마리의 소가 도살되는 등, 광우병의 경우만 해도 천만 단위의 동물들이 죽음을 당했다. 동물은 물론, 전세계 전국민을 패닉상태에 빠뜨리는 미친 축산방식에 이미 수백만 규모에 달하는 동물종을 더 포함시키는 위험은 절대로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개의 경우는 기존 농장동물들의 경우보다 위험도가 더욱 높다. 우리에게는 새로운 종의 산업축산으로 인한 극대고통과 극대사망을 막을 능력도 없다. 이런 경우에는 그러한 위험이 발생할 만한 행동, 즉, 산업축산의 본격화로 이어질 결정적 터전을 마련해 줄 개식용 합법화를 거부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대처방안이다.
동물복지 측면에서의 위험성은 기본적으로 동물의 감정에 대한 인간의 지식이 너무도 부족하다는 데 있다. 동물인지행동학의 창시자인 도널드 그리핀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가 동물을 다룰 때 그들의 느끼는 다양한 고통에 대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것은 오직 그들의 주관적인 정신 경험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함으로써 가능할 것이다. 이는 크나큰 도전일진대, 우리는 아직 동물의 의식적인 정신 경험에 대해서 너무도 아는 것이 없다. 특정한 상황에서 동물이 얼마나 고통받는가를 측정할 수 있는 과학적 방법이 등장하기까지는 앞으로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렇다면 동물에 대한 이와 같은 지식 부재의 상황에서 인간은 동물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취할 수 있을 것인가? 12인의 과학자, 신학자로 구성된 영국 동물윤리위원회는『동물과 윤리』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동물들에게는 가능할 경우 언제나 의심의 이득이 주어져야 한다… 복잡한 상황 속에서 어떠한 판단을 내리기가 힘들 경우, 동물들에게 의심의 이득이 주어져야 한다.
인류는 개에 대해 어떠한 동물에 대해서보다도 경험적으로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상대적인 지식의 우위일 뿐, 인간 이외의 동물에 대한 인류의 지식은 근본적으로 보잘 것이 없다. 하지만 개라는 동물에 대한 현재의 지식 수준만으로도 인간은 그들에게 닥쳐서는 안 될 상황을 판단할 수가 있다. 그리고 이런 판단이 아니더라도, 인간은 개라는 동물에 대해서조차 아는 것 보다는 모르는 것이 더 많기에, 아직 알지 못하는 다른 고통의 영역, 위험 등에 대한 더 큰 우려를 할 수가 있으며, 더 큰 고통이 있을 것이라는 의심을 할 수가 있다. 그리고 그러한 의심을 바탕으로 동물에게 의심의 이득을 주어, 고통을 줄 만한 행동을 하지 않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인간이 불확실성과 무지에 당면해 취해야 할 정직성이다. 그리고 지금은 과학적으로든 윤리적으로든, 인간에 대해서든 타 생명에 대해서든 이와 같은 위험의 실현을 피해가는 신중함이 가장 가치로운 시대이다.
10. 요약
1. 식용개/애완개 구분은 우리 전통문화에 역행하는 것이다. 우리 전통문화에서는 생명의 본래적 가치를 중시했고, 다양한 관계들을 통해 개를 비롯한 생명 전반과의 문화를 형성해 왔다. 오늘날 반생명적 산업축산을 통해 우리의 전통문화가 파괴되고 있다. 개식용이 합법화될 경우 산업화된 축산 형태를 통해 우리의 전통문화는 또 다시 훼손당하게 당하게 될 것이다. (1장 참조)
2. 공장식 축산은 약품투여와 육류소비의 과다로 인한 인간의 건강에 대한 위협, 질병 사고 발생시 축산농가의 대량 피해, 굳게 결속되어 있던 지역 공동체의 붕괴, 복지친화적 방식으로 동물을 사육할 농부의 귄리 박탈, 식용의 범위를 뛰어넘어 전 생활 영역으로의 위험의 확산을 불러 일으킨다. 식용으로 본격적으로 사육된 역사가 없는 개는 위험도가 더욱 높다. (3장 참조)
3. 공장식 축산은 화학약품, 독성 폐기물, 사육장에서 배출되는 각종 가스로 인한 토양·수질·대기의 오염, 물의 낭비와 다량의 화석연료와 전기 사용으로 인한 에너지의 낭비, 광범위한 동물사료재배와 목초지 조성에 따른 산림벌채와 토양침식, 곡물의 사료 전환 상황에서의 기아와 식량문제, 생물다양성 손상 및 그로 인한 부실한 개체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개 사육의 경우 소음공해의 수준이 특히 심하다. (4장 참조)
4. 공장식 축산은 동물학대적인 축산방식이다. 밀집사육(또는 고립)으로 인한 호흡기 질환 및 집단 내 투쟁 행위와 비정상적 행동, 신체절단으로 인한 통증과 기형, 고생산을 목표로한 부적절한 음식과 유전적 선택으로 인한 만성질환, 동물의 신체 조건과 습성에 부적절한 축사 환경 및 관계의 단절로 인한 생리기능 이상과 스트레스 등 동물의 신체적, 심리적 고통이 극심하다. 오늘날 농장동물은 수명은 극도로 단축되었다. 동물에 대한 개별적 관리가 불가능하며, 대형 안전사고와 집단질병에 쉽게 노출된다. (5장 2절 참조)
5. 개식용 합법화를 통해 본격화될 현상은 개고기 산업화이다. 그리고 개고기 산업화를 통해 등장하게 될 축산 형태는 공장식 축산방식에 의한 대규모 사육이다. 이를 통해 현재의 개사육/도살에서 보이는 학대현상에 기존의 공장식 축산방식에서 발생하던 문제점들이 더해질 것이며, 개의 경우 공장식 축산의 문제점이 부분적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다. 업자와 당국의 윤리의식, 전문지식, 경험의 부재는 현재의 학대상황을 더욱 확장시키고 고착화시킬 요인이다. (5장 3절 참조)
6. 공장식 축산방식 하에서의 동물의 고통은 기본적으로 불필요한 고통이며, 윤리적으로 용납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극심한 고통이다. 또한, 농장 근로자를 비롯한 인간의 건강과 복지, 지역문화와 소농의 보호, 공정 경제의 실현에 반하며, 환경과 주변 야생종 및 그들의 서식처 파괴로 이어진다. 이와 같이 공장식 축산방식은 총체적인 반생명적 축산방식으로 평가받는다. 따라서 개식용이 합법화·산업화될 경우, 국내적으로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이제까지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근본적이고 광범위한 저항을 받게 될 것이다. (6장 참조)
7. 개는 공장식 축산의 해결방안으로 나오는 대안축산에 대한 고려조차 불가능하다. 개의 본성상 축산 단위의 사육 자체가 불가능하며, 식용으로 본격적으로 사육된 역사가 없기에 대안축산을 위해 참고할 전통적 축산 방식의 데이터가 없으며, 대안축산을 구성하고 지탱하는 경제관, 생명관, 세계관은 동물의 산업화를 도모하는 이들의 그것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7장 참조)
8. 축산생명공학은 새롭게 대두되는 또 하나의 쟁점으로, 농장동물의 산업화가 극대화된 형태이다. 축산생명공학을 통해 대상 동물은 예견치 못한 고통과 극도의 수명 단축에 노출된다. 한국의 생명윤리 상황은 더욱 열악하여, 한국적 상황에서 생명공학은 동물의 고통과 죽음에 더욱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개식용이 합법화될 경우 개에 대한 생명공학적 개입이 무분별하게 실행될 것이며, 이미 그러한 시도가 있었다. (8장 참조)
9. 산업축산은 위험도가 매우 높은 축산방식이며, 개의 산업축산은 그 위험도가 더욱 높다. 개식용이 합법화·산업화될 경우, 우리에게는 문제 발생시 그것을 해결할 능력조차 없으며 외부의 선진적 대처방안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동물의 고통에 대한 인간의 지식은 매우 빈약하므로 고통이라는 또 다른 위험의 실현을 피해가는 미덕이 요청된다. 위험을 막기 위해 우리 사회는 개고기 산업화로 이어질 결정적 터전을 마련해 줄 개식용 합법화를 거부해야 한다. (9장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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