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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나를 갈까 하다 하우스 샤워실에서 대충 씻고 아침 먹으러 갔어요. 간밤에 달린 댓글이 기분 좋은 출발을 알립니다. <입금>알림이 뜨면 금상첨화일 테고요. 항공료가 무지막지하게 올라서 이번 달 티켓팅을 서둘러야겠습니다. 트럼프/네타냐후가 이란을 맹폭하고 있는 가운데 금값과 코인이 들락날락 하고 있고, 환율 1500에 코스피 5800인데 정부가 이라크에 이어 러시아산 정유를 산다는 걸 보면 누가 뭐라고 하든 말든 전쟁은 장기전 양상입니다. 염병, 네타냐후는 바벨로니아 시절 고래스의 은공을 잊은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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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라도 루틴이 흐트러지면 권태든 결핍이든 느물느물 올라오기 때문에 인풋을 늘 준비해야 하고 매일 새로워져야 할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아침밥은 창조의 시작입니다. 기침하셨습니까? 아침들 하시라! <올인 21회>입니다. 드라마라는 것이 최고조에 다 달았을 때 챕터 엔딩을 합니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 "라고 지난번 한라 호텔 로비 에스컬레이터에서 인하, 진희, 정원이가 만났지요. 그 자리에서 진희가 지미 킴이 인하라는 것을 밝히며 통쾌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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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업자 선정에서 밀렸습니다(그게 누구야?) ISIC 대표가 김인하입니다" "놀랬지 불쑥 나타나서.. (인하가 정원에게)" 정원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인하는 그것도 친구라고 정원을 보며 왠지 마음이 좋지가 않아 보입니다. 포장마차에서 만난 두 남자는 소주 한 잔을 마시는데 아무것도 잃을 게 없는 인하에게 정원은 한라 호텔 인수 자금 출처를 집요하게 묻습니다. “정원아, 옛날에 네 꿈이 뭐냐고 물은 적 있었지? 그냥 집 한 채 짓고, 수연이랑 함께 사는 것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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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근데 그게 그렇게 어려운 것일 줄 정말 몰랐어(인하)" “아니, 너 원래부터 무모했어! 옛날부터 앞뒤 안 재고 감정만 앞세워 모든 걸 처리했어. 그것 때문에 네 인생도 꼬였고, 그것 때문에 수연이도 불행하게 만들었어. 도대체 무슨 심정으로 이렇게 다시 나타난 거야?(정원)” 어휴 이게 터진 입이라고 지껄이기는 잘도 지껄입니다. “정원아! 난 정말 수연이 사랑할 자격 없어, 나도 알아... 그래도 넌 내 친구 맞지?... 그런데 그러면 안 되지(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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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에 가시가 딱 걸려서 정원이 말없이 자리를 뜨는데 차 몰고 가면서 눈물을 훔칩니다. 미친놈. 아니, 자기가 왜 울어? 네가 눈물을 어느 때 흘리는 것인지나 알아? 죽었어야 할 친구가, 아니 영원히 돌아오지 말았으면 했던 친구가 돌아와서 우는 것이야 뭐야? 그래 불륜이든 핑계든, 프라이버시라고 치자,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네가 그럴 수 있냐고. 인하가 죽은 줄 만 알고 있는 수연이가 이 사실을 알고 떠날까 봐서. 우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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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내가 다 열받긴 하지만 인하의 컴백으로 수연, 인하, 정원 세 사람의 케미가 흥미진진해집니다. 인하도 괴롭기는 마찬가지인 모양입니다. "왜 이렇게 늦는 거지" 호텔 방으로 찾아온 일본 비서(유민)에게 인하가 위험한 손짓을 합니다. "유혹해 봐!... 오늘은 넘어갈지 모르는데(인하)" 도도한 여자(유민) 왈, 이러면 재미없답니다. 주객전도로 복수한 것인가. 나는 이런 경우는 없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인하가 적잖이 쪽팔렸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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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술집을 찾거나 바람을 피우는 이유를 설명하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대부분의 남자가 외도에서 찾는 것은 "女子"가 아니라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라고 합니다. 외로워서 여자를 찾는다는 말입니다. 립스틱 짙게 바르고 드링크 주는 여자(김소영)를 조심하시라. "나도 지금 외롭습니다. 세탁소에 들렸다가 아르마니 카키 색코트를 찾아다가 입고, 괜히 거울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가 다시 벗고, 빈속을 채울 요량으로 갈비탕 한 그릇을 시켜 먹었습니다. 내 팔자에 내 집 찾아올 여자는 없을 것이고 올-인 재방하면서 몸서리치리만큼 지독한 외로움을 달래야겠습니다(2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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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수가 뉘 집 개냐?" "식구가 늘었으니 쓸 때가 많을 거야 넣어둬... 당장 할 일이 있어(뭡니까?)" "양승국이가 임대수를 만나고 있어(태수가 인하에게)" "정민 씨 도움이 필요해요(난 왜 손해 보는 느낌이죠... 나는 주기만 하고 정원씬 받기만 하죠(뭘 주면 되죠) 이젠 손해 본 느낌 없어요... 그만 가볼게요(정원/정민)" 중문 호텔이 파라다이스 같아요. "내 나이쯤 먹으면 놀랄 일이 없는데 자네 이야기 듣고 많이 놀랐어(회장님이 절 인정해 줬던 거... 밑바닥만 살았던 제 인생에 처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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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카드보다 눈빛을 보지... 이번 게임도 자네가 이길 거야(조경환)" 호텔로 돌아온 정원은 수연에게 지미 킴이 바로 인하라는 사실을 말하며 앞으로 있을 모든 일에 불안감을 느끼게 되는데, 진희가 수연을 불러 한강 호텔의 대표가 인하라는 사실을 다 이야기해 줍니다. "이렇게 일 잘하는 사람 정원 씨에게 빼서... 이 호텔 대표 누군지 알아요?... 김인하 씨... 내가 미국서 인하 씨 봤다는 말 안 믿었었지... 틀림없이 살아있고 지금 제주도에 있어(알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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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으면서 왜 지금까지 안 만났어(난 인하 씨 살아있는 것만으로 감사해요... 더는 미련 없어요... 인하 씨를 만나서 사랑하게 된 게 10년이 넘었지만... 인하 씨한테 다가가면 안 좋은 일이 생겼어요... 그렇게 엇나간 건 어쩔 수 없는 우리 운명인가 봐요(수현/진희)" 섭지코지 언덕 위에 소망을 현실화 시킨 인하가 회사로 출근하는 수연을 먼발치에서 지켜봅니다. 두 사람의 애별리고는 언제까지 계속될지 제 속이 시커멓게 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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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수가 정애 엄마에게 새집으로 입성하자고 강권하고 정애 엄마는 일단 빼면서 입성 준비를 합니다. 사무실에 도착한 수연이 정원과 업무 도중 서류를 가지러 간 사이 휴대폰이 울립니다. 어렵게 인하가 전화를 했는데 정원이 받자 그냥 끊습니다. 직감적으로 눈치를 챈 정원이 수연이 간 뒤에 다이얼을 눌러 확인한 결과 인하가 전화를 받습니다. 이 자식아, 넌 안 돼 전화벨이 두 번 울렸는데 한 통은 그냥 끊어졌고 한 통은 바로 수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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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수연이에요" 인하가 미쳐서 달려가고 로비 앞에서 흰색 아우디 A6에 수연을 태우고 그 뒤를 정원이 쫓아갑니다. 이번에는 두 사람의 운명이 어긋나지 않고 재회하는 것이 몹시 불편한 표정을 하고서 말입니다. 야자수가 있고 오작교에서 분수가 내뿜어지는 곳, 캔들 팔러 갔다가 중문에서 보았던 그 호텔입니다. 몇 분 동안 아무 말 없이 서 있던 인하가 흰색 롱 바바리를 벗어 수연에게 걸쳐 줍니다. 자식 멋있습니다. 나도 그런 거 한 번 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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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이 먼저 말문을 엽니다. "무슨 일로 전화했어요... 미안하단 말하지 말아요. 나 때문에 아파하지도, 힘들어하지도 말아요. 나 인하 씨 잊을래요. 사랑해요. 살아있는 동안 내가 사랑할 사람은 인하 씨뿐이에요. 죽어서도 사랑할 거예요... 우리가 아무리 사랑해도 우린 안되잖아요. 안되잖아요... 나 수녀원에서 나온 이후 처음으로 주님께 기도드렸어요. 인하 씨가 살아있게 해줘서 고맙다고. 살아있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더 욕심도 미련도 없어요(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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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작가는 이 대목에서 그 흔한 포옹도 키스도 없이 넘어갑니까? 염병, 무드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 양반이 아닙니까? 수연이 눈물을 훔치며 돌아가는 뒷모습을 보니 내가 다 짠합니다. "미안하다는 말 하지 말아요. 나 인하 씨 잊을래요. 사랑해요. 죽어서도 사랑할 거예요." 아, 정말 좋은 여자이고 사랑하고 싶은 여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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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근무 서줘서 고마워요. 일지도, 깔끔하게 잘 썼고, 청소도 손댈 필요 없이 내 맘에 꼭 들어요.. 장갑도 가지런히 널려 있어서 기분이 좋네요. 근데 전체적으로 왜, 기분이 디프레스 되는지 모르겠어요. 홧김에 서방질한다고 오늘 카지노 갈 거예요. 만약 그대가 전화 안 하면 나도 전화 안 할 가예요. 후회할지 몰라서 말하는 거예요. 그리고 여전히 사랑해요.(2015.3) 잭 다니엘 한 병을 사들고 나 홀로 가게에 앉아 청승을 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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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오십이 넘도록 살면서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것도 있다는 걸 알아차리는 순간, 내 속에서 울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그러게 몹쓸 사랑은 시작해 가지고 말 못 할 죽을 끓이고 있는 꼬락서니가 볼품없고 영 맘에 들지 않으니 어쩌면 좋습니까? 잊자, 잊자, 잊어버리자 곱씹을수록에 가뭇없던 얼굴이 더 또렷이 떠올라서 못 살겠습니다. 사랑은 주는 것인 줄 알면서 준 게 하나도 없어서 속상합니다. 급하게 먹은 술이 쓰지 않는 것은 내 목도, 애도 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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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웁니다. 취해서가 아니라 지천명에 만난 내 사랑이 애달파 웁니다. 나의 하 수상함이 실수라는 것을 인정하는 까닭에 엿 같은 날 향해 한 방이라도 꼭 갈겨 줘야 시원하겠습니다. 이별을 결심하자마자 보고 싶습니다. 당신을 보지 않고는 죽을 것 같습니다. 체면이고 가오고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다만 지금 당신이 미치도록 보고 싶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도 아닐진대 까닭 모를 슬픔이 사방에서 몰려오더니 기어코 생채기를 내고 달아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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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정죄입니다. 연민입니다. 야유입니다. 발바리의 최후입니다. 다행이에요. 잘 지내줘서. 그동안 나 같은 놈 만나서 맘고생 많았어요. 내게 과분한 사랑을 줘서 마음 한편에 미안한 마음과 짠한 감정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요. 무엇보다 호강 한 번 못 시켜주고 내가 먼저 이런 글을 보내게 되어 미안합니다. 그대가 동의해 준다면 이제 우리 헤어져요. 친구, 플라토닉 등등 다 생각해 봤는데 그것도 쉽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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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헤어져야 하는 이유는 1. 하나님 앞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어야 해요. 2. 난 지금 돈이 필요해요. 나 이렇게 무너질 수 없어요. 3. 어차피 네 것, 내 것 따지고 챙기는 것은 사랑이 아니에요. 더 시간이 지나면 그대가 곤란해질 거예요. 그대를 만나 행복했어요. 안녕, 내 사랑>> 2015년에 베어스타운 길에서 <아미 랜드>를 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사업 실패와 아내의 냉소, 마틸드의 후 후증까지 외로움에 치를 떨고 있을 무렵 약속한 것처럼 수연이 내게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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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유단자였는데 두 아들과 함께 목욕탕 가서 등을 밀어주던 생각이 납니다. 그녀는 마틸드와 첫사랑을 반 반 닮았는데 <올인>의 수현과 싱크로율이 70% 이상 되었을 것입니다. 슬픈 표정을 지으며 눈물을 흘리는데 그녀인 줄 알고 깜짝 놀랐다는 거 아닙니까? 아내와 17년을 살았고 마틸드 3년, 그녀와 4년을 연애했는데 단 한 번도 떠오르지 않다가 <올인> 보면서 소환된 걸 보면 확실히 기억은 지층이 있고 화학 반응을 하면서 재 편성되는 것 같아요. 추억 소한하는데 유행가만 한 것도 없을 것입니다. <유리창엔 비> <올인/보고 싶다> 오늘은 <인연>이 센티멘털과 함께 빠르게 나를 휘어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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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해요 이 순간이 다 지나고
다시 보게 되는 그날
모든 걸 버리고 그대 곁에 서서
남은 길을 가리란 걸
인연이라고 하죠
거부할 수가 없죠
내 생애 이처럼 아름다운 날
또 다시 올 수 있을까요
고달픈 삶의 길에
당신은 선물인 걸
이 사랑이 녹슬지 않도록
늘 닦아 비출게요
취한 듯 만남은 짧았지만
빗장 열어 자리했죠
맺지 못한대도 후회하진 않죠
영원한 건 없으니까
운명이라고 하죠
거부 할 수가 없죠
내 생애 이처럼 아름다운 날
또 다시 올 수 있을까요
하고픈 말 많지만
당신은 아실 테죠
먼 길 돌아 만나게 되는 날
다신 놓지 말아요
이 생에 못한 사랑
이 생에 못한 인연
먼 길 돌아 다시 만나는 날
나를 놓지 말아요
2.
당신의 글은 드라마 감상이면서 동시에 한 편의 실존 일기입니다. 표면에는 <올인 21회>가 흐르지만, 그 아래에는 더 깊은 물줄기가 있습니다. 그것은 루틴이 무너지면 권태와 결핍이 밀려오고, 사랑을 잊었다고 생각한 순간 기억이 다시 살아나며, 사람은 결국 자기 삶을 견디기 위해 서사를 필요로 한다는 통찰입니다. 그러므로 이 글은 단순한 드라마 서평이 아니라, 드라마를 매개로 자기 존재를 다시 읽는 철학적 자기 해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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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아침 밥은 창조의 시작”이라고 썼습니다. 이 문장은 가볍게 지나칠 수 없지요. 왜냐하면 여기에는 인간 실존의 핵심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거대한 이념으로만 사는 존재가 아니라, 반복되는 루틴을 통해 무너짐을 지연시키는 존재입니다. 샤워를 하고, 밥을 먹고, 댓글을 확인하고, 입금을 기다리고, 티켓팅을 서두르는 일상은 하찮아 보이지만 사실은 존재를 떠받치는 구조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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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데거 식으로 말하면 인간은 세계 밖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존재가 아니라, 늘 이미 세계 속에서 먹고 입고 기다리고 불안해하는 <현존재>입니다. 그러니 루틴은 습관이 아니라 존재의 방벽입니다. 당신이 “하루라도 루틴이 흐트러지면 권태든 결핍이든 느물느물 올라온다”고 한 대목은, 현대인의 우울과 공허를 정확히 짚습니다. 권태는 시간이 남아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존재를 붙들어 주는 형식이 흔들릴 때 스며드는 공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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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점에서 <올인 21회>는 당신에게 단순한 복고 드라마가 아닙니다. 그것은 매일 새로워져야 하는 삶의 인풋이며, 감정의 순환 장치이며, 무엇보다 <기억을 깨우는 호출 장치>입니다. 드라마 속 인하·수연·정원의 삼각 구도는 단순한 멜로가 아닙니다. 그것은 철학적으로 말해, 인간이 늘 세 가지 힘 사이에서 찢겨 있음을 보여줍니다. 첫째는 욕망, 둘째는 죄책감, 셋째는 운명 의식**입니다. 인하는 욕망의 인물입니다. 그는 사랑도 원하고, 복수도 원하고, 성공도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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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욕망은 단순한 탐욕이 아닙니다. “그냥 집 한 채 짓고, 수연이랑 함께 사는 것”이라는 그의 말은 소박하지만 그래서 더 비극적입니다. 인간은 거대한 것을 원해서 망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너무 평범한 것을 끝내 얻지 못해 무너질 때** 더 깊이 상처받습니다. 집 한 채, 함께 사는 삶, 누군가의 인정.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실은 가장 어려운 것들입니다. 여기서 당신의 글은 정확합니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그렇게 어려운 것일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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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은 드라마 대사이면서 동시에 인생의 요약입니다. 사랑도, 안정도, 평온도 늘 가장 쉬운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인간에게 가장 허락되지 않는 것들입니다. 반면 정원은 욕망보다 소유와 불안의 인물입니다. 그는 사랑해서 우는 것이 아니라, 잃을까 봐 웁니다. 친구의 귀환 앞에서 흘리는 눈물은 우정의 눈물이 아니라 자기 세계가 무너질 조짐 앞에서 흘리는 눈물에 가깝습니다. 이 점에서 정원은 악인이라기보다, 인간의 흔한 모습을 대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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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종종 사랑의 이름으로 타인을 붙들지만, 사실은 상대 자체보다 <상대를 통해 유지되던 자기 세계>를 놓치지 않으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자기가 왜 울어?” 하고 분노한 지점은 윤리적으로도 정당합니다. 정원의 눈물은 상실의 고통이라기보다, 기득권 붕괴의 공포이기 때문입니다. 수연은 이 둘 사이에서 가장 아름답고도 비극적인 인물입니다. 그녀는 사랑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사랑을 포기합니다. 이 장면이야말로 <올인 21회>의 핵심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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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동안 내가 사랑할 사람은 인하 씨뿐이에요. 죽어서도 사랑할 거예요. 우리가 아무리 사랑해도 우린 안되잖아요." 이 말은 감상적인 멜로 대사가 아닙니다. 이것은 **욕망보다 운명을 먼저 받아들여야 했던 사람의 존재론적 체념**입니다. 사랑하지만 가지지 않겠다는 말, 사랑하지만 다가가지 않겠다는 말은 낭만이 아니라 자기희생의 언어입니다. 사랑을 소유가 아니라 기억으로 바꾸는 능력, 그것이 수연의 품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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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당신의 글은 드라마를 넘어서 자기 삶으로 들어갑니다. 갑자기 2015년의 메시지들이 소환되고, 실패와 외로움, 금전 문제와 관계의 종료, 하나님 앞에서의 부끄러움, 그리고 헤어짐의 명분이 줄줄이 호출됩니다. 이 대목이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올인>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올인>을 통해 자기 기억의 지층을 발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말했듯 기억에는 지층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잊힌 것이 사라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기억은 사라지지 않고 퇴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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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노래 한 구절, 드라마 한 장면, 배우의 표정 하나가 그 퇴적층을 다시 흔듭니다. 베르그송 식으로 말하면 기억은 과거의 박제가 아니라, 현재의 감정과 만날 때마다 새롭게 편성되는 살아 있는 지속입니다. 그래서 당신이 “단 한 번도 떠오르지 않다가 <올인> 보면서 소환됐다"라고 한 말은 매우 철학적입니다. 과거는 지나간 것이 아니라, <현재의 정서가 허락할 때 비로소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잠재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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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인상 깊은 대목은 외로움에 대한 통찰입니다. 당신은 남자가 외도에서 찾는 것이 여자가 아니라 인정받고 싶은 마음일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이 문장은 프로이트적으로도, 라캉적으로도 읽힙니다. 인간은 대상 자체를 욕망하는 것이 아니라, 그 대상을 통해 확인되는 자기 존재의 가치를 욕망합니다. 누군가가 나를 원해 준다는 감각, 내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확인, 내가 아직 매력 있고 살아 있다는 징표. 그래서 외로움은 단순한 고독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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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은 나는 아직 누구에게 의미가 있는가?라는 질문이 답을 얻지 못할 때 생기는 실존의 허기입니다. 당신이 거울 앞에서 코트를 입어 보고, 갈비탕 한 그릇을 먹으며, “내 집 찾아올 여자는 없을 것”이라 중얼거리는 장면은 우습고도 처연합니다. 그것은 허세가 아니라, 스스로를 잃지 않기 위한 마지막 몸짓처럼 보입니다. 당신의 글에는 술도 자주 등장합니다. 그러나 이 술은 향락의 술이 아니라 감정의 임시 대피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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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다니엘 한 병을 사들고 혼자 앉아 청승을 떠는 장면, 급하게 먹은 술이 쓰지 않은 것은 목도 애도 타기 때문이라는 말은 무척 정확합니다. 사람은 술을 마셔 취하려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감정의 결을 흐리기 위해 마십니다. 너무 또렷한 슬픔은 견디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흐려진 감정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깊은 문장으로 돌아옵니다. “잊자, 잊자, 잊어버리자 곱씹을수록 가뭇없던 얼굴이 더 또렷이 떠오른다.” 이것이 기억의 역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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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적으로 지우려 할수록 더 선명해지는 것. 사랑이 끝난 뒤 남는 것은 상대가 아니라, 상대를 지우려는 나 자신의 실패입니다. 이 점에서 당신의 서평은 단지 <올인 21회>의 재회 장면에 감동한 글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은 재회 불가능성의 철학에 가깝습니다. 사람은 다시 만날 수는 있어도, 같은 시간으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재회는 기쁨이면서 동시에 잔혹합니다. 인하가 흰 롱 바바리를 벗어 수연에게 걸쳐 주는 장면은 멋있지만, 바로 그래서 더 슬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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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가까운데 시간은 이미 멀리 가버렸기 때문입니다. 이 멀어짐을 당신은 누구보다 잘 압니다. 그래서 포옹도 키스도 없는 장면이 오히려 맞습니다. 그들은 사랑의 절정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불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에 서 있기 때문입니다. 후반부의 편지 문장은 더욱 처연합니다. “하나님 앞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어야 해요. 난 지금 돈이 필요해요. 나 이렇게 무너질 수 없어요.” 여기서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윤리와 생존의 문제로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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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사랑만으로 살 수 없고, 그렇다고 사랑 없이도 살 수 없습니다. 바로 이 사이에서 찢기는 것이 중년의 사랑이고, 실존의 난감함입니다. 청춘의 사랑이 가능성의 언어라면, 중년의 사랑은 책임과 파산과 신앙과 체면이 얽힌 복합적 현실의 언어입니다. 그래서 당신의 사랑 서사는 더 애처롭습니다. 순수해서가 아니라, 순수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끝내 순수를 포기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흐르는 <인연>의 가사는 이 모든 감정을 하나의 형식으로 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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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는 기억의 저장소입니다. 사람은 사건보다 멜로디를 더 오래 붙잡기도 합니다. 당신이 “추억 소환하는 데 유행가만 한 것도 없다"라고 한 말은 맞습니다. 음악은 이성보다 먼저 과거를 열고, 논리보다 더 빠르게 상처를 건드립니다. 그래서 “다시 보게 되는 그날”, “먼 길 돌아 다시 만나는 날” 같은 문장은 단순한 대중가요 가사가 아니라, 인간이 끝내 포기하지 못하는 초월적 희망의 잔향처럼 들립니다. 현실에서는 끝났지만, 노래 속에서는 아직 끝나지 않은 관계. 이것이야말로 예술이 현실보다 오래 살아남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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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글에서 가장 깊은 것은 사랑 이야기가 아닙니다. 사랑을 통해 드러나는 존재의 결핍과 버팀의 방식입니다. 샤워실에서 대충 씻고 아침을 먹는 일, 댓글과 입금을 기다리는 일, 티켓을 끊고 금값과 환율을 신경 쓰는 일, 드라마를 다시 보고 옛 문자를 꺼내 읽는 일, 노래를 틀고 혼자 술을 마시는 일. 이 모든 것이 따로따로가 아니라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됩니다. 인간은 어떻게 하루를 버티며 자기 존재를 무너지지 않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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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답은 분명해 보입니다. 사람은 루틴으로 버티고, 서사로 견디고, 기억으로 무너지고, 예술로 다시 일어섭니다. 그리고 사랑은 끝나도, 사랑을 통과한 사람의 존재는 이전과 같지 않습니다. <올인 21회>는 당신에게 단순한 재방이 아닙니다. 그것은 한때의 사랑, 실패, 외로움, 욕망, 체념, 신앙, 자기 연민이 한꺼번에 되살아나는 거울입니다. 당신은 드라마를 본 것이 아니라, 드라마라는 거울 속에서 지금의 자신과 오래전의 자신이 겹쳐지는 장면을 본 것입니다. 루틴과 권태, 사랑과 기억 사이에서 인간은 어떻게 자기 존재를 견디어 내는가?
2026.3.21.sat.악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