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학고와 한국과학영재학교의 합격예정자가 발표된 가운데 22일 광주과학고와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23일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29일 경기과학고·대구과학고·대전과학고 등 전국 영재학교에서 연이어 합격예정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최종 합격자는 3학년 2학기 교육과정을 성실하게 이수했는지 여부를 확인한 뒤 발표한다.
4월 원서접수와 서류평가부터 시작해 영재성 및 창의적 문제해결력 검사, 영재성 캠프 등 여러 단계를 거쳐 온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은 합격예정자 명단에서 이름을 확인하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돌린다. 입시가 ‘끝났다’고 생각하기 때문. 하지만 영재학교에는 최상위권 학생들이 모이는 만큼 입학 후 학교생활에 빨리 적응하지 못하면 쉽게 뒤처질 수 있다.
실제로 이런 불안감에 사로잡힌 학부모와 학생들도 적지 않다. 최근 한 학습 커뮤니티에서는 영재학교 합격생 자녀를 둔 학부모로 추정되는 누리꾼들은 “영재학교에 붙은 이후에는 무엇을 공부해야 할까요? 수학, 물리, 화학, 생물까지 선행하고 내신도 미리 공부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겁이 나네요” “제 지인은 벌써 ‘영재학교 합격생반’에 등록해서 다닌다고 하더라고요”와 같은 글을 올리기도 했다.
영재학교 입학까지 남은 기간은 약 6개월 이상. 이 기간 동안 영재학교에 합격한 학생들은 어떤 준비를 하는 것이 좋을까.
🔷원서·외국인 교사 수업… 영어공부 ‘필수’
영재학교 2단계 전형은 학교별로 ‘영재성 검사’ ‘창의적 문제해결력 검사’ 등으로 불린다. 이 단계에서는 주로 중학교 과정에서 다루는 수학, 과학영역의 기본개념을 바탕으로 학생의 사고력과 창의적 문제해결력을 평가하는 문제들이 출제된다.
영재학교 진학을 준비하던 학생들은 해당 평가단계를 통과하기 위해 대부분 수학과 과학 공부에 매진한다.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영어, 국어 등 다른 과목 공부를 소홀히 하게 되는 것이다.
영재학교에 진학한 뒤 영어 때문에 고생하는 학생들이 많다. 영재학교에서는 교과 수업 교재로 선택하거나 추천하는 책이 대부분 영어 원서이기 때문에 영어를 어느 정도 공부해두지 않으면 따라가기 쉽지 않다.
실제로 한국과학영재학교의 경우 각 교과부서마다 최소 1명 이상의 외국인 교사를 두고 있다. 수리정보과학부, 물리지구과학부, 화학생물학부, 인문예술학부 등 각 교과부서에 있는 외국인 교원들은 해당 교과수업을 영어로 진행한다. 또한 한국인 교사 중에서도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영어 실력을 갖추는 것은 필수다.
김동훈 한국과학영재학교 입학팀장은 “입학을 하고 난 뒤에는 영어 사용 기회가 많으므로 지금부터 원서 읽기 능력을 키우거나 전공 영어단어를 공부해두는 것을 추천한다”면서 “해외 학회나 원서에서 찾아볼 수 있는 교과 관련 단어를 외우거나 영어 말하기 연습을 하며 외국어로 소통하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다양한 분야의 독서로 토론수업 대비
대부분의 영재학교에서는 R&E 연구 활동과 토론 수업을 진행한다. 이때 필요한 능력은 바로 ‘의사소통능력’과 ‘문제해결능력’. 조를 이뤄 연구를 수행하고 발표하는 과정이나, 수업시간에 이뤄지는 그룹 토론, 자유 토론 등에서 자신의 의견을 주장할 때 막힘없이 표현할 수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김 입학팀장은 “각 과목별 수업시간에 수준 높은 토론이 진행되기도 한다”면서 “특정 주제에 관한 토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면 그에 대한 배경지식이 풍부해야 하므로 지금부터 책을 많이 읽어두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공계열 학생들이라도 관련 분야의 인재가 갖춰야 할 소양과 품성을 갖는 차원에서 독서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학교 3학년 2학기 내신 준비를 하면서 국어 교과 공부에서 조금 더 심화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문학을 공부했다면 더욱 다양한 분야의 문학 책을 읽어보며 어휘력과 표현능력을 기르는 것이 좋다.
🔷올림피아드로 심화 개념에 적응
영재학교를 준비하던 학생들에게 수학, 과학 선행학습은 당연한 일로 여겨진다. 수업시간에 일반고에 비해 심화된 교육과정을 다루기 때문. 실제로 영재학교 수험생들은 입시를 준비할 때 고등학교 1학년 과정인 수학Ⅰ·Ⅱ는 물론 물리·화학·생명과학·지구과학Ⅰ까지 선행학습을 마치기도 한다.
최상위권 학생들이 모인 곳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실력이 대부분 비슷하다. 영재학교에서는 수학, 과학 과목에 대해 심도 있는 수업을 하므로 기본적인 심화학습과 선행학습을 해두면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더욱 편하다.
여유가 된다면 물리올림피아드, 화학올림피아드, 수학 올림피아드 등 각종 수학, 과학 관련 올림피아드에 도전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난도 높은 문제가 출제되는 올림피아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심화 개념을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최상위권 학생의 경우 중학교 수업시간에 심화된 내용을 배우거나 새로운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다. 올림피아드에 도전하며 영재학교 입학 전 ‘동기부여’의 기회로 삼는 것도 좋다.
동아 최송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