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NG Season 1 ep 5: The Last Outpost
1980년대 미국인에게 손자병법은 어떤 의미였을까? 80년대까지 중국은 (그런 의미에서 당시 소련이었던 러시아도) 상당부분 베일에 가려있는 존재였을 것이다. 구소련을 표현하는 철의 장막을 빗댄 죽의 장막이라는 표현도 있었고. 중국에 대한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자 했다기 보다는 단순히 뭔가 다른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에서 중국 문화가 차용되었을 수도 있다.
페렝기가 처음 등장하는 에피소드에서 손자병법이 인용되고, 피카드나 라이커가 23세기 스타플릿 아카데미에서 손자병법을 배웠다는 설정은 어쨌거나 흥미롭다. 데이터 역시 Chinese finger trap을 놓고 쩔쩔매는 모습을 보여준다.
손자병법이나 데이터의 곤혹스러움 모두 서양적인 철학에 반하는 동양적 사고에 대한 일종의 예찬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상의 병법이라는 손자의 가르침이나, 힘을 빼고 저항하지 않아야만 풀려날 수 있는 finger trap 모두 서양의 과학적 이성적 사고와 가치관, 그리고 사회 발전방향에 대하여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자는 제안일 수 있다.
마침 에피소드는 물질적 이익을 최선의 가치로 여기는 페렝기가 처음 소개된다. 따라서 당시 자본주의 물질문명과는 뭔가 다를 것이라는, 중국 문화에 대하여 서구가 가졌던 일종의 환상을 반영했다고도 보인다. 지금 시점이라면 중국이야 말로 자본주의에 관한한 서구 국가들에 뒤지기는 커녕 오히려 더욱 자본주의적으로 묘사될 수도 있겠지만.
페렝기는 첫 등장에서 그 특징이 명쾌하게 정의된다. 이익을 쫓는 경제동물. 80년대에 에피소드가 제작될 당시에는 아마도 일본인을 빗댄 설정이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지금 기준에서 보면 매우 달리 생각될 수도 있겠다.
DS9에서 쿼크 역을 맡은 Armin Shimerman이 이 에피소드에서 페렝기 레텍으로 등장한다.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진 로덴베리는 TNG를 제작하면서 TOS에 등장했던 연방의 적수들 즉 클링온이나 로뮬란을 배제하고 새로운 적수를 만들려 했고, 페렝기는 그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다만 추후에 페렝기가 연방의 상대로서 부적절하다고 판단하여 배제되었고, 결국 연방 최대의 적수는 보그로 대체되었다. 캐릭터 디자인이 사실 연방에 대적할 만한 심각한 위협을 주는 존재라고 보기 어렵고, 무역에서 경제적 이득을 추구하는 종족이라는 설정 상, 위협적인 존재로 자리잡기에는 처음부터 무리였다고 보인다.
페렝기와의 첫번째 컨택을 하고, 멸망한 제국의 마지막 전초기지에서의 위기는 손자병법으로 넘기는 내용은 그다지 흥미로운 이야기 전개는 아니다. 그래서인지 시리즈에서 가장 낮은 시청률을 기록한 에피소드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페렝기의 등장이 너무 과장되고 비현실적이어서 그다지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후 DS9에서 중요한 캐릭터로 등장하는 페렝기가 처음 소개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는 있겠지만. 페렝기 여자는 옷을 입을 수 없다는 설정이 나오는데, DS9 시리즈에서 페렝기가 주요 캐릭터로 나서면서 이 설정이 그다지 현명한 설정이 아니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첫댓글 80년대 일본으로 대표되는 동양인이 백인 여성을 밝히는 것이나, 동양 남성이 자신이 부인을 막대하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한게 페렝기였죠. DS9 들어와서 좀 바뀌긴 했지만.
스테레오타입은 어쩔 수 없이 생성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니까요. 우리도 마찬가지로 서양인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고, 인간은 누구나 마찬가지 인 것 같아요. 그런데 왜 일부 종족은 이빨을 그모양으로 만들었을까요? 참 현실성 없어 보이는 이빨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