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 안녕~ 핵발전2]
우물 안 르네상스
우린 지금 ‘르네상스’의 홍수시대에 살고 있다.
수도 서울은 한강 르네상스를 외치고, 청와대는 원자력 르네상스를 노래하고 있다.
르네상스, 왠지 봄날의 따스한 기운이 팔랑팔랑 귓가를 어루만지는 느낌을 안겨주는 단어다.
르네상스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문자 그대로 ‘재생’을 뜻함” “처음에는 인문주의로 불리는 지적운동 형태로 나타남” “중세(고대 그리스 몰락~15세기 초)를 뒤이은 유럽문명의 한 시기” 등의 내용을 살펴볼 수 있다. 그렇다면 원자력에 대해서 ‘르네상스’라는 수식어를 달아주는 것이 합당한 것인지 한 번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정부는 무엇보다 UAE원전 수출을 계기로 ‘르네상스’를 외치고 있으며 앞으로 원전 80기 수출이라는 장밋빛 목표도 내걸었다. 그러나 이러한 장밋빛 주장은 근거 없는 空約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우리 정부의 주장과 달리 핵발전은 사양 산업이기 때문이다. 전세계 핵발전소 수를 나타낸 옆의 그림을 살펴보면 1990년대 이후로 핵발전소가 늘어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르네상스의 원조인 유럽을 살펴보면 1980년대 172기로 정점을 찍은 이후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고 2006년 현재 148기가 가동 중이다.
다만, 중국이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인한 전력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원자력 발전을 늘이고 있지만 대한민국은 원전건설에 명함조차 내밀지 못하고 있다. 원천기술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원자력 르네상스’를 외치며 국민들의 눈과 귀를 흐리는 이유가 혹시 다른데 있는 것은 아닐까? 방폐장과 월성1호기 수명연장, 신규 원전부지 선정 등 굵직한 핵발전 이슈들을 구렁이 담 넘어가듯 가기 위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르네상스는 인문주의로 불리는 지적운동으로 출발해서 종교적 세계관이 지배하던 중세를 무너뜨린 문명시기라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외치는 르네상스 포장지를 벗기면 ‘핵발전’만을 고집하는 중세시대가 들어있다. 정부의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따르면 2006년 기준 21%인 핵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41%로 끌어올리기 위해 16기의 원전을 추가 건설할 계획이다(건설 중인 원전포함). 이것이 원자력 르네상스의 실체다. “우물 안 르네상스!”
핵발전에 쏟아 붓는 막대한 혈세를 재생에너지에 투자하면 어떨까? 아마 2030년 더 멋진 대한민국이 되어있을 것이다. 이를 위한 반성과 성찰, 이것이 진정한 르네상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