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1월 19일 (일요일) * [금남호남정맥] ♣ 장수 장안산(1,237m)
* [산행 코스] 무룡령(산행들머리, 전북 장수)→ [금남·호남정맥]→ 능선→ 제1전망대→ 제2전망대→ 정상(1237m)<점심>→ 중봉- 하봉→ 어치재갈림길→ 덕천고개→ 범연동(하산)
*[에필로그] — 갑오년(甲午年), 새해를 맞이하며
☆… 2014년을 맞이했다. 갑오년이다. 새해 아침, 푸른 말갈기를 휘날리며 광활한 초원을 내달리는 청마처럼, 힘찬 새해를 맞이했다. 그래서 새해 새벽에 몇몇 산우들이 민족의 진산 강화도 마니산에 올라 희망찬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새해는 ‘희망(希望)’이다. 새로운 시간을 맞이한다는 것은 새로운 행복을 꿈꿀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의미에서 ‘희망(希望)’이다. 따뜻한 소망, 겸허한 마음으로 스스로에게 다짐도 하고, 소박하게 기원하는 바를 생각하는 ‘새로운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새해는 신선하게 다가온다.
☆… 자기 자신이나, 사랑하는 가족을 위하여 기도하는 마음, 일상의 생업이나 직장의 보람찬 삶을 위해서 정성을 모으기도 한다. 특히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와 이 나라를 걱정하며 간절한 염원을 피우기도 한다. 엄청나게 격동하는 사회,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현실 속에서도 우리는 우리의 희망의 싹을 틔워야 한다. 오직 힘[자본]의 논리로 욕망 경쟁의 불꽃을 튀기고 있는 세상 속에서 우리의 순정한 삶을 지켜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절절한 소망만큼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계절이다. 새해가 밝았다. …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 이어령(李御寧) 선생의 신년시(新年詩)는 그런 우리의 마음을 대변한다.
소원시(所願詩) — 이어령(李御寧)
벼랑 끝에서 새해를 맞습니다.
덕담 대신 날개를 주소서!
어떻게 여기까지 온 사람들입니까.
험난한 기아(饑餓)의 고개에서도
부모의 손을 뿌리친 적 없고
아무리 위험한 전란(戰亂)의 들판이라도
등에 업은 자식을 내려놓지 않았습니다.
남들이 앉아 있을 때 걷고
그들이 걸으면 우리는 뛰었습니다.
숨 가쁘게 달려와 이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
눈앞인데 그냥 추락할 수는 없습니다.
벼랑인 줄도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어쩌다가 '북한이 핵을 만들어도 놀라지 않고
수출액이 3000억 달러를 넘어서도
웃지 않는 사람들'이 되었습니까.
거짓 선지자들을 믿은 죄입니까.
남의 눈치 보다 길을 잘못 든 탓입니까.
정치의 기둥이 조금만 더 기울어도,
시장경제의 지붕에 구멍 하나만 더 나도,
법과 안보의 울타리보다
겁 없는 자들의 키가 한 치만 더 높아져도
그때는 천인단애(千仭斷崖)의 나락입니다.
비상(非常)은 비상(飛翔)이기도 합니다.
싸움밖에 모르는 정치인들에게는
비둘기의 날개를 주시고,
살기에 지친 서민에게는
독수리의 날개를 주십시오.
주눅 들린 기업인들에게는
갈매기의 비행을 가르쳐 주시고,
진흙 바닥의 지식인들에게는
구름보다 높이 나는 종달새의 날개를 보여 주소서.
날게 하소서..
뒤처진 자에게는 제비의 날개를
설빔을 입지못한 사람에게는 공작의 날개를,
홀로 사는 노인에게는 학과 같은 날개를 주소서.
그리고 남남처럼 되어 가는 가족에는
원앙새의 깃털을 내려 주소서.
이 사회가 갈등으로 더 이상 찢기기 전에
기러기처럼 나는 법을 가르쳐 주소서.
소리를 내어 서로 격려하고
선두의 자리를 바꾸어 가며
대열을 이끌어 간다는 저 신비한 기러기처럼
우리 모두를 날게 하소서.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아보자꾸나."
어느 소설의 마지막 대목처럼
지금 우리가 외치는 이 소원을 들어 주소서.
은빛 날개를 펴고 새해의 눈부신 하늘로
일제히 날아오르는 경쾌한 비상의 시작
벼랑 끝에서 날게 하소서!!!
* [산으로 가는 마음] — 호산아 고문의 새해 덕담(德談)
☆… 1월 19일, 일요일 아침 7시 47분 서울 군자역을 출발했다. 오늘의 산행지 장안산은 전라북도 내륙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장수군 한 가운데 솟아있는 산이다. 새해 들어 첫 번째로 시행되는 신년 산행이다. 영하의 날씨, 볼에 와 닿는 바람결이 차갑지만 하늘은 아주 쾌청했다. 이른 아침 총 33명의 산우들이 참가했다. 남으로 질주하는 차 안에서 장병국 회장, 김의락 총무의 인사말에 이어, 민창우 산행대장이 오늘의 산행지에 대해 자상하게 설명을 했다. 우리의 ‘선진항공버스’는 중부-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여 남으로 쾌주했다. 오늘은 달리는 차 안에서 호산아 고문이 ‘새해 덕담’을 했다.
‘… 영하의 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한겨울, 산을 오르기 위해서 우리는 한마음이 되어 출행을 했습니다. 우리는 왜 이런 고행을 ‘사서’ 하는가. 캄캄한 새벽,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서는 순간 우리는 상큼한 행복감을 느낍니다. 해 보지 않은 사람은 이 맛을 모르지요. 사실 행복이라는 것은 사람이 살아가는 궁극적인 그 무엇입니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 마음이 가는 길, 거기에 삶의 보람이 있습니다. 바로 거기에 산(山)이 있는 것입니다. 단순한 유락(遊樂)이 아닙니다.
… 산에 올라 정직하게 땀을 흘리며 세상 속에서 얼룩진 우리의 삶을 정화합니다. 산악인의 마음에 살아있는 행동의식이지요. 그리하여 늘 따뜻한 마음을 지니는 삶, 내가 지니고 있는 모든 것을 늘 감사하게 생각하는 마음, 그래서 무언(無言)의 자연(自然)이 말합니다. 행복은 안분지족(安分知足)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것. 심중(心中) 깊은 곳에서 따뜻한 울림으로 피어나는 ‘그리움’ 또한 소중합니다. 그리움은 착한 인간성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텃밭이기 때문입니다. 일체유심조(一體唯心造), 그렇습니다. 사람은 마음으로 삽니다. 육신의 안락이나 물질적인 욕망(慾望)이 참다운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습니다. 진정한 행복은 마음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것. 저 산이 늘 거기 그렇게 있듯 우리의 마음 또한 하나의 당당한 산(山)이 되는 일입니다.
* [장수군 계남면 장안리] — 백두대간이 동행하는 남행길
☆… 경부고속도로의 죽암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남행을 하다가 대전의 비룡JC에서 대전통영고속도로 타고 계속 남으로 내달렸다. 달리는 차창으로 보이는 눈 덮인 덕유산의 장대한 산릉이 눈길을 끌었다. 남으로 달리는 우리와 함께 거대한 백두대간 산줄기가 뻗어가고 있는 것이다. 바라만 보아도 가슴이 출렁거리는 우리 조국의 산이다. 무주의 그 백두대간이 육십령을 넘어 장수로 이어진다.
백두대간 덕유산의 능선의 설경
☆… 우리는 육십령터널 못 미쳐 장수JC에서 익산장수고속도로로 나와, 금방 나타난 장수IC에서 국도로 내려섰다. 장수군 계남면이다. 파란 하늘 화창한 날, 햇살이 곱다. 이곳에는 임진왜란 때의 진주 남강의 의기(義妓) 논개(論介)의 생가와 사당이 있는 곳이다. 계남은 거리가 깨끗한 장수군의 면 소재지이다. 마을을 관통하고 난 삼거리에서 좌측의 길을 따라 짧은 터널을 지나니 743번 지방도로를 만난다. 거기에서 남쪽으로 방향을 잡아 고갯길을 오른다. 무룡고개, S자로 올라가는 길 주위에는 아직도 많은 눈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앙상한 나목들이 파란 하늘을 찌르고 있는 북서면의 모든 산록에 눈이 그대로 남아있다. 지난 12월 초순에 내린 눈이었다.
<계 속>
첫댓글 무룡고개를 사이에 두고 백두대간과 마주한 금남호남정맥의 장수 장안산을 다녀오셨군요.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논개사당을 둘러볼수 있는 참 좋은 기회가 될수있는 그런 산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