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마지막 귀로
한선희
야윈 국자등에 업고 다니던 숨소리마저
버거워 내려 놓던 날의 아버지는
식탁에 누워서 빈 접시 바라보는 젓가락처럼
군더더기 입지 않으시고 정갈하더이다
누구도 함께 갔다 돌아올 수 없는 귀향길
속절없이 날씨는 왜 미치도록 좋을까
빛나는 햇살 향해 맥락없는 투정하는데
홀연히 나타나 따스하게 감싸는 목소리
흔들리는 가지에 구걸하지 않으며
뼈속까지 태워서 잉걸불도 남지 않은
노구는 깃털 하나면 벗으로 그만이라며
해바라기 터지는 미소를 주고 가더이다
당신의 완생에 눈물로 쳐대는 박수 소리가
길어질수록 메아리까지 멀어져 가는구나
2 .겨울 산행
한선희
산들머리는 봉우리 이름으로 지어진
설산 마천루가 경쟁하듯 우뚝하고
중턱에는 눈보라와 물보라의 솜씨로
상고대가 하얀꽃 터널로 끝이 아득하다
골짜기 발걸음따라 산소 알갱이 터지면
세속의 안개는 사라지고 호흡이 상쾌하며
숨어든 작은 연못엔 분가해서 이사 나온
원앙부부 나른한 졸음 한가로이 즐긴다
동절기에 마음껏 사치하는 풍경을
동행 없어도 풍성한 하산 길모퉁이에서
서투른 진경산수 한 폭을 품에서 꺼내
오롯이 문자로만 그려서 펼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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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도봉문학원고방
2023년도봉문학원고
한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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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26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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