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는 더 키즈 아 올 라이트 더군요.
유쾌한 상상을 기대하며 오랫만에 도겸거사(기억하시죠? 지난 822 뒷풀이에 함께 했던 감서윤의 오랜 친구, 이번 입재식에 캐빈님이 올린 책방사람들 사진에도 한컷 얹은) 와 극장에 앉았습니다.
30대에서 40대로 넘어오는 시간들, 우린 함께 영화를 많이 봤었죠.
그도 그럴것이 우리를 만나게 해 준 내 대학동기이자 도겸거사의 고교친구인 녀석은 대학 졸업 후 영화판에 뛰어들어
갖은 고생을 해 왔거든요.
'오! 수정' 제작을 맡았던 친구덕에 도겸거사는 그 영화에 엑스트라로 출연 했었고,
나는 2000년 전주영화제 개막작이었던 그 영화를 보기 위해 전주엘 갔었더랬지요.
어제 영화를 본 후 밥을 먹으며 우리의 메신저가 되어 준 녀석에서 도겸거사와 감서윤은 합장을 하고 고마움을
표하는 오버를 범하기까지 했답니다.
ㅋㅋ
지금은 녀석보다 우리 둘 더 가까운 친구가 되었으니까요.
영화에 대한 얘기보다 프롤로그가 더 길었군요.
그간 쿵! 하고 뒤통수를 때린 것들이 몇 개 있습니다.
올드미스다이어리란 영화가 그랬고, 정토지의 별자리만화가의 만화가 그랬고, 루시드폴의 노래가 그랬는데.
어제 이 영화 뒤통수를 때립디다.
너무 쎄게 때리면 나도 모르게 눈을 부릅뜨고 인상 쓰면서 이거 뭐야? 하면서 뒤돌아 보게 되잖아요.
그러면 그건 터치가 아니라 폭행이고요.
눈을 번쩍 뜨게 만들면서 미소짓게 하는 그런 거요.
영화는 너무나 많은 메세지와 시대적 코드, 미래적 감수성...극명한 미국과 한국적 정서의 차이들, 그렇지만 같아지고
있는 것들....블로그에 영화 서평을 쓸까 하다가 그냥 접고 책방에다 씁니다.
갈 때까지 가 본 미국의 모습속에서 우리가 돌아봐지더군요.
혈연에 대해서 쿨한 미국의 감수성이 부럽지만, 모래알처럼 흩어진 개인을 가족주의 속으로 끌어 안으려는 노력이
안스러워 보이기도 합디다.
가족....인류사가 어떠한 형태의 얘기를 써 가더라도 절대 바뀌지 않을 어떤 것을 포함 하고 있는 곳.
가족의 탄생이라는 한국영화를 보셨는지요.
우리안에도 이미 가족에 대한 개념의 재구성은 시작되었죠.
과학기술문명이 발달해 기증된 정자로 아이를 낳는 것을 모티브로 영화는 시작되고 있지만,
언젠가 더 진화된 어떤 날, 여자의 자궁이 아닌 인공자궁속에서 성장한 태아가 세상에 나오는 날엔 어떨까요.
페미니즘의 여러 분파 중에 급진적인 한 부류가 과학기술문명의 발달이 여성해방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하는
책을 읽으며 이렇게 까지 해야하는가, 반문하며 치를 떨며 페미니즘에 대한 공부를 접었던 기억이 납니다.
분명, 과학기술은 엄청난 짓을 이루어 낼 겁니다.
지금 우리는 상상도 하지 못할 것들을 다음 세대, 다다음 세대는 겪게 되겠지요.
그렇지만 인간이란 존재에 대한 이해가 너무나 평면적이라는 오류가 뻔히 보입니다.
자본은 소비의 주체이자 일꾼으로서만 인간을 보고 있다면, 페미니즘은 여성과 남성이라는 권력관계로만 인간을 보고 있지요.
무한한 정신세계 에너지를 가진 인간의 최종적 욕망은 결국 사랑이라고 나는 믿어요.
사랑이라는 개념 또한 분분한 해석의 여지를 담고 있지만, 단지 도파민의 분비에 집착한 욕망에 불과하더라도,
인간은 찾고 또 찾게 되리라고 보는 거지요.
생존의 문제를 넘어서고 나면 인간이 가진 에너지는 대부분 정신세계에 쓰여지게 될 테니까요.
그렇기에, 사랑의 기본 토대인 가족이야기는 계속 될 것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죠.
가족의 형태는 바뀌고, 개념 또한 바뀌더라도, 인간이 가진 기본적 속성, 소통과 교류, 연대는 변함 없을 뿐더러
갈 수 록 강화될 것이라고 나는 봐요.
하여간 영화를 보고 나서, 참 절실히 지름길에 시선이 가더군요.
반세기 미국의 식민지로 우리 것을 너무도 철저히 잃어가고 있지만, 제발 가족에 대해서만 그 길을 그대로 답습하기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지요.
그럴려면 지름길을 만들어야한다.
지름길.
막힌 산을 뚫고 다리를 놓으며 지름길의 기초를 다지느라 법륜스님이 벌써 6차, 18년 가까운 시간을 현장에서 불철주야
애쓰고 계시니 우리에겐 희망이 있지요.
영화 정말 너무 잘 만들었어요.
나도 모르게 감동의 눈물이 흘렀고, 너무나 웃어서 엔돌핀이 팍팍 돌았답니다.
강추!
영화를 보고, 해질녘 삼청동 거리를 걸으며 지나간 젊은 날, 20대, 도겸거사와 감서윤이 만났던 시간들이
생각났습니다.
군대를 제대하고 처음 만난 우린 서로에게 끌렸지만, 그냥 바람처럼 지나가게 두었었지요.
그리고 서른이 넘고 각자 결혼 한 뒤, 우린 그 때 동시에 서로에게 끌렸음을 확인하며 웃었답니다.
참, 다행이다....하면서
그 때 만약 연애질을 했다면 우린 둘 중 하나 죽었을 겁니다.
그랬으면 오늘 같은 날은 없었겠지요.
참, 참, 고맙습니다.
지나간 모든 것들이 그저 고맙습니다.
다가올 것들도 그럴 것이라는 걸 알게 되어 더욱 고맙습니다.
첫댓글 이은미가 부릅니다, '결혼 안하길 잘했지' (꼭 들어보삼~ ㅎㅎ)
'오, 수정!'은 우리 신랑이랑 제일 처음 본 영화였는디... 난 좋았어 무척^^
오 꼭 보고싶은 영화였는데...역쉬 봐야겠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