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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고감도(苦感跳) 독서교실을 마치고
1. 독서교실 진행 요약
신종인플루엔자로 인해 사람을 모으는 일은 한편으로는 걱정되는 일이었지만, 약속된 행사를 괜한 염려로 취소할 수도 없고 해서 2009년 8월 21일에 제2회 고감도 독서교실을 개최하였다.
사전 공지하여 참석을 희망한 사람이 69명이다. 여기에 신청이 마감되었으나 추가로 연락받은 사람과 플롯 연주단을 합쳐 예상은 90-100명을 생각했다. 막상 행사를 치르고 나고 왔다 간 사람을 합쳐 약 80여명이다.
전날 8월 20일에는 도서관도우미 어머니와 도서관을 한바탕 청소했다. 책걸상 배치도 조금 변경했는데 오히려 공간이 더 커지고 효율적이었다. 약간의 변화만으로 도서관의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면서 도우미 어머니는 아주 놀라워하셨다.
금요일, 학교에 11시경에 도착했다. 현수막을 걸고, 방송시설을 해놓고, 무대꾸밈을 마치고 점심을 먹으려 행정실로 내려가려는데, 자꾸 학생들이 왔다. 당일 행사에 참가하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안 된 일이지만, 1시까지 대출업무를 한다고 공지해 놓았더니 학생들 중에 시간에 임박하여 부랴부랴 책 반납과 대출을 신청하기도 했다. 도서관을 벗어나려면 한 둘 학생이 오고 다시 나가려하면 한 두 학생이 오곤 했다. 도우미 어머니는 학생들이 올 때마다 일일이 학생들의 필요를 해결해주었다. 그러다 점심을 못 먹게 될 거라고 했다. 겨우 도서관을 벗어났다.
1시 좀 넘어 학생들이 오기 시작했다. 도희와 미강이가 가장 먼저 왔다. 또 정독독서회원 어머니들이 오셨다. 옆교실(5-6반) 사용을 생각해서 교실 정리를 부탁했다. 또 화장실 정리도 부탁드렸다. 학교가 온통 공사장이 되어버려 어수선하기가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2시다. 스무 여명 보였다. 너무 적었다. 10분을 기다렸다. 40여명 되었다. 2시 10분에 시작했다. ‘고감도(苦感跳) 독서교실’의 의미를 설명했다.
고(苦). 19세기 영국의 철학자요 경제학자였던 존 스튜어트 밀의 어린시절 학습법을 소개했다. 그 아버지 밀이 직접 가르쳐서 14세 경에 요즘으로 하면 박사학위 소지자도 다 읽지 못한 명저들을 섭렵하고 장기 프랑스여행을 보냈던 양육 방식을 알려주었다. 밀은 아버지때문에 동년배의 친구들과 교류할 기회를 빼앗겼지만, 탁월한 선배들 어른들과의 교류로 일찍부터 깊고 넓은 안목을 가진 사람이 되었다. 그는 자신의 『자서전』에서 아버지의 양육방식에 대해 결론적으로 지지하는 사람이 되었다. 뛰어난 지능을 가지지 못했다고 자신을 회고하면서 아버지의 교육방식은 다른 사람에게도 적용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 아버지는 아들이 책을 다 읽기 전에는 방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감금하여 독서하도록 한 것으로 유명하다. 감옥에서 독서한 사람도 마찬가지다. 독서가 즐겁다고 흔히들 말하지만, 오히려 괴롭다고 말하는 것이 더욱 진실된 말일 것이다. 특히나 독서를 통하여 실력을 향상하고 스스로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괴로운 독서가 필수적이다. 고감도 독서교실에서는 정독(精讀)과 자세집중 코너에서 괴로운 독서를 맛본다.
감(感). 독서를 통하여 감동을 추구하는 것도 일반적이다. 예전에 나와 공부했던 학생이 이제는 서른이 넘었는데, 양귀자 작가의 『모독』을 밤새 읽고, 단박에 A4용지 16쪽이나 되는 장문의 편지를 작가에게 썼다. 서른 넘은 제자가 말하길 글 속의 상황에 자신에게는 무척이나 공감이 되었다고 했다. 글 속 상황과 자신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감동을 느끼는 일반적인 방식이다. 책을 읽고 눈물을 흘리거나, 책을 읽고 떼굴떼굴 구르며 웃거나, 책을 읽고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미치고 싶을 때는 모두 감동받은 모습을 나타내는 것이다. 때로는 나 아닌 다른 사람이 책을 읽고 있는 모습에서 감동을 받을 때도 있다.
도(跳). 독서를 통해 나의 영역이 확장되고 안목과 감성이 업그레이드 되는 것이 도약하는 독서이다.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다. 실제로 개가 사람 소리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저차원 낮은 수준의 사람이 고상하게 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좋은 교육을 받았다면 초등3학년이 지나면 사람 수준이 한층 달라져야 하는데 실제로 학교교육이나 다른 교육이 그렇지 못하다. 왜 그럴까? 그 사람의 문제일수도 있고 교육기관의 문제일수도 있다. 짐승 수준에서 사람 수준으로 변화되는 공부가 되려면 배우는 내용과 배우는 방법이 모두 의미가 있어야 한다.
독서하는 소리가 너무 좋아서 그에 이끌리어 어떤 길가던 아낙은 선비 집의 담벼락을 훌쩍 뛰어넘었다는 별스런 이야기도 있다. 아이들의 글읽는 소리가 부모님을 기쁘게 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는 독서를 하여 도약한 대표적인 사람이다. 감옥에서 많은 독서를 하고 독학으로 옥스퍼드에서 박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국가가 한참 경제적으로 곤란을 겪던 IMF 시절에 제15대 대통령을 지내고 IMF를 졸업시켰으며,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하셨다. 대통령 재임시절 책읽을 시간이 없다며 한 번 더 감옥에 가야겠다는 말씀을 하기도 했다. 세계적으로도 그를 아는 사람이 많다. 프랑스의 총리 조스팽은 “김대통령은 나에게 살아가야 할 힘, 살아가야 할 도덕적 스승이자 길잡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떤 사람에게 삶의 표준으로 제시될 수 있는 생애를 산다는 것은 정말 위대한 일이다. 그런 에너지와 양분의 원천을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는 책읽기에서 많이 확보하셨던 것이다.
오늘 행사는 동신초등학교가 주최하고, 남포동에 있는 코끼리내과진단방사선과의원에서 후원하고 있다.
고감도 독서교실에 대한 설명을 마치자 2시 30분이 되었다. 일정 안내를 하고 5시 30분까지 선택한 코너에서 독서하도록 했다.
5시경이 되자, 배고픔을 호소하는 아이들이 생겼다. 조금만 참으면 저녁을 먹을 것이라 했다. 도중에 늦게라도 참석하는 다는 사람, 갑자기 불참하게 됐다는 사람들의 사연이 전화기를 울렸다.
학습만화를 비롯하여 그림 있는 책들이 많이 읽혔다. 자세집중코너에서는 특히 저학년 학생들이 정말 지독하게 자리를 지키면서 책을 읽었다. 부민초등학교 3학년 이동근 학생은 나중에 엉덩이가 아프다고 했다. 화장실과 저녁시간을 빼고는 줄곧 한 자리에 앉아서 책을 보고 있었다. 그 옆의 1학년 학생도 굉장했다. 그런가 하면 누워 보는 사람, 엎어져 보는 사람, 모여서 가끔은 노닥거리면 보는 사람의 모습도 보였다.
5시경에 <회화나무>와 <느티나무>가 도서관에 도착했다. 배달한 분은 나를 만나지 못했다. 전화로 인쇄소에서 물건을 잘 갖다 두었다고 연락이 왔다. 이번에는 도안을 해서 표지를 장식했는데, 지난번 보다는 멋들어져 보였다.
저녁식사 시간이다. 나는 정독독서 및 가락독서회원 어머니들께서 준비해주신 저녁거리에 참석했다. 아주 맛있었다. 입은 더 먹기를 원했지만, 배는 금세 불렀다. 한 그릇으로 만족해야 했다. 아이들 중에는 매운 고추가 들어있는 김밥 먹이기를 위해 가위바위보 게임을 하기도 했다. 내게도 하나를 가져와서 먹어보길 청했으나 배가 불러 사양했다. 한 1학년 남자 아이는 샌드위치를 가져왔다. 혼자 왔는데 큰 가방에 음료수와 빵이 들어 있었다. 꿋꿋하니 잘 견뎌냈다.
학생들 중에는 집에 가서 저녁을 먹고 오겠다고 하기도 했다. 집이 가까워 굳이 도시락을 준비하지 않은 것이다. 희주는 집에 다녀오면서 과일과 삶은 고구마를 가져와 내게 건넸다.
6시 20분경 11명의 플롯 연주자를 대동하고 재영 어머니와 재영 누나가 오셨다. 연주할 무대 공간을 만들고 CD플레이어의 소리를 확성하기 위해 두 개의 마이크를 설치했다. 하나는 사회자용이다. 그리고 <회화나무>를 배부했다.
나중에 재영어머니의 말씀을 듣고서야 밝은 데서 연주하는 부담, 청중이 이리도 가까이 있는 데서의 연주 부담이 얼마나 연주자에게 신경 쓰이는 일인지를 알았다. 재영이의 사회는 저 혼자 치달렸다. 1학년 학생들에게는 <회화나무>의 연주곡 설명글이 어려웠다. 그 때문에 어디 읽는지 찾느라고 소란했다. 연주자들은 각종 소음, 연주를 잘 듣지 않는 학생들의 어수선함을 극복하고 연주해야 했다. 연주자들은 최선을 다한 것 같다. 그들로서도 생소한 경험이었을 것이다. 나중에 독서교실 소감록을 받아보니 한 분 어른은 평생에 처음으로 플롯 연주회에 참가했다고 하셨다. 그리고 대체로 반응이 좋았다.
연주회를 마치고 재영어머니를 불러 인터뷰를 청했다. 참가동기를 물으니, 담임선생님의 억지에 나온 거라고 솔직하게 답해주셨다. 100점 만점에 연주자의 연주 60점, 청취자의 청취태도 60점으로 매겼다. 청중들이 반응이 너무 소극적이었다. 이것도 경험부족이 한 몫을 한다. 독서와 음악의 관계를 물었다. 너무 포괄적이다. 귀에 음악을 들려주면서 책읽는 것에 대해서는 비트가 센 음악, 쉽게 말해 랩이나 요즘의 대중가요는 사고활동을 방해할 것이라고 하셨다. 음악을 들으며 독서하는 것이 효과적일까? 사람이 한 번에 한 가지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라고 나는 생각하는데, 요즘은 하나의 유행인지 몰라도 학생들 중에는 음악을 들으며 공부하면 더 잘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내가 본 공부 잘하는 학생들은 동시에 두 가지 이상의 자극을 선택하지 않는다. 집중에 효과가 떨어진다고 보는 것이다. 시청각 매체를 이용해 공부하는 것과 인쇄매체와 음향매체를 사용하는 것은 같은 것이 아니다. 이것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플롯 연주자들은 저녁식사를 하지 않고 왔다고 했다. 끝내고 곧장 밥먹으러 갔다! 수료증이 합철되지 않은 <느티나무>를 선물로 한 권씩 주었다. 플롯 연주가 진행되는 동안 사진을 찍었는데 이상하게 움직이는 동작이 잘 잡히지 않았다. 카메라의 조작법을 몰라서 그런 것 같다!
곧이어 평전읽기로 특강을 두 편 준비했는데, 30분 정도 쉬는 시간을 가졌다. 실제로 20분 정도 쉬고, 특강할 분위기 만드느라 자리 정돈과 사전 설명을 곁들였다.
6학년 김도희가 ‘백범 김구의 생애’에 대해 약 25분여 특강을 했다. 특강 후 질문시간을 가졌으나 이렇다 할 질문이 나오지 않았다. 쉬었다 할까 하다가 다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번잡스럽게 여겨져서 곧장 이어서 중3 서지영의 ‘존 밀턴의 생애’ 특강을 했다. 이도 약 30여분을 소요했다. (※ 발표자료는 <회화나무> 제2호 (아래 글) 참조)
서지영의 생김새가 나를 닮은 것을 보고 내 아들이냐를 질문이 많아서 그렇다고 밝혔다. 계속 진행하려니 어색했다. 6시경에 도착한 최영권선생님께 특강 전반에 대한 평가와 토론을 부탁드렸다. 대략 1시간여 김도희와 서지영의 특강 내용을 정리하고 잘못된 부분을 고쳐주셨다.
■ 체제의 문제 : 장과 절의 구분을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형식을 따를 것.
■ 오타 수정
■ 김구 평전은 평전 쓴 사람의 수준이 문제시 된다. 독자는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잘못을 따져보고 해석해보는 독서를 해야 한다. 가령 김구는 몰락한 양반 집안인가, 상놈인가를 따져보라.
■ 김구의 독서이력은 평전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 좋게 평가해야 할 인물이라고 무조건 따라야 할 것인가!
■ 존 밀턴의 경우 페스트의 창궐로 인해 라틴어 사용계층이 격감하고, 이로써 모국어(영어)로 쓴 밀턴의 서사시가 모국어(영어) 사용계층에 의해 널리 읽힘으로써 오늘날 세계 공용어로서의 기반을 다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는 해석은 의미가 있다. 해가지지 않는 나라는 빅토리아 여왕의 공로가 아니라 어쩌면 밀턴의 공로가 해도 될 것이다! 자의적인 자신의 해석이 무리가 있다고 해도 이렇게 외쳐보는 독서라 바람직한 것이다.
■ 간서(看書: 책장 넘기는 수준의 독서. 읽고 앵무새 모양 읊조리는 수준) 보다는 각서(覺書, 책을 읽고 뭔가 깨닫는 것, 저자의 생각을 독자 자신의 방식으로 용어를 재정의하고 해석해보는 것), 각서보다는 돈서(頓書, 깨달음의 독서, 저자의 인식 수준을 넘어서는 것, 저자도 미처 생각지 못한 것까지 헤아림)를 하도록 하자.
다음으로 1시간여 다시 독서에 들어갔다. 이때 간식이 배부되고, 퀴즈 문제용지가 배부되었다. 퀴즈문제는 특강자료에서 만들어보도록 했다. 나중에 보니 지난 번 당리초등학교에 참가했던 학생들 중에서 자신이 읽은 책에서 문제를 낸 경우가 있었다.
11시에 퀴즈풀기를 했다. 맨 처음에는 내가 문제를 제비뽑았다. 한 사람이 맞췄다. 선물을 제비뽑기 했다. “발표 기회를 드립니다”란 상품은 자기 자랑, 누군가의 말 경청하기 등 뒤이어 행동할 내용이 적혀있었다. 인기를 끈 것은 『백범 일지』와 『밀턴 평전』, 라면 세트 받기였다. 책 선물을 받을 때는 김도희와 서지영이 자필 사인을 해주었는데, 학생들은 우르르 나와서 사인하는 것을 일일이 간섭하고 읽었다.
퀴즈풀이를 마치고 소감록을 썼다. 그리고 단체 사진을 찍고 <느티나무>를 받았다. 수료증은 대표로 김도희가 받았다. 약속한 대로 자정 시간이 다되었다. 내가 도서관을 나섰을 때는 12:20분이었다.
일찍부터 늦게까지 수고해주신 동신 정독독서 및 가락독서 회원님들, 최영권 선생님의 정성에 감사드립니다. 당리초등학교에서 윤지네 가족이 참가해주셨습니다. 코끼리내과진단방사선과의원의 후원과 깊은 관심에도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참가자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서 일을 만들고 의미를 만듭니다.
2. 문제점과 개선 방안
1) 진행상의 문제
(1) 등록부에 참가자의 명단 기재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특히 성인의 기재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2) 쉬는 시간에 어두운 복도를 뛰어다니며 소리 지르는 일이 늘상 발생한다.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 접근 제한 구역을 만들어야 할까?
(3) 사전협의-역할분담(사진촬영, 비디오촬영, 안내 등)
2) 시설 문제
(1) 학교도서관의 좌석이 불편하다. 학생들 중에서도 큰 체형의 아이들은 엉덩이 부분이 작아 불편을 느낀다. 현재로서는 어쩔 수 없다.
(2) 조명, 행사내용에 따라 조절 가능하면 더욱 좋다.
(3) 음료 공급
(4) 소요할 공간. 산책할 곳이 있다면 더욱 좋다.
(5) 담화 나눌 공간. 한 교실은 휴게실로 만든다(음료 등 준비)
3) 독서문제 : 만화를 너무 많이 읽는다. 1-2권의 필독서를 제시한다(독서퀴즈)
4) 특별 프로그램의 문제
(1) 음악; 독서와 별개가 되지 않게
(2) 특강; 수준을 고려, 질문자 사전 협의(질문 없을 경우 대비)
(3) 정독 및 자세집중코너의 경우 정리할 때 성취여부를 확인하고 격려할 것
(4) 참석자 전원에게 한 마디 말할 기회 부여(촛불 켜기 등)
(5) 소감록 작성 방법; 글(편지 등), 그림(가족의 협동화-크레파스나 색연필 등 사용)
5) <회화나무>, <느티나무> 개선
(1) <회화나무> 앞, 뒤 표지 디자인, 주최 및 후원기관을 뒷표지에 표기
(2) <느티나무> 뒷표지 디자인, 주최 및 후원기관을 뒷표지에 표기
(3) 두 인쇄물에 공히 카페 “열독(http://cafe.daum.net/10bk)” 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