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문학》(2025,봄호) 詩부문 신인상 당선 김은희
《한강문학》 (2025,봄호) 시부문 신인상 당선작
바람 외 2편
어제
꽃잎 사알짝 흔들던 바람
오늘은
비와 함께 온 세상 흔들어 대고
또, 내일은
억새잎 서걱이며
은빛 물결 일렁이겠지?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으면서
꽃바람 되었다
비바람 되었다
은빛물결도 되는구나.
할무니
주름진 손으로 만들어 주시던 술빵
지금도 내
달콤한 부드러움을 기억한다
내 사람아 내 사람아,
엉덩이 토닥여 주시던 울할무니
자라서는
내가 할무니 지팡이 되어
할무니 마실길이며
진외가댁 찻길이며
길동무 되었었다
이제 내가 할무니 되고 보니
가슴 깊이 묻어 뒀던
할무니가 되 살아 난다
딱 한 번이라도
만져 보고픈 울할무니.
석양夕陽
무심코 올려다 본 하늘
노을이 곱구나
날은 날마다 저물고
고운 빛깔이었건만
무심히 보고만 지났었네
오늘도 함께하다가
고운 얼굴로 인사를 하네
올 때는 흔적 없이 오더니
서쪽 하늘 붉게 물들이고 가네
내일 다시 동녘을 밝히며
환한 얼굴로 오시겠네.
《한강문학》PDF 38호(2025,봄호) - 시부문 신인상 당선작 심사평
자신의 꽃을 소중히 여기고 피워내는
낡고 묵은 것 물러가고 새봄이 온다니 맘도 따라 푸르러지는 듯 새롭고 즐겁다. 누가 오라 가라 하지 않아도 반드시 오고야 마는 계절처럼 신인도 저마다의 시심詩心이 익어 연하고 작은 꽃봉오리를 터뜨리듯 세상에 얼굴을 내민 듯하다. 이제는 고인이 되신 조병화 시인은 “시詩는 시인 자신의 운명에서 터져 나오는 말 꽃” 이라 하셨다. 그러나 꼭 극적劇的인 운명이 아니라도, 일상 속에서 느끼고 움튼 기쁨과 행복을 ‘한 편의 시’로 꽃처럼 피워낸다면, 그 시는 그 시인에게 있어서 운명적으로 다가온 소중한 ‘맘꽃’ 아니겠는가.
을사년乙巳年 설날을 전후하여, 빛고을 광주에서 향교 전교로 우리 문화와 역사 지킴이로 활동하시는 김남전 시인께서 김은희의 시 3편〈바람〉, 〈할무니〉, 〈석양〉을 시부문 신인상 응모작으로 추천하였다. 이에 보내온 원고를 읽고 심사하여 기꺼이 신인상 수상작으로 뽑아 문단에 소개하고자 한다.
김은희의 시 작품은 물론 기성 시인처럼 만개한 꽃은 아니었다. 그러나 맘속에 품고 있는 시심을 다 풀어내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 작품일지라도 이미 피워 올린 꽃송이 시詩 3편에는 향기와 고운 빛깔이 나름대로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따라서 100점 만점은 아니더라도 꾸미지 않은 순수의 그 맘을 귀하게 여겼다.
요즘 일부 시詩는, 이미지 표현 과정에서 비약이 지나치거나 또는 언어 선택에 있어서 돌덩이처럼 단단함이 느껴지는, 그리하여 리듬이 격하거나 또는 부족해 보이는 점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원인이 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러나 김은희의 시 3편은 ‘누구나 읽어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할 수 있는 시’였고, 비록 덜 익은 봉오리라 하여 ‘꾸미지 않는 순수함’이 매우 소중해보였다.
이제 한국 문단에 등단한 김은희 시인은 ‘자신의 꽃을 소중히 여기고 피워내는 시인’, ‘독자에게 사랑 받는 시인’, ‘멋진 시인’이 되시기를 바라며 꾸준히 붓끝을 벼리며 정진하는 시인이 되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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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문학 신인상 심사위원회 심사위원장 상임고문 김 중 위 심 사 평 편집고문 허 홍 구 추 천 인 한강문학 작가회장 김 남 전 한강문학 발행 겸 편집인 권 녕 하 |
《한강문학》PDF38호(2025,봄호) 시부문신인상 수상소감-김은희
삶이 묻어나는 진솔한 시를 쓰기 위해
저는 그동안 가정이 세상의 전부인양 가족들 뒷바라지에 매진하며 살아왔습니다. 무심히 흐르는 세월 속에 ‘손주’라는 선물을 받고 보니, 가슴속에 켜켜이 쌓였던 할머니와의 소소한 일상들이 문득문득 되살아났습니다. 〈바람〉, 〈할무니〉, 〈석양〉 3편의 시 모두 ‘할무니’에 대한 그리움을 풀어냈습니다. 그렇게 지극히 평범한 한 개인의 그리운 언어가 시인 등단이라는 영광으로 다가와 기쁘고 너무나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저에게 이런 기회를 안내해 주신 광주향교 김남전 전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기쁨을 소중히 간직하며, 앞으로도 삶이 묻어나는 진솔한 시를 쓰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습니다. |
김은희
시인, 《한강문학》(2025,봄호) 시부문 신인상 수상, (사)한국전례
원광주전남지원 부지원장, 성균관여성유도회중앙회 예절,다도사범,
광주금호사회복지관 한자강사, (사)평양민속예술단 광주부총재,
이메일 rla640824@naver.com
첫댓글 김은희 시인의 등단을 축하합니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