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44장
벤야민의 위기
(창세기 44,1-34)
요셉은 벤야민의 자루에 은잔을 넣고 관리인에게 은잔을 찾아오라고 지시한다.
관리인이 벤야민의 자루에서 은잔을 찾아내자 요셉의 형들은 옷을 찢고
모두 함께 요셉에게 되돌아간다.
요셉은 벤야민만 남기고 나머지는 돌아가라고 한다.
그러자 유다가 벤야민 대신 자기를 종으로 써 달라고 한다.

그림 이야기
알렉산더 이바노프(1806-1858, 러시아)는 신고전주의 화가이다.
그는 로마로 건너가 경건한 종교적 정열에 감동되어 나자렛파로 활동한다.
그리고 1837-1857년까지 <사람들에게 나타나신 그리스도> 라는
한 작품을 20년간 그린다.
이 작품은 세례를 주는 요한이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예수님을 가리키며,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이 저기 오신다."고 말하는 장면이다.
또한 그가 그린 <벤야민의 자루에서 나온 은잔>은
창세기 44장 6-13절의 내용이다.
요셉의 관리인이 형제들을 따라잡고 자기 주인의 잔을 왜 훔쳤냐고 한다.
형제들은 자기들의 무고함을 증명하고자 곡식 자루를 땅에 내려놓고
저마다 제 곡식 자루를 풀었다.
그런데 벤야민의 곡식 자루에 은잔이 있지 않은가?
그래서 한 형제는 머리를 긁적이고 있다.
그리고 유다는 옷을 찢고 있다.
벤야민은 유다에게 매달려 어떻게 하냐며 애원하고 있다.
가끔은 자기가 저지르지 않은 죄 때문에도
어려움을 겪기도 하나보다.
정말 억울하게.
그림 출처 : 말씀과 성화
본문
창세기 44장
벤야민의 자루에서 요셉의 잔이 나오다
1 요셉이 자기 집 관리인에게 명령하였다. "저 사람들의 곡식 자루에다 그들이 가져갈 수 있을 만큼 양식을 채워 주어라. 그리고 각자의 돈을 그들의 곡식 자루 부리에 넣는데,
2 막내의 곡식 자루 부리에는 곡식 값으로 가져온 그의 돈과 함께 내 은잔을 넣어라." 그는 요셉이 분부한 대로 하였다.
3 이튿날 날이 밝자 그 사람들은 나귀들을 끌고 길을 나섰다.
4 그들이 그 성읍을 나와 얼마 가지 않았을 때, 요셉이 자기 집 관리인에게 말하였다. "일어나 그 사람들을 쫓아가거라. 그들을 따라잡거든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여라. '너희는 어찌하여 선을 악으로 갚느냐?
5 이것은 내 주인께서 마실 때 쓰시는 잔이며 점을 치시는 잔이다. 너희는 고약한 짓을 저질렀다.'"
6 관리인이 그들을 따라잡고 이렇게 말하자,
7 그들이 그에게 대답하였다. "나리께서는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나리의 이 종들이 그런 짓을 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8 보십시오, 저희는 지난번 곡식 자루 부리에서 발견한 돈을 가나안 땅에서 가져다 나리께 되돌려 드렸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어찌 나리의 주인댁에서 은이나 금을 훔칠 수 있겠습니까?
9 나리의 이 종들 가운데 그것이 발견된 자는 죽어 마땅합니다. 그리고 나머지도 나리의 종이 되겠습니다."
10 그러자 그가 말하였다. "그렇다면 좋다. 너희 말대로 하자. 그것이 발견되는 자는 나의 종이 된다. 그러나 나머지는 자유롭게 가도 좋다."
11 그들은 서둘러 곡식 자루를 땅에 내려놓고 저마다 제 곡식 자루를 풀었다.
12 관리인이 큰아들부터 시작하여 막내아들에 이르기까지 뒤지자, 그 잔이 벤야민의 곡식 자루에서 나왔다.
13 그러자 그들은 자기들의 옷을 찢고 저마다 나귀에 짐을 도로 실은 뒤, 그 성읍으로 되돌아갔다.
14 유다와 그 형제들이 요셉의 집에 이르러 보니, 그는 아직도 그곳에 있었다. 그들이 그 앞에서 땅에 엎드리자,
15 요셉이 그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는 어찌하여 이런 짓을 저질렀느냐? 나 같은 사람이 점을 치는 줄을 너희는 알지 못하였더냐?" 유다가 대답하였다. "저희가 나리께 무어라 아뢰겠습니까? 무어라 여쭙겠습니까? 또 무어라 변명하겠습니까? 하느님께서 이 종들의 죄를 밝혀내셨습니다. 이제 저희는 나리의 종입니다. 저희도, 잔이 나온 아이도 그러합니다."
17 그러나 요셉은 말하였다. "나는 그런 일을 할 수 없다. 잔이 나온 사람만 내 종이 되고, 나머지는 편안히 너희 아버지에게 올라가거라.
유다가 대신 종이 되겠다고 나서다
18 그러자 유다가 그에게 나아가 말하였다. "나리, 이 종이 감히 나리께 한 말씀 아뢰겠습니다. 나리께서는 파라오와 같으신 분이시니, 이 종에게 노여워하지 마십시오.
19 나리께서 이 종들에게 '아버지나 아우가 있느냐?' 물으시기에,
20 저희가 나리께 대답하였습니다. '저희에게 늙은 아버지가 있고, 그가 늘그막에 얻은 막내가 있습니다. 그 애 형은 죽고 그의 어머니 아들로는 그 애밖에 남지 않아, 아버지가 그 애를 사랑합니다.'
21 그러자 나리께서는 '그 아이를 나에게 데리고 내려오너라. 내 눈으로 그를 보아야겠다.' 하고 이 종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만,
22 저희는 나리께 대답하였습니다. '그 아이는 제 아버지를 떠날 수 없습니다. 떠나면 그 애아버지는 죽고 말 것입니다.'
23 그러나 나리께서는 이 종들에게, '너희 막내아우가 함께 내려오지 않으면, 너희는 다시 내 얼굴을 볼 수 없다.' 하셨습니다.
24 그래서 저희가 나리의 종인 저희 아버지에게 올라갔을 때, 나리의 말씀을 아버지에게 전하였습니다.
25 그 뒤에 저희 아버지가 '다시 가서 양식을 좀 사오너라,' 하였지만,
26 저희는 이렇게 대답하였습니다. '저희는 내려갈 수 없습니다. 막내아우가 함께 가여 저희가 내려갈 수 있습니다. 막내아우가 저희와 함께 가지 않으면, 저희는 그 어른의 얼굴을 뵐 수 없습니다.'
27 그랬더니 나리의 종인 저희 아버지가 저희에게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내 아내가 나에게 아들 둘을 낳아 주었다는 것을 너희도 알지 않느냐?
28 그런데 한 아이는 나를 떠났다. 나는 그 애가 찢겨 죽은 것이 틀림없다고 말하였고, 사실 나는 지금까지도 그 아이를 다시 보지 못하였다.
29 그런데 너희가 이 아이마저 나에게서 데려갔다가 무슨 변이라도 당하게 되면, 너희는 이렇게 백발이 성성한 나를, 비통해하며 저승으로 내려가게 하고야 말 것이다.
30 이렇게 아버지의 목숨이 그 애의 목숨에 달려 있는데, 이제 그 아이 없이 제가 나리의 종인 저희 아버지에게 돌아갔을 때,
31 그 아이가 없는 것을 보게 되면, 아버지는 죽고 말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이 종들은 결국, 나리의 종인 백발이 성성한 저희 아버지를, 애통해하며 저승으로 내려가게 하고야 말 것입니다.
32 나리의 이 종은 제 아버지에게 그 아이를 맡겠다고 하면서, '제가 만일 그 아이를 아버지께 도로 데려오지 않는다면, 제가 아버지 앞에서 그 죄를 평생 짊어지겠습니다.' 하고 말하였습니다.
33 그러니 이제 이 종이 저 아이 대신 나리의 종으로 여기에 머무르고, 저 아이는 형들과 함께 올라가게 해 주십시오.
34 그 아이 없이 제가 어떻게 아버지에게 올라갈 수 있겠습니까? 저희 아버지가 겪게 될 그 비통함을 저는 차마 볼 수 없습니다.
첫댓글 37절 "저희 아버지가 겪게 될 그 비통함을 저는 차마 볼 수 없습니다."
은잔을 벤야민 자루 속에 넣도록 하여 형제들을 곤궁에 빠뜨린 요셉-
은잔이 발견 벤야민은 누명을 쓰고, 형제들은 종이 되어야 할 신세다.
이때 유다가 나서 거침없는 웅변적 열변으로 요셉을 감동시킨다.
유다는 형제를 사랑하는 뜨거운 마음과 아버지에 대한 효성이 드러나고
그가 희생하겠다는 결연한 의지와 각오를 보인다.
이십 년 전 요셉이 생각했던 형제들의 모습이 아니다.
형제간 서로를 위하고 사랑하고, 특히 유다의 희생 정신과 아버지에 대한 효심은
본장을 읽는 나에게도 감동으로 다가온다. 자신을 던지는 희생을 본받고 싶다.
1 저 사람들의 곡식 자루에다 그들이 가져갈 수 있을 만큼 양식을 채워 주어라.
묵상 : 요셉은 자신을 죽이려고 했고, 결국 자신을 팔아버린 형들을 미워할 수도 있을텐데 그 형들을 감싸는 것 같습니다. 많은 곡식을 주고 가져온 돈마저 돌려주는 요셉의 마음에서 주님의 사랑을 느낍니다. 원수까지도 사랑하라는 하느님의 말씀 처럼 요셉은 형제지만 자기를 죽이려고 했던 형들을 용서하고 은혜를 베풀어 줍니다. 저희도 원수까지 사랑할 수 있는 넒은 마음을 가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주님! 저에게 잘못한 모든 이를 용서하고 사랑할 수 있도록 넓은 마음을 가지게 하소서, 저에게 상처를 받은 사람이 있다면 치유하여 주소서.
34절: "그 아이 없이 제가 어떻게
아버지에게 올라갈 수 있겠습니까?
저의 아버지가 겪게 될 비통함을
저는 차마 볼 수 없습니다."
묵상: <회개한 유다>
현재 겪고 있는 시련과 오해.
과거 요셉에게 행했던
형제들의 죄의 책임으로 여기고,
이번에는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벤야민 대신 종이 되어
죄 없는 동생
벤야민 보호하고자 하는
죄 없는 아버지
또 비통함 느끼게 하지 않으려는
유다의 성장을 보게 된다.
20절: 아버지가 그 애를 사랑합니다.
묵상: 아버지가 라헬 자식만을 아들로 여기는 남다른 사랑을 보이는 것도 시기하지 않고 존중한다. 어찌할 수 없이 기우는 인간의 사랑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고통을 통해 사람에 대한 연민을 갖게 되고 죄를 고백하면서 책임을 지고자 하는 유다의 모습에서 회개를 본다.
한 공동체 안에서 생긴 상처(말과 행동)도 나 자신 먼저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고백할 때 참된 용서와 회복, 치유됨을 비로소 하느님께서 함께해 주셨음을 느낀다.
제 십자가를 지고 따르는 신앙인이 늘어가도록
새로운 복음화의 길로 저희를 이끌어 주시라고
주님께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