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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하만조 (모심과살림연구소 연구원)
가장 넓은 집에서 가장 작은 집으로
지난 수십 년간 우리가 사는 집의 넓이는 크게 확대돼 왔다. 1982년 가구 평균 41㎡였던 우리의 주택 면적은 2014년 71㎡로 증가했고, 많은 사람들은 이보다 더 넓은 평균 93㎡의 집에서 살기를 바라고 있어서 앞으로도 집의 크기가 계속해서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경향은 세계에서 가장 넓은 집에 사는 미국인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1970년대에 현재 우리보다 2배 이상 넓은 150㎡의 집에 살았던 미국인들의 2013년 신축주택 평균 면적은 240㎡로 크게 넓어졌으며 그 증가 추세는 계속되고 있다.
소유하는 물건도 늘어났다. 우리나라의 경우 냉장고만 보더라도 김치냉장고를 포함하여 가구당 평균 2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컴퓨터, 세탁기, 텔레비전 같은 가전제품들도 그 기능과 취향에 따라서 1대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기술 발전의 결과로 일부 제품들은 사라지거나 통합되었지만 전체적인 보유 총량은 늘어났고, 이를 유지하기 위한 전력 소모량과 발전 설비 또한 비례하여 늘어났다. 전자제품 외에도 캠핑, 등산, 낚시 등 취미생활이 확대되면서 전에는 없던 기능성 상품들이 새롭게 등장하고 구입해야 할 이유도 하나둘 생겨난다. 이에 더해 묶음 판매와 패키지 판매가 일반화되면서 용도가 겹치는 물건도 집 안을 채워가고 있다. 이쯤 되면 집이 넓어져서 물건이 늘어났는지 물건이 늘어나서 집을 늘려온 것인지 선후관계가 모호하기는 하지만, 양자는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더 큰 것이 좋고 더 많은 것이 좋다(the bigger is better, more is better)’는 문화가 우리의 생활양식으로 정착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경제적 ·환경적 측면에서 이와 같은 생활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가능 하겠는가, 혹은 그래서 우리는 더 행복해졌는가라는 질문과 함께 우리에게 ‘분명한 전환’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러한 가운데 평균 17㎡(5평) 규모의 집을 짓고 최소한의 물건만을 소유하며 단순하게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 제주도에는 한 귀촌인이 부부의 집, 장모와 처형의 집, 아버지 집, 햄버거 가게, 민박집을 각각 3평 규모로 한 공간에 지어서 함께 살고 있는 사례도 있고, 경남 함양에는 생태문화공간의 창조를 목적으로 하는 ‘온배움터’가 작은 집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들은 적은 돈으로 집을 지을 수 있다는 점, 그래서 집을 갖기 위해 돈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남이 아닌 내가 지을 수 있어서 더 애착을 갖게 된다는 점을 작은 집의 장점으로 꼽는다. 또 집을 지으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고 어떤 방식으로 살 것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하도록 한다는 점도 소중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작은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평균 주거 면적이 세계에서 가장 넓은 미국이다. 1999년 제이 쉐퍼 Jay Shafer라는 예술가가 지은 10㎡(3평) 규모의 ‘스몰하우스’라고 이름 붙인 작은집이 당시 지역 언론에 소개된 것이 미국에서 작은집을 확산하는 한 계기가 되었는데, 그가 작은집을 짓게 된 이유는 더 적게 소유함으로써 더 큰 자 유를 얻기 위한 것이었다. 이후 그의 집과 생활방식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곳곳에서 그와 비슷하게 작은집을 짓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른바 ‘작은집운동(tiny(small) house movement)’이 새로운 생활문화현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운동이 아닌 혁명
미국에서 작은집운동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킨 데는 제이 쉐퍼가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이후 대중적으로 확산된 데는 몇 가지 배경이 있다. 첫째, 캐러밴이나 트레일러에 거주하면서 여행을 다니는 문화가 발달해 있고, 이를 위한 자연환경과 시설 등 조건이 잘 갖추어져 있다는 점이다. 관련해서 제이 쉐퍼도 여행용 트레일러에 거주하면서 결로와 난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구적으로 살 수 있는 작은집의 형태를 구상하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둘째, 작은집은 짓는 데 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하다. 예컨대 2005년 미국 남부 멕시코 만을 강타한 태풍 카트리나의 피해 복구 과정에서 미국 정부는 13만여 가정에 작은집과 임시 거처를 마련해주기도 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노숙인들에게 영구 혹은 일시 주거의 공간으로 작은집을 제공하고 있기도 하며 이렇게 활용되는 사례가 전국적인 언론을 통해 종종 보도되고 있다.
셋째, 작은집을 짓는 데 큰 기술이 요구되지 않고 최근 테크샵 techshop의 성공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미국 특유의 DIY 문화가 발달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터넷 블로그, 홈페이지, 유튜브를 통해 제작 과정과 노하우, 동 영상 등 관련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도 접근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작은집과 관련한 크고 작은 워크숍과 컨퍼런스를 통해 관련 노하우를 공유하는 자리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기도 하다.
넷째, 작은집이 상품화되었다. 작은집 세트를 제작하여 판매하는 회사들로부터 도면이나 제품을 구입하여 제작 기간을 단축할 수 있고 아예 완성된 형태로 구입할 수도 있다. 상품화는 작은집에 대한 대중적 접근성을 높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전문화와 고급화의 방향으로도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다섯째, 아마도 가장 중요한 배경이 될 텐데,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대량 실직과 경기 침체를 경험한 미국인들 사이에서 담보대출에 의존하는 삶의 불안정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었다는 점이다. 일례로 미국 애리조나 주 스코츠데일 지역의 작은집에 살고 있는 앤소니 플로이드 Anthony Floyd 는 “2008년의 경기 침체는 사람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어떻게 더 적은 것을 가지고 더 풍족하게 살 것인 가라는 질문을 가져왔다”고 회고하고 있다. 이와 같은 다양한 배경에서 작은집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2014년부터는 작은집을 소재로 하는 두 개의 드라마가 TV에서 방영되기 시작했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이끌어내고 있다.
작은집운동을 주제로 하는 홈페이지와 블로그도 상당히 많은데 이 중 한 곳에서는 미국의 작은집운동 참여자들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유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경제적인 측면에서 작은집의 이점을 제시하고 있는데, 첫째, 작은집을 소유한 사람들의 68%가 담보대출을 갖고 있지 않은 반면 일반 주택 소유주는 29%만이 담보대출을 갖고 있지 않다. 둘째, 이 담보대출은 결국 건축비용과 연계되는 것인데 작은집의 평균 건축비용은 2,570만 원(23,000달러)으로 일반 주택 건축비용 약 3억 원(272,000달러)에 비해 1/10 수준이고, 담보대출 이자 부담 약 2억 3천만 원(209,704달러)까지 고려하면 작은집 소유자들의 실제 재정 부담이 매우 적음을 알 수 있다. 셋째, 주택 유지비와 생활비 지출이 줄어들어, 작은집 소유자의 89%가 미국인 평균 신용카드 부채액보다 적은 부채를 갖고 있으며 65%는 아예 카드 부채가 없다고 조사됐다. 『작은 집을 권하다』라는 책을 쓴 일본인 다카무라 토모야 씨의 경우도 식비와 기타 지출로 월 약 18만 원(2만 엔) 정도를 사용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렇게 볼 때 ‘나는 작은집을 지어서 은행을 물리쳤다’라는 제이 쉐퍼의 주장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경제적 이점은 자신의 시간과 노동 대부분을 은행 빚 갚는 데 쓰지 않아도 되는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정형화된 소비 중심의 생활양식에서 벗어나는 데도 도움을 준다. 그래서 혹자는 사람들이 작은집에 사는 것을 가리켜 ‘운동’이라고 부르지 않고 ‘혁명’이라고 부른다.
작은집? 적당한 집!
쉐퍼가 처음 지은 집은 이후 등장하는 작은집들의 기본 모델처럼 여겨지고 있는데, 3평 규모의 트레일러 위에 목조로 2층을 올린 형태이다. 1층은 주방, 욕실, 거실 등 생활공간으로 활용하고, 2층은 침실로 꾸며져 있다. 또 현관문 앞에는 의자를 두고 앉을 수 있도록 데크가 설치되어 부족한 거실 공간을 보충하고 있다. 쉐퍼는 단순한(simplicity) 디자인을 원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집을 구상할 때 하는 방식처럼 필요한 것을 덧붙이기보다는 불필요한 것을 빼는 방식으로 집을 지었다고 한다. 그는 이를 ‘효율성 (efficiency)’이라고 부르고 토모야는 ‘뺄셈 스타일’이라고 부른다. 기존 집의 공간 설계방식, 나아가 생활방식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방법론이다. 집이 작은 것도 처음부터 구상한 것이라기보다는 이러한 방식을 적용하게 되면서 나타난 결과라고 한다. 자연스레 모든 공간은 하나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되었고, 벽과 가구도 다양한 목적을 갖고 배치되었다.
집을 지을 때 사용하는 재료도 여행용 트레일러와는 다르다. 일반 주택과 동일한 것을 택하거나 혹은 더 좋은 품질의 것을 선택한다. 왜냐하면 일시적인 거주가 아니라 영구적인 거주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또한 값싸게 집을 지으려는 목적이 아니라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잘 살 수 있는 집을 짓기 위한 목적이 크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심미적인 측면도 고려가 된다. 쉐퍼의 집이 지역 사회의 잡지에 실리게 된 계기나 이후 여러 사람들이 작은집에 열광하게 되는 이유 중에 하나는 바로 작은집이 갖고 있는 매력적인 디자인 때문이다. 제이 쉐퍼는 효율성을 위해 지붕을 네모지게 만들지 않고 삼각형으로 만든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나는 적당히 기울어진 지붕과 그늘을 만들어주는 차양을 좋아했어요. 그것이 바로 내 행복을 이어가게 해주는 것이었죠” 이렇게 함으로써 비 록 집이 작을지언정 외부로부터 침입과 사생활보호, 안정된 잠자리와 휴식 공간과 같은 집으로서 요구되는 기본적인 기능과 함께 단순하고 소박한 디자인에 개성 있는 매력을 더해 인간적인 생활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한다.
많은 사람들이 작은집을 소개할 때 ‘알맞은 (affordable)’이라는 말을 종종 사용한다. 이것은 가격이 적절하다는 의미로 주로 사용되는데 어쩌면 작은 집을 짓고 사는 것이 비현실적이거나 비주류적인 현상으로 생각되기 때문에 경제적 측면만을 부각시키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본 바를 고려하면 가격을 포함하여 ‘살기에도 알맞은’ 혹은 ‘적당한’이라는 의미로 ‘affordable’이라는 단어를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더구나 집에서 소비되는 자원과 에너지의 비중을 고려할 때, 그리고 그 집 안에 보관할 수많은 상품을 생각하면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작은집이 적당하지 않은가라고 되물을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실제로 그 규모의 특성으로 인해 작은집은 자원과 에너지 측면에서 소비가 적고 효율적이다. 때때로 자신의 주거 방식과 행위 양식이 환경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고자 하는 이유로 작은집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이런 부분을 더욱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집을 짓기도 한다. 이들 중 일부는 전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거나 빗물을 받아서 생활하는 사람들도 있고 에너지원으로 태양광(열)을 이용하거나 용변을 퇴비화하는 콤포스트 토일렛(compost toilet) 을 활용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작은집은 트레일러 형태의 이동식이어서 고정된 전기선이나 상 ·하수도를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전기와 물, 혹은 인터넷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인가에 관심이 높다. 물론 여행자를 위한 전용 주차 구역을 이용하면 이들 자원을 활용할 수도 있지만 경제적 비용을 고려하면 대안적 에너지 시스템과 에너지 효율성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작은집
작은집의 효율적인 측면은 일반 주택에 비교해볼 때 더 확연하게 드러난다. 미국에서는 평균적인 크기의 주택을 한 채 지을 공간에 17㎡(5평)의 작은집 11채를 지을 수 있고,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4채를 지을 수 있다. 보통 한 집에 한 가구가 산다고 가정하면 아파트는 물론 일반 주택보다도 효율적으로 공간을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이와 같은 공간 효율성, 그리고 집을 짓는 비용과 기간이 단축되는 점 때문에 작은집은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어 왔다. 특히 최근에는 61만 명에 달하는 노숙인과 텐트시티(tent city) 거주민들에게 비록 일부의 사례이지만 한층 안정적인 주거를 제공하는 목적에 활용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도움을 주는 방법도 다양하다. 유타 주에서는 노숙인들이 겨울철 추위에 견딜 수 있도록 ‘서바이벌 팟(survival pod)’이라는 작은집을 개발한 사람도 있고 뉴욕 주의 한 사업가는 땅을 기부하여 6채의 작은집을 지어주기도 했다. 마을 주민과 지자체가 함께 나서 노숙인들이 안정적으로 자립하도록 작은집 커뮤니티를 건설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위스콘신 주의 매디슨(Madison), 뉴욕 주의 이타카(Ithaca), 워싱턴 주의 올림피아(Olympia), 오스틴(Austin)과 같은 곳들을 포함하여 미국 전역으로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 노숙자들에 대한 연민의 마음이나 그들을 구조적 경제 위기와 불평등의 희생양이라고 인식하는 측면과 더불어, 노숙과 범죄의 상관관계나 그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 측면에서 설득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지자체들의 관심도 크다. 이 중 한 곳인 오스틴은 비교적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 지역의 비영리단체 Mobile Loaves&Fishes와 지역 주민들은 10여 년에 걸쳐 준비한 ‘Community First!’라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들은 마을 인근의 장애인과 노숙인을 지원하기 위해 27에이커의 대지를 마련하고 이동식 주택 100곳, 작은집 125채를 설치했다. 주변에는 커뮤니티 정원, 야외극장, 양봉과 계사 운영 등의 공용 시설을 설치하고 여기서 기르는 야채와 달걀은 푸드 트럭에서 노숙인을 위한 식사 준비에 사용한다. 예방과 진료를 위해서 현장에 설치된 의료센터는 구성원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상태를 검사하고 호스피스와 단기보호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등 공동체의 건강에 이바지하고 있다. 거주자들은 시장 가격보다 저렴한 월 23만원(210달러) 수준의 임대비용으로 작은집에 거주 할 수 있으며, 일부는 월 10만원(90달러) 정도만 내도록 할 계획이다. 또 거주자들이 스스로 임대비용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직업 훈련과 고용의 기회도 제공할 계획이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한 실무자는 이렇게 제공되는 작은집이 단지 노숙인을 위한 임시 거주지로서가 아닌 개인의 사생활과 존엄을 지켜주는 공간으로, 다른 누가 살더라도 괜찮은 수준의 집을 짓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작은집이 함께 모여 마을을 꿈꾸다
노숙인 공동체라는 다소 예외적인 경우와 달리 일반적으로 작은집들은 현재 미국의 각 주별로 규정하고 있는 집과 방의 최소 주거 공간 기준에 미달하기 때문에 대부분 트레일러 위에 건물을 얹어서 이 법을 피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하더라도 도시 내에서는 정해진 주차 공간을 제외하고는 장기적인 거주가 법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한 곳에 정착해 생활할 수가 없다. 그래서 작은집운동의 한 흐름은 기존의 공간 제한 규정을 풀어달라는 제도 개선 운동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집단 주거를 통해 제한 규정을 비켜가고자 노력하고 있는데 최근에 이와 관련한 노력이 성과를 거둔 사례가 등장했다. 지난 4월 미국 플로리다의 락클리지 Rocklage에서 오랜 논의 끝에 하나의 정원을 공유하면서 주변에 여러 채의 작은집이 배치되는 방식인 ‘포켓 네이버후즈(pocket neighborhoods)’ 개념으로 소규모 커뮤니티를 설립할 경우 최소 9㎡(3평)의 기준에 부합하면 작은집을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처럼 곳곳에서 작은집 커뮤니티 혹은 마을을 꿈꾸는 사람들의 기본적 인 아이디어는 포켓 네이버후즈와 유사하게 각자 작은집에서 거주하며 시설과 대지를 공유하는 것이다. 아마도 스머프 마을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물론 법적인 이유 때문에만 커뮤니티나 마을을 구상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다른 사람과 함께 어울려 살아온 정주 공동체 경험의 자연스러운 발로일 수도 있고 작은집이라는 생활문화운동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필요와 욕구를 공동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실용적인 이유도 있다. 그래서 작은집 마을을 준비할 때는 어떻게 공간과 관계를 설정할 것이냐가 중요한 이슈가 된다.
작은집운동의 선구자 제이 쉐퍼는 이 분야에서도 선구적이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현재 구상 중인 마을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소개하면서, 자신이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는 요소를 크게 세 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첫째, 적절한 비용으로 훌륭한 장소를 마련함으로써 가격과 품질의 균형 을 갖춘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이며, 둘째, 개인의 사생활을 최대한 보장 하면서도 이웃과의 자연스러운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하는 것이다. 셋째, 관계 측면에서 모든 것이 각자와 전체에게 본질적인 부 분으로서 의미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도록 디자인하는 것이다. 그는 올해 안에 착공식을 계획하고 있으며, 만약 그가 성공한다면 이 역시도 많은 작은집운동가들에게 영감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 작은집 마을은 자산을 공동으로 소유하거나 부분적으로 공유하기 때문에 이를 자주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나타나며 이를 위한 구성원들 간의 약속과 절차 규칙과 역할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자율과 자치를 위한 과정에는 민주적 의사소통이 바탕이 되고 그것은 또한 공동체의 관계를 풍부하게 만드는 데 기여한다. 비록 형태는 조금 다르지만 이러한 경험을 앞서서 해오고 있는 공동주거 (co-housing)나 협동조합 주택 (housing cooperative)은 작은집 마을이 택할 수 있는 형식으로서 참고할 수 있는 좋은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빚 없는 삶
작은집운동 이전에도 미국에서 당대의 사회문화적 압력에서 벗어나 단순하고 소박한 삶, 스스로 만드는 삶과 이에 필요한 생활양식을 추구하는 노력은 계속되어 왔다. 1800년대 중반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의도적으로 살기(live deliberately)’, 헬렌과 스콧 니어링의 ‘좋은 삶(the good life)’, 1960~70년대 ‘토지로 돌아가자(back to the land)’ 운동이 그러했고 지금도 이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이 같은 방식으로 2000년대 들어서 확산되고 있는 작은집운동의 캐치프레이즈를 붙여본다면 그것은 아마도 ‘빚 없는 삶’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 빚은 단지 화폐만을 의미 하는 것이 아니다. 지구가 0.5개는 더 있어야 지속되는 현재의 생활방식을 영위하면서 미래세대로부터 끌어다 쓰고 있는 자원과 에너지를 포함한다. 문제는 우리가 이 빚을 언제 다 갚을지 모르지만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비단 사람뿐만 아니라 자연으로부터도 분명하게 들려오고 우리 모두가 체감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작은집을 짓고 사는 것은 완벽한 대안이 될 수는 없을 것이지만 분명한 전환을 위한 의미 있는 시도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