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 5월 28일 발표한 [2009년 4월중 국제수지 동향] 자료는 우리 경제의 국제경쟁력이 아
직 매우 높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환율이 2월 말 1,516원에서 3월 말 1,377원으로, 4월 말에는 1,282원
으로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상품수지(무역수지) 흑자는 3월 69.8억 달러를 기록했고 4월에도 61.7억
달러를 기록했다. 서비스수지와 소득수지가 4월에 11.1억 달러와 8.6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함으로써,
경상수지 흑자는 3월 66.5억 달러에서 4월에는 42.8억 달러로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한편,
자본수지는 3월 27.1억 달러 적자에서 4월에는 25.4억 달러 흑자로 전환했다. 그만큼 외국인들은 우리
경제가 튼튼하고 건강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경상수지와 자본수지가 이처럼 대규모 쌍둥이 흑자를 기록하자, 즉 외환시장에 달러가 대규모로 물밀
듯이 들어오자 정책당국의 환율방어 역시 치열했던 것으로 보인다. 외환보유고가 3월 2,063억 달러에서
4월 2,125억 달러로 62억 달러나 증가했다. 8조 원 가량의 달러를 외환시장에서 사들인 셈이다. 근래에
외환보유고가 가장 낮았던 2008년 10월 2,006억 달러에 비해서는 약 120억 달러가 증가하였는데, 이것
은 우리 돈으로 15조 원이 훨씬 넘는 규모이다. 정책당국이 그만큼 대규모로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사들
인 셈이다. 5월에도 외환보유고는 143억 달러나 증가했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환율은 3월 말 1,370원
대에서 5월 말에는 1,250원 대까지 불과 두 달 사이에 120원이나 떨어졌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다음과 같은 일이다. 즉, 환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었음에도 불
구하고 내국인 기타투자수지는 3월의 35.5억 달러 흑자에서 4월에는 28.2억 달러의 적자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3월까지는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에서 35.5억 달러를 거둬들였는데, 4월에는 28.2억
달러를 국내에서 해외로 유출시켰다는 것이다. 참고로 내국인 기타투자수지는 해외 직접투자와 해외
증권투자를 제외한 해외대출, 해외예금, 주택 등 기타 자산에 대한 투자의 수지를 뜻한다.
그럼 그 결과는 어떻게 나타났을까? 그동안 환율이 줄기차게 떨어졌으므로, 내국인이 해외로 가져갔던
돈은 당연히 환차손을 입어야 한다. 환율은 3월 말 1,377원에서 4월 말에는 1,282원으로 떨어졌으니, 4
월에 해외로 순유출한 자금의 환차손만 따지더라도, 그 한 달 동안에 우리 돈으로 2,679억 원이나 손해
를 본 셈이다. 환율은 6월 1일 현재 1,230원 대까지 떨어져 있고, 장차 더 떨어질 경우에는 그 환차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엄청나게 큰 손해를 볼 짓을 스스로 했을까? 만약 정책당국이 환율을 방
어하기 위해 국내 은행 등 금융기관들에게 국내시장에 들어오는 달러를 유출시키도록 압력을 가했다
면, 이것은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정책당국이 국내 금융기관 등의 경영수지를 크게 악화시키는
일을 한 것은 아닌가? 제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기를 기원해본다.
국내 금융기관 등이 스스로 환차손을 일으켰더라도, 이것 역시 답답한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자
본수지가 4월에만 25.4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외국인들은 해외에서 달러
를 들여와 엄청난 환차익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인 증권투자는 3월에 26.7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는데, 4월에는 무려 71.3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 환차익이 현재는 얼마이고 장차 얼마나
더 커질 것인가를 생각하면, 나는 배가 아파 죽을 지경이다. 왜 우리는 외국인들처럼 큰 이익을 보지 못
하고, 늘 그들에게 피땀 흘려 쌓은 국부를 이렇게 빼앗겨야 하는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