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먼지 없애려고 나무 심었더니… 이번엔 씨앗 날려 골치
종자솜털
5월에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모습을 본 적이 있나요? 이 낯선 풍경이 중국 베이징에서 매년 4~5월에 실제로 일어납니다. 나무의 씨앗을 담은 하얀 '종자솜털'이 마치 눈송이처럼 날리면서 눈과 코를 간질이지요.
이런 종자솜털은 도로 위나 차 부품 속, 창틀에 쌓여 때로는 작은 불씨에도 화재를 일으키기도 해요. 종자솜털을 주로 내뿜는 나무는 사시나무, 버드나무 같은 버드나뭇과(科) 식물입니다. 매년 봄, 바람이나 곤충이 수나무의 꽃가루를 암나무에 묻혀주면 씨앗이 맺히죠. 이 씨앗이 하얀색 솜털을 입고 멀리까지 날아갑니다. 흔히 '꽃가루'라고 생각하는데 꽃가루가 아니고 씨앗을 담은 종자솜털입니다.
이렇게 나무의 번식에 꼭 필요한 종자솜털이 중국 사람들의 골칫거리가 된 이유는 갑작스러운 숲 조성에 따른 생태계 부작용이라고 해요. 중국, 특히 베이징은 도시 녹화를 위해 1960년대부터 빨리 자라기로 유명한 버드나뭇과 나무 여러 종을 약 30만 그루 심었어요. 그런데 이 나무들은 하필 종자솜털이 유독 많이 나오는 종이었어요. 최근에는 중국 당국에서 암나무에 호르몬 약을 투여해 꽃이 피는 것을 막아 종자솜털을 줄일 방안도 내놓고 있어요.
인위적인 인공 숲 조성으로 생긴 문제는 이 밖에도 또 있어요. 중국은 북쪽, 북동쪽, 북서쪽 즉 '삼북'에 있는 사막 지역에 인공 숲을 조성해 모래 폭풍우와 같은 먼지 발생을 억제하는 '삼북방호림(三北防護林)' 정책을 1978년부터 펴왔는데요. 역시 빨리 자라는 버드나뭇과 나무를 대규모로 심었어요. 덕분에 1990년대 전체 토지 면적의 16.7%가량에 불과하던 산림면적은 2018년에는 21.7% 정도까지 확대됐답니다. '녹색 만리장성'이라 부르면서 인공 숲이 모래 폭풍을 잠재우고 오염 물질을 흡수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홍보해 왔죠.
그런데 최근에는 위성 이미지를 이용한 광범위한 면적의 생태계 연구가 진행되면서 여러 가지 부작용이 알려지고 있어요. 특히 공기 질이 나빠졌다고 합니다. 숲이 생기면 바람길이 막혀 바람이 약해지겠죠. 그런데 아시다시피 바람이 약하면 초미세 먼지가 덜 흩어져요.
거대한 숲이 공기를 가두었고 그 결과 초미세 먼지 농도도 높아졌다고 해요. 사막에서 날아오는 황사 등 미세 먼지를 줄이겠다고 숲을 만들었는데 오히려 대기 오염 물질이 늘어나는 아이러니가 벌어진 겁니다.
또 중국의 인공 숲이 빠르게 늘어나는 동안 자연적으로 조성된 숲 면적은 6%가량 줄었답니다. 빠르게 자라는 인공 숲이 약한 토착 식물을 밀어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문제는 이 거대한 인공 숲이 몇 가지 나무로만 구성된 단순한 생태계라는 점입니다. 종이 다양한 자연 숲에서는 별문제 아닐 수 있는 나무 관련 질병이, 몇 가지 종만 있는 인공 숲에서는 큰 환경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