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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보르네오열차의 기관실에 5초만 서 있어도 땀이 주루룩 흘러내린다. 체감온도 50도는 거뜬히 넘는 듯하고, 실내온도는 매 순간 가파른 곡선을 그리며 끝도 없이 올라간다. 잘 말린 장작을 열차 한 량 가득 싣고, 옛 방식 그대로 증기의 힘으로 느릿느릿 움직이는 그때 그 시절의 북보르네오열차가, 코타키나발루의 현재를 달린다. 코타키나발루가 ‘제셀톤Jesselton’이라고 불리던 영국 식민지 시절, 커피, 코코넛, 담배 등을 수송하기 위해 만들어 진 북보르네오열차. 당시 원활한 농작물 수송을 위해 열대 밀림 구석구석까지 철길이 놓였다. 1970년대 디젤 기관이 소개되면서 효율성이 떨어지는 증기기관차는 운행을 중단했고, 북보르네오열차 역시 자연스레 사라졌다. 30년 만에 부활한 이 열차는 과거의 영화를 재현하듯 코타키나발루의 명물로 자리잡게 됐다. 2000년 1월 수트라하버 리조트와 사바철도청이 합작해 북보르네오열차를 관광용으로 재탄생시켰다. 기차가 지나가는 루트를 살펴보면, 말레이시아의 폭 넓은 식물군․동물군을 간접적으로나마 만나 볼 수 있다는 점, 코타키나발루 교외의 풍경을 찬찬히 돌아볼 수 있는 가장 낭만적인 교통수단이라는 점 등이 북보르네오열차가 다시 달리게 된 이유다. |
낭만적이고 이국적인 기차여행을 원하는 승객들의 욕구를 정확히 파악한 덕분에 갈수록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기차의 첫 량은 새카만 색으로 된 기관차로, 엔티크한 느낌을 그대로 살렸다. 푹푹 찌는 기관실로부터 나무 태우는 냄새가 객실까지 그대로 전해진다. 객실 역시 예스러운 분위기로 꾸몄다. 네 명이 마주보고 앉을 수 있는 구조로 좌석을 배치했고, 중앙에는 테이블이 놓여 있어 좀 더 편리한 기차여행이 가능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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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가 출발하면 승무원들은 분주해진다. 북보르네오열차의 승무원은 말 그대로 ‘멀티 플레이어’. 역을 지날 때마다 패스포트에 도장을 찍어 주는가 하면, 차창 밖 풍경을 설명해주는 안내원 역할도 맡는다. |
창밖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풍광 덕에 총 4시간이 걸리는 기차여행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 푸타탄을 조금만 지나면 첫 번째 정류장이다. 아담한 불교 사원에 잠시 들를 수 있는데, 잘 갖추어진 사원은 아니지만, 밀림 속에 자리한 사원인만큼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마지막 정거장인 파파는 시골장이 열리는 곳이다. 1링깃이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말레이시아식 팬케익 ‘뵌텍’, 몽키바나나 튀김, 도너츠류 등 간식거리가 코를 자극한다. |
북보르네오열차는 매주 월, 수, 금요일 오전 10시에 운행한다. 점심식사가 포함된 운임은 195링깃(어린이 110링깃, 5세 이하 무료). 자세한 사항은 www.northborneorailway.com.my에서 알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