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08. 11. 8 (토)
산행지: 칠갑산 (七甲山 561M, 청양군)
코스: 대치리 - 한치고개 - 432봉 - 정상 - 465봉 - 장곡사 (4시간)
교통: 버스 대절
하산후 식사 : 나그네 옻닭 (장곡사 매표소앞)
참가 회원: 산행기 참고 (20+3명)
산행기 (홍성만):
지난 11월 8일 우리는 칠갑산에 올랐다.
아침 일찍 잠실 느티나무 밑에 도착하니, 오랜만에(본인의 입장에서) 만나는 얼굴들이 반갑다.
목동에서 타고온 친구들과 잠실에 모인 친구들을 합하니, 총 23명.
이름하여 강상회, 김인중, 김윤경, 김종헌, 박찬용, 박창서, 정영만, 배익환, 민경복, 유승엽, 용희주, 이은우, 이지열, 이형열, 장훈, 홍국선, 홍성만, 안종환 부부, 임창섭 부부, 주상록 부부.
고속도로가 붐벼서 충남 청양군 대치면과 정산면의 경계를 이루는 칠갑산 고갯마루 면암 최익현 선생 동상이 있는 광장에 도착하니, 어느새 12시가 넘었다.
칠갑산은 충남의 명산으로 높이는 561미터에 불과하여 비교적 나즈막한 산이나, 굽이굽이 계곡이 아름답고 맑은 물이 흘러서 전형적인 충청도 산세를 보여주고 있는 산이다.
칠갑산은 흙산이라서 바위의 위용은 없으나, 대신 온갖 수목이 번창하여 계절에 따라 아름다운 꽃이 만개하는 "우리 마음
속의 고향" 같은 산이다.
특히 이른 봄에는 진달래가 만개하여 “고향의 봄”을 연상시키는데, 요즘에는 등산로에 벚꽃나무를 많이 심어서 벚꽃 구경인파도 많다고 한다.
우리가 탄 버스는 칠갑산을 관통하고 있는 터널로 들어가지 못하고 산행출발점인 최익현 선생 동상이 있는 고갯 마루 광장으로 가기 위하여 예전의 도로인 한티고개 길로 접어들어서 좁은 길을 올라가느라 기사양반이 고생을 많이 했다.
요즘에는 한티고개 밑으로 터널이 뚫려서 승용차로 쌩 빠져나가지만, 예전에 칠갑산을 넘는 한티고개는 정말 가파른 고개였다.
예전에 본인이 초등학교 시절 본인의 고향 집(청양군 장평면 미당리)에서 청양 읍내를 가려면 칠갑산을 넘기 위하여 버스를 타고 한티고개를 통과해야 했는데, 본인의 어렸을 적 기억으로는 세상에서 한티고개가 제일 험한 고개인 것으로 알았다.
버스가 한 대 겨우 지나갈 정도의 좁은 고갯길에서 버스끼리 마주치면 한 대가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서 교행이 가능한 커브까지 물러서야 했는데, 그 때의 아슬아슬함이란...
어쨋튼 우리가 탄 버스도 겨우겨우 고갯마루에 올라왔는데, 좁은 길에 승용차들이 길가에 세워져 있어서 버스가 빠져나가는데 한참이 걸렸다.
안부 광장의 안내판을 한번 살펴보고 산행을 시작하였는데, 당초 예상했던 대로 완만한 산책길의 연속이다.
고갯마루에서 출발하여 산 능선을 따라 정상까지 가는데, 길이는 3키로 남짓이나, 오르막이 대략 2-300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으니, 완만하기 그지 없다. 그야말로 가족산행에 제격인 곳이다. 베테랑 산우들에게는 싱거운 느낌도 들었을 것이나, 유승엽 회장은 엉뚱하게도 이런 산행이 제일 좋단다.
본인의 경험으로는 경복45회 산우회 산행중에서 어린애, 노인, 아릿따운 아가씨 들을 가장 많이 조우한 산행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정상에 오르니 50여평의 "앞마당"에 제법 사람들이 많다. 쉴 것도 없이 서둘러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서쪽 능선길을 따라서 장곡사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느릿한 동작으로 가을 단풍을 감상하면서 내려가는데, 선두는 보이지도 않고 임창섭 부부, 김윤경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같이 걷는데, 어쩌다 보니 그들도 보이지 않는다.
궁금한 마음에 이형열군에게 전화하니 도중에 자리 잡고 앉아서 점심식사를 시작하였다는 것이다.
"지들이 길가 어디에 자리 펴고 있겠지" 하는 단순한 생각으로 내려가는데 가도가도 일행이 보이지를 않는다. " 장곡사까지 1.4키로" 표시가 있는 곳에서 다시 전화하니, "장곡사까지 2.2키로" 지점의 작은 봉우리 위에서 식사중이란다.
두털대며 800미터를 되돌아 혼자 올라가는데 공연히 화가 난다.
임창섭 부부와 김윤경은 더 아래까지 내려갔단다. 결국 임창섭 부부는 다시 올라오다가 포기하고 그냥 둘이서 오붓하게 식사를 마쳤고, 김윤경은 거의 장곡사까지 다 내려간 상태여서 장곡사 부근에서 혼자 식사를 하였단다(어쩌다 그런 일이...).
총무님과 회장님이 상황설명을 하면서 사과하고, 이지열 부회장은 김윤경을 만나서 달랜다면서 먼저 하산을 해버렸다.
어쨌거나 식사를 마치고 장곡사까지 내려왔는데, 하산길은 제법 길어서 3-4키로는 되어 보였다.
장곡사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노란 가을 단풍은 속세를 떠난 선경의 분위기가 물씬하다. 은행나무는 아니고, 김인중 동문의 말에 의하면 괴목도 아니라는데, 뭔 나문지는 모르겠으나, 분위기는 그만이다. 김인중 동문이 올린 사진에 일부 나오나, 사진이나 글로써 그 느낌을 그대로 전할 수 없음을 안타까워 할 따름이다.
장곡사는 신라시대에 창건된 오래된 고찰인데, 요즘에는 신도가 많지 않은 듯 때깔이 고색창연하다 못해 칙칙할 정도다.
유승엽 회장은 이런 절이 오히려 맘에 든단다.
장곡사에서 버스 주차장까지 2키로 정도를 하염없이 걸어서 도착하니, 장승들이 도열해 있고,
어디선가 틀어주는 칠갑산 노래가 귓가를 울린다.
"콩밭매는 아낙네야, 베적삼이 훔뻑 젓는다.
무슨 설움 그리 많아 포기마다 눈물 심누나.
홀어머니 두고 시집 가던 날 칠갑산 산마루에
울어주던 산새 소리만 어린 가슴속을 태웠소."
용 총무가 "아무리 둘러봐도 콩밭이 보이지 않는다"고 안타까워 한다.
본인이 추천한 주차장 부근의 옻닭집에서 이른 저녁식사를 했다.
용감한 친구들은 옻 닭을 먹었고, 우리같이 용기 없는 친구들은 대신 엄나무로 끓인 엄나무 닭을 먹었다.
배익환군은 옻닭이 처음이라면서도 잘 먹는다. 속이 개운하대나...
그 외에 옻닭을 처음 먹는다는 친구들이 6-7명 있었는데, 후에 집에 가서 옻이 올라서 고생하지나 않았는지 걱정이 된다.
주차장에서 칠갑산 노래와 함께 들려주던 노래, 칠갑산의 분위기를 그대로 전해주는 정겨운 노래, "고향의 봄" 가사를 올려드리니, 그 분위기를 감상하시기 바라며 산행기를 마친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울긋불긋 꽃대궐 차린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꽃동네 새동네 나의 옛고향. 파란들 남쪽에서 바람이 불면.
냇가에 수양버들 춤추는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해지는 저녁 무렵에 장곡사 아래 장승 옆 돌에 앉아
산자락에 울려퍼지는 "고향의 봄" 노래를 듣자니
어릴 적 뛰어놀던 그 동네가 생각난다.
여기서 칠갑산을 다시 넘어가면 바로 그곳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