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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아동문학회 2011년 연간집 <울긋불긋 꽃대궐>에 발표한 조현술 회장의 동화입니다.
동화
소년과 엄마 돌고래
조현술
1. 수평선만 바라다 보이는 바닷가, 고래 등처럼 생긴 바위 위에 한 소년이 오똑하게 앉아 있었어요. 마치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처럼. 소년의 입이 돌문처럼 굳게 다물어져 있어요. 그런 그의 눈에서는 무서운 분노가 불길처럼 이글거렸어요. ‘무서운 아버지, 한 마디 말도 하기 싫어.’ 소년은 머리를 좌우로 흔들고 무언가를 몹시 증오하며 몸을 떨었어요. 어딘가로 뛰쳐나가 한없이 달리고 싶어 온몸을 뒤틀기도 했어요. 한참 동안을 그러다가, 소년은 무엇을 생각했는지 입술을 제비부리처럼 모아 먼 바다 쪽을 향해 휘익, 휘익, 휘파람을 세차게 불었어요. 너무도 익숙한 모습이었어요. 바다 건너 멀리 수평선에 아슴하게 보이는 초록섬을 향해 부는 것 같았어요. 그 초록섬은 소년에게 환상의 섬이었어요. 그곳에 가면 돌아가신 엄마도 있고, 그곳에 가면 돌고래들과 사시사철 수영을 하며 놀 수 있을 것만 같은 곳이에요. 소년의 휘파람 소리에 하얀 물새들만 ‘끼룩 끼룩’ 거리며 소년의 머리 위를 날았어요. 소년의 그 굳어 있던 몸이 차츰 풀리기 시작했어요. 소년은 자유로운 몸짓으로 고개를 좌우로 흔들다가 좀 더 입술을 부드럽게 하여 휘파람을 ‘휘익 휘익’ 불었어요. 소년은 계속해서 제비부리 같이 입술을 세워서 힘찬 휘파람만 불었어요. 잔잔한 파도가 이는 먼 바다의 수평선을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바로 그때였어요. 소년이 앉아 있는 바위 그 앞쪽 멀리서 바닷물을 가르며 까만 물체가 아주 빠른 속도로 헤엄쳐오고 있었어요. “순이구나!” 소년은 오래간만에 입을 열었어요. 소년이 있는 바위 가까이까지 헤엄쳐 온 물체는 뜻밖에도 한 마리 돌고래였어요. 소년은 까만 돌고래를 보자, 벌떡 일어나 바위 아래 물 가까이 가서 조심스럽게 발을 바닷물에 담갔어요. 돌고래와 반가운 인사라도 하듯이 손을 벋어 돌고래의 입 부근을 몇 번 어루만져 주었어요. 돌고래도 반가운 듯이 소년의 손에 주둥이를 부비며 인사를 했어요. 자주 만나는 친구처럼. 소년은 돌고래에게 말을 걸었어요. “순이야, 너 혼자 왔구나. 우리 엄마 돌고래는 왜 안 왔어? 순 돌이와 다른 친구들은 오지 않았니?” 소년은 ‘엄마 돌고래’라고 말하고는 눈시울이 붉어졌어요. 애써 그런 감정을 감추고, 소년은 순이 돌고래에게 말을 걸었어요. “자, 지금부터 나와 한 판 놀이를 해 보자.” 소년은 바르게 서서 몸의 자세를 고쳐서 돌고래에게 손 신호를 보냈어요. 손을 위로 힘차게 솟구치다 아래로 내렸어요. 돌고래는 대번에 그 말을 알아들었어요. ‘수면 위로 높이뛰기이군’ 돌고래가 까만 몸뚱아리로 바닷물을 휘저으며 한 바퀴 돌더니 힘차게 높이 치솟았어요. 저녁 햇살에 번쩍이며 물위에 솟구친 돌고래의 모습은 황금 기둥처럼 아름다웠어요. “자, 순이야, 이번에는 공중회전이다.” 소년은 손을 위로 올려서 공중회전의 신호를 돌고래에게 보냈다. 신나는 휘파람도 돌고래에게 불어주었어요. 돌고래도 소년의 마음을 아는지 신이 나서 공중회전을 하기위해 깊이 잠수해서 높이 치솟으려고 꼬리지느러미에 추진 힘을 넣으려 했어요. 소년도 호흡을 길게 내쉬고 눈길을 돌고래에게 주며 돌고래의 공중재주를 기다렸어요. 바로 그때였어요. “천수야, 이놈아!” 술에 취해 혀가 꼬부라진 아버지의 목소리가 저 멀리 해변가 모래밭 쪽에서 들려왔어요. 해변가 소나무 숲 사이로 헉헉 거리며 오는 것 같았어요. 소년은 손을 불에 덴 것만큼이나 화들짝 놀랐어요. “아빠는 고래잡이다. 이 근처에 돌고래가 나타난다는 것을 알 면 큰일이다.” 소년이 다급한 손짓을 하고, 위급할 때만 내는 비상 신호를 입바람으로 ‘휘리릭’ 돌고래에게 보냈어요. 돌고래는 신기하게도 휘파람 비슷한 소년의 신호를 알아듣고 재빨리 물속으로 들어가더니 이내 멀리 사라져 버렸어요. 소년 가까이 온 아버지는 입에 거품을 허옇게 물고 있었어요. 다짜고짜로 소년의 멱살을 움켜잡더니 짐작처럼 질질 끌었어요. 입에서는 목에 침 끓는 소리가 고래고래 났어요. 술 냄새가 소년의 코에까지 흔들리자, 소년은 ‘웩, 왝’ 토를 할 것 같은 역겨움이 목에까지 차올랐지만 애써 참았어요. “이 놈의 새끼가 집에는 있지 않고 어디를 쏘다녀?” 짐작처럼 질질 끌려가는 소년은 찍 소리도 못했어요. 소년은 이런 일에 익숙해져 있는지 아예 체념한 상태로 아버지의 팔뚝 힘에 배추 단처럼 맡겨져 있었어요. 아버지는 질질 끌려온 소년을 헌 가방을 던지듯이 마루에 팽개쳤어요. 소년 얼굴이 파랗게 질려서 가쁜 숨을 할딱이며 그 다음의 아버지 행동만 기다렸어요. 그때 인기척을 느끼고 할머니가 방에서 꼬부라진 허리를 겨우 지팡이에 의지한 채 마루로 나왔어요. 힘없이 가쁜 숨을 내쉬면서 아버지를 꾸짖었어요. “어미 없는 것도 불쌍한데, 그렇게 끌고 다니며 때리면 네 가 죄 받는다.” “죄 같은 소리하지 마소, 나는 고래 잡는 고래잡이만 해도 받을 죄는 받고 있소. 제 애비처럼 저 위험한 바다에 나가 험한 고래 잡이 일을 하지 않으려면 공부나 할 것이지, 맨 날 학교에는 가 지 않고 바닷가에 웅크리고 앉아서 무엇을 하는지. 말도 한 마 디 못하는 주제에...... .” 소년은 저녁밥도 굶은 채, 마루 구석에 쓰러져 어느새 새근새근 잠이 들어버렸어요. 할머니가 바르르 떨리는 손으로 이불 데기를 끌어와 소년의 몸을 덮어주며 눈시울을 적셨어요.
2. 오늘도 소년은 바닷가 바위 위에 오똑하게 앉아서 친구들이 와글거리는 교실을 생각했어요. ‘지금쯤 학교에서는 예쁜 우리 처녀 담임선생님께서 내 이름을 부르고 있겠군.’ 소년은 학교 친구들의 일들이 뽀얀 안개처럼 몽실몽실 솟아올라 눈에 아른거렸어요. “짜아식, 말도 못하는 주제에 무슨 놀이를 해.” “아니야. 자폐라고 해. 어떤 경우에는 말을 한대.” “아휴, 그게 그거지 뭐.” “어휴, 저 몸에서 나는 냄새 때문에 어디 가까이 갈 수 있어야 지.” “그래, 우리끼리만 축구를 하자.” “저 누더기 같은 옷에서 나는 냄새는 어쩌구.” 소년은 자기를 따돌림 하던 친구들이 미웠어요. 그뿐이 아니 였어요. 반 친구들은 항상 소년을 자기들의 놀림감으로 삼았어요. 그 지난 월요일 오후 미술 시간에 일어난 일도 그랬어요. “선생님, 철희의 잃어버린 붓 한 자루가 천수 가방에서 나왔어 요” 하얀 날개 같은 옷을 입은 예쁜 여자 선생님은 아이들 곁으로 가까이 와 눈이 동그래지며 철회에게 물었어요. “이 붓, 네 붓이 맞아?” “예, 맞아요? 여태 찾아도 없었는데, 왜 천수 가방에서 나오 죠?” 반 아이들의 눈길이 모두 소년에게 쏠렸어요. 소년은 부끄러운 얼굴을 조금도 하지 않았어요. 더구나 억울한 표정을 짓지도 않았어요. 눈만 멀뚱멀뚱 감았다떴다 할 뿐이었어요. 아이들은 선생님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가 궁금했어요. 선생님은 눈을 지긋이 감으며 생각에 잠겼어요. ‘이 녀석들이 천수의 몸에서 냄새가 난다고 자리를 바꾸어 달라 고 야단이더니만, 이제 그게 안 되니까, 행동으로 나오는구나.’ ‘이 녀석들 혼을 좀 내야겠군. 엄마도 없이 불쌍한 천수, 저 흐릿한 눈동자를 보니, 어제도 아빠에게 심한 매를 맞은 것 같은데.아빠 때문에 말도 못하게 된 불쌍한 천수인데.’ 선생님은 교실 앞쪽 교단 위로 올라가서 아주 무서운 얼굴을 하고 아이들을 내려다보았어요. ‘이 녀석들, 오늘 선생님에게 혼이 나야겠군.’ 선생님이 이렇게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자기들을 내려다 본적이 없었어요. “너희들, 모두 자리에 일어서서 손을 들어.”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웅성거렸어요. 아마 선생님이 체벌을 한다는 것에 대한 불만의 표시이지 싶었어요. 철희가 더 심했어요. “철희, 너 이 녀석 이리 나와?” “왜요? 왜 내가 나가요? 내가 무슨 잘못을 했어요?” “왜라니? 선생님이 나오라면 나올 것이지” 철희는 학교에서 깽이라는 별명을 가진 아이였어요. 철희의 어머니가 철희 일로 자주 학교에 찾아와서 선생님과 다투곤 했어요. 선생님은 끓어오르는 화를 다스리느라, 숨을 크게 몇 번 내쉬고 아이들을 한 번 둘러보더니, 조금 낮은 목소리로 말했어요. “너, 정말 나오지 못해?” 철희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거리고 숨을 씩씩거리며 앞으로 나가더니 선생님에게 고함을 질렀어요. “이것은 편애야. 도둑놈은 감싸주고 나만 벌을 받고. 선생님이 이래서 되나?” 선생님은 철희의 말을 듣고는 입술을 바르르 떨었어요. 선생님에게 대드는 것도 마음이 아팠지만 선생님에게 아예 반말까지 써가며 고함을 질러대는 것에 화가 치밀었어요. 선생님이 철희의 멱살을 잡아당기며 큰소리로 외쳤어요. “너 이 녀석, 여기 꿇어앉아 손들어” “못하겠다면?” 선생님은 입술을 바르르 떨다가 그만 철희의 빰을 한 차례 세차게 내려쳤어요. “체벌을 하다니, 아, 나 못 참아.” 그 길로 철희는 학교 앞 파출소로 달려가 선생님을 고발했어요. 천수는 교실에서 흐느끼는 선생님을 보고 마음이 아려왔어요. 철희가 미운 것도 있지만, 몇 명의 아이들이 철희 편이 되어 철희가 맞다고 우겨대는 것이 더 마음이 아팠어요. ‘내가 학교에 나가지 않는 것이 우리 선생님을 위하는 길인 것 같아 ’ 천수가 그 다음날부터 학교에 나가지 않았어요. 천수의 가슴 속이 갑갑해서 터질 것 같은 풍선이었어요.
3. 오늘도 천수가 고래 등 같은 바위 위에 앉아 바다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어요. ‘학교에 가기도 싫어. 아버지도 싫어. 나는 모든 게 싫어. 오직 바다, 그리고 순이만이 나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아.’ 천수는 순이를 불러 놀고 싶었어요. 어제처럼 먼 수평선을 향해 휘파람을 불기 시작했어요. 아주 길게 자신 있게 불었어요. 오늘은 주변에 아무도 눈에 띄지 않아, 순이와 바다에서 즐겁게 놀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이상한 것 같았어요. 평소 같으면 이렇게 여유 있게 길게 휘파람을 불면 초록섬 저쪽에서 무언가 잔잔한 파도가 빛살을 타고 움직이는 표시가 나는데 말이에요. 오늘은 제법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어요. “혹시?...... .” 천수는 불안했어요. ‘혹시 순이 돌고래가 고래잡이배에 잡혀 간 것은 아닐까?’ 천수는 휘파람을 더욱 세차게 불어댔어요. 손까지 흔들며 휘파람을 불었어요. 그것도 모자라 주머니에서 호루라기를 내어 힘차게 불었어요. 천수는 점점 더 불안했어요. ‘맞아, 어제 밤에 아버지가 타는 고래잡이배가 출항을 하였지. 혹시라도 그 배에 잡혀갔다면 큰일이다.’ 천수는 돌고래들이 좋아하는 생선들을 바구니에 가득 담아 온 것을 이리저리 만지작거리며 수평선만 바라보았어요. 천수는 수영을 해서 멀리 초록섬을 향해 가볼까 궁리를 했어요. 언제부터인가는 모르지만 돌고래들이 저 멀리 아슴하게 보이는 꿈의 초록섬에 사는 것이라고 믿었어요. 아슴한 그림처럼 보이는 초록섬에까지 헤엄 쳐 간다는 것은 어린 천수에게는 어려운 일이였어요. 그래도 천수는 헤엄을 쳐 초록섬에 가보고 싶었어요. 천수에게 바다는 어머니의 품속처럼 포근한 곳이거든요. 바다에서 수영하며 하루 종일 놀아도 피곤할 줄을 몰라요. 어쩜 땅 위에서 뛰는 것보다, 바다에 둥둥 떠 있는 것이 더 편할지 몰라요. 그곳에 가서 돌고래들과 수영을 하고 장난치며 놀고 싶었어요. 엄마 돌고래 등도 타 보면서, 천수는 바위 위에서 바다로 다이빙을 할려고 두 손을 어깨 위로 치겨 들고 숨을 고루었어요. 바로 그때였어요. 저 멀리 초록섬이 있는 바다에서 잔잔한 파도 같은 물결이 몰려오는 것 같았어요. “순이다.” 천수는 대번에 그 파도의 주인을 알아보았어요. 파도의 방향과 물결의 잔잔한 움직임만 보아도 천수는 그게 바람이 일게 하는 파도인지 돌고래의 움직임인지 알아차려요. 돌고래와 친구를 하며 자라온 천수만의 예리한 더듬이이지요. “어? 그런데 한 두 마리가 아닌데!” 천수는 눈을 지긋이 뜨고 초록섬 쪽을 바라보다가 온몸에 힘이 치솟는 것을 느꼈어요. “아, 엄마 돌고래도 온다.” “아, 엄마, 엄마가 온다.” 그 먼 곳에서도 파도의 높이와 모양만 보아도 돌고래들의 움직임을 알아차리는 천수였어요. 천수는 무엇이 그리 기쁜지 ‘엄마’가 온다고 외치며 바위 위에서 펄쩍펄쩍 뛰었어요.
4. 천수가 앉아 서 있는 해변가 바닷가 바위 주변에 돌고래 예닐곱마리가 원을 그리며 돌고 있었어요. 천수는 발바닥에 풍선 신을 신은 것처럼 퐁퐁 뛰고 싶었어요. 그 돌고래 떼들이 바위 앞 쪽 바다에서 원을 그리며 돌자, 천수는 알몸으로 바다에 다이빙을 했어요. 익숙한 몸짓으로 수영을 해서 조금 크게 보이는 돌고래 등에 탔어요. 천수는 그 돌고래 등에서 ‘엄마’라고 부르며 고래의 등과 앞 부분에 얼굴을 부볐어요. 돌고래도 너무 반가운지 천수를 태우고 바다를 빙빙 돌며 꼬리지느러미를 흔들어댔어요. 천수의 볼에 돌고래의 미끈미끈한 감촉이 젖어왔어요. “엄마, 난 엄마의 얼굴도 몰라. 누군가를 엄마라고 부르고 싶어 도 부를 엄마가 없었어. 너를 타고 ‘엄마’라고 부를 적에는 얼 마나 좋았는지 몰랐단다.” 천수는 아주 어렸을 때, 엄마를 잃었어요. 엄마가 보고 싶고 누군가를 ‘엄마’라고 부르고 싶으면 항상 이 바닷가 바위에 와서 돌고래들과 놀았어요. 돌고래와 어울려 수영을 하면서 돌고래 등을 타고 놀면서 그 등의 감촉이 엄마처럼 너무 좋았어요. 우연히, 정말 우연히 돌고래 등을 타고 놀면서 그 보드라운 감촉이 배에 전해오자, 입이 저절로 슬그머니 열리면서 그 고래를 향해 “엄마!”라고 불렀어요. 이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엄마라고 불러보면서 천수는 얼마나 기쁜지 몰랐어요. “아, 나도 ‘엄마’라고 부를 곳이 있다.” 그 순간 천수는 돌고래를 타고 엉엉 소리 내어 울었어요. “나에게도 엄마‘가 있어.”
5. 천수는 오늘만큼은 정말 돌고래들과 실컷 어울려 놀고 싶었어요. 천수는 고래들에 대한 것을 너무도 잘 안다. 고래가 숨을 쉬지 않고 물속에 몇 분 동안 있을 수 있는지, 먹이가 무엇이며, 어느 방향으로 갈 때, 어느 지느러미를 움직이는지 등을 잘 알아요. 천수는 엄마 돌고래를 타고 맨 앞에서 지휘를 했어요. “자, 공중회전이다.” 돌고래들은 천수와 너무도 친숙한 사이였어요. 천수의 손짓에 따라 바다에서 원을 그리며 한 바퀴 돌더니, 한 마리씩 공중회전을 했어요. 쓰러질 듯 몸을 내던지며 공중회전을 한 돌고래들은 자랑이라도 하듯이 천수 앞으로 와서 머리를 까닥거렸어요. 천수가 던져 주는 싱싱한 생선들을 받아먹고 좋아라하며 꼬리를 흔들었어요. “자, 이제 파도타기이다. ” 천수가 엄마 돌고래를 타고 파도가 오늘 곳을 향해 나가서 파도를 탔어요. 돌고래들도 모두 한 줄로 따라 오며 파도를 타기 시작했어요. 타도가 시원하게 부서지며 그 속으로 타고 가는 기분은 정말 신났어요. 친구들에게 따돌림 당하던 기분이 싹 사라졌어요. 입에서 말이 저절로 술술 나올 것만 같았어요. ‘파도타기는 새끼가 있는 돌고래는 조심해야 돼. 더구나 주변 에 사람이 있는지 잘 살펴야 되고’ “자, 이제 가장 어려운 수면가르기이다.” 천수는 맨 앞에서 엄마 고래 등을 타고 몸의 앞 부분을 수면위로 드러내며 전 속력으로 전진했어요. 아주 신나는 놀이였어요. 돌고래들이 좋아라고 따라했어요. 순이와 순돌이는 엄마 돌고래에게 지지 않으려고 엄마 돌고래 꼬리지느러미에 바짝 붙어서 따라 왔어요. 천수는 재미가 있어 엄마돌고래를 타고 여러 가지 놀이를 하기위해 바다에서 원을 그리며 돌았어요. 잠수하면서 꼬리지느러미를 수면에서 흔드는 꼬리치기 놀이, 머리를 먼저 곤두박질해서 놀이하는 수면 위에서 높이뛰기 등 재미있는 놀이를 하느라 해가 지는 줄도 몰랐어요. 천수는 엄마 돌고래의 등이 너무도 포근했어요. 엄마 돌고래를 타고 논다는 것이 마치 할머니나 엄마 등에 업힌 것만큼이나 포근했어요. 노을이 바다에 빨간 물감을 풀어 놓기 시작했어요. 잔잔한 물결이 모두 빨간 장미꽃잎이 되어 하늘거리기 시작했어요. 천수는 엄마 등을 타고 노는 것이 너무 포근했어요. 이 세상의 누구보다 엄마 돌고래 등이 포근했어요. 엄마 돌고래 등 위에서 어느새 새근새근 잠이 들었어요. 돌고래들이 장미꽃잎처럼 물이 든 바다를 까만 물잠자리처럼 원을 그리며 돌았어요. 그러다가 그 속도가 천천히 느려졌어요. 천수가 잠이 들었기 때문이지요. 엄마 돌고래는 천수가 자기의 등에서 떨어지면 위험하다는 것을 알기라도 하듯이 조심조심 지느러미를 움직였어요. 엄마돌고래는 천수를 어떻게 할까 궁리를 하는지 천천히 헤엄을 치며 그 주변을 빙빙 돌았어요. 바다가 차츰 어두워지기 시작했어요. 모든 돌고래들의 움직임이 둔해지기 시작했어요. 엄마 돌고래가 무엇을 생각했는지 바닷가 모래밭 가까이로 천천히 헤엄쳐 나가기 시작했어요. 그러자 갑자기 순이 돌고래, 순돌이 돌고래 그리고 다른 돌고래들이 앞쪽 가슴 지느러미로 바닷물을 퍼올리며 위험 신호를 했어요. “ 우쩌쩌 쩌쩌쩌 ” 이 소리는 돌고래들이 엄마 돌고래에게 아주 위험한 행동을 사전에 말리는 소리와 몸짓이었어요. 엄마 돌고래는 그 소리에 깜짝 놀라서 모래밭으로 나가는 몸짓을 잠시 멈짓했어요. 주변 모래밭 사정을 살펴보고는 다시 모래밭 가까이 가는 몸짓을 계속했어요. ‘내가 천수를 모래밭에 내리고 바닷물이 바다 쪽으로 몰려오고 나면 나는 모래밭에 남겨져서 수영도 못하게 되고 그러면 나 는..... .“ 간혹 모래밭에서 바다로 수영해오지 못해서 퍼덩거리다가 사람들에게 잡혀가는 무서운 일을 본 일이 있기 때문이어요. 엄마 돌고래는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간신히 소년을 바닷가 조금 높은 모래 언덕에 톡 던져 올렸어요. 마치 농구공을 던져 올린 것만큼이나 어려웠고 위험한 일이었어요. 그 무거운 소년의 몸을 등으로 툭 쳐올린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였어요. 엄마 돌고래는 모래밭에 소년을 던져 올려놓고 안스러운지 곁을 떠나지 못하고 근처 바닷가를 돌기만 했어요. 슬픈 휘파람 같은 소리를 내며 푸우푸우 물을 수면 위로 뿜어 올렸어요. 다른 돌고래들도 엄마 돌고래를 따라 했어요. 밤바다에 작은 일곱 개의 물기둥이 일었다가 넘어지곤 했어요. 얼마를 지났을까, 멀리 모래밭 저 멀리서 희미한 불빛 하나가 힘없이 흔들리며 천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어요. 지팡이를 들고 간신히 몸을 움직여 한 걸을 한 걸음 걸어오고 있는 할머니였어요. 희미한 불빛이 천천히 천수 쪽으로 움직여 오자, 엄마 돌고래는 아쉬운 마음을 푸우 물기둥으로 품어 올리며 초록섬을 향해 지느러미를 천천히 움직이었어요. 할머니가 천수 가까이 오자, 밤하늘에 별들이 수없이 바다에 빠지고 있었어요. 그 많은 별들 중에서 유난히 촉촉이 젖은 눈빛을 가진 별 하나가 천수 곁을 떠나지 않고 맴돌고 있었어요. 누구 별일까요?
동화가 실린 <물긋불긋 꽃대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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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김현우 선생님 감사합니다. 보잘것없는 작품을 이렇게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