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연과 연민, 그 사이의 미학
2004년 월간 《현대시》를 통해 등단한 고영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 출간되었다. 첫 시집 『산복도로에 쪽배가 떴다』(2005)에 이어, 두 번째 시집인 『너라는 벼락을 맞았다』(2009) 이후, 약 6년 만이다. 그동안 견지해오던 ‘서정’의 결을 유지하면서도 보다 내밀한 층위의 시편들을 선보이고 있다. 시인의 “사물에 대한 그 통합된 감수성, 내적 진실에 대한 깊은 사유, 인생론적 진실로 승화시키고자” 한 시적 분투와 그 결실들이 제1회 [질마재해오름문학상]으로 귀결된 이후, 그의 시세계가 어떤 서정의 세계를 확보하며 진화하였는지를 잘 보여준다. 사물과 세계들 사이에서 길항하는 시인의 내밀한 아픔과 연민들의 ‘처연함’의 정서가 새로운 ‘사이’를 잉태시킴으로써 보다 웅숭깊은 시세계 나아간 자취들을 시편에 올올이 새겼다.
저자 : 고영 저자 고영은 1966년 안양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성장했다. 2003년 『현대시』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산복도로에 쪽배가 떴다』, 『너라는 벼락을 맞았다』 등이 있다. 제1회 <질마재해오름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계간 『시인동네』 발행인을 맡고 있다. |
제1부 달걀|서둘러 문을 닫는 사람은 문을 외롭게 하는 사람이다|뱀의 입속을 걸었다|태양의 방식|악수|우리 그냥|패|후회라는 그 길고 슬픈 말|저녁의 공복|독서의 방법|저녁이 다 가기 전에|새|평생교육원 1|평생교육원 2|원고지의 밤|유리창의 사내|헤프다는 것|병점행 1|병점행 2|꽃의 지옥|하품의 질주|조용한 수다|석봉 씨의 일기|춘화를 기다리며|오리가 반성하는 시간|연민|선물|사이
제2부 탈모|종이의 말씀|달팽이의 슬픔|다리 밑에 대한 명상|감염|낙관(落款)|입속에 세운 뿔|전언|딸꾹질의 사이학|손바닥을 위한 찬가|민달팽이|꽃이 부끄러워할 때|처절한 풍경|비망|아주 어여쁜 걱정|저우리마을에 가서|밑줄 긋는 사내|겨울 강|벌초|촛불|악어의 눈물|고맙구나, 새야|죽도록 아름다운 풍경|부석사|습작|출근길|거짓말의 진화|성산포
해설 김경복(문학평론가) 시인의 말 처연과 연민, 그 사이의 미학
2004년 월간 《현대시》를 통해 등단한 고영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 출간되었다. 첫 시집 『산복도로에 쪽배가 떴다』(2005)에 이어, 두 번째 시집인 『너라는 벼락을 맞았다』(2009) 이후, 약 6년 만이다. 그동안 견지해오던 ‘서정’의 결을 유지하면서도 보다 내밀한 층위의 시편들을 선보이고 있다. 시인의 “사물에 대한 그 통합된 감수성, 내적 진실에 대한 깊은 사유, 인생론적 진실로 승화시키고자” 한 시적 분투와 그 결실들이 제1회 [질마재해오름문학상]으로 귀결된 이후, 그의 시세계가 어떤 서정의 세계를 확보하며 진화하였는지를 잘 보여준다. 사물과 세계들 사이에서 길항하는 시인의 내밀한 아픔과 연민들의 ‘처연함’의 정서가 새로운 ‘사이’를 잉태시킴으로써 보다 웅숭깊은 시세계 나아간 자취들을 시편에 올올이 새겼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시인에게 시집은 일종의 ‘매듭’과도 같다. 지난 시간을 어떻게 매듭을 짓고, 다가오는 시간을 어떻게 ‘갱신’ 것인가의 생의 진지한 궁리들은 ‘매듭’의 형식인 한 권의 시집으로 엮인다. 이번『딸꾹질의 사이학』에선 유독 시인의 자기 갱신이 ‘처연’해 보일 만치 눈에 띈다. ‘갱신’은 자신의 생을 처절히 응시함으로써 투사한 시선이 확보될 때 갖는 삶의 비의감이다. 거기에서 비로소 삶의 질감과 색채가 배어 나오게 된다. 중견 시인으로 접어든 시인은 또 한 번의 껍질을 부수는 자기 자신으로의 여정이 시집 곳곳 겨울 강의 유빙처럼 떠다닌다.
얼음 거울 위에 앉아 / 겨울새들은 자꾸 무엇을 파는가 // 부리가 닳는 줄도 모르고 / 거울 속에 박힌 / 제 날개를 꺼내려 함인가 // 바닥에 가라앉은 그림자를 깨우기 위해 / 연신 얼음을 친다 / (중략) / 새들의 그림자를 안고 괴로워하는 / 겨울 강 _「겨울 강」 부분
겨울새는 자신의 모습을 비출 만큼 투명한 언 강 위에서 연신 부리로 자신을 쪼아댄다. 얼음에 박힌 “제 날개”와 “바닥에 가라앉은 그림자”를 꺼내기 위함이다. 시적 화자는 이 같은 ‘새’의 모습으로도 유비되지만, 한편으로는 무모해 보일 만치 어리석은 새의 행위를 그대로 껴안고 “괴로워하는 겨울 강”으로, 이중적인 시적 상관물로 등장한다. 즉, 시인의 두 가지 내면의 양상이 자충하는 모습을 ‘새와 겨울... |
첫댓글 고영 시인님의 시집 출간을 축하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