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배우, 윤여정☆
허스키하면서 하이톤의 목소리, 깡 말랐으면서도 눈빛은 살아있는. 때로는 억척스러운 시골 아줌마로, 때로는 재벌집 마님으로, 왕비병에 걸린 중년여인으로. 다시 바람난 시어머니로. 끊임 없이 변신하고 끊임 없이 연기하는 배우. 그래서 아름다운 배우. 바로'윤여정' 이다.
<용의 눈물>로 유명한 김재형 pd의 눈에 들어 TBC 방송국의 공채 탤런트로 입문했던 윤여정의 연기인생은 영화 <화녀>의 주인공을 맡을 때 부터 였다.
순박했던 시골처녀가 가정부로 들어가 집주인과 불륜이 나고 결국은 임신과 낙태를 하게 되면서 한 가정을 파멸로 이끌게 된다는 파격적인 내용이었던 <화녀> 는 윤여정이라는 무명 탤런트를 진정한 '배우'로 거듭나게 한 영화였다.
이 영화 한편으로 윤여정은 71년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에 이른다. 66년 데뷔해 5년만에 '최정상' 의 자리에 우뚝 서게 된 것이다.
그리고 72년. 그녀는 드라마 <무지개>를 통해 작가 김수현과의 질긴 인연을 시작하게 된다. 72년 5월 11일에 시작, 8월 24일에 종영한 <무지개>에 이어 일주일만에 김수현의 출세작 <새엄마>에 출연한 윤여정은 맏딸 은혜 역을 자연스럽게 소화해내 '청춘스타'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윤여정은 이런 인기에 아랑곳 하지 않고 73년 조영남과 결혼해 미국으로 훌쩍 떠나버렸다. '가지 말고 한국에서 연기를 계속하라' 하는 주위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모든 걸 버리고 사랑을 찾아 떠났던 그녀는 13년이 지난 1986년. 돌연 조영남과 이혼하고 귀국하게 된다.
'늙은 소녀가장 이었지. 자식들 두명 데리고 김포공항에 내리는 순간 멍해지더라고. 인기라는 게 부질없었다는 걸 가장 절실히 느꼈던 순간이 바로 그 순간이었구. 난 한국에 오는 순간 '이혼녀' 라는 떼지 못할 딱지가 붙었던거지.
그 때 당시만 해도 이혼이라는 거 사회적으로는 금기시 되었던 때였거든. 지금도 이혼 하면 꺼려하는 판국인데 그 때는 더했지. 난 배우로 살고 싶었는데 이혼녀로 살게 됐구. 그렇게 들어오던 드라마 대본, 영화 시나리오 한편 들어오질 않는 거야. 그렇게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던 때가 있었지.'(신문 인터뷰 中에서)
그렇게 이혼을 하고 1년 뒤 87년. 김수현의 히트작 <사랑과 야망>에 윤여정은 복귀하기에 이른다. 윤여정이 떠날 때 드라마 2편을 썼던 새내기 작가였던 김수현은 13년이 흐른 뒤, 방송계의 '문화권력' 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거목으로 자라 있었던 것이다.
'윤여정 씨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하면 작가 김수현 씨를 빼놓을수 없는데요'
'그렇죠. 제가 72년 떠날 때 신인이었던 그 사람이 돌아와 보니까 'Only 김수현' 으로 성장해 있더라구요. 그이 때문에 용기를 얻었고, 그이 때문에 연기를 시작했죠. 제 평생 가장 고마운 사람이 그이였구. 지금도 그 사람에게는 감사해요.'(아리랑 TV 인터뷰 中에서)
그녀의 복귀작 <사랑과 야망>은 70%가 넘는 높은 시청률로 전국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그러나 윤여정은 그 때부터 '김수현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배우' 로 점찍혔고, 그 부담스러운 짐을 벗어던지기 위해 그녀는 부단히 노력했다.
그러나 여전히 사회가 바라보는 윤여정은 '이혼녀' 였다. 이혼을 한 이혼녀를 써줄 방송국은 없었고 그녀의 출연작은 여전히 김수현 드라마가 주를 이뤘다. 86년 <사랑과 진실>, 88년 <모래성>, 90년 <배반의 장미>, 91년 <사랑이 뭐길래>,93년 <산다는 것은>, 94년 <작별> 에 이르기까지 그녀가 출연한 대부분의 작품은 김수현 드라마 였고, 여전히 '김수현의 그늘에서 기생하는 배우' 였다.
그렇게 방황하던 윤여정에게 한방에 모든 슬럼프를 날려버린 작품이 다가왔다. 바로 김수현의 95년작 <목욕탕집 남자들> 이었다. 여전히 김수현 드라마였으나 윤여정은 왕비병에 걸려 천연덕스럽게 시를 읊어대는 개성있는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 냈고 이 드라마를 통해 윤여정은 완벽하게 재기에 성공한다.
이 후, 윤여정은 노희경의 <거짓말> , 인정옥의 <네 멋대로 해라> 에서 더욱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주며 중년 여배우 중 작가들에게 가장 인정받는 배우가 되었고 2003년에는 <바람난 가족> 으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기도 했기도 했다.(현재는 kbs 드라마 <백만송이 장미> 와 <진주목걸이> 에서 여전히 활약 중)
아픔을 딛고 일어선. 눈 속에 핀 매화 같이 아름다운 배우, 윤여정. 그녀의 연기를 볼 수 있어 행복하다.
'<조영남 마누라가 뭐 대단한 건 줄 알았니?> 라고 날 다그쳤던 김 선생도 이제는 나한테 <특별출연만 해주면 돼> 라고 해 줄 정도니까. 이제는 남 눈치 안봐도 되고 내가 하고 싶은 역할 골라서 할 수 있으니까. 이 정도면 나 성공한 거 아니우?' (배우 윤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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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를 뭘 할까....뭘 할까...하다가 그냥 쓰고 싶은거 쓰자! 해서 결정한게 바로 중년 여배우들에 대한 얘기.....(논스톱 부탁하신 분도 계셨는데 그 글은 주말쯤에 리뷰방에 올릴 생각이구요....)
인기 가수, 인기 배우 들이 아니라서 호응은 없을거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쓰면서 참 재밌었던 글 같애요~~ 자료찾고 잡지 뒤지는 재미도 쏠쏠했구요..ㅋㅋㅋ
고두심 씨와 함께 가장 좋아하는 배우 중 한명이거든요.
스크롤 압박이 심하지만 심심할 때 차근차근 읽어보세요~~ 은근히 재밌답니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