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의 영신
김 유진
육상 트랙만큼 넓은 가마솥
추석 설 차림 호박엿 달이는 진이 엄니
분주히 내젓는 주걱 날 끝에
끈끈히 굳어가는 엿줄기
신이 난 진이 엄니 목소리!
“참깨 같은 금술이냐 ,
첩의 영신 붙었더냐! ,
잘도 잘도 익어가네! ”
손놀림 제법 바빠질 때
펄펄 끓던 가마솥,
아궁이 불길이
슬금슬금 심술을 부린다
아궁이, 지키던 손 어디 가고
부지깽이 저만치 나뒹굴고 있다
”순이 엄마야 어디 갔노?“
진이 엄니는 아궁이 불길을 챙기다가
두 손으로 입술을 두드린다
”에그, 이놈의 주둥아리! “
‘첩의 영신’ 한 가락이
사라진 순이 엄마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
시집 온 능소화
김유진
열대야를 몰고 온 이른 무더위,
그 열기를 헤치고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공지천 은행나무 쌍손부채 손바람이
선풍기 바람처럼 시원하다.
방송대 등나무 쉼터에서 더위를 식히는데,
은행나무 부채 손에 안긴, 능소화꽃 한 아름이
아는 얼굴인 양 나를 반긴다.
어느 해 ‘향수’의 정지용 문학관에 갔었다.
이웃 폐가 터, 정원에서, 손님 마중하던 능소화,
능소화 어린 새 순을 새집 마당에 입양하였다.
이웃들이 지어준 옥호는 ‘능소화 집’이다.
어느 해 능소화 새아씨가 출가했다.
은행나무와 화촉을 밝힌 능소화는
‘향수의 고향’을 알고 있을까?
.어딘가 얹혀살아야 하는 능소화는
잊혀진 고향의 추억을 기억하고 있을까?
한여름 무더위를 식혀주는 부채 손은
능소화의 천정배필이다.
한여름 저물어 가는 석양에 ‘
능소화는 향수*’의 고향을 노래하고 있다.
*향수 : 정지용의 시
김유진 약력:황해도 출생, 방송통신대 중문과 졸업, 2010 <'자유문예'> 시 등단
춘천문협 회원, <문채>시문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