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주정차 차량 단속’ 유감
정인서/ 조선대 초빙교수
불법 주정차는 교통체증을 일으키고 화재 등 비상사태 때 인명구조를 가로막는 걸림돌로 지적된다. 또한 주행 차량을 방해함으로써 차량 속도를 떨어뜨리는 주범인가 하면 에너지 낭비를 일으키는 요소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운전자는 이 사실을 알고 있다.
기존에 설치된 고정식 무인 카메라가 불법 주정차를 막는데 크게 기여했다. 그런데 고정식은 위치가 노출되어 그 효율성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 그러던 차에 최근 광주시의 각 구청이 이동식 단속차량을 가동하여 불법 주정차를 막는 일에 두 손 들어 환영한다.
불법 주정차는 사회의 ‘악’
불법 주정차는 해서 안될 일이다. 한 사람의 편의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주행에 어려움을 겪고 사고의 원인이 되는 등 피해를 입는다. 따라서 불법 주정차를 단속하는 인원과 카메라, 차량 등은 더욱 늘려야 하며 시민의식을 높이는 다양한 홍보활동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왜 불법 주정차 차량이 갈수록 증가하는 것일까? 바로 불법 주정차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한데 어디에 주차를 하라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지난해말 광주시의 차량등록대수는 43만6천대로 매년 증가추세에 있다. 반면 주차공간은 모두 26만5천7백28대로 17만여대가 ‘노숙’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유료, 무료의 노상주차장은 1만3천7백54대, 공영주차장은 2천8백85대에 불과해 거리로 쏟아져 나온 자동차는 주차할 곳이 없다.
필자가 살고 있는 서구의 예를 들어보자. 서구청 관내 노상주차장은 1,038대이고 공영주차장은 불과 266대에 그친다. 주요 관공서인 서구청의 경우 청내를 제외하곤 인근에 주차장이 없다. 인근의 구 도지사 관사 앞이나 양동시장엔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불법 주정차 차량이 있지만 단속을 포기한 지 오래다.
서구 차량이동식 단속 현황 |
구분 |
8.1~31 |
9.1~15 |
합계 |
양동 |
60 |
- |
60 |
농성동 |
33 |
46 |
79 |
치평동 |
82 |
223 |
305 |
쌍촌동 |
204 |
175 |
379 |
화정동 |
37 |
16 |
53 |
금호동 |
45 |
- |
45 |
계 |
461 |
460 |
921 |
주차공간 없는 단속은 직무유기
서구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8월1일부터 9월15일까지 고정식 카메라 단속현황은 금호남양아파트가 207대로 가장 많고 풍암동사무소 앞 190대, 풍암동 신암근린공원 앞 108대이며 광천터미널은 6대, 쌍촌동 광명하이츠 부근은 24대에 그친다. 차량이동식 카메라도 편차가 심하다.
왜 이같은 차이가 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주요 도로만 단속한다면 불법 주정차 차량이 줄어들겠지만 다른 이면도로나 골목길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상상이나 해봤을까. 주차할 공간은 확보하지 않고 단속을 앞세운다면 자동차를 머리에 이고 다니라는 말인가. 이 생각을 하지 않은 자치단체장은 직무유기에 따른 반성이 필요하다.
무등일보/2006.10.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