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가는 무슨 휴가-.
항상 뭔가가 부족하여 늘상 목마르듯 살아가는게 인생일런지 모르겠다. 늘 그 부족함속에서도 이만하면 되었다 생각하며 둥글게 둥글게 살아가자고 나를 다독이던 와중에 가끔은 생각지도 않는 돌맹이에 뒤통수를 얻어 맞고 정신이 멍 할 때도 있다.
이번에도 그랬다. 내 일도 아닌 곧 환갑을 몇 년을 앞둔 작은오빠네 집안 일로 나는 온데 간데 없고, 온통 안타까움과 짜증으로 부모님 몰래 타협점을 찾기위해 올케를 위한건지 오라비를 위한건지 어떤 선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연로하신 부모님을 생각해서라도 조용히 해결되기를 바랬다.
더 이상 화가 날 수 없을 정도로 화난 수위가 최고 위험선까지 높아진 작은 오래비의 눈동자가 마치 사람을 죽이고도 남을만큼, 아니 더 센말로 말하자면, 그야말로 섬뜩할만큼 승냥이처럼 변해 있었던지라 거짓말로 작은 오빠한테는 행방을 몰랐던 올케를 일 주일 이상 우리집에 있었다고 거짓말로 달랜 뒤, 일간의 여유를 두고 작은 언니와 합작으로 무서운 활화산 같은 못된 오라비의 성질을 죽이느라 골머리가 뽀개질 정도로 속을 썩었다.
참으로 오래비도 올케도 지지리도 못났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고집세고 악이 없는 답답한 올케도 올케지만 오빠한테 실망 또한 내게는 대단히 컷다.
부부사이가 속으로야 곪아 터져 있든지 말든지 임시땜빵으로 무섭게 부부싸움으로 인해 일상이 망가진 가정에 일단멈춤으로 임시 해결 하느라 내 뒤통수가 얼얼할 정도였다.
올케한테도 할 말은 많았지만 어찌하랴.
어언 27년이라는 세월을 요리조리 훑어보고, 참으로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많다. 하여, 오히려 손아래 시누이들이 끄덕끄덕 이해하고 넘어가려 허허 웃고 말곤한다. 그래도 올케한테는 고추당초 맵다는 시집에 시누이인걸 어쩌랴. 한심스런 올케의 행태에 헛웃음만 켜고 덮어 두기로 했다.
결국은 나와는 한다리 건너 살아가는 작은오라비 부부의 일인것을 내가 크게 상관할바 아닌것을 더이상 탓하지 말자 했다.
크고 작은 인생의 자갈길에서 돌부리에 채여 넘어지기도 하고, 자길길을 걷다가 저절로 무릎 꺾여져 넘어지기도 하는 고비로 치부할 것이다. 앞으로 부부의 타협점을 잘 찾아서 알콩달콩이든 투닥투닥이든 아니든 그저 잘 살아가기를, 그리고, 본인들 집안 일은 집안에서만 덜그덕 거리기를 바라고 바랄뿐이다.
진이 다 빠질 무렵 또 휴가라는게 다가왔다. 말이사 형제자매들 모여 부모님 뵈러 가는거지 다 까발려 솔직히 말하자면, 명절과 생신때도 며느리들한테 한 없이 인심 좋으신 우리 부모님께서 싸가지 없는 며느리들 길을 잘못 들여, 요사이는 아예 세 며느리가 요핑계 저핑계로 내려 가지 못하겠다 하면, 속 마음이야 어떻든지 항상 '오냐, 힘드니까 오지 말아라, 바쁘니까 오지 말아라' 함이 습관이 되어 도대체가 위아래 질서가 없어진지 오래다.
명절때도 덜렁 사내(아들들)들만 내려가기 일쑤이고 생신때도 덜렁 사내들만 내려감에 팔순이 되신 어머니가 밥상을 차리니 중간중간 딸들 심사 뒤틀려도 모른척 하고 친정집 부엌일은 언니와 내 몫이 크다.
어릴적부터 친정부모님으로부터 귀에 딱지가 앉을만큼 여자의 도리라는 가정교육을 받았던지라 각자 시댁엔 며느리 도리를 다 하고자 싸가지를 버리지 않고 살아가는 보성양반네(친정아버지택호) 딸들이기에, 싸가지 없는 내 친정집 며느리들을 탓하다보면 친정집 분위기에 보탬이 안된다는 판단에 이점에서도 부모님께서 주관이 없으심으로 위안삼고 만다. 하여, 여름휴가철에 핑계김에 부모님 한꺼번에 찾아뵙고 벌써 15년 정도를 여름휴가를 6남매가 한꺼번에 내려 가고 있다.
그런데, 도대체가 죄없는 시누이들이(언니와 나) 가는 날 부터 오는 날까지 부엌에서 손에 물 말릴 새가 없는 거다.
옆지기를 비롯하여 형부와 두 오빠, 그리고 나와 나이차가 많은 40세를 바라보는 막둥이 녀석까지 3박4일 간의 유일한 놀이가 고스톱이다. 그런데 어쩌나 내가 가장 싫어하는게 고스톱 놀이인 것을--. 모였다 하면 나는 감당 못할 스트레스에 절여지고 절여진다. 늘상 모일 때마다 내 인내심이 바닥이 난다.
가만히 평상에 앉아서 크고 작은 목소리로 고스톱을 외치며 껄껄 거리다가도 고함소리가 들려온다. 그 고함 소리가 가장 싫어지는 이유이다. 놀다보면 아이들도 따지기 일쑤겠지만 다 어른인 남자들이 따지는 소리가 가장 싫고, 끝도 없이 술과 안주 그리고 먹을거리를 주문만 하는 남자들 때문에 더위와 함께 짜증 또 짜증이 나는것을 말릴수 없는 내 그릇의 한계인 것이다.
이번에도 바쁘다는 핑계로 큰 올케는 쏙 빠졌다. 둘째 올케는 오른쪽 손목을 못 쓴다고 압박 붕대를 하고 내려왔다. 막내 올케는 지들이 운영하는 쇼핑몰 주문 물건때문에 포장 하느라 너무 피곤 하다고 뺀질대더니 급기야 잠만 퍼 잔다.
하니, 삐질삐질 땀 흘리다가 그만 땀띠까지 온몸에 솟아 올랐다. 내내 부엌에서 종종 대다 보니 이번 내 휴가는 완전히 또 망쳤다.
안방에 있는 에어컨 바람이 주방까지 미치지 못함도 있었지만, 공포의 대상인 시골 모기가 나만 공격하는 거에 더 짜증이 더 했다. 이번 시골 모기는 줄 무늬가 있는 잠자리만한 모기들이 어찌나 설쳐 대던지 알레르기가 있는 내게 집중 공격을 하는 바람에 긴팔에 긴바지를 입어야만 했으니 땀띠가 솟아날 수 밖-., 긁다가 긁다가 급기야 퍼런 멍이 들었다.
마지막날 해거름에 마당에서 야외용 숯불렌지에 생 삼겹살을 구워 먹다가 열리지 않는 앵두나무와 수국이 있는 담벼락 및 화단속 나무들을 흔들어 봤다. 우수수 쏟아지는 줄무늬 모기들이 먼지처럼 떨어지다가 하늘로 솟아 올랐다. 다들 으악 소리와 함께 입을 벌리고 앉았는데 어디선가 잠자리들이 날아와 부산하게 움직이드니 그 잠자리 친구들이 사돈네 팔촌들에게까지 입소문을 냈는지 셀수 없는 잠자리들이 한 순간 몰려와 한바탕 모기 소탕 작전에 들어감에 초등학교에 다니는 조카들에게 생태학을 눈으로 확연히 보더니, 녀석들의 눈은 둥그레 호기심 그 자체로 맑은 동공이 열렸다. 때묻지 않은 천진스런 조카녀석들의 표정에 은근스레 부아 치미는 내 못된 소가지에 작은 위안이 되었다. 이날부터 어디서나 잠자리들을 보면 소중히 여기고 있다.
이렇게 10 여분 어른 아이 모두들 잠자리들의 모기사냥을 보며 즐기더니, 급기야 먹어도 먹어도 항상 50% 부족한 식탐 많은 형부가 나서서 작은 화단에 있는 나무들 껍데기가 홀랑 벗겨질 정도로 흔들어 대는 그 폼새가 너무 웃기는 바람에 그날 짜증은 웃음으로 날려 버렸지만, 그 피로는 지금도 유효 중이다.
휴가는 무슨 휴가--.
두 번 다시는...내년부터는... 여름 휴가는 따로따로 갈 것이다.
고스톱이 유일한 취미인 옆지기인 남편이 내년에도 이 고집 피우면,..?
나 홀로 휴가가 될 게다.
2007.8.7.
첫댓글 서울 뺀찔이들은 효도나 잡안일을 입으로 하지요 열심히 한다는 것이 윗분들 보는데서 하는 척하고 안 볼 때는 누가 하겟지 하고 그냥 지나치지요..... 뺀질이들을 상대하지 않는 방법은 함깨하지 않는게 좋습니다. 휴가는 서로가 예를 지키는 이웃이나 동료와 함께가고, 부모님 효도는 돈으로 보내드리고 평소에 가끔 찾아뵙고 그러세요....형제 우애는 최고급 레스토랑등을 이용하세요 비용은 각출 하시고....... 공평하게 편해지고 맘 상하지 않는 방법입니다. ㅋㅋ
아, 맞아요. 뺀질이... 가끔 이 단어를 잊어 먹어서 사용하지를 못하네요. 뺀질이들은 식당가서 밥을 먹어도 돈을 안 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