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새벽 5시 대전 청화사에서 떠난 봉정암 1박2일 기도 순례길은 설레기도 하고 다소 비장하기도 했다. 네 번째로 떠나는 봉정암 행이기에 대략 머리에 그려지지만 막상 와보면 힘이 들고 새롭다.
밤잠을 설치고 버스에 올라 졸다가 보니 오전 10시30분경 백담사에 도착해 문 앞에서 반야심경으로 부처님께 삼배 드리고 봉정암으로 향했다. ‘봉정암은 인연이 있는 사람만 갈 수 있고, 평생 세 번은 가야 기도효과가 있다’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네 번째로 오르는 봉정암 길은 전보다 수월했다. 20여 년 전 처음 올랐을 때는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
칠순을 바라보는 효경스님은 몇 년 전에 봉정암에 가셔서 “부처님, 건강상 다음에는 못 올 것 같다”고 인사드리고 나서도 두 번을 더 다녀오셨다. 먼 길이지만 담소를 나누며 올라가시는 스님의 모습에 힘이 난다. 그런데 우리 절 법우 중에 2명이 신발 밑창이 떨어져 나갔다. 다행히 한 법우가 운동화 한 켤레를 예비로 가지고 와 해결했고, 다른 한 법우는 양말을 신발 위에 신고 동여맨 다음 걸었다. 오후 1시30분쯤 영시암에 도착하여 준비해온 점심공양을 먹으니 꿀맛이다.
점심공양 후 다시 힘을 내어 봉정암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어렵다 싶으면 폭포가 내리치고 있는 장관이 있어 감탄사를 연발하기도 했다. 깊은 계곡에서 흐르는 수정 같은 물을 보며 기운을 받고 녹색 잎이 내뿜는 산소를 마시며 천천히 걷다보니 최후의 난코스 깔딱고개에 이르렀다. 이름만큼이나 수직으로 된 바윗길을 관세음보살 염불을 하며 한발 한발 집중하여 나아갔다. 중간에 길에 걸터앉아 뒤를 바라보니 바위와 소나무와 하늘 등 모든 자연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자연의 거대함에 숙연해지면서 네 번째로 봉정암에 오게 된 것이 부처님의 가피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순례 길에는 가톨릭 신자 2명도 동행해 의미를 더했다. 대우주 속에서는 모두가 하나임을 깨우치고 자연처럼 아름답게 살아야겠다는 각오를 다져본다.
깔딱고개를 힘겹게 넘어오니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싸인 곳에 자리 잡은 봉정암의 전경이 시야에 들어온다. 빨리 걷는 분들은 5시간 정도 걸리지만, 우리 일행은 7시간 걸려 오후 5시 봉정암에 도착했다. 대웅전 부처님께 삼배 드리고 봉정암의 기도처인 부처님뇌사리탑에 올라갔다. 만원이라 간신히 자리 잡고 삼배를 올렸다. 사방이 병풍처럼 산으로 둘러싸인 바위 위에 소박하게 우뚝 서있는 뇌사리탑을 보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부처님, 업장을 소멸하도록 정진하겠습니다. 지혜롭게 살게 해 주세요” 기도를 올렸다. 저녁예불과 철야정진을 하는데 곳곳이 신도들로 꽉 차있다. 쌀쌀한 날씨임에도 뇌사리탑 앞에서는 비닐을 두르고 정진하는 분들이 많다. 대웅전에서 철야기도를 하면서 졸리면 잠시 밖에 나와 커피도 마시고 하는 사이 어느새 새벽예불시간이다. 전국에서 온 불자들과 예불을 마치고 뇌사리탑으로 가서 108배 기도를 하며 주변 인연들에게 포교 열심히 하겠다고 발원했다.
내려오는 길은 스님의 권유로 험한 산세를 타고 소청봉을 거쳐 신흥사 쪽으로 내려오게 됐다. 일부 신도들은 어렵다고 만류했지만, 이번이 아니면 언제 보겠느냐는 스님의 말씀으로 힘들었어도 그 코스로 내려오다 보니 천불동 계곡 등 설악산의 비경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봉정암에 오를 때마다 불교와 소중한 인연을 맺게 된 나는 큰 보물을 가슴에 품고 사는 느낌이 든다.
[불교신문3063호/2014년12월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