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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비공개 입니다
(*정범모멘트 : 상당수 사진의 데이타가 유실되었군요. 원본사진이 복구되는대로 다시 올려드리겠습니다)
낙동정맥 변죽 울리기[제17구간]
☞ 답운치-진조산-삿갓봉-용인등봉-묘봉-석개재 ☜
- 낙동의 深山奧地 : 임도와 산죽 속에 숨바꼭질하는 정맥길 -
♣ 산행개요 ♣
◆ 산행지 : 낙동정맥 제17구간[답운치-석개재]
◆ 일시 : 2006. 6. 17.(금)/18.(토)[무박산행]
◆ 날씨 : 맑음
◆ 종주경로 : ☞ 답운치(619.8m)/36번국도 → 굴전고개 → 진조산(908.4m) → 934.5m → 백병산갈림길 → 삿갓봉(1,191.1m) → 용인등봉(1,124m) → 묘봉(1,167.6m) → 석개재(910m) ◀
◆ 시간대별 산행코스 :
△ 03:45 답운치 출발
△ 03:51 헬기장
△ 04:09 송전탑
△ 04:19 산판도로 3거리
△ 04:31 알바 후 원점회귀/산판도로 좌측 숲 진입
△ 04:53 봉우리
△ 05:07 굴전고개
△ 05:19 봉우리
△ 05:22 봉우리
△ 05:32 진조산 갈림길
△ 05:40 헬기장
△ 05:44 헬기장
△ 05:49 한나무재/10분 휴식
△ 06:06 풀섶 봉우리
△ 06:10 봉우리/좌 내리막
△ 06:13 헬기장/우 내리막
△ 06:37 폐 헬기장
△ 06:43 헬기장/15분 휴식
△ 07:04 934.5m/헬기장/삼각점
△ 07:12 봉우리/좌 내리막
△ 07:34 봉우리/좌 내리막
△ 07:47 헬기장
△ 08:20 넓은 공터 안부/아침식사 30분
△ 08:56 임도
△ 09:17 봉우리
△ 09:26 백병산 갈림길/우능선
△ 09:43 봉우리
△ 10:03 우측에 임도가 보이는 안부/10분 휴식
△ 10:21 임도/좌측 임도 따라 진행하다 우측 숲 진입
△ 10:25 임도3거리/이정표[←석포 ↙소광천 →대광천]
△ 10:34 다시 임도
△ 10:36 임도 따라 진행 후 좌측 숲 진입
△ 10:40 또 다시 임도
△ 10:47 임도 따라 진행 후 우측 숲 진입
△ 10:56 1,098m봉 우회하여 산죽지대 지나 임도갈림길/8분 휴식
△ 11:17 직진 임도 따라 진행 후 좌측 숲 진입
△ 11:26 삿갓봉(1,119.1m) 통과
△ 11:36 봉우리/좌 내리막
△ 11:50 문지골 폭포 갈림길/좌 내리막/12분 휴식
△ 12:08 997.7m/삼각점(장성455, 2004재설)
△ 12:38 용인등봉(1,124m)/30분 휴식
△ 13:13 봉우리
△ 13:32 묘봉 갈림길(북도봉)/우 내리막
△ 13:38 조난자 위치추적 표지판(묘봉갈림길)/우 내리막
△ 13:52 봉우리/좌 내리막
△ 13:58 봉우리
△ 14:00 임도/10분 휴식 후 임도 버리고 우측 숲 진입
△ 14:30 석개재 도착/산행종료/2번 군도/우람한 강원도&삼척시 경계표석
△ 14:55 석개재 출발
△ 17:10 알탕 및 뒷풀이 회식 후 서울 향발
△ 21:00 복정역 도착
◆ 산행거리 : 24km[『사람과 산』자료 참조]
☞ 답운치/36번국도-4.1km-진조산-1km-한나무재-2km-934.5m-5.4km-1,136m-3km-1,098m-1km-삿갓봉-3.8km-용인등봉-1.2km-묘봉 북동봉-2.7km-석개재/2번 군도 ◀
◆ 산행시간 : 10시간 45분(아침식사 및 휴식 2시간 등 포함)
◆ 형태 : 德七이 합동산행[서고문, 김진태, 대왕, 윤비, 천사, 뚜벅이, 나푸른솔, 김수영, 초롱아빠, 허공, 경로, 흑기사, 3S, 록수, 주유천하 : 1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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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山과 詩 ♥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은 없다
다만 내가 처음 가는 길일뿐이다
누구도 앞서 가지 않은 길은 없다
오랫동안 가지 않은 길이 있을 뿐이다
두려워 마라 두려워하였지만
많은 이들이 결국 이 길을 갔다
죽음에 이르는 길조차도
자기 전 생애를 끌고 넘은 이들이 있다
순탄하기만 한 길은 길이 아니다
낯설기만 한 길은 길 아니다
낯설고 절박한 세계에 닿아서 길인 것이다
-도종환, “처음 가는 길”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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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낙동정맥 변죽 울리기 제17구간의 포인트
낙동정맥 변죽 울리기 제17구간은 답운치에서 진조산, 삿갓봉, 용인등봉, 묘봉을 지나 석개재까지 이어지는 24km의 정맥 마루금이다. 부산 다대포 몰운대에서 치고 올라온 정맥길이 백두대간에 맥을 잇는 매봉산 분기점을 앞두고 급피치를 올리는 구간이다. 이 구간 역시 낙동정맥 특유의 울창한 숲과 함께 호젓한 심산오지산행을 즐길 수 있는 구간이다.
이 구간의 답운치에서 백병산 갈림길까지는 정맥길이 울진군 서면을 관통하여 지나가고, 그 이후 삿갓봉까지는 좌측으로는 경북 봉화군 석포면을, 우측으로는 울진군 서면을 가르며 지나가다가 삿갓봉을 지나면서부터 정맥길은 서쪽의 경북 봉화군 석포면과 동쪽의 강원도 삼척시 가곡면의 경계가 된다. 드디어 정맥길이 경상북도에서 강원도로 쳐 올라가게 된다.
이 구간에는 1,000m대의 삿갓봉, 용인등봉, 묘봉 이외에도 무명봉이 두어 개 있고, 900m대의 진조산과 무명봉들이 두어 개 있으나, 진조산과 묘봉은 정맥길에서 약간 비켜난 곳에 있다. 중간에 임도를 여러 차례 만나기는 하지만 찻길은 들머리의 답운치와 날머리의 석개재 이외에는 만날 수 없다. 지난 구간과 마찬가지로 정맥꾼 이외에는 사람들을 만나볼 수 없는 오지의 산길이다. 이곳에서 세상은 오로지 산과 나뿐이다.
이번 구간을 마치면 낙동정맥 일정은 한 구간만 남는다. 처음에는 6월 중에 두 구간을 한번에 몰아쳐 정맥일정을 마무리하려고 했으나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7월 초까지 낙동정맥일정을 이어가기로 한다.
2. 들머리 : 답운치
2006. 6. 16. 금요일 밤 10시 집을 나와 양재역으로 간다. 이번 구간산행을 마치고 석개재 인근 계류에서 물놀이겸 회식을 위하여 각자 취사도구와 먹거리들을 준비하기로 하였고, 나는 야외용 버너세트를 들고 나선다. 지하철로 이동 중 돌범님으로부터 부득이 불참하니 천둥 번개에 조심하라는 메시지를 받는다. 그런데 맑은 날에 웬 천둥이고 번개라는 것인지?
교대역에서 열차가 늦게 오는 바람에 서초구민회관 앞에 도착하니 밤 11시 Just. 버스에 오르자마자 바로 버스가 출발한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많은 회원이 빠져 산행인원이 16명으로 최저인원이다. 우등고속버스의 두 좌석을 홀로 차지하여 널널한 기분이 든다. 산행인원이 20명은 확보되어야 우등고속버스 이용에 애로가 없는데 아쉬운 생각이 든다.
버스에서 바로 잠이 들어 중간에 치악휴게소에서 잠시 쉬고 2004. 6. 17. 토요일 새벽 3시 20분 이번 구간 들머리인 36번국도상의 석개재에 도착해서야 밤안개님이 양재동에서 불의의 사고(?)로 산행을 할 수 없어 복정역에서 내린 것을 알았다. 모두들 덕칠이를 위해 무한열정을 보여주시는 밤안개님의 결장을 아쉽게 생각한다. 결국은 15명이 함께 산행을 한다. 전에 비해 불과 몇 사람이 빠졌을 뿐인데도 허전한 느낌이 든다.
버스에서 산행준비를 마치고 버스에서 내리니 밤하늘에는 그믐을 향하여 치닫는 조각달이 달무리를 그리고 있고, 맑은 밤하늘에 별들이 明澄하다. 적막강산의 고요를 깨트리며 일단의 무리들이 흑기사님의 구령에 따라 산행전 몸풀기 체조를 하고 오늘의 장정을 위하여 배낭을 걸머진다.
3. 몰입 : 청정오지의 숨결을 느낀다!
새벽 3시 45분 답운치를 출발하여 표지기가 인도하는 대로 도로 북쪽의 솔숲 사이로 난 들머리로 달라붙는다. 빽빽한 잡목 숲 사이로 완만한 오름길이 이어진다. 대간과 정맥종주를 하면서 어쩔 수 없이 무박산행에 길들여지다 보니 이제는 장거리산행은 무박산행이 편하게 느껴진다. 캄캄한 새벽에 대자연의 숨결을 느끼며 걷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몰입의 경지로 빠져든다.
비록 눈에 보이는 것은 캄캄한 어둠밖에 없지만 새벽 여명을 기다리며 시각보다는 청각과 촉각으로 산길을 걷는 맛과 묘미는 어디다 비할 데가 없다. 야간산행만큼 몰입의 경지로 빠져들 만한 경기나 스포츠가 어디 있을까? 물론 골프를 치면서 한 타 한 타 줄이기 위해 몰입할 수도 있고, 돈 따먹기 위해 몰입할 수도 있으나 이건 야간산행과 같은 자연스러운 몰입이 아닐 것이다. 군대시절 야간행군은 그렇게도 재미없었는데 그건 자기가 원해서 하는 행군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르막길에 있는 어떤 묘를 지나 계속 오르막을 치고 오르니 헬기장이 나온다. 헬기장에서 내려서면서 완만한 오르내림이 이어진다. 내리막에서 오르막을 오르는데 산죽지대가 나타는데 이 산죽은 오늘 구간의 전초전에 불과하다. 낙동정맥에서 대규모 산죽지대를 만나기 어려운데 비로소 이 구간에서 삿갓봉을 전후로 대단위 산죽지대를 만나게 된다.
오르막 정점에서 우측 내리막에서 내려서서 오르막을 오르니 새벽 4시가 넘어가면서 세상은 희뿌옇게 실루엣을 드러내면서 그 자태를 내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 송전탑을 지나 오르막에서 내려서니 임도인지 산판도로인지 넓은 길이 나온다.
산판도로를 따라 조금 진행하니 3거리 지점이 나오고 우측으로 계속 가다보니 낙엽송지대를 지나고 방향이 동쪽으로 벗어나면서 느낌이 이상하다. 표지기로 알았던 것은 영림소의 산불예방 리본이고 정맥표지기가 아니다. 선두도 보이지 아니하고 불러도 대답이 없다. 흑기사 후미대장도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는다.
잠깐 사이에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진다. 이런 때에는 무조선 원점으로 돌아가 길을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송전탑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길이 헷갈리고 왔다리 갔다리 잠시 우왕좌왕하다가 3거리 지점으로 가보니 좌측으로 표지기가 붙어있다. 10여분 헤매다 보니 여명이 밝아온다.
산판도로에서 좌측 능선으로 진입하여 완만한 오르막을 올라서고 완만한 내리막에서 다시 오르막을 오른 후 능선이 좌측방향으로 휘면서 진행하는데 제길로 앞서 진행했던 흑기사님이 배낭을 부려놓고 헐레벌떡 내려오고 있다. 서서히 언덕 같은 봉우리에 오르니 허공대장 등이 기다리고 있다.
알바 후 합류
이곳에서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완경사를 내려갔다가 오르막을 오르는데 아침을 여는 새들의 지저귐이 시작된다. 낙엽송 지대를 지나 오르막을 올라선 봉우리에서 내려서는데 우측으로는 벌목을 한 상태라 훤하게 뻥 뚫려 있다.
아직 아침이 완전히 밝아오지 아니하여 어둑어둑함이 남아있는데도 천사님은 신기하게도 더덕줄기를 잘도 찾아낸다. 오르막에서 내려서는데 군데군데 금강송도 보이고 울창한 잡목 숲을 헤치며 진행하다보니 임도로 떨어지는데 이곳이 굴전고개라는 곳이다. 좌측(서쪽)에 굴전이라는 마을이 있어 굴전고개라고 하는 모양이다. 아침 5시가 넘어가면서 환한 시간이 되었고, 랜턴은 배낭 속으로 집어넣는다.
굴전고개
김수영님과 뚜벅이님 등 비인간적인 선두만 빼고 전부 모여 바로 숲길 오르막으로 진입한다. 10여분 오르막을 올라선 봉우리에서 내려선 후 일출의 기운을 받으며 다시 한 봉우리를 지나 오르막으로 진행하는데 진조산(眞鳥山, 908.4m) 갈림길이 나온다. ‘眞鳥’라면 ‘참새’라는 말 같은데 참새산답게 맑은 울음을 울어대는 새소리들이 들려온다.
진조산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조금만 가면 진조산인데 가봐야 묘지 하나밖에 없고 숲으로 조망도 가려있다고 하여 그냥 좌측길로 진행한다. 사실 이번 구간은 여름철에는 울창한 숲으로 화끈하게 조망을 즐길면서 진행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는 구간이다. 우측으로 벌목지대를 끼고 오르막을 오르니 헬기장이고 내려서는 길은 벌목하여 방치한 나무들로 인해 발길이 걸기작 거린다. 다시 오른 헬기장에서 숲을 뚫고 내려서니 비포장고갯길인 한나무재이다.
한나무재 고갯길에서
한나무재는 옛날에 어떤 왕이 피난 중에 피곤하고 목이 말라 이 고개에 있는 자작나무 물을 받아먹었다고 하여 한(橌)나무재라고 한다는데 잘은 모르겠다. “계수나무 한나무 토끼 한 마리”에서 ‘한나무’는 한 그루의 나무를 뜻하는 것 같고, 한나무의 ‘한(橌)’자는 흔히 쓰는 글자가 아니다. 이 고갯길을 따라 우측으로 가면 소광리로 가는 길이고, 이곳에 천연유전자원자보호림으로 지정된 유명한 천연 금강송지대가 있다.
4. 느림과 비움 : 길에서 길을 묻는다!
한나무재에서 10분간의 휴식을 취하고 아침 6시 길을 떠난다. 이제는 날도 훤하게 밝았고, 시원하고 거침없이 정맥길을 이어갈 수 있다. 한나무재에서 절개지 위로 올라 5분쯤 오르막을 올라서니 잡목이 우거진 봉우리에 오르고, 이곳에서 내려서듯 하다가 야트막한 한 봉우리를 지나 헬기장이 있는 봉우리로 올라선다.
헬기장에서 내려서서 완만한 오르내림이 이어지는데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을 정도로 잡목숲과 참나무숲이 빽빽하다. 낙동 최고의 오지답게 원시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울창한 숲이 이어진다. 이곳에서 보는 세상은 온통 초록 일색이다. 초록 숲에서 느림과 비움의 미학을 배운다. 초록 숲에 들어서면 어딘지 가라앉는 느낌, 沈潛의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걷는 길에서 살아가는 길을 찾는다.
목하 더덕 채취 중
헬기장 터로 보이는 봉우리에서 내려서서 오르막을 오르는데 일행들이 캔 더덕의 진한 향기가 등로 주변에서 풍겨온다. 나도 서고문님이 가리키는 줄기를 파고드니 손가락만한 더덕뿌리가 딸려온다. 오르막 상에 있는 헬기장은 숲으로 가려 조망은 없다. 이곳에서 15분간 휴식. 낙동 말년들이 되어서 그런지 느긋하고 모두들 빨리 가거나 서두를 생각을 하지 않는다.
헬기장 낙동 말년 군상들
헬기장에서 7분쯤 진행하면 헬기장이 있는 934.5m봉이 나오는데 삼각점이 있으나 도엽명은 알 수 없다. 이곳에 올라서니 확 트인 조망은 아니나 숲 사이로 지난 구간 지나온 통고산이 보인다.
934.5m봉에서 보는 통고산 줄기
934.5m봉을 지난 후 정맥길은 고도차가 거의 없는 완만한 오르내림을 계속한다. 초록의 바다에 풍덩 빠져 유영을 하는 기분으로 숲을 헤쳐 나간다. 산의 모습이라는 게 겨울하고 여름이 천양지차다.
울창한 숲으로 사람이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 뒷모습은 서고문님.
봉우리 두개를 넘어 정맥길이 좌측으로 휘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솔숲에 쌓인 헬기장을 지나고 잔잔한 봉우리를 오르내리다 보니 과연 심산오지 속에 들어온 것이 실감이 난다. 땅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여름 숲이 무성하고 눈길을 럿셀하는 것처럼 숲을 럿셀하면서 진행하는 격이다.
울창한 숲으로 대낮에도 어두울 정도이다. - 뒷모습은 경로님
여러 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리는 것 같으나 그놈이 그놈이고, 그년이 그년이라 별 특색이 없이 비슷비슷한 모습이다. 천사님이 어떤 나무 위를 쳐다보더니 한번 보라고 하여 살펴보니 새알 네 개가 둥지 속에 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등로 가까이에서 이런 자연의 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이다. 알은 부화를 앞둔 것 같고 근처에서 어미 새가 습격할 것 같아 남들이 보지 않으면 슬쩍(?)하려던 생각을 접는다.
대자연의 숨결
어떤 봉우리에서 밑으로 푹 꺼졌다가 오르막을 올라 봉 좌사면을 끼고 내려선 후 다시 오르막을 오른다. 다시 봉우리에서 좌측 내리막으로 내려서는데 넓은 공터안부이고 선두들이 이곳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처음에는 ‘전망이 좋은 곳’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는데 그냥 퍼져들 앉는다. 김수영님은 진액이 찐득찐득 흐르는 큼지막한 더덕을 여러 수 캔다.
'전망좋은 곳'에서 아침 식사 중
무겁게 지고 다니던 막걸리 한 병은 이곳에서 처치하고, 한 병은 삿갓봉쯤에서 해결하기로 한다. 이런 곳에서 한숨 늘어지게 자고 싶은데 많이 쉬다보니 시간이 지체되어 그럴만한 상황이 아니다. 30분간의 식사 및 휴식을 마치고 다시 일어선다.
구도자처럼 묵묵히 정맥길을 걸어가는 서고문님
5. 오락가락 임도와 숨바꼭질하는 정맥길
안부에서 오르막을 올라 봉우리에서 좌측 방향으로 내려서니 임도가 나온다. 지도를 보니 이 임도를 타고 우측으로 곧장 올라가면 석포와 소광으로 연결되는 임도3거리로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땡볕에 노출된 채 임도를 따르는 것은 차마 못할 짓이다.
임도를 가로질러 숲으로 진입하여 오른 봉우리에서 내려선 후 평탄한 지대를 지나는데 장송지대가 나타난다. 그런데 장송들이 가지를 잔뜩 달고 있는 것이 잔가지가 없이 쭉쭉 하늘을 향해 뻗은 황장목 내지는 춘양목과는 다른 것 같다. 이 나라의 산하를 지키는 소나무의 종류도 가지가지다.
웬 가지들이 이렇게도 많은지 : 가지가 많을수록 바람 잘 날이 없는데
소나무 빛깔이 붉다고 하여 홍송(紅松), 적송(赤松)으로 불리는 소나무 중 속이 단단한 목재용 소나무를 강송(剛松) 또는 금강송(金剛松)이라 부른다. 이 금강송을 황장목 또는 춘양목으로 부르는 것에 대해서는 지난 구간에서 언급했다. 특히 경북 울진, 삼척, 봉화는 금강송의 산지로 유명한 곳이다.
바닷가에서 많이 보는 해송(海松)은 염분과 바람에 강한 소나무로 해송을 검은 소나무라는 뜻으로 곰솔로도 부른다. 일본에서는 곰솔을 흑송(黑松)으로 부른다. 소나무 껍질이 비늘처럼 흰빛을 띠고 있는 소나무를 백송(白松)으로 부르는데 충남 예산의 추사고택에 백송이 심어져 있다.
반송(盤松)은 조경수로 많이 쓰이는 소나무로 가지가 휘고 모양새가 보기 좋은 소나무이다. 리기다소나무는 개량종 소나무로 멋스러움은 없는 소나무이다. 일반 소나무는 잎의 두 갈래이나 리기다소나무는 세 갈래로 되어 있고, 잣나무는 다섯 갈래로 되어 있다(그래서 잣나무를 오엽송이라고도 부른다).
산죽지대를 따라 어떤 봉우리 좌사면을 타고 오른 봉우리에서 좌측 내리막으로 내려서면서 지도상의 지도상의 1,136.3m봉을 오버패스하고 말았다. 이번 구간은 표지기만 보고 임도와 산죽 숲을 정신없이 지나다보면 지도상의 포인트를 간과할 소지가 많은 구간이다. 그러나 저러나 이곳의 봉우리들은 숲이 무성한 여름철에는 그리 조망이 좋지 않다.
산죽지대 오르막을 꾸준히 오르면 좌측으로 백병산으로 가는 길이 분기하는 지점이 나오고, 정맥길은 우측으로 뻗어간다. 다음 구간에도 정맥마루금에서 약간 벗어난 곳에 또 다른 백병산이 있다. 점점 심산의 한가운데로 빠져드는 느낌이 든다.
정맥길 산죽지대
어떤 봉우리 좌사면을 타고 올라섰다가 밑으로 푹 꺼진 후 다시 오른 봉우리에서 산죽지대 내리막을 정신없이 내려선다. 낙동정맥길에 이렇게 산죽이 많을 줄 몰랐다. 사실 여름에 이런 산죽지대를 지나고 싶지는 않다. 빽빽한 산죽이 바람을 막아주어 답답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휴식 중 : 쉬고 또 쉬고
내리막 안부지점에서 오른 봉우리에서 내려서니 우측으로 임도가 같이 진행하고 있다. 10여 분간 휴식을 취하고 다시 오르막을 오른 후 내리막길을 따르니 우측으로 임도를 끼고 숲길로 진행하다가 임도로 떨어진다. 임도는 일부 포장된 부분도 있다.
임도
임도 좌측을 따르다 우측 오르막 숲으로 진입하여 내려서니 임도3거리가 나온다. 절개지 앞에 [←석포. ↙소광천. →대광천] 이정표가 세워져 있는데 이 이정표가 이번 구간에서 본 유일한 이정표이다. 아마도 최근에 임도개설공사를 한 듯 하다.
임도3거리 이정표 : 이번 구간의 유일한 이정표
임도3거리 절개지 위에서 보는 조망
임도를 가로질러 절개지를 기어올라 뒤돌아보니 그나마 숲 사이로 조망이 트인다. 봉우리에서 내려서니 다시 임도가 나온다. 임도 좌측길을 따라 진행하다 좌측 숲으로 진입하고 다시 임도로 내려와 임도를 따라 길게 진행한다. 임도를 따라 7분쯤 진행하니 우측 숲에는 조난자위치추적표지판이 걸려있고 우측으로도 길이 있는 것 같다.
임도따라 묵묵히
이곳에서 좌측 임도를 따라 진행하다가 우측 숲으로 달라붙어 1,098m봉을 우회하여 산죽지대 내리막을 내려서니 다시 임도갈림길이다. 오락가락하는 임도와 정맥길이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 8분쯤 휴식을 취하고 임도를 따라 직진한다.
임도갈림길에서
숲을 벗어나 땡볕에 걸어야 하는 임도의 길이가 꽤 된다. 이 구간은 임도나 능선 마루금이나 거의 같은 방향으로 진행한다. 10분 이상을 임도 따라 꾸역꾸역 걸어가다 보니 좌측 숲으로 진입하는 곳으로 들어선다. 정신없이 임도를 따르다보니 임도 우측에 있는 삿갓봉(1,191.1m)도 스쳐지나가는 우를 범한다.
별 희한한 모양의 나무도 다 있다!
삿갓봉을 지나면서부터 정맥길은 동쪽으로 경북 봉화군 석포면과 강원도 삼척시 가곡면의 경계가 된다. 이제 정맥길 우측으로는 경상북도를 지나 강원도로 진입한다. 그만큼 낙동정맥의 끝이 다가왔다는 이야기다. 삿갓봉은 옛날 큰 홍수로 침수되어 정상을 삿갓모양만큼만 남겨두고 인근의 모두가 물에 잠겼다고 하여 ‘삿갓봉’이라고 하며 고개의 이름도 삿갓재이다.
곳곳에 경북도계탐사 내지는 강원도계 탐사리본이 붙어있어 정맥길이 경상북도와 강원도의 도계임을 알려주고 있다. 어떤 봉우리에서 내려서서 산죽지대를 오르락내리락한다. 봉우리에서 마루금이 좌측으로 꺾여 내리막으로 이어지고, 다시 좌측으로 꺾여 내리막으로 내려서는 곳에 문지골폭포 갈림길 표지판이 걸려 있다.
문지골폭포 갈림길에서 : 쉬고 또 쉬고
이곳에서 12분쯤 휴식을 취하고 좌측 내리막으로 내려서서 오르막을 올라서니 우측에 삼각점(장성455, 2004재설)이 있는 997.7m봉이 있다. 그 동안 숲에 가려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아쉬운 대로 이곳에서 용소골 방향의 산그리메를 조망해본다.
997.7m봉에서 바라보는 용소골 방향
997.7m봉에서 좌측으로 조금 오른 꼭짓점에서 우측 내리막으로 내려선 후 산죽지대를 오르내린다. 좌측으로는 장송지대를 끼고 오르막을 오르니 997.7m봉에서 30분 만에 용인등봉(龍仁登峰, 1,124m)에 오른다. 지도에는 용인등봉에 삼각점 표시가 되어 있으나 삼각점은 찾을 수 없고 표지기만 나풀거리고 있다. 용인등봉은 풍곡리 덕풍마을에서 볼 때 문지골과 괭이골 사이에 솟아오는 봉우리로 ‘착한(어진)용’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용인등봉에서 마지막 숨고르기
용인등봉에서 막걸리 한 병을 해치우면서 30분간 휴식을 취한다. 록수님 등 후미가 도착하여 방을 빼주려고 하는데 록수님 일행이 칡뿌리 같은 대단한 더덕을 캐느라 늦었다고 하면서도 실물을 보여주지 않고 나중에 카페에 사진을 올리겠다고만 하여 고개만 갸웃한다.
녹수님 일당이 캤다고 하는 더덕 : 담배갑과 크기를 비교해보시라.
6. 언제나 애를 먹이는 막바지 정맥길
오후 1시 7분 용인등봉을 떠나 석개재로 향한다. 용인등봉에서 석개재까지는 3.9km로 거의 내리막 개념이라 1시간 10여분이면 내려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내리막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려야 한다.
정맥길이 그리 호락호락 넘겨주지는 않는다. 꼭 막판에 애를 먹인다. 들꽃님이 삿갓봉을 지나면 석개재까지 평지길이라고 했는데 세상에 이런 평지길은 없다. 어떠한 산행도 지나고 나면 바로 직후에는 힘들게 느껴지고 시간이 갈수록 추억 속에 파묻혀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느껴지게 된다.
묘봉 갈림길 : 누가 작대기로 막아놓았다.
한 봉우리에서 산죽지대 내리막으로 내려서면서 봉우리 좌측사면을 따르다 오른 정점이 묘봉 갈림길이다. 좌측으로 묘봉으로 가는 길에는 누가 나무로 막아놓았다. 그런데 묘봉이라면 토끼 ‘卯’봉인지, 고양이 ‘猫’봉인지 헷갈리나, 어떤 글을 보니 묘봉은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 문지골에 고양이가 많이 살았다고 전해지며 지금도 문지골에는 고양이 모양의 바위가 있어 묘(猫)봉으로 불린다고 한다.
묘봉 갈림길에서 묘봉까지는 300여m라 갔다 올 수도 있으나 날씨도 덥고 그냥 이 갈림길에서 우측 내리막으로 내려선다. 고만고만한 봉우리 세 개를 넘어 오른 봉우리에는 조난자위치추적표지판이 걸려있고, 누군가 묘봉 갈림길이라고 써놓았다. 아마 이쪽으로도 묘봉으로 갈 수 있는 것 같다.
조난자위치추적표지판 : 이곳도 묘봉 갈림길
이 분기봉에서 우측 내리막으로 내려서면 임도가 나온다. 이제는 거의 다 왔다. 지도를 보니 임도를 따르더라도 바로 석개재로 갈 수 있고, 오히려 능선길보다 빠르겠다는 생각도 드나 땡볕을 피하기 위하여 우측 숲으로 들어가 능선을 탄다. 20여분 동안 완만한 오르내림을 하다보니 2차선 포장도로가 지나는 석개재로 떨어진다.
석개재 도착시간이 오후 2시 30분, 답운치에서 10시간 45분이 걸렸다. 물론 2시간 이상을 쉬는 시간으로 널널하게 보내다 보니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렸다. 석개재는 석개천의 이름을 딴 고개로 석개(石開)는 돌문이 열린다는 뜻의 石浦의 옛 이름이라고 한다.
석개재 : 경북 봉화군 석포 방향
우람한 강원도계 표지석이 세워진 곳에서 대왕님 부부의 신혼여행 기념사진을 박아주고 쉬는 사이에 오후 2시 55분 록수님 등 후미도 도착한다. 석개재에는 이미 두어 시간 전에 김수영님과 뚜벅이님이 도착하여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버스기사님은 김수영님이 오늘 산행을 마치고 다시 내일 새벽 불/수/사/도/북 5산종주에 나선다고 하니 믿기지 않는 다는 표정이다.
우람한 강원도계 표지석 앞에서 불초 소생
7. 낙동 말년의 忙中閑 & 풍류
후미가 도착하는 대로 버스는 석개재를 출발하여 석포방향으로 향한다. 석개천을 따라 내려가다 보니 알탕 장소로 기막히게 좋은 장소에 버스를 대고 모두들 깨끗한 계류로 풍덩 빠져든다. 지난 구간의 옥방천보다 물이 차갑다. 10시간 이상 산행으로 덥혀진 몸을 차가운 계류에 담그니 이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가히 여름철 산행은 알탕하는 맛으로 한다.
명경지수에서의 알탕
알탕을 마치고 바로 옆에 정자가 있는 뒷풀이 장소로 이동하여 총무님이 준비한 재료와 대왕님이 준비한 대형 바비큐 숯불구이판에 고기를 구워먹으면서 김수영님이 즉석 제조한 더덕주로 낙동 말년의 풍류를 즐긴다. 시원한 알탕에 고기에 술에 이런 호사가 없다.
금강송의 운치와 함께 기막힌 정자에서 유쾌한 뒷풀이
정자의 모습은 하늘을 향해 치솟은 금강송들과 어우러져 한껏 운치를 자아내고 있다. 2시간여 동안 유쾌한 시간을 갖고 오후 5시 10분 버스는 서울을 향하여 출발한다. 역시 더덕주의 위력으로 잠에 한껏 빠져 있다가 여주휴게소에서 잠을 깨고 밤 9시경 복정역에 도착하여 예상보다 일찍 집에 들어오니 집사람은 오늘은 웬일로 일찍 들어오느냐고 묻는다.
8. 낙동정맥 마무리를 앞두고
이제 낙동정맥은 마무리 구간만 남았다. 부산 앞바다에서 꾸역꾸역 올라온 정맥길이 드디어 다음 구간에서 백두대간에 맥을 이음으로써 대미를 장식하게 된다.
다음 구간 낙동정맥 종주를 마치면서 2년 전에 지나갔던 백두대간 매봉산과 정맥길 분기봉인 낙동봉도 찾아보고 낙동강의 발원지인 황지연못이나 너덜샘도 찾아볼 계획을 세워본다.
우리가 世上을
살아가면서
그립다 그립다 하는 것은
진실로 눈물이 아닐 바엔
빈 그릇을 비워둘 뿐이다
살기가 좀 팍팍하고
캄캄하더라도
우리가 살아가면서
괜찮다 괜찮다 하는 것은
불어오는 바람을 바람으로 맞으며
거리를 서성이던
어린 날의 바람개비
그 튼튼한 날개깃으로
시계바늘을 돌리며
이 時代의 불면을 맛본 탓이려니
꽃이여, 불러도 대답없는 꽃이여
시방 네 이름을 잊어버릴까 나는
숨가쁘게 달려왔다
-서지월, ‘우리가 세상을’ 전문
첫댓글 고맙습니다. 이왕이면 16구간도 올려주세요
감솨합니다 솔님.
땡큐![~](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솔님 ![킹왕짱](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0724/texticon_76.gi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