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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淸明)이란...
맑고 밝다... ? 아님 밝고 맑다...?
어느표현이 옳은것인지 모르겠다...
내 방식대로 표현을 한다면 "맑고 또 맑다..."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바로 그날 청계산의 하늘이 그랬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명한 하늘... 맑고 또 맑은 하늘....
청계산의 하늘은 청명 그자체였다..
청계산은 여러번 가본터라 친숙하게 여겨졌다.
서울에서 가깝고 청계산 입구인 원터골부터 1483계단을 거쳐 매봉까지는
산세가 부드럽고 계단으로 되어있어 초보 산행인은 물론 여성,초등생.노인에 이르기까지
서울시민이 가장 많이 찾는곳이다...
그래서 주말이면 양재전철역에서 청계산 원터골입구 까지는 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하는 광경은 이제 익숙 하기만하다....
뿐만 아니라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는 늦겨울이나 초봄에는 매봉으로 이어지는
산행길이 먼지 길이 되기도 한다...
또한 청계산은 연예인이 자주 찾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김제동과 이효리가 커플룩을 입고 이곳에 나탔다가 시민들에게 목격되어
인터넷에서 종종 화제가 되기도 했고..
연예인 산악회는 이곳에서 자주 모임을 갖는 산으로도 유명하다.
오랜만에 산행에 나섰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서너번을 거르고 나니 어느새 가을로 접어들었다...
모처럼의 산행의 기회가 찾아온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평택역으로 나갔다.
7시가 조금 못되어서 평택역에서 버스에 올랐다...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떠보니 버스는 이미 고속도로를 질주하고 있었다..
임원들이 분주히 간식을 나누어주고..
산행안내에 대한 방송이 이어지고...
인원파악...회비수납등... 일련의 절차들이 일사천리로 숨이 가쁘다...
산행목적지 까지의 이동시간이 매우 짧기 때문일것이다...
일련의 절차가 끝나기도 전에 아침 못다잔 잠을 청하기위해 눈을 감으려는데...
버스가 크게 원을 그리며 선회하는듯...
내 몸이 차창밖으로 튕겨져 나갈만한 원심력에 위기감을 느껴 눈을 떠보니...
어느새 버스는 양재 인터체인지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양재 화물터미널 뒤편 청계산 들머리에 들어서니 시계가 8시반이 채 안되게 가리켰다...
9시 이전에 산을 오르기는 내가 산행을 시작하고 부터는 처음인 듯 싶다...
초가을의 쌀쌀한 냉기가 채 가시지도 않은 산길은....
여명을 뚫고 올라온 태양이 만들어 낸 숲의 그림자에 덮여 어두워만 보였다..
짙은 암갈색 그림자에 가려진 길을 따라 옥녀봉으로 이어지는 얕으막한 능선
끝자락에 올라서니 초가을의 아침햇살이 나뭇가지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다..
이내 그림자와 햇살이 어우러지는 모자이크 무늬로 바둑판 처럼 등산길을 디자인한다..
이 예술적인 길을 따라 걷는 등산길은 아늑하기만 하다..
굴곡이 심하지도 평평하지도 않은 .....그러면서도 가끔 가파른 언덕길이 이어진다...
앞서걷던 어떤 여성분이 "송탄의 불악산 하고 똑같다~~"
라고 소리치며 천진난만하게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희희낙락이다..
오랜만의 산행이라 그런지....
숨이 거칠어지고... 갈증에 목이 메인다....
마침 나타나는 오솔길옆 통나무 벤치에 배낭을 내려놓고 걸터앉았다....
막걸리라도 한잔 할 요량으로 배낭에 손을 집어넣으면서 시계를 들여다보니...
채 9시가 안되었다....
배낭으로 들어갔던 손이 머쓱해져 그냥 나온다...
9시도 안된 아침부터 막걸리라니.. 아무래도 겸연쩍다.....
잠시 숨을 돌리려다 말고 일어서서 옥녀봉을 향해 발길을 재촉했다....
한참을 걸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머리는 막걸리에 필이 꽃혀 있어서인지......
더 이상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는다.....
살짝 시계를 들여다보니 겨우 9시에서 10분이 조금 지났을뿐인데....
남의 시선이 닿지않는 으슥한 바위하나를 찾아 걸터앉으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얼른 막걸리 한병을 꺼내들어 두어잔을 단숨에 비웠다....
참으로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었다.......
그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아침부터 막걸리 술잔하고 친해지고 있었다.....
막걸리 탓인지....
한결 가볍게 느껴지는 발걸음으로 옥녀봉까지 단숨에 내달렸다....
옥녀봉에 다다르니 인공구조물로 만들어진 전망대가 나타났다.
이곳에서 바로 앞 관악산 정상을 올려다보니 지척인듯 가깝고 선명하다...
옥녀봉을 내려와 매봉으로 향하는 길을 접어드니 사람들이 인산인해다...
우리 조합원들은 금새 인파에 묻여 흔적없이 흩어지고 사라진다..
역시 서울의 청계산 답다....
그 유명한 1483계단이 눈에들어온다..
그 계단 하나하나에는 기증자 개인, 또는 단체의 이름이 번호와함께 선명하게 표찰이
박혀있었으나 이제는 많이 훼손되어 드믈게 남아있다...
계단길은 참으로 지루하고 오르기에 인내가 필요하다...
일정한 보폭에... 일정한 높이로 발걸음을 옮겨야하니.....
끝없이 같은동작을 반복해야 한다....
다리와 무릎에 일정한 한곳근육으로만 집중적으로 무리가 가는듯 싶다.....
이것이 내가 청계산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동창회나 친목회 모임에서 어쩔수 없이 몇번 청계산에 끌려 왔었을 뿐이다
얼마나 계단을 올랐을까.....
돌문바위가 눈앞에 나타났다.....
매봉정상이 멀지 않았슴을 암시한다...
이 돌문바위는 커다란 바위에 작은 바위가 넘어지듯 기대어있고..
그 아래 공간에 문처럼 드나드는 길이 나있어 돌문바위 라고한다...
이 돌문바위로 들어가 옆의 작은바위를 세바퀴 돌아나오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속설이 있어 등산객들이 줄을 이어 이돌문바위를 돌고 또 돌았다.....
그러던것이 3 여년전부터....
한 스님이(진짜 스님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슴) 나타나 그 앞에 불전함을 갖다 놓고
목탁을 두드리며 염불을 외기 시작했다...
돌문바위를 돌아 나오는 등산객들에게 시주를 받고자 함이었다....
이에 거부감을 느껴서인지....
이제는 그 돌문 바위를 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인지 이젠 목탁을 치지도 않고 염불도 외지 않는다..
다만 카세트 녹음기 하나 틀어놓고 지나가는 등산객을 향해 돌아서서
끝없이 허리를 굽히는 광경이 목격되었다....
십여분을 그 옆에 서서 지켜보아도...
등산객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했다.....
그 돌문바위를 돌아나오는 사람도.... 시주를 하는 사람도 눈에 띄지 않았다....
세월의 인심이 변한걸까....
자연의 신비감을 인간들이 의도적으로 왜곡 하는데 동의하지 않는걸까....
이젠 그만좀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돌문바위.. 스님은 길에나가 등산객들에게 인사하고 있었슴. 녹음기만 혼자돌아가고..>
돌문바위를 지나 좀 더 거슬러 올라가니 사실상 정상이라 착각할 수 있고
자연적인 전망대라 할수있는 매바위에 올라섰다....
매봉정상은 100여미터 더 올라서 닿는 곳이나 그 곳은 잡목이 둘러싸여 있어
주변조망을 전혀 감상할 수가 없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매바위까지만 등산을 하고....
또 그 중에는 이 곳이 정상이라고 착각을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날씨가 너무 맑아 .....
서울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평소에 잘보이지 않던 남산.... 광진교 건너 아차산까지도....
매바위에서는 인파에 밀려 오래 자리를 잡고 앉아 있기가 어렵다...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매봉을향해 길을 재촉했다.
매봉까지는 100미터 남짓하여 오래걸리지 않았다...
매봉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들이 매봉을 표시하는 돌바위를 부여잡고 기념사진을
남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곳이 서울사람들이 알고 있는 청계산의 정상이 었고...
등산은 여기서 끝나는 것이다....
나 역시 이곳까지 밖에 오지 않았었다.....
그러나 오늘은 여기서 머물 시간이 없었다....
실제 정상인 망경대를 걸쳐....석기봉,절고개..그리고 청계사까지 하산하려면
부지런히 서두르지 않을수가 없었다....
사실 이제부터 가야하는 길은 내게도 초행길이기 때문이다...
매봉을 가로질러 반대편으로 내려와 망경대로 향해 걸음을 재촉하는데
정신이 혼미하다....
그도 그럴것이.....
여기까지 오면서 막걸리 한병을 혼자서 홀짝홀짝.. 다 들이킨 탓인게다...
망경대를 오르는길은 지금까지 걷던 길과는 달랐다....
여느 험준한 산에 비해 결코 쉬운코스가 아니었다...
가파른 비탈길... 로프를 타고 오르는 암벽길...좁은 바위로 이어진 돌계단길...
다소 혼미한터라 실수해서 사고라도 날까 하는 조바심에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운좋게도 망경대 제일높은 상상봉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곳이 실제로 청계산의 정상(618미터) 이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가을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며 하늘을 올려다보니
하늘이 어찌나 아름다웠던지.....
감격이 몸속으로 짜릿하게 밀려든다....
청명한 하늘.....
맑고 또맑고 또맑은 가을하늘......
더 이상의 수식어가 필요없는 가을의 창공 이었다....
< 너무나 아름다운 청계산의 청명한 가을 하늘입니다...>
매바위에서는 인파에 가려 어깨넘어로 보인던 남산이 아주 또렷하게 한눈에 들어왔다...
그 뿐이 아니었다....
남산너머로...의정부와 맞닿아 있는 서울끝자락 도봉산까지....또렷하게 시계가 미쳤다...
그 옆에 서울의 명산 북한산의 세봉우리... 인수봉, 만경봉(대),백운봉(대)....
이 세봉우리를 일컬어 북한산의 원래 이름이 삼각산이라 하지않던가..
<멀리.. 남산너머로 도봉산과 북한산이 보입니다.. 두팔을 뻗으면 서울을 전체 안고도 남을듯 합니다..>
사실 평소에는 관악산 정상에 오르더라도.............
서울시내 남산을 보기가 쉽지않다....
비록 맑은 날이라 하더라도 늘 스모그에 찌들어져 있어, 운이 좋아야 뿌연 잿빛연기 속에서
가물거리는 남산의 한자락을 아주 희미하게 겨우 바라볼수 있을 뿐이다....
< 남산이 아주 가까워 보입니다..실은 카메라로 조금 당겼습니다..ㅋㅋ 역시 그뒤에 도봉산과 북한산 보이네요..>
늘 스모그에 가려져 있었던 서울의 하늘....
그래서 서울의 끝자락을 가늠하기 어려워 그냥 망망대해 같은 도시로만 여겨졌던 서울...
오늘에서야 내려다보니...
서울의 남산은 손이 닿을 듯 지척에 있어 보이고....
남산타워는 그 탑의 층수를 헤아릴 수 있을 만큼 선명하게 보였다...
그리고 내려다 보이는 남산은 시골 내가 살던 고향의 뒷동산 보다 더 작아보였다.
크게 손을 내밀어 두손을 뻗으면 도봉산, 북한산까지 서울을 한아름에 안을듯 서울도
결코 커보이지 않았다..
< 이것이 평소 내가 보아오던 서울의 하늘입니다...>
옆으로 고개를 돌리니 아주 가까이 관악산이 손짓을 한다....
그 바로 아래 관악산 절벽을 깍아 세운 사찰 연주암.....
수능시험이 임박해서는 자녀의 수능에서 좋은성적을 기원하는 학부모들로 인산인해다...
그 연주암에 불공드리는 노파의 주름까지 셀수 있을듯 아주 가까이 선명하다..
이 모든 것이 청명한 가을하늘이 내게 준 선물이다....
그렇게 넋이 나간채로 한참동안 경관을 응시하며 시간을 보내다 정신을 차렸다...
서둘러 하산길을 재촉했다.
석기봉을 가리키는 이정표를 따라 길을 내려서는데 조금 내려오니 삼거리길이 나타났다.
어찌할바를 몰라 당황하고 있는데...
성동신협 꼬리표를 배낭에 매달은 일행들이 내려온다....
어찌나 반갑던지..
허나 그 일행 또한 길을 헤매기는 마찬가지다...
옛골을 향해 내려가다 가까스로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 내려오다 보니 석기봉을 지나쳐
헬기장으로 바로 내려왔다...
여기까지 내려오다 보니 그제서야 허기가 느껴졌다...
도시락을 펴놓고 식사를 하면서 석기봉을 올려다보니 망경대보다 조망이
더 좋아 보이는 듯 했다...
그 석기봉을 들르지 못하고 바로 지나쳐 온 것이 몹시도 후회스러웠다..
식사가 끝나갈 무렵....
그 석기봉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을 했고 결국은 미련을 버리지 못해 다시 석기봉을 향해
거슬러 올라갔다....
거슬러 올라가는 길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올려다 볼때는 가까워보였는데..
혼심의 힘을다해 가까스로 석기봉에 다다랐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고 했던가...
망경대에 비해 주변경관이 초라해보였다..
시간만 낭비한 꼴이 되고 말았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던 터라 심적으로 초조함이 더 해가면서 허둥대기 시작했다.
하산을 서둘렀다...이젠 앞만 내다보고 달음질쳐 내려갔다....
갈림길이나 이정표없는 길에서는 사람들을 붙잡고 청계사 방향만 물었다..
그리고는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허겁지겁 달리고 달려 내려왔다....
왜 청계사로 가야했는지....
생각할 겨를도...따져볼 여유도 없었다....
그저 청계사에만 필이 꽃혀 있을뿐이다....
그렇게 얼마를 뛰어내려왔을까....
산기슭아래 나뭇가지 사이로 청계사가 눈에 들어왔다..
그제서야 길가에 주저앉아 안도의 한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청계사 경내로 걸음을 옮겼다....
청계사 경내에 들어서니 제일먼저 옆으로 누워있는 불상이 눈에 들어왔다...
와불이다... 카페에서 보았던....
그 규모가 참으로 웅대하다....
누워있는 불상의 전체 길이만도 20여미터가 넘을듯하다.....그 높이만도 5미터는 될듯싶다..
누워있는 자태가 아주 평화로워 보이고 입가에는 엷은미소를 띠고 있다....
다만 발가락 부분이 다른 부분에 비해 다소 섬세하게 표현되지 못한것이 아쉬움을 남게한다.
그 작업방식도 신비감을 더해준다...
전체 조형물을 깍아서 제작한것이 아니라 돌을 하나하나 쌓아올린 조적방식으로
제작된것이다
전체 조형물을 절삭해 나가는 기법은 이미 전체규모나 윤곽이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초안이나 구도를 잡아 깍아내려 가면 될듯싶으나....
돌을 쌓아 올리는 조적식 기법이라면.....
허공에 대고 얼만큼 쌓아서 어깨를 만들고 얼만큼 쌓다가 얼굴, 코, 입을 배치하는지....
그 작업방식이 매우 궁금해지기도 하고 신비하기도 하다....
<와불상... 부처님께서 참으로 편안하게 누워계십니다...>
그렇게 한없이 넋이 나간채로 와불을 감상하다가 경내 뜰로 내려섰다....
뜰에 내려서 얼핏 둘러보니 사찰규모가 꽤 커 보이긴 하나 오래된 고찰은 아닌 듯 싶다....
화장실로 향하는데... 입구에서 회장님 일행과 마주쳤다...
< 청계사... 사찰은 커보이는데 새로지은듯.. 모두가 새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니 그때까지는 내가 코스를 잘못 내려온 거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청계사를 나서 계곡을 따라 주차장을 향해 유유자적...
제법 여유 있는 발걸음을 옮겼다....
주차장에 도착하면 내가 타고 온 버스가 기다릴 것 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청계산에서 흘어내리는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도로를 얼마나 걸어 내려왔을까...
마침내 주차장이 나타났다...
그런데 승용차만 빼곡하게 들어서 있을뿐 대형 버스들은 한 대도 보이지 않았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서성이며 고개를 갸우뚱 해보였다...
그때까지도 아둔한 내 두뇌는 내가 잘못 내려 왔다는 것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다만 대형버스 주차장은 별도 다른곳에 있을것이란 막연한 확신을 가질뿐이다..
다시 대형버스 주차장을 찾기 위해 행군이 계속 되었다...
그리고 또 얼마를 더 내려 왔을까...
다리에 힘이 풀려 힘없는 발걸음을 터벅터벅 내 딛으면서도 눈동자는 대형버스 주차장을
찾느라 분주했다...
한참을 그렇게 걷다 보니 도로변에 대형 음식점들이 하나 둘 나타나고...
조그만 마을까지 눈에 들어온다...
그제 서야 내가 잘못 길을 내려 왔을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들어간다..
여기까지 오면서 이 미련한 나는 남들에게 길을 물어볼 생각조차 못한 것이다...
결국 핸드폰을 꺼내들어 부회장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서울대공원 주차장"으로 오란다....
파랗고 맑았던 청명한 하늘이...금새 노랗게 변했다.....
길을 가던 마을주민 인 듯한 사람을 붙들고 서울대공원 가는 길을 물으니...
다시 청계사로 올라가 그 뒷산을 넘으란다...헉~~~~
두어 시간은 족히 걸릴 거란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길가에 못생긴 돌멩이 하나를 깔고 주저앉았다....
어찌 해야 할지 난감 하기만 할 뿐이다...
다시 핸드폰을 꺼내 들어 콜택시를 불렀다....
콜센터 아가씨 하는말..." 고객님.. 청계사에는 택시가 가지 않습니다.."
이런.... 젠장.......
입에서 탄식이 절로 새어 나왔다...
바로 그때.....
내쪽으로 달려 오는 시내버스 한대를 발견했다...
행선지를 물을 필요도..이유도 없이 버스에 올랐다...
이 와중에 행선지를 따지는 것은 사치 스런일 아닌가...
그 시내버스가 나를 데려다 준 곳은 4호선 인덕원 전철역이다...
거기서 택시를 타든.. 전철을 타든 서울대공원으로 다시 갈수는 있었지만...
내가 도착할 즈음이면 이미 뒷풀이는 모두 끝나고도 남을듯 하다...
오히려 귀성차량의 출발시간만 지연시켜 다른 분들에게 민폐만 끼칠 듯싶다...
이곳에서 1호선 금정역이 몇정거장 안되니 차라리 전철을 타고 평택으로 내려오는게
훨씬 나을듯 싶었다...
천철을 타고 내려오는 동안.....
뒷풀이에 있었을 법한 막걸리.. 빈대떡.. 부침개..도토리묵..
맛난 음식들이 눈에 아른거리고 밟힌다...
그것 때문에 산행에 나서기 시작했던 나 였는데....
오늘은 그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간 것이 못내 아쉬었다....
대신에 나는 오늘 청계산에서 중요한 몇가지 교훈을 얻었다..
첫째....
마음대로 상상하지 말고 예측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이다.
내가 왜 그토록 청계사에 집착을 했는지...
카페에 올려져있는 청계사 사진을 보고 그 곳이 목적지 라고 상상하고 예측하고
판단해 버렸던 것이 화근이었다.
둘째...
아무리 작은 산이라도 결코 가벼이 보아서는 안된다는 것 이다.
청계산을 몇 번 다녀온적이 있다해서 마치 청계산을 다아는 것처럼 가벼이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내 한번도 산행중에는 술을 마셔본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날은 등산한다기 보다는 산책한다는 기분으로...
아침부터 막걸리 병을 옆에 끼고 홀짝홀짝 마셔 댔었던 것이 또 하나의 화근이었다.
정신이 다소 혼미해지니까 누구에게 길을 물어보는 것도 번거롭고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 조차 귀찮아 지는것이다..
그저 나타나는 대로 걸었고 보이는대로 올라갔다..
그러니 내가 잘못가는 길을 알 턱이 있겠는가....
셋째....
절대 대열에서 이탈해서는 안되는 것 이다..
조그만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석기봉을 다시 올라가느라 대열에서 이탈해
혼자가 되고 보니 누구와 의논할 상대도 없어지고
내가 잘못가는 것을 알려주는 사람도 없는것이다...
이것이 서울근교 산행이었으니 다행이었지, 원정산행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얼마나
끔찍한 일이겠는가...
이 평범한 상식들을 왜 그동안 나 혼자만이 모르고 있었을까....
아직도 미련이 남은 뒤풀이 막걸리, 빈대떡을 포기한 댓가로 중요한 교훈을 얻었으니
그 다지 손해본 일 아니라고...
나 자신을 위로하며 오늘도 씁쓸하게 미소를 지어 본답니다...ㅋㅋ
2010. 09. 29.
성공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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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성공나라님 글 정말감명깊게 잘읽어습니다 그리고 죄송함니다 성동신협산악회 장으로서 죄송함니다 앞으로좋은 산악회을 만들기위해서 최선을 다하게습니다 고맙습니다
죄송하다니요..제가 사려깊지 못해 일어난 일입니다..제가 부끄럽습니다..ㅋ
안녕하세요... " 카페에서만 뵙고 실제로 인사를 못드렸습니다.........
산행하던날....석기봉 밑 헬기장에서 내려와서,,,공터가 하나 있었죠...
옛골방향과,,이수봉,,청계사 방향의 갈림길에서 부회장님과 같이있었습니다,,,,뒤사람의 산행안내을 위해서,,,요
성공나라님이 부회장님께 산행길 묻고 가시길래..부회장님께 여쭸더니,,성공나라님 이라 말씀을 들었습니다..
하산하여 인사드릴려 했었는데.... 담 산행에는..꼭 인사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좀더,,세심한..산행안내를 하여야 했어야 했는데,, 부족한 점이 많아 죄송합니다,,,,
산행때 마다,,여러가지를 많이 배우는것 같습니다ㅡㅡㅡ
청계산은 관할하는 지자체도 여러곳이고,,많은 등산길에 비해..산행안내 표지판도 많이 부족한 것을 인지하고
세심한 안내를 하였어야 했는데,,,넘,,송구 합니다,,,
넉넉한 마음으로 이해하여 주시니...뭐라 드릴 말슴이,,,없습니다,,,,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고맙습니다
넘~~ 생동감과,,정겨움이 넘치는 ......청계산행후기 잘읽었습니다..
좋은글 또한 감사 드리고요...
환절기의 계절에,,건강 유의 하시고.. 행복하고, 즐거운 생활 꾸리시기 바랍니다,,,,
아..반갑습니다. 그자리에 부회장님과 함께 계셨군요.. 제가 너무 경솔했던거 같아 많이 반성하고 있습니다..ㅋㅋ
성공나라님! 올려주신글 잘읽어보았습니다......너무 마음에와닿고 글만보아도 청계산 어느자락에와있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그리고 이번산행에서의 부족한점이 많았음을 인식하고 다음산행에서는 더욱세련되고 발전된그런 산행이 되도록 모두가 합심하여 노력하겠습니다.항상 같이해주시는 마음이 너무고맙고요,진일보하는 그런 산악회로 거듭날수있도록 노력 또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