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으)로 기사보내기트위터(으)로 기사보내기URL복사(으)로 기사보내기이메일(으)로 기사보내기다른 공유 찾기기사스크랩하기
3년 후 베트남산 벌꿀 관세 0%까지 남은 골든타임, 대응 못하면 국내 양봉산업 붕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수입식품정보마루 통계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국내로 유입된 수입꿀은 벌꿀과 벌집꿀을 모두 합쳐 총 8,600드럼(2,477톤)에 달한다. 이는 단순한 수입 증가를 넘어, 국내 양봉업계의 가격 구조와 유통 질서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는 수준의 물량이다.
(사진 설명 : 지난 4년간 벌꿀 수입량, 파란색은 천연꿀, 주황색은 벌집꿀. 중량 톤 기준)
연도별 흐름을 살펴보면 변화의 속도는 더욱 분명해진다. 2022년 국내에 수입된 벌꿀은 3,340드럼, 벌집꿀은 9톤에 불과했다. 2023년에는 벌꿀이 4,190드럼(1,208톤)으로 늘었고, 벌집꿀도 16톤(사양벌집꿀 포함)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2024년을 기점으로 수입 구조는 급격히 달라졌다. 벌꿀 수입량은 약 6,400드럼(1,942톤)으로 전년 대비 50% 이상 급증했고, 벌집꿀은 100톤(사양벌집꿀 포함)까지 치솟았다. 벌집꿀은 단 1년 만에 6배 이상 늘어나며 사실상 대량 유통 단계에 진입했다.
(도표 설명 : 2025년 벌꿀 수입량. 수입식품정보마루 통계 캡처 인용(c))
이어 2025년에는 벌꿀과 벌집꿀을 합산한 수입량이 8,600드럼(2,477톤)에 이르며 다시 한 번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불과 4년 사이 벌꿀 수입은 약 2.4배, 벌집꿀은 18배 이상 확대됐고, 직전 2024년과 비교해서도 무려 535톤(1,857드럼)이나 급증했다.
수입 구조의 변화는 국가별 통계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2025년 수입된 벌꿀 가운데 베트남산은 4,850드럼으로 전체 수입량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단일 국가가 국내 벌꿀 시장의 가격 형성에 사실상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이 같은 쏠림 현상은 관세 인하 일정과 맞물리며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2014년 말 타결된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베트남산 천연벌꿀에 부과되던 243%의 관세는 매년 16.2%씩 단계적으로 철폐돼 올해는 48.6%까지 낮아졌다.
3년 후인 2029년 1월 1일부터는 관세가 완전히 철폐돼 베트남산 천연벌꿀이 무관세로 국내에 유입된다. 우리나라에 천연벌꿀이 무관세로 수입되는 것은 베트남산이 첫 사례다.
(사진 설명 : 이미지 컷. 국내 대형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수입꿀)
관세가 낮아질수록 수입꿀의 가격 경쟁력은 구조적으로 강화될 수밖에 없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내 양봉농가로 전가된다. 양봉업계에서는 현재의 수입량 급증을 ‘전초전’으로 보고 있다. 베트남과 국경을 맞댄 중국산 숙성 천연꿀이 베트남산으로 우회 수입될 경우, 시장 충격은 지금과는 비교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벌꿀 생산량은 평년작 기준 연간 약 2만5천 톤 규모로 알려졌다. 단순 수치로만 보면 현재 수입 비중은 10%에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국내산 꿀은 기후와 밀원 환경에 따라 생산 편차가 크고, 상당량이 직거래나 자가 소비, 가공용으로 분산된다. 반면 수입꿀은 대형 유통망을 통해 단기간에 집중 유입되며 시장의 기준 가격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체감 충격은 수치 이상으로 크다.
기후변화에 따른 밀원 감소와 꿀벌 대량 폐사, 사료비·인건비 상승, 소비 감소라는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연간 8,600드럼에 달하는 수입꿀 유입은 이미 국내 양봉업계에 ‘경쟁’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다가온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경우, 수입꿀이 국내 벌꿀 시장의 가격 기준을 사실상 대체하며 양봉산업 전반을 심각하게 붕괴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수입량 자체를 통제하는 접근보다 대량 수입 구조에 따른 정부의 관리 체계 강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수입꿀과 국내산 꿀의 혼용 방지 실효성 확보, 벌집꿀 소초(벌집)에 파라핀 포함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해외 제조업체 증명서' 제출 의무화에 더불어 꿀벌 질병이나 병해충 유입 가능성에 대비한 벌꿀 검역 강화, 관세 인하 일정에 맞춘 양봉산업 안전판 마련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2025년에 수입된 8,600드럼은 단순한 통계 수치가 아니다. 한국 양봉업계가 산업으로 존속할 수 있느냐를 가르는 분기점이라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숫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