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병
처음처럼, 같은 마음으로 지속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퇴직 후 육 개월을 쉬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학생들과 다시 만나는 계기가 된다면 이전보다 더 잘 할 수 있으리라는 다짐을 했다.
지난 2학기부터 창녕에 있는 중학교에 한문 강사로 근무하게 되었다. 전공은 아니지만 서예를 지속적으로 배우면서 남보다 한자를 가까이 해 왔기에 생소하지는 않다. 교과서 한문은 오래 전 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수업 지도를 해 온 바 부담은 없다. 뜨거운 햇볕에 모자를 드리우고 교무실로 들어섰다. 관리자 분과 인사를 나누고 선생님들과 경례로 근무에 임한다.
대상 학년은 2학년으로 세 개 반에 두 시간씩이다. 사전에 담당 선생님에게 반 별 분위기를 듣고 잘 할 수 있으리라 다짐하였다. 첫 반 수업을 시작으로 교과서 중심의 실생활과 관련된 한자를 쉽고 재미있게 이끌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처음 접하는 한자는 구성 원리를 안내하고 어휘력 향상은 여러 과목에서 꼭 필요하다는 점을 이야기하였다. 수업이 몇 주 째 진행되면서 아이들의 본 모습이 하나 씩 나타난다. 수업이 순조롭게 나아가지 못한다.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 사이 통로를 왔다 갔다 하거나 수업 진행을 방해하는 행동도 나타난다. 주의를 주고 타일러 보지만 쉽게 행동을 수정하지 못한다. 열심히 수업을 받는 학생들이 선의의 피해를 받게 될까 걱정이 된다. 성장 단계에 있는 철부지 녀석이지만 달래다 지쳐 간혹 한 대 쥐어박고 싶을 때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 철이 들겠지’ 어린 녀석들이 차츰 나아지리라 하는 마음으로 자신을 위로하고 호흡을 가다듬는다. 우스개 소리로 북한 ‘김정은이 중 2가 무서워 못 내려 온다’는 말까지 있다던가? 옳고 그름과 이성적인 판단력이 부족한 이들에게 학습에 대한 흥미를 돋우고 수업에 동참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 본다.
수업 외에 따로 좋아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함께 참여하도록 유도해 본다. 사람의 인성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했던가?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오늘처럼 무겁게 와 닿은 적이 없다. 변하지 않는 것이 인성이다. 어떤 노력으로도 변화되지 않는다는 말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기다림과 꾸준함으로 그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고자 한다.
이제 다음 주면 수업이 마무리된다. 길고도 짧은 만남에서 다양한 형태의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스스로 내일을 위한 준비를 해 나가는 이들과 그렇지 못한 아이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차분한 준비로 각자 성장 단계에 어울리는 과업을 이어가 자신의 꿈을 펼쳐나가길 기대한다. 아직은 부족하고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판단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자신의 기량을 펼쳐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다린다. 개인마다 처한 환경과 능력이 다르기에 꽃 피우는 시기 또한 다르다. 중학생으로 활기찬 청소년기를 슬기롭게 지내면서 자신의 진로를 개척해 나가기를 바란다. 스스로에게 어떤 노력이 필요하고 개선해야 될 것이 있는지 되돌아 본다. 자신에게 너그럽고 남에게 엄격하기는 쉽기에 도리어 자신에게 엄격해지는 모습을 떠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