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니다드를 떠나 산타 클라라로 가는 길
우선 잉헤니오스 계곡의 마나카 이스나가 농장에 들렀습니다.
전용차로 다니니, 이렇게 들르고 싶은 곳
마음대로 들를 수 있어 좋습니다.
높은 탑은 노예들을 감시하던 감시탑입니다.
입장료를 1페소 내고, 우리도 올라가 봅니다.
탑 아래로 린넨천 장수들이 많아졌습니다.
해마다 상인들이 늘어납니다.
뜨리니다드에서 가장 시원한 곳은 바로 여기
감시탑 아래입니다.
언제나 시원한 바람이 불어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이게 합니다.
카스트로는 죽었지만, 사람들은 살아가고,
우리의 여행도 계속됩니다.
산타클라라의 호텔에 도착하니
월컴드링크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더운 때에 시원한 음료,
벌컥 들이키고보니 술입니다.
콜라에 럼이 들어 있네요.
카스트로 추모기간 상점이나 식당에선 술을 팔지 않지만
호텔에선 어려움 없이 술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춤도 음악도 없는데 술도 없었다면 얼마나 심심했을까요.
오후에는 마차를 빌려 타고 시내 관광을 나섰습니다.
인원이 많아 두 대에 나눠타고 다녔습니다.
먼저 간 곳은 Loma del Capiro
산타클라라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입니다.
무더운 날,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간 언덕 위에서는
산타클라라가 가깝게 내려다 보입니다.
비달광장에 우뚝 선,
허우대만 멀쩡한 우리 호텔도 보입니다.
체게바라의 동상 앞에 올해도 가 보았습니다.
이곳 저곳에 많은 그림과 동상이 서 있지만,
이 동상이 제일 잘 만들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여느때라면 시도때도 없이 음악이 흘렀을 비달광장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나와 앉아 있지만
뭔가 좀 지루해 보입니다.
호텔 건물에도 국기가 걸리고
시네마 간판 아래엔 '그라시아스 피델' 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가장 놓은 곳에 위치한 호텔이라 전망은 좋습니다.
한쪽에선 광장이, 다른 쪽으로는 마을이 보입니다.
마침 그날은 피델 카스트로의 운구차량이
산타클라라에 도착하는 날이랍니다.
체게바라 영묘 앞 광장으로 온답니다.
9시반쯤 온다는 말에 우리도 가 보기로 합니다.
이렇게 해서 체게바라의 동상을 밤에도 보게 되었습니다.
예전, 차베스가 죽고난 후,
차베스의 사진이 서 있던 자리에
피델 카스트로의 사진이 서 있습니다.
운구차량 도착에 맞추어 시작될 공연 리허설 중입니다.
피델 카스트로를 추모하는 노래인 듯,
노래 도중 피델의 이름이 여러번 나옵니다.
무대에는 한쪽에 피델,
또다른 쪽에는 체게바라의 사진이 걸렸습니다.
사람들이 꽤 많이 모였습니다.
강제동원도 아닌데, 동네주민들이 다 나온 듯합니다.
카스트로의 운구차량은 10시다 11시다
계속 미뤄지기만 하고 정확한 시간은 알 수 없었습니다.
우리팀도 일부는 돌아가고,
몇몇만 남아 끝까지 기다려보기로 했습니다.
쿠바 적십자 사람들이 노약자를 돌보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대충대충인 것 같은 나라지만
이런 체계는 잘 잡혀있는 것 같습니다.
대중이 모일 때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응급차량과 응급처치요원이 배치되는거죠.
12시가 넘어서야 피델 카스트로가 도착했습니다.
사람들이 피델의 이름을 부르고 손을 흔듭니다.
이름을 외치도록 지시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공산주의 혁명을 성공시키고,
수십년간 이 나라를 통치하면서도
국민들을 향해서는 단 한발의 최루탄도
발사한 적이 없다는 카스트로를
독재자라 부르는 것은
미국과 미국에 꼼짝 못하는 몇몇 나라들 뿐 아닐까요.
먼발치에서 겨우 차의 지붕만 볼 수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가 혁명이 완성된 이 도시에
마지막으로 들르는 것을 지켜보기 위해
밤늦게까지 기다려 주었습니다.
방송국에서 나와 인터뷰를 합니다.
외국인이라고 나한테까지 오면 어떡하지 싶어
얼른 자리를 떠나 숙소로 향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뉴스에
그 뒤에 서 있던 우리팀원 한분이 살짝 비쳤다는군요.
광장을 떠나는데 사람들이 갑자기 멈춰 섭니다.
이야기도 멈추고 가만히 서 있습니다.
지금 흐르는 음악이 애국가인 모양입니다.
그 사이를 그냥 지나갈 수 없어
우리도 같이 잠시 멈추었다
음악이 끝난 후 다시 걸어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춤추고 놀았을 밤에 장려행렬 보고 왔습니다.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커다란 헬기가 떴습니다.
혁명동지 체게바라 옆에서 쉬었다가
아침 7시에 다시 길을 떠날거라더니
그가 출발하는 길을 지켜주나보다 생각하는데
헬기가 우리 호텔을 한바퀴 돕니다.
피델 카스트로가 호텔 앞 광장을 지나간답니다.
10층 호텔 식당에서 잘 내려다 보였습니다.
티비에서 계속 보던 꽃차가 눈 앞에 보였습니다.
첫댓글 카스트로는 외국에서는 독제자라 하지만 자국의 국민들은 카스트로를 엄청 존경하는 대통령이라고 합니다.
참 보기드문 역사의 현장에 있었네요...이번 여행 하시는 분들은 평생 잊지 못할 쿠바여행이었을 것 같습니다.
네 지내는 동안은 기대하신만큼 춤과 음악을 즐기지 못해 실망도 하셨지만, 누구도 하지 못할 경험하신 것은 사실입니다. 한 시대가 저무는 순간을 함께 하셨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