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등무상경 제5권
37. 대운초분 증장건도(增長健度)[1], 경전의 이름과 유포
[경전의 이름]
그때 남방(南方)에 한량없는 여러 천자(天子)들이 있었는데 흑산(黑山)에 있다가 부처님 계신 곳으로 와서 모든 향ㆍ꽃ㆍ번기ㆍ일산ㆍ음악으로 부처님께 공양하고는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오른편으로 세 바퀴 돌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오늘 이 경전을 연설하시자 남방 세계의 한량없고 그지없는 항하 모래같이 많은 모든 부처님 세존께서도 역시 이 경을 연설하셨습니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은 경전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선남자야, 이와 같은 경전에는 세 가지 이름이 있으니,
첫째는 대운(大雲)이요,
둘째는 대반열반(大般涅槃)이며,
셋째는 무상(無想)이니라.
대운밀장보살이 물었기 때문에 대운이라 하고,
여래는 언제나 머무르면서 끝내 열반에 드는 경우가 없고, 모든 중생은 모두 불성이 있기 때문에 대반열반이라 하며,
이와 같은 경전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면 온갖 생각[想]을 끊기 때문에 무상이라 하느니라.
선남자야, 어떤 사람이라도 한량없는 항하 모래같이 많은 모든 부처님 세존을 친근하여 모든 부처님의 처소에서 청정한 계율을 받아 지니고 공양하고 공경하고 존중하고 찬탄하여 큰 공덕을 이룬 뒤에야 비로소 이 경전을 들을 수 있느니라.
비록 듣게 되었다 하더라도 널리 해설할 수 없으며,
만일 헤아릴 수 없고 셀 수 없는 항하의 모래같이 많은 모든 부처님 세존의 처소에서 청정한 계율을 받아 지니고, 나아가 큰 공덕을 이루고서 듣게 되면,
곧 분별하여 널리 연설할 수 있느니라.
[경전의 유포]
선남자야, 정법(正法)이 멸하려 할 적에 이 경은 염부제 안에 빠짐없이 유포되고,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뒤의 처음 40년 동안에도 역시 유포되며,
정법이 멸하려 할 적의 나머지 40년 동안에 다시 유포될 것이니라.
악을 행할 때, 방등(方等)을 비방할 때,
나쁜 왕이 다스릴 때,
나의 제자들이 금계를 깨뜨릴 때,
거친 난[荒難]을 만나 세간 사람들이 가벼이 여길 때,
사부(四部)의 제자들이 몸을 닦지 않고 계율을 닦지 않고 마음을 닦지 않고 지혜를 닦지 않아서 무명과 광치(狂癡)로 방일(放逸)을 익힐 때일 것이다.
무릇 짓는 바가 짐승과 같을 때,
화상(和上)이나 사장(師長)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을 때,
상좌(上座)와 기숙(耆宿)과 장로(長老)를 어길 때 등 그러할 때에,
나의 모든 제자들이 이 경에 대하여 믿어 받들지 못하고 비웃고 헐뜯고 서로서로 경멸할 것이니라.
‘어떻게 삿된 소견을 방등이라고 말하고, 머리 깎은 사람들을 사문이라고 하겠느냐?
어떻게 사견이 적힌 경서를 거꾸로 읽겠는가?
실로 부처님의 말씀이 아닌데 이양을 탐하는 까닭에 부처님의 말씀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공공연히 대중 가운데 큰 소리로 말하리라.
‘이와 같은 경은 진실로 삿된 소견이요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이 아니니, 부디 읽고 외우거나 베껴 쓰거나 받아 지니지 마시오.’
그때 대중들은 곧 함께 대답하리라.
‘대덕이여, 그런 말을 하지 마시오. 이 경의 모양과 뜻은 실로 부처님의 말씀이요, 우리는 이제 경을 위하여 서로 공급할 것입니다.’
[법이 멸하려 할 때는]
나의 이 제자들은 공양을 위하여 평소에는 믿는 마음이 없으면서도 받아 지니고 외우고 해설하리니, 이것을 바로 법이 멸한다[滅法]고 하느니라.
또 천자야, 미래 세상에 법이 멸하려 할 적에는,
나의 사부대중은 박복하고 지혜가 적고 만족할 줄 모르고, 선근에서 물러나 법재(法財)에 가난하고 마음에 없는데도, 불보ㆍ법보ㆍ승보를 친근한 척 할 것이니라.
옷과 밥을 위하여 머리를 깎고 염색한 옷을 입되,
그 마음은 거칠어서 마치 독거사(禿居士)와 같고,
노비를 부리고 금은의 값진 보물과 화폐ㆍ가패(珂貝)ㆍ유리ㆍ파리를 챙기며,
곡식ㆍ쌀ㆍ소ㆍ말 등의 짐승과 논밭과 집을 쌓고 모으며,
여러 가지 색깔 있는 침구에 고기를 먹고 즐겨 맛에 빠질 것이니라.
모든 부처님을 저버리고 열여섯 가지 착하지 않은 율의(律儀)를 성취하며,
국왕ㆍ대신ㆍ장자 등을 친근히 하여 이웃 나라에 사신(使臣)으로 가고,
남의 공양을 받으면서도 도리어 나쁜 마음을 내며,
온갖 사문이 아닌 법과 바라문이 아닌 법을 성취할 것이니라.
천자야, 이와 같은 나쁜 세상의 나쁜 비구일 때에,
그때 나에게 대가섭과 같은 계율을 청정하게 지니고 욕심이 적고 만족할 줄 아는 제자가 한 사람 있어서,
염부제 안의 나의 제자 중에서 악을 익히고 행하는 이들을 잘 교화할 것이니라.
참되고 바른 말을 하며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고 널리 여래의 깊고 비밀한 갈무리를 열며,
바라제목차(波羅提木叉)를 두루 성취하여 계율을 지니면서 두타(頭陁)를 행하는 이를 찬탄하며,
만족할 줄 알고 분소의(糞掃衣)를 입은 이를 찬미하며,
널리 나쁜 사람들을 위하여 말하리라.
‘여러 대덕들이여, 세존께서는 온갖 청정하지 않은 물건을 모으거나 맛을 탐내어 고기 먹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여래께서는 언제나 청정한 계율을 지닌 이를 찬탄하고 금계를 무너뜨린 것을 꾸짖으셨습니다.
대덕이여, 그대들이 지금 나의 말을 듣지 않으면 나에게는 큰 세력이 있으므로 그대들을 항복시키겠습니다.’
나의 이 제자는 복덕의 힘으로 모든 이들을 믿음으로 굴복시켜 어김이 없게 하리라.
왜냐하면 이 사람은 이미 일찍이 한량없는 모든 부처님 세존을 친근하였고 널리 자비를 닦았으며, 대승을 좋아하면서 정법을 수호하였기 때문이니라.
그때 언제나 5만 8천의 여러 선한 귀신들이 따라다니면서 모시고 호위하리니, 부처님의 정법을 수호하기 위해서이니라.”
천자는 다시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저희들도 미래에 역시 그 법을 지닌 비구를 수호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장하고 장하구나. 천자야, 너희들이 말한 바와 같이 법이 멸하려고 할 적에는 마땅히 힘써 수호해야 하느니라.
천자야, 그러할 적에는 나도 역시 위신과 도의 힘으로써 악마를 꺾고 조복하고 나쁜 비구를 다스릴 것이며,
그때 시방의 한량없는 모든 부처님들도 다 같이 나의 이 제자를 찬탄하실 것이니라.”
그때 남방의 모든 천자들이 다시 꽃과 향을 세존께 공양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