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집백연경 제5권
5. 아귀품(餓鬼品)
45) 목련(目連)이 성에 들어갔다가 5백 아귀를 만나게 된 인연
부처님께서는 왕사성 가란타 죽림에 계시었다.
목련(目連)이 걸식할 때에 이르자 옷을 입고 발우를 들고서 성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마침 성문 바깥에서 들어오고 있는 5백 아귀를 만났다.
그 아귀들이 목련을 보자 마음 속으로 기뻐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원컨대 존자께서 자비하신 마음으로 저희들의 이름으로 저희들 가정의 권속들에게 좀 말씀해 주소서.
저희들이 선한 업을 닦지 않고 보시하기를 좋아하지 않았으므로 이제 아귀에 떨어져 이러한 몸을 받은 것이니, 존자께서 저희들의 친척들로 하여금 각각 재물을 염출하여 그것으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부처님과 스님들을 청해 공양하게 해 주십시오.
만약 그 물자가 부족할 경우엔 우리들을 위하여 여러 시주들에 권하여 공동으로 모임을 베풀어 부디 저희들이 아귀의 몸을 벗어나게 하여 주소서.”
이때 목련이 아귀들의 청을 받아들이고 다시 물어 보았다.
“너희들은 과거세에 어떤 업행을 저질렀기에 이러한 죄보(罪報)를 받는 것이냐?”
아귀들이 함께 똑같은 소리로 목련에게 말하였다.
“과거세에 저희들은 모두 이 왕사성에 있는 장자의 아들로서 교만하고 방일하여 보시하기를 좋아하지 않았으며, 세속의 향락에 탐착하여 삼보의 위없는 도를 믿지 않았습니다.
그 당시 성에 들어와 걸식하는 사문들을 보고 우리 자신들도 보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보시하는 것까지 막으면서,
‘이러한 도인은 자기 자신이 생활하지 않고 백성들에게만 의존하니 지금 만약 준다면 뒷날 다시 오게 되어 그 요구가 끝이 없어 언제나 만족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업연(業緣) 때문에 목숨이 끝난 뒤에는 모두가 아귀에 떨어지는 죄보를 받게 된 것입니다.”
이때 목련이 아귀들에게 말하였다.
“내가 이제 너희들을 위해 너희들의 친척ㆍ권속들에게 말하여 서로 도와서 큰 모임을 베풀게 하겠으니, 너희들도 그 때는 빠짐없이 참석해야 하리라.”
아귀들은 또 함께 같은 소리로 존자에게 말하였다.
“이제 저희들이 전생의 죄과로 인하여 몸을 받기는 했으나 촛대처럼 마르고 배는 큰 산처럼 부풀었으며,
목은 바늘처럼 가늘고 머리털은 송곳처럼 뾰족하여 온몸을 마구 찔러 상처 투성이입니다.
팔ㆍ다리 사이에서 불이 나는가 하면, 사방을 돌아다니면서 음식을 구해도 먹을 수 없고,
설령 맛난 음식을 보더라도 달려가서 먹으려고 하면 그 음식이 다 피고름으로 변하거늘,
이 같은 몸을 가지고서 어떻게 그 대중의 모임에 갈 수 있겠습니까?”
이때 목련이 곧 아귀들을 위해 앞의 일을 권속들에게 갖추어 말하자,
그 권속들이 이 말을 듣고 모두 괴로워하면서 서로가 힘을 합해 공양의 모임을 베풀려고 하였다.
목련이 이내 삼매에 들어 아귀들의 있는 곳을 두루 관찰해 보았으나 열여섯 큰 나라의 어느 곳에도 보이지 않고, 염부제와 사천하와 천세계와 삼천대천세계 그 어느 곳에도 다 보이지 않으므로, 이상하게 여겨 곧 부처님의 처소에 나아가 세존께 아뢰었다.
“제가 방금 저 아귀들을 위해 그의 친척ㆍ권속들로 하여금 큰 모임을 베풀어 복덕을 짓게 하고서 온 세계를 관찰하였으나 도무지 볼 수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아귀들이 있는 곳이 어디인가를 알 도리가 없나이다.”
부처님께서 목련에게 말씀하셨다.
“저 아귀들이 대 업풍(業風)에 따라갔기 때문이니 너희들 성문으로서는 알아 볼 수 없느니라.
그러나 이제 저 아귀들이 큰 모임을 베풀게 된 너의 힘을 입어 죄과를 제거하게 되었구나. 내가 그들을 큰 모임의 처소에 나오게 하리라.”
목련은 곧 아귀들을 위하여 갖가지 음식을 베풀어 부처님과 스님들을 초청하였으며, 부처님께서도 신통력으로써 그 여러 아귀들을 다 모임의 처소에까지 나아오게 하셨다.
그런데 여러 바라문ㆍ찰리ㆍ거사들이 아귀들의 그 추악한 모습이 몹시 무섭게 생겼음을 보고 모두가 인색하고 탐욕스러운 마음을 버리고 생사를 싫어하여 마음이 열리고 뜻을 이해하게 되어 그 중에 혹은 수다원과를, 혹은 사다함과를, 혹은 아나함과를, 혹은 아라한과를 얻었으며, 혹은 벽지불의 마음을 내고, 혹은 위없는 보리심을 내기도 하였다.
그때 세존께서 저 아귀들을 위해 탐욕스럽고 인색함에 대한 허물의 갖가지 법을 설하시니, 아귀들이 모두 신심과 공경심을 내었다. 그날 밤 곧 목숨이 끝나 도리천(忉利天)에 왕생하여 스스로들 이렇게 염원하였다.
‘우리들이 이제 어떠한 복업을 지었기에 이 도리천에 태어났을까.
스스로 관찰해 보건대 존자 대목건련께서 우리들을 위해 모임을 베풀어서 부처님과 스님들을 초청하였기에 이곳에 태어날 수 있었으리라.
그렇다면 우리들 모두가 함께 가서 그 은혜를 갚아야 할 것이 아닌가?’
이렇게 말하고 곧 도리천으로부터 내려와 천관(天冠)을 쓰고 보배 영락(瓔珞)을 걸쳐 그 몸을 장엄하고, 제각기 꽃ㆍ향을 가지고 부처님과 대목련 존자에게 공양한 다음 한쪽에 물러나 앉았다. 그리고 설법을 듣고 마음이 열리고 뜻을 이해하게 되어 각자가 도의 자취[道跡]을 얻어 세 번 부처님을 돌고는 도로 천상으로 올라갔다.
부처님께서 목련에게 말씀하셨다.
“알아 두라. 지난번의 5백 아귀가 바로 지금의 5백 천자(天子)의 전신이었느니라.”
온 대중이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다 환희심을 내어서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