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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경요집 제9권
16.4. 채부연(債負緣)
『법구유경(法句喩經)』에서 말한 것과 같다.
“옛날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에 어떤 장사꾼이 있었는데, 그 장사꾼의 이름은 불가사왕(弗迦沙王)이었다. 그는 나열성(羅閱城)에 들어가서 분위(分術:乞食)하다가 성문 안에서 새끼를 갓낳은 압소에게 받쳐 죽었다.
소 주인은 두려워하여 다른 사람에게 그 소를 팔아버렸다. 그 사람이 소를 끌고 물을 먹이러 가다가 그 소가 뒤에서 다시 그 주인을 떠받는 바람에 죽고 말았다. 그 주인집 사람은 화가 나서 그 소를 죽여 시장에 내다 팔았다.
그런데 어떤 시골 사람이 그 소 머리를 사가지고 새끼로 꿰어 메고 집으로 돌아가다가 가는 도중에 밭 가에 있는 나무 밑에 앉아 쉬면서 소 머리를 나무 가지에 걸어 두었다. 그러자 잠시 후에 새끼가 끊어지면서 소 머리가 떨어졌는데 바로 그 사람 위에 떨어져 그 소 뿔에 찔려 그는 그 즉시 목숨이 끊어졌다.
하루 사이에 그 소는 이렇게 세 사람이나 죽였다.
병사왕(瓶沙王)은 그 말을 듣고 이와 같은 일을 괴상하게 여겨 여러 신하들과 함께 부처님 계신 곳에 나아가 그 이치를 자세히 물었다.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어떤 장사꾼 세 사람이 장사를 하기 위하여 다른 나라에 가서 외롭게 살고 있는 한 늙은 할머니의 집에 숙소를 정했습니다.
그들은 이 노파가 홀로 외롭게 살고 있음을 알고 여관비를 떼어 먹으려고 그 노파가 없는 틈을 엿보다가 아무 말도 없이 달아나 숙박비를 주지 않았습니다.
노파가 돌아와서 나그네들이 보이지 않자 이웃에 살고 있는 사람에게 물었답니다.
모두들 떠나버렸다고 대답하자 노파는 화를 내면서 곧 그들의 뒤를 쫓아 그들을 모조리 붙들어서 숙박비를 내라고 다그쳤습니다.
그러자 세 나그네는 도리어 노파를 꾸짖었습니다.
〈우리는 이전에 이미 숙박비를 다 주었는데 어째서 또 달라고 하는가?〉
이렇게 똑같은 소라로 우겨대면서 그 값을 치르지 않았으나 노파는 혼자의 몸으로 약한 처지라서 어찌할 수 없었기 때문에 몹시 분해하면서 저주하였습니다.
〈내가 지금 이와 같이 궁색하고 고통을 겪고 있는 처지에서 어찌 사기를 당하고 참고만 있겠는가? 부디 뒷세상에라도 만나기만 하면 반드시 너희들을 죽이고야 말리라. 만일 도라도 얻으면 끝내 만나지 못하겠지만…….〉’
부처님께서 병사왕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의 저 노모(老母)는 바로 지금의 이 암소[牸牛]요,
세 장사꾼은 지금 저 소에게 죽임을 당한 물가사(弗袈裟) 등 세 사람이 바로 그들입니다.’
그 때 세존께서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모진 말로 꾸짖거나
교만하여 남을 업신여기고 멸시하는
이와 같은 행동 일으키면
미워하는 원수가 자꾸만 붙어난다.
겸손한 말과 조심스런 말로
사람들을 존중하고 공경하며
원결을 버리고 악함 참으면
미워하는 원수는 저절로 사라진다.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갈 때
입 속에 도끼가있어
그 때문에 제 몸을 죽이나니
그것은 모진 언어 때문이라네.”
또 『출요경(出曜經)』에서 말하였다.
“옛날 계빈국(罽賓國)에서 어떤 형제 두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 중 형은 출가하여 아라한이 되었고, 동생은 집에 남아 가업을 이어받아 부지런히 살림을 하고 있었다.
그 때 형은 자주 아우에게 와서 가르치고 타일렀다. 그는 아우에게 보시하고 계율을 지켜 선을 닦고 복을 지으면 현재 살고 있는 세상에서는 명예가 있을 것이요 죽어서는 좋은 세계에 태어날 것이라고 권유하였다.
동생이 형에게 대답하였다.
‘형님은 지금 출가하여 공(空)과 사(捨)도 생각하지 않고 처자와 전업(田業)과 재보(財寶)도 염려하지 않고 계십니다.
그러니 제가 이 업무를 돌보아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형이 자주 타일러 보았지만 형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았다.
그 뒤 아우는 목숨을 마치고 소로 태어나 사람에게 부림을 당하였다. 하루는 소금을 싣고 성 안으로 들어갔다.
형이 성 안에서 나오는 길에 우연히 그를 만났다. 그는 곧 그를 위해 설법하였고 그 때 소는 그 설법을 듣고 나서 매우 슬퍼하며 즐거워하지 않았다.
소 주인은 그 광경을 보고 나서 도인(道人)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무슨 도를 말했기에 우리 소가 저처럼 슬퍼하며 즐거워하지 않습니까?’
도인이 대답하였다.
‘이 소의 전신(前身)은 바로 내 동생이었습니다.
옛날에 당신에게 소금값 일 전을 빚졌기 때문에 지금 소로 태어나서 힘으로 당신의 빚을 갚고 있는 중입니다.’
소 주인은 그 말을 듣고 나서 도인에게 말하였다.
‘당신의 동생은 지난날 내 친구였군요.’
이 때 소 주인은 곧 소에게 말하였다.
‘내 지금부터 너를 놓아주고 부리지 않겠노라.’
소도 그 말을 듣고 감격하여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을 염하면서, 스스로 깊은 냇물에 몸을 던져 곧 목숨을 마친 뒤에 천상에 태어나서 지극한 쾌락을 누렸다.
이러한 인연 때문에 만약 누구나 빚을 지고 갚지 않으면 안 되느니라.”
또 『성실론(成實論)』에서 말하였다.
“만약 어떤 사람이든지 남에게 빚을 지고 갚지 않으면 소나 양ㆍ사슴ㆍ나귀ㆍ말 따위의 등불로 태어나 그 묵은 빚을 갚느니라.”
또 『비바사론(毘婆沙論)』에서 말하였다.
“일찍이 들었다.
어떤 여인이 아귀에게 붙잡힌 처지가 되자 곧 주술(呪術)로써 그 귀신에게 물었다.
‘무엇 때문에 남의 여자를 괴롭히느냐?’
귀신이 그 여인에게 대답하였다.
‘이 여인아, 너는 곧 내 원수이다. 오백 세(世:生) 동안 늘 나를 죽였었으므로 나도 오백 세 동안 너의 목숨을 끊을 것이다.
만약 네가 옛날의 그 원한 맺힌 마음을 버릴 수만 있다면 나도 그 원한을 버릴 수 있다.’
그 때 여인이 이와 같이 말하였다.
‘나는 이제 이미 원한의 마음을 버렸다.’
아귀는 여인을 관하고서 그 여인이 비록 원한을 버렸다고 말하지만 마음으로는 아직 버리지 않았음을 알고 곧 그의 목숨을 끊어버렸다.”
또 『잡보장경(雜寶藏經)』에서 말하였다.
“목련(目連)이 항하강 가에 이르러 보니 오백 아귀들이 떼 지어 와서 물가로 나아가자 강을 지키던 귀신이 쇠막대기로 때려 쫓아내면서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였다.
그 때 모든 아귀들은 목련에게 나아가 목련의 발에 예배한 뒤에 각가 그들의 죄를 물었다.
한 아귀가 말하였다.
‘나는 이 몸을 받고 항상 뜨겁고 목마름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전에 들으니, 항하강 물은 맑고도 시원하다 하기에 기뻐하면서 달려가 보았더니 펄펄 끓는 물이 몸을 무너뜨렸고, 시험 삼아 그 물을 한 모금 마셨더니 오장(五臟)이 다 타면서 냄새가 나는데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었습니다.
무슨 인연 때문에 이와 같은 죄를 받습니까?’
목련이 말하였다.
‘너는 전생 어느 땐가 일찍이 관상쟁이가 되어 남의 길흉(吉凶)을 점쳐 줄 때 진실은 적고 거짓말이 많아 혹은 헐뜯고 때로는 칭찬하면서 스스로 이치를 잘 안다고 말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고 거짓으로 미혹시키고 속여서 재물과 이익을 구하고 중생들을 흘려 뜻대로 될 일을 잃게 하였기 때문이다.’
또 어떤 귀신은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늘 붉고 하얀 예리한 어금니를 가진 큰 개가 와서 내 살을 뜯어 먹고 오직 뼈만 앙상하게 남아 있게 되면 바람이 불어와 살이 다시 생겨나곤 합니다.
그러면 개가 다시 와서 내 살을 뜯어 먹곤 합니다.
이런 괴로움은 무슨 원인 때문입니까?’
목련이 대답하였다.
‘너는 전생 어느 땐가 천사(天祠)의 주인이 되어 항상 중생들을 시켜 양을 잡아 그 피로 하늘에 제사지내게 하고 그 살을 가져다가 네가 먹곤 했다. 그런 까닭에 네 살로 그것을 갚는 것이다.’
또 어떤 한 귀신은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늘 몸 위에 온통 똥을 바르고 또 그것을 핥아먹곤 합니다.
이 죄는 어떤 원인 때문입니까?.”
목련이 대답하였다.
‘너는 전생 어느 땐가 악하고 삿된 바라문(婆羅門)이 되어 부처님 법을 믿지 않아서 도인(道人)이 걸식하러 오면 그 발우를 받아 똥을 가득 담고는 그 위에 밥을 조금 얹어 주곤 하였다.
도인은 그것을 받아 가지고 돌아가서 손으로 밥을 먹으려다가 그 똥에 손만 더럽혔었다. 그런 까닭에 오늘날 이와 같은 죄를 받는 것이다.’
또 한 귀신은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배가 너무 커서 독과 같고 목구멍과 손발은 너무 가늘어서 바늘과 같기 때문에 음식을 얻어 먹지 못합니다.
무슨 까닭에 이런 고통을 받습니까?’
목련이 대답하였다.
너는 전생 어느 땐가 마을 촌주가 되어 스스로 부호이고 귀족인 것만을 믿고 술을 마시는 등 방종한 생활을 하면서 남을 업신여기고 속여 그 음식을 빼앗아 가지고 중생들을 배고프고 곤궁하게 하곤 하였다. 그런 까닭에 이런 고통을 당하는 것이다.’
또 한 귀신이 말하였다.
‘나는 늘 변소에 가서 똥을 먹으려고 하면 어떤 많은 무리의 귀신들이 몽둥이를 가지고 나를 쫓아내면서 측간 가까이에 오지도 못하게 합니다.
그래서 내 입 안은 문드러져 냄새가 나고 배고프고 피곤해도 의지할 데가 없으니,
무슨 까닭에 이래야만 합니까?’
목련이 대답하였다.
‘너는 전생 어느 땐가 불도(佛圖 :寺刹)의 주인이 되어 모든 속인들이 많은 스님들을 공양하기 위하여 염을 잘 갖추어 차려 놓으면 너는 맛없는 음식은 객승(客僧)에게 주고 맛있고 부드러운 음식은 네 자신이 먹곤 하였었다.
그런 까닭에 이런 괴로움을 당하는 것이다.’
또 어떤 한 귀신은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내 온몸에 두루 혀가 나 있습니다. 그러다 누가 도끼를 가지고 와서 혀를 찍어 끊어버리면 끊겨진 혀가 다시 또 나곤 합니다. 이와 같이 하여 끊어지지 않고 계속 되니
무슨 원인 때문에 그러합니까?’
목련이 대답하였다.
‘너는 전생 어느 땐가 도인이었었는데 모든 스님들이 너를 시켜 꿀물을 타오라고 했었다.
그러나 그 석밀(石蜜) 덩어리가 너무도 커서 녹이기 어려웠으므로 도끼로 그것을 쪼개고는 훔칠 마음이 생겨 그것을 한 입 넣고 먹었었는데, 이러한 인연 때문에 도로 그 혀들 찍히는 것이니라.’
또 어떤 한 귀신은 이렇게 말하였다.
‘나에겐 늘 뜨거운 쇠탄환 일곱 개가 있는데 그것이 곧바로 내 입 안으로 들어 와서 뱃속으로 들어가면 오장이 다 타며 나왔다가는 다시 들어가곤 하니,
무슨 까닭에 이런 죄를 받아야만 합니까?’
목련이 대답하였다.
‘너는 전생 어느 땐가 사미(沙彌)가 되어 과일과 과자를 돌릴 때 네 스승 앞에서는 그 스승을 공경하는 까닭에 치우친 마음으로 그 스승에게만 많이 주었는데 구것은 실제로 일곱 개나 더 많았었다. 그런 까닭에 이런 고통을 받는 것이니라.
또 어떤 한 귀신은 이렇게 말하였다.
‘두 개의 쇠로 된 수레 바퀴가 있는데 그것이 늘 내 두 겨드랑이 밑에서 돌고 있으므로 온몸이 마구 타올라 뜨겁습니다.
무슨 인연 때문에 그렇습니까?’
목련이 대답하였다.
‘너는 전생 어느 땐가 많은 스님들과 떡을 만들 때 훔칠 마음이 생겨 떡을 두 번 훔쳐 양쪽 겨드랑이 밑에 숨겼었다. 그런 까닭에 이런 고통을 받는 것이다
또 어떤 한 귀신은 이렇게 말하였다.
’내게는 독만한 매우 큰 혹이 있어서 다닐 때는 어깨 위에 메고 다녀야 하고 멈추어 있으면 자리 위에 있어서 가거나 서거나 간에 몹시 고통스립습니다.
무슨 인연 때문에 그렇습니까?’
목련이 대답하였다.
‘너는 전생 어느 땐가 시령(市令)이 되어 항상 가벼운 저울과 작은 말[斗]을 써서 다른 사람에 주고 무거운 저울과 큰 말을 써서는 자신이 가지면서 늘 자신만 크게 이롭게 하고 남에게는 손해를 끼치곤 했었다.’
또 어떤 한 귀신은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늘 양쪽 어깨에 눈이 있고 가슴엔 입과 코가 있으며 늘 머리는 없습니다.
무슨 인연 때문에 그렇습니까?’
목련이 대답하였다.
‘너는 전생 어느 땐가 늘 괴회(魁膾:死刑執行官)의 제자가 되어 만약 죄인을 죽일 때면 너는 항상 기쁜 마음으로 새끼줄을 그의 상투에 잡아 매어 끌어당기곤 했었다. 그런 까닭에 이런 고통을 받는 것이다.’
또 어떤 한 귀신이 말하였다.
‘나는 늘 뜨거운 쇠바늘이 내 몸을 드나드는 고통을 받아도 아무데도 의지할 데가 없습니다.
무슨 인연 때문에 그렇습니까?’
목련이 대답하였다.
‘너는 전생 어느 땐가 말 조련사가 된 적도 있었고 때로는 코끼리 조련사가 되기도 했었다. 그 때 코끼리나 말을 제어하기 힘들면 너는 그 때마다 쇠바늘로 다리를 찔렀고, 또 어느 때는 소가 느릿느릿 걸으면 그 때에도 바늘로 찔렀었다. 그런 까닭에 이런 고통을 받는 것이다.’
또 어떤 한 귀신은 이렇게 말하였다.
‘내 몸에선 늘 불이 나와 스스로를 태우므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무슨 인연 때문에 그렇습니까?’
목련이 대답하였다.
‘너는 전생 어느 땐가 국왕의 부인이었다. 그러나 왕은 또 다른 한 부인을 더욱 사랑하였으므로 늘 질투심을 내어 그녀를 해치려고 엿보고 있었다.
마침 왕이 그녀와 자고 일어나서 떠나간 뒤에 왕의 사랑을 받던 그녀는 아직 일어나가 전이라서 옷도 입지 않고 있었다. 이 부인은 악한 마음이 생겨 곧바로 떡을 만들던 뜨거운 참가름을 가지고 그녀의 배 위에 부어 그녀는 배가 타서 곧 죽고 말았다. 그런 까닭에 이런 고통을 받는 것이다.’
또 어떤 한 귀신은 이렇게 말하였다.
‘나에겐 늘 회오리 바람이 일어 내 몸을 돌리므로 자유롭지 못해서 동쪽이든 서쪽이든 마음대로 다닐 수가 없어 마음 속으로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무슨 인연 때문에 그렇습니까?’
목련이 대답하였다.
‘너는 전생 어느 땐가 늘 점쟁이가 되어 어떤 때는 참말을 하고 어떤 때는 거짓말을 해서 사람들의 마음을 미혹시켜 뜻대로 하지 못하게 했었다. 그런 까닭에 이런 고통을 받는 것이다.’
또 어떤 한 귀신은 이렇게 말하였다.
‘내 몸은늘 살덩어리와 같아서 다리ㆍ손ㆍ눈ㆍ귀ㆍ코 등이 없고 항상제나 벌레가 쪼아 먹고 갉아 먹으므로 그 죄의 고통을 견디기 어렵습니다.
무슨 인연 때문에 그렇습니까?’
목련이 대답하였다.
‘너는 전생에 항상 남에게 약을 주어 다른 이의 아이를 지우게 했었다. 그런 까닭에 이런 고통을 받는 것이다.’
또 어떤 한 귀신은 이렇게 말하였다.
‘나에겐 항상 뜨거운 쇠로 만든 새장이 있어서 내 몸을 가두어 두므로 몸이 타고 뜨거워서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무슨 원인으로 이런 고통을 받습니까?’
목련이 대답하였다.
‘너는 전생에 항상 그물을 쳐서 새와 고기를 잡있었다. 그런 까닭에 이런 고통을 받는 것이다.’
또 어떤 한 귀신이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항상 물건을 가지고 스스로 제 머리를 싸매며 또 항상 남이 와서 나를 죽일까 두려워하여 마음이 늘 불안해 감내할 수가 없습니다.
무슨 인연 때문에 그렇습니까?’
목련이 대답하였다.
‘너는 전생에 음탕하여 남의 여자를 범하면서 늘 남이 볼까 두려워하였는데,
때로는 그의 남편에게 붙들려 맞아 죽을까봐 두려워하였고,
때로는 관리에게 붙들려 시장 바닥에서 죽음을 당할까 두려워하였다.
이렇게 두렵고 무서움이 계속 이어져 왔기 때문에 이런 고통을 받는 것이니라.’
또 어떤 한 귀신은 이렇게 물었다.
‘나는 이 몸을 받은 뒤로 어깨 위에 항상 구리 병이 있는데 그 안엔 구리 녹인 물이 가득 들어 있습니다.
내 손으로 국자를 가지고 그 물을 떠서 내 머리에 부으면 온몸이 타고 문드러집니다.
이와 같이 고통을 받는 것이 수없이 많고 한량 없으니
무슨 죄가 있어서 그러합니까?’
목련이 대답하였다.
‘너는 전생에 출가하여 도를 닦았었는데, 그 때 스님들의 음식을 맡아 관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소병(酥瓶) 하나를 사적(私的)으로 다른 곳에 놓아둔 채 손님으로 온 도인에게는 주지 않다가 가고 나면 그 소병을 내어 친한 스님에게만 주곤 하였다.
이 소(酥)는 바로 그 절 스님들의 공동 소유라서 모두 똑같이 나누어야 하는데도, 이 사람은 그것을 숨겨두었다가 비록 주기는 했으나 평등하게 하지 못했으니, 이러한 인연 때문에 이와 같은 죄를 받는 것이다.’
『비유경(警喩經)』에서 말하였다.
“옛날 외국(外國)에 살고 있던 어떤 사람이 죽었는데, 그 혼이 스스로 자기 시체에 마구 매질하였다.
곁에 있던 사람이 물었다.
‘이 사람은 이미 죽었거늘 무엇 때문에 자꾸 때리는가?’
대답하였다.
‘이 사람은 바로 나의 옛 몸인데 이 놈 때문에 나는 온갖 악을 다 지었습니다ㆍ
경계(經戒)를 보고도 읽지 않고 도둑질하고 사기치며 남의 부인을 범하고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고 형제간에 우애도 없으며 몸과 재물을 아껴 보시하기를 좋아하지 않았으므로 지금 죽어서는 나를 악한 세계에 떨어지게 했으니, 이로써 받는 모진 고통은 이루 다 말할 수조차 없습니다. 그 때문에 지금 와서 이렇게 매질하는 것입니다.’
또 『무량수경(無量壽經)』에 의거해 말하면 이러하다.
“교범바제(憍梵波提)는 전생에 일찍이 비구가 되어 남의 조밭[粟田]에서 한 포기의 조를 꺾었다가 그 중 덜익은 조 몇 알을 땅에 버렸었다. 그 때문에 오백 생(生) 동안 소가 되어 그것을 갚았다.”
그런 까닭에 『지도론(智度論)』에서 말하였다.
“그 습기(習氣) 때문에 뒤에 사람의 불을 얻어 한 아이를 낳았는데, 그 아이의 발은 소 발처럼 생겼고 되새갑을 하여 음식을 먹곤 하였다.
그리하여 부처님께서 그를 가엾이 여겨 출가시키셔서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증득하게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