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에스프레소 모카 포트들
왼쪽은 3잔짜리이고, 오른쪽은 1잔짜리이다. 사실 이제는 에스프레소를 잘 마시지 않는다. 한동안 마실때가 있긴 하다. 가끔 에스프레소용 커피를 누가 선물해주면 한동안 마신다. 그러나 이제는 좋아하진 않는다. 오래전 프랑스 어느 시골 골동품 가게에서 8인용 대형 모카포트를 싸게 팔던데 선배형님이 냉큼 사셨다. 그래서 돌아와서 나도 같은 크기를 한개 샀었더랬다. 몇번 쓰다가 다른 선배에게 양도했다. 커피를 감당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알루미늄 제품이라 세척 후에는 잘 말리는게 귀찮기도 하고... 스틸 제품으로 샀으면 좀더 자주 썼으려나 모르겠다. 하여간 가끔은 운치가 있어보이긴해서 아주 아주 가끔은 산에 들고 갈 때도 있긴하다. 그게 몇년에 한번이긴하지만.
왼쪽의 제품은 고무 바킹도 새로 사서 갈고 꽤 오래 썼는데, 이게 어떻게 내손에 들어왔는지 도데체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내가 구입한건지 누가 선물한건지...
얘도 REI에서 직구했던 것 같다. 구조는 다 같다.
얘네를 스토브에 올리려면 스토브의 화구가 옆으로 퍼지는 것보다는 위로 분사되는 모델들이 좀 낫더라. 이게 열전도율이 높은 알루미늄 제품이다보니 손잡이도 뜨겁고, 한잔짜리는 잔 손잡이도 뜨거워서 강한 열보다는 작은 열로 끓이는게 나는 더 좋더라.
사실 모카포트를 잘 안쓰는 이유는 설겆이 하는게 많이 귀찮아서 잘 안쓴다. 난 많이 게으른 편이다.
7. 칼리타 드립세트
그다지 특이한 것은 아닌데, 갖고다니기 좀 번거럽긴 하지만, 한때 차로 캠핑을 다니던 시절에 괜찮을 듯해서 구입했다. 뭐 항상 그렇듯이 똑같다. 뚜껑이 있었는데, 어디로 도망갔는지 안보인다.
세부분으로 이루어져있는데, 특이한게 드리퍼 위에 올라가는 그릇은 구멍이 뚫어져있어서 물을 부으면 각 구멍으로 물이 드리퍼 위로 쏟아져서 커피가 걸려지는 시스템이라서 좀 편하긴 하다. 게으른 사람에게는 맞을 듯. 드립 주전자로 천천히 물을 붓는 것보다 그냥 끓인 물을 좀 많이 부어도 스스로 천천히 물이 내려지는 시스템이긴 한데, 그게 이론상 그런거고 물은 중력에 의해서 한꺼번에 다 쏟아져 내린다. 그래서 가끔은 조절을 잘 못하면 넘치기도...
이렇게 바닥에 구멍이 뚫어져 있다.
이게 스틸이라서 리저버와 드리퍼만 갖고 다닐 때도 많았었다. 튼튼하니 막 굴려도 되니까. 대신 주전자 대용으로 다른것을 갖고 다니는 수고로움도 필요했다.
8. 카플라노 드립세트
이건 후배녀석이 두개를 샀다면서 선물해준 것이다. 한동안 잘 갖고 다녔다. 참신한 아이디어에 실용성 완빵한 아주 훌륭한 제품이라는 점에는 백번 동의한다. 한가지 불편한 점이 있긴 하지만....
맨위가 리저버 또는 잔으로 사용할 수 있다. 보온성도 있다. 여과지가 있으면 사용하고 없으면 그냥 써도 된다. 설겆이할 때 좀 귀찮긴 하지만. 핸드밀도 함께 세트에 포함되어서 참 유용하게 쓸 수 있다. 맨 아래 뚜껑은 드립용 주전자처럼 사용할 수 있게 조그만 구멍이 있어서 물을 조금씩 부을 수 있게 고안되었다. 한가지 불편한게 물을 붓는 시스템이 좀 부족하긴해도 사용하는데는 지장없다. 빨간 뚜껑을 뚜껑본체에 덮개로 고정할 수도 있다.
9. 하리오 핸드밀
이게 먼저 나온거라 좀 더 길고 양이 많이 들어가는 제품인데, 초기모델은 손잡이를 넣는검정색 고무 밴드가 없던 제품이다. 나중에 나온 모델은 길이가 좀 짧은 것인데, 그것도 한개 사서 사용중이다. 그거 살 때 고무 밴드를 따로 구입해서 이것에 끼워서 사용하고 있다. 이 제품을 사용하기 전에는 GSI 제품의 접시처럼 생긴 휴대용 핸드밀을 사용했었으나, 입구가 작아서 콩을 넣기도 불편하고 사용하다가 손잡이가 부러져서 버렸다. 접시모양의 제품도 2개를 사서 한개는 후배를 줬고, 잘 쓰다가 부러지면서 마침 이 제품이 막 출시되었기에 바로 구입했다. 샤모니 놀러갔을 때에도 들고 가서 잘 썼다. 요즘은 많이들 사용하고 있는 제품이고 이 제품이랑 비슷한 국산제품들도 많아졌다.
다른 여러가지 소품들이 몇개 더 있는데, 장비 자랑하는 것 같아서 좀 마음이 편하지 않아서 그만 쓴다. 여태 언급했던 제품들의 경향은 한 방향이다. 산에서 쓰는데 내마음에 드느냐 아니냐 그게 구매 포인트였고 사용포인트였다. 일정부분 허영심이 작용한 부분도 있음을 부인하지 않겠다.
사실 여태 언급한 여러 제품들도 요즘 이 제품보다는 더 많이 쓸 일이 없다. 예전보다 산에 가는 날이 훨씬 적어졌고 가더라도 집에서 보온병에 담아가는 날이 더 많아졌다. 산에도 잘안가고 사무실에 출근해서도 커피를 마실 때면 항상 애용하는 것이 커피 메이커이다. 자주 깨먹어서 이게 몇번째 커피 메이커인지 모르겠다. 오래전에 스토브에 올리는 커피 메이커가 외국 사이트에 있어서 그것을 구입하려고 마음먹은 적이 있었는데, 어찌하다 구입하지는 못했다. 내자리 옆에는 항상 이 커피 메이커가 자리하고 있다.
이 글을 쓰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아래의 전기 주전자를 구입하면서 재미삼아서 글을 써보려고 마음먹은 계기이다. 정말 오랜만에 커피 주전자를 구입하려고 하다보니 기왕이면 전기 포트를 사는게 어떨가 생각하다가 저렴하기에 한개 구입했는데, 아주 마음에 든다. 커피 메이커를 작동 시키기보다는 주전자로 드립하는 맛이 쏠쏠하다.
애정하는 보온병과 커피 잔들을 쓰려다가 그건 좀 아닌 것 같아서 여기서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