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우리가 머무는 '공간'이 지닌 평화로움에 대해 노래한, 마치 투명한 크리스털 기둥을 세워놓은 듯 맑고 경건한 무반주 합창곡, 안톤 브루크너(Anton Bruckner)의 모테트 <로쿠스 이스테 (Locus Iste)>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투박한 시골 음악가가 소리로 지어 올린 '보이지 않는 성전'
*신앙밖에 몰랐던 순박한 거장: 19세기 오스트리아의 작곡가 브루크너는 후대에 위대한 교향곡의 거장으로 불렸지만, 실제 성격은 무척이나 어수룩하고 순박한 시골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삶은 오직 '음악'과 '가톨릭 신앙' 두 가지뿐이었죠.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도 창밖으로 성당의 삼종기도 종소리가 울리면, 가르치던 것을 멈추고 그 자리에 털썩 무릎을 꿇고 기도를 바칠 만큼 깊고 티 없는 신앙심의 소유자였습니다.
*새로운 공간을 위한 축복의 노래: 1869년, 오스트리아 린츠(Linz) 지역에 새로운 성당의 경당이 지어졌고, 오르가니스트였던 브루크너는 이 공간의 완공을 축복하기 위한 음악을 부탁받습니다. 그때 그가 완성한 무반주 합창곡(모테트)이 바로 이 <로쿠스 이스테>입니다.
*"이곳은 하느님께서 지으신 곳이다": 곡의 라틴어 가사는 아주 짧고 명결합니다. "Locus iste a Deo factus est (이곳은 하느님께서 지으신 곳이니), inaestimabile sacramentum (헤아릴 수 없는 신비이며), irreprehensibilis est (어떤 흠도 없도다)." 브루크너는 벽돌과 나무로 지어진 눈앞의 건물 그 자체보다, 그 공간 안에 머무는 흠 없는 평화와 기도가 진짜 훌륭한 성전을 만든다고 생각했습니다. 악기 하나 없이 오직 사람의 목소리만으로 층층이 조화롭게 쌓아 올린 이 화음은, 마치 공기 중에 보이지 않는 거룩하고 튼튼한 성전을 지어 올리는 듯한 엄청난 경건함을 선사합니다.
https://youtu.be/udZCjXbwkzk?si=CXok1jL0mU5FdH0I
https://open.spotify.com/track/5h6TPJVUKbwDwilwKDeQik?si=45ad7a22acae48f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