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에 무일푼으로 결혼생활을 시작하신 우리 친정 부모님은 늘 돈벌이에 바쁘셨다. 특히 나와 내 남동생이 유아기였을 때는 식당을 하셨는데, 그때 나는 멀리 있는 친가와 외가에 몇달씩 맡겨진 적이 있다. 물론 조부모님들께선 내게 많은 사랑을 베풀어 주셨지만, 어린 아이가 부모와 생이별을 하는 건 참 마음 아픈 일이었다. 그로 인해 나는 어릴적 부모와의 분리불안증 같은 걸 느끼며 자랐던 것 같다. 거기다 내게 유일한 형제인 남동생은 부모님의 바쁜 일과 속에서 병을 얻게 돼 결국은 정신 장애인이 되었다. 그리고 내 동생의 정신 장애로 우리 가족은 힘들고 마음 아픈 일을 참 많이 겪으며 살았다. 그래서인지 난 결혼에 대한 청사진이 별로 없었다. 그리고 만약 결혼을 한다면 물질적 정신적으로 준비된 상태가 아니면 자식을 낳지 않을 것이며, 낳더라도 절대 워킹맘은 되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었다. 아이는 절대적으로 부모 손에서 자라나야 하며, 육아의 핵심은 아이의 육체적 안전과 정신적 안정이라고 생각했다.
23세에 남편을 만나 불같은 사랑을 하고 26세에 이른 결혼을 했지만, 나는 엄마가 될 자신감이 생길 때까지 아이 갖기를 미뤘다. 그러다 29세에 첫아이를 낳았는데, 이게 웬일인가? 우리 엄마보다 아홉 살이나 더 늦게 엄마가 된 나는 아직도 엄마가 되기엔 철이 없었다. 매일 밤낮으로 빽빽 울어대는 아이를 얼르느라 잠도 제대로 못자고, 갑자기 육아와 살림을 병행해야 하는 것이 벅차게 느껴졌다. 거기다 산후 우울증까지 심해 큰애가 갓난아기였을때, 난 참 많이 울었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그러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난 아이를 잘 키워야만 하는 엄마니까. 그래서 그때부터 육아 관련 서적을 하나 둘씩 읽고, TV강연을 들으며 점점 마음의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난 아이들의 케어에만 집중하며 10여년 넘게 두 아이의 엄마로 살아왔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마음 한 구석에서 뭔가가 자꾸자꾸 꿈틀거리는 걸 느꼈다. 그것의 실체는 내 안의 자아실현에 대한 의지였다. 엄마로서만이 아닌 내 개인의 꿈과 열정을 되찾고 싶은 인간적인 본능이었다. 처음엔 그것을 눌러 보다가, 더 이상 안되겠다 싶어 펼쳐 봐야겠다 생각했지만, 그 또한 쉬운 일은 아니었다. 10년 넘게 전업주부로 살아온 여자가 자신의 꿈과 열정을 되찾아 펼치기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그런 방황 중에 작년 가을 8년 넘게 살아온 경기도 김포에서 이곳 강원도 춘천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춘천의 맑은 하늘과 푸른 산과 밝은 햇살은 그런 내 안의 꿈과 열정을 더욱 자극했다. 그래서 이삿짐이 정리되는 대로 강원대 평생교육원에서 무료로 스피치 강좌도 수강하고, 요리학원에도 다녀보고, 아파트 주민센터에서 하는 무료 골프 강좌도 다니고, 아이 학교 어머니회 일도 처음으로 맡았다. 그 덕분에 지금 이사 온 지 9개월이 채 안되었는데도, 알게 된 사람 수가 8년 넘게 산 김포 보다도 더 많은 것 같다. 그렇게 난 춘천에 이사와서 많은 복을 받았다. 그리고 그 복 중에서 하이라이트는 바로 이 춘천평생교육정보관에서 받게 된 독서논술지도사 과정의 수강이었다.
수강 첫 날 사실 난 그리 큰 기대감 없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11년 전에 아이북랜드와 한국평생교육기구에서 공동으로 마련한 독서논술지도사 과정을 1기로 서울에서 수강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의 강사진이 참 대단했었다. 대학 교수님 몇 분, 동화 작가, 어린이도서연구회 책임자, 독서논술 전문 강사, 현직 초등학교 교사 몇 분 등의 강의로 구성된 과정이어서 그때도 토요일마다 인천에서 서울로 수강하러 다니던 일이 참 즐겁고 보람되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 받게 된 강좌는 강사도 달랑 한 분이시고(다니다 보니 세 분의 강의가 더 있었지만), 더구나 무료 강좌라서 그리 큰 기대를 하면 안될 것 같아 그냥 보수교육 정도의 의미만 부여했었다. 그런데 수강 둘째 날부터 그렇게 심드렁했던 내 마음이 설레고 신나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이인환 선생님의 강의는 그동안 접해왔던 다른 강의와 뭔가 다른 것이 있었다. 억지 자신감 대신에 적당한 겸손함을, 억지 웃음 대신에 자연스럽게 웃음을 유발할 수 있는 영상물들을, 억지 공감 대신에 풍부한 자료와 이야기들을 준비해 오셨다. 그 덕분에 나와 내 동료 수강생들은 행복하고 의미있는 3개월을 보냈다. 그리고 난 참 오랜만에 글쓰기의 설렘과 즐거움을 맛보았다. 이인환 선생님은 웬지 자꾸만 내 안의 것을 글로 토해 내고 싶은 욕구를 갖게 하는 마력을 갖고 계신 것 같다. 이건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많은 수강생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왜냐하면 그분들의 글 속에서도 그런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3개월이란 기간이 너무 짧아 아쉬운 점도 있다. 우리들이 독서논술지도사로서의 충분한 준비와 자신감을 갖기엔 3개월의 교육기간으로는 너무 부족한 것 같다. 그래서 심화과정이 마련된다면 꼭 수강하고 싶다. 내안의 꿈과 열정을 더욱 키워주신 이인환 선생님과, 함께 공감하며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신 동료 수강생 선생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이 소중한 인연이 오래오래 지속되었으면 하는 예쁜 욕심을 부려 본다.
첫댓글 아세요? 자기소개서 시간에 선생님 그룹에 우연히 함께 했던 것이 저에게는 큰 행운이었다는 것을!!! 확실히 내공이 갖춰진 분이라는 것을, 제가 잘못 본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감사합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을 선생님 강의 듣는 내내 절감하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잘한다잘한다 하시니 잘 못해도 잘해보려 노력하게 되더군요. 칭찬과 격려!! 선생님께 배운 가장 좋은 교육기법입니다.
성인세임! 나도 끼워줘요!!!
그럼 이제 한 분만 더 모여도 우리는 3인의 힘을 발휘할 수 있겠군요.ㅎㅎ늘 성실하고 진지한 수강자세를 보여주신 선생님 옆자리에 앉는 것만으로도 제가 얻은 것이 많았습니다.
이번 춘천 작품집 제목은 '춘천에서 받은 복'으로 하겠습니다. 이성인 선생님, 좋은 아이디어 제공해줘서 감사합니다.
아이고 이렇게 두번씩이나 영광을 누리게 해주셔서 저야말로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어제 선생님께 받은 책에 제 서평이 실린걸 남편에게 보여줬더니 저보고 입신양명했다네요.ㅋㅋ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선생님께 많은 가르침 받고 싶은데, 강의는 끝나가고, 선생님댁은 너무 멀고, 어떡하죠?
카~아! 좋다, 책제목. 찬성입니다.